친구와 같이 정말 오랜만에 종각과 광화문 쪽으로 놀러갔어요. 종각역, 광화문역 쪽은 가기는 정말 많이 가는 곳이지만 여기에서 놀 생각을 하고 가는 일은 거의 없는 곳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갔고, 너무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 딱히 여기에서 놀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 친구와는 종각역, 광화문역 쪽을 같이 돌아다니며 노는 일이 거의 없어요. 한때 너무 많이 같이 다녀서 이제는 가봐야 별로 특별한 것도 없고 심심하기 때문이에요. 둘 다 개별적으로 종각역, 광화문역을 곧잘 가기 때문에 굳이 둘이 만났을 때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이날도 서울에서 갈 만한 곳을 찾다가 갈 만한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정말 오랜만에 광화문역, 종각역을 같이 가서 조금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만약 여자친구와 놀러왔다면 이쪽도 나름대로 할 게 여러 가지 있는 곳이에요. 익선동, 인사동부터 여기까지 쭉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카페도 가면서 데이트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 친구는 남자라 그렇게 데이트 코스 다닐 것은 아니었어요.
역시 막상 오기는 했지만 할 게 있을 리 없었어요. 이쪽 오면 기껏해야 교보문고 가고 광화문 광장 한 번 걷는 거 밖에 할 게 없었어요. 진짜 딱히 할 만한 것이 없는 곳이었어요. 평소에 자주 안 오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여기는 둘 다 툭하면 오는 곳이라 특별히 할 만한 것이 없었어요.
"슬슬 점심 먹어야겠다."
몇 시인지 봤어요. 딱 직장인들 점심시간이었어요.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점심을 먹어도 되기는 했어요. 직장인들이야 회사에서 정해놓은 점심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에 점심을 먹어야 하지만, 저와 친구는 놀러왔기 때문에 직장인들과 뒤엉켜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었어요. 1시부터는 식당들이 한산해질 거였어요. 브레이크 타임 있는 식당이라고 해도 2시 전까지는 점심 장사를 해요.
"지금 점심 먹을까?"
친구가 배고프다고 점심 먹자고 했어요. 어차피 할 거 없는 종각역, 광화문역이었기 때문에 직장인들과 뒤섞여서 사람 미어터지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도 상관없었어요.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까
점심을 먹는 시간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중요한 것은 메뉴였어요. 종각역 및 광화문역 근처에는 이런저런 식당이 많아요.
"김치찌개 먹을래?"
"광화문집?"
"거기 완전 별로된 거 알지?"
"어."
친구가 김치찌개 먹지 않겠냐고 했어요. 친구가 말한 곳은 광화문집이었어요. 아주 예전에 광화문집에 두 명이 가서 김치찌개 2인분에 계란말이 주문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고 김치찌개 2인분만 주문하거나 김치찌개 1인분에 계란말이 하나만 시키라고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수에 맞춰서 김치찌개도 주문해야 하고 계란말이도 필수로 주문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맛도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많구요.
"거긴 가지 말자. 굳이..."
거기는 내키지 않았어요. 조금 더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어느덧 청계광장까지 왔어요.
"저기 진짜 오래된 곳인데."
"저기 최소한 2006년부터는 확실히 있었어."
"저기는 노포 아냐?"
청계광장 근처에 왔을 때였어요. JS텍사스바가 보였어요. JS텍사스바는 청계광장에서 매우 오래된 술집이에요. 친구 말대로 2006년에는 확실히 있었어요. 흔히 '노포'라고 하면 몇십년 된 가게를 떠올려요.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JS텍사스바는 노포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식당 수명이 짧은 한국 특성상,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큰 길가에 있는 가게가 매우 자주 잘 바뀌는 종각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10년은 무조건 넘었으니 노포 소리 들어도 될 가게였어요.
여기도 바뀐 게 하나 있기는 했어요. 예전에는 JS텍사스바였어요. 지금은 JH텍사스바에요. 이름에서 알파벳 하나가 바뀌었어요.
"저기 한 번 가보고 싶긴 한데..."
JH텍사스바는 항상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갈 일이 없었어요. 안주만 시켜서 안주만 냠냠 먹고 나오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친구도 한 번 가보고 싶어했어요. 그러나 친구도 지금은 술을 못 먹는 상태라 갈 수 없었어요.
JH텍사스바 앞에 가보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했어요.
"여기 런치 메뉴로 뭐 판다는데?"
JH텍사스바 입구에 입간판이 서 있었어요. 런치 메뉴로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를 판매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여기에서 점심 먹자."
친구와 JH 텍사스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은 이렇게 생겼구나.'
맨날 밖에서 지나가기만 했기 때문에 JS텍사스바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내부를 처음으로 제대로 봤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수제 경양식 메뉴가 런치 메뉴로 판매중인 메뉴들이었어요. 저는 옛날 왕돈까스를 주문했어요. 옛날 왕돈까스 가격은 단품 12000원, 세트 15000원이었어요. 단품과 세트 차이는 세트에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직원이 지금 커피 머신이 고장나서 단품 밖에 주문이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옛날 왕돈까스 단품으로 주문했어요.
JH텍사스바 인테리어는 오래되어 보였어요. 왜 텍사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양 술집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그러나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점심 식사하러 온 직장인들이었어요. 저녁이 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질 거였어요.
먼저 스프와 식전빵이 나왔어요. 식전빵은 모닝롤이었어요. 모닝롤은 한 사람당 1개가 나왔어요.
"여기 근본이네."
근본 경양식집은 스프와 식전빵으로 모닝롤이 나와요. 아주 예전에는 이렇게 나왔어요. 가게에 따라 빵 대신 밥을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었어요. 밥을 선택하면 접시에 밥을 납작하게 펴서 나오곤 했어요. JS텍사스바는 식전빵과 스프가 나왔어요. 매우 경양식스러운 스타일이었어요.
스텔라 아르투아 한 잔이 나왔어요.
"저기요, 저희는 맥주 주문한 적 없는데요?"
"이것은 프로모션으로 테이블마다 한 잔 제공되고 있는 맥주에요."
직원에게 맥주를 주문한 적 없는데 왜 맥주가 나왔냐고 물어봤어요. 직원이 스텔라 아르투아 프로모션으로 테이블마다 맥주가 한 잔씩 제공된다고 알려주었어요.
친구는 술을 아예 마시면 안 되기 때문에 맥주는 제가 마셨어요.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는 맛있었어요. 이 정도 한 잔이라면 저도 마실 수 있어요. 식전에 식전빵과 스프를 안주 삼아서 가볍게 프로모션으로 무료 제공된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한 잔 마셨어요.
제이에스텍사스바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 중에는 프로모션으로 제공된 맥주가 아니라 제대로 맥주를 한 컵 주문해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점심에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가 왠지 유럽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주문한 옛날 왕돈까스가 나왔어요.
옛날 왕돈까스 옆에는 양배추 사라다, 옥수수, 동그랗게 쌓은 쌀밥이 나왔어요. 캔옥수수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경양식에서 옥수수가 빠지면 매우 섭섭해요. 누가 경양식에서 캔옥수수를 올리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양식에서 옥수수 빠진 접시는 멸치조림, 콩나물 무침 같은 기본 밑반찬 빠진 식탁 같아요.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옛날 왕돈까스 맛.
JH텍사스바의 옛날 왕돈까스는 고기를 얇게 펴서 튀긴 한국식 돈까스였어요. 고기를 얇게 펴기는 했지만 아주 얇지는 않았어요. 요즘 한국식 돈까스 기준으로 보면 조금 두꺼운 편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고기가 아주 두껍다는 말은 아니에요. 요즘 한국식 돈까스 먹으러 가보면 완전히 얇게 펴서 고기가 매우 얇은 편인데 여기는 고기가 그렇게 매우 얇지는 않았다는 말이에요.
JS텍사스바의 옛날 왕돈까스는 맛있게 잘 튀겼어요. 튀김옷은 바삭했어요. 소스에 푹 절은 부분은 눅눅해졌어요.
JS텍사스바 옛날 왕돈까스 맛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빵맛이 꽤 강하게 난다는 점이었어요. 첫 입부터 빵맛이 꽤 많이 느껴졌어요. 튀김맛보다 빵맛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어요. 돈까스를 먹을 때마다 빵맛이 입 안에 훅 퍼졌어요.
"이거 완전 옛날 맛인데?"
"그러니까. 이거 우리 어릴 때 먹던 맛이잖아."
친구와 돈까스를 먹으며 맛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둘 다 진짜 어릴 때 먹었던 돈까스 맛이라고 말했어요.
"이거 슈니첼 같기도 한데?"
"아, 슈니첼? 맞아!"
오스트리아 음식 중 슈니첼이 있어요. '오스트리아', '슈니첼'이라고 하면 매우 특별한 음식 같지만 먹어보면 그냥 돈까스에요. 아주 예전에 오스트리아 여행 갔을 때 슈니첼을 먹어봤어요. 돈까스랑 똑같은 것이 나왔고, 맛도 돈까스였어요. 슈니첼과 돈까스의 차이점이라면 슈니첼은 기름에 부치는 음식이고, 돈까스는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에요. 슈니첼은 독일, 오스트리아 여행 가서 대단한 음식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영락없는 돈까스라 실망하는 사람이 꽤 많은 음식으로 나름대로 유명한 음식이에요.
"이것 이름을 슈니첼로 팔면 어떨까?"
"그러면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웃었어요. 조리방식에서 기름에 튀길지 부칠지 차이 정도 뿐이지만 왕돈까스를 단품 12000원에 팔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슈니첼을 단품 12000원에 팔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이 꽤 될 거에요.
"여기는 노래도 옛날 노래 나오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노래들이었어요. 노래 선곡과 매장 인테리어, 왕돈까스 맛이 잘 어울렸어요.
종각역, 광화문역에서 점심에 옛날 왕돈까스를 먹고 싶다면 JH텍사스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