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경상남도 남해군 식당은 미국마을 근처에 있는 멸치쌈밥 맛집인 곡포식당이에요. 곡포식당은 미국마을에서 도보로 1.2km 정도 걸리는 곳에 떨어져 있어요. 그러나 남해 미국마을에는 식당이 딱히 없어서 곡포식당이 경남 남해군 미국마을 맛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친구와 경상남도 남서쪽 해안을 여행하는 중이었어요. 마지막 일정은 경상남도 남해군 여행이었어요. 쏘카로 차를 빌려서 남해군을 쭉 둘러보고 돌아다니다가 차를 반납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어요.
"남해군 여행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지 않을까?"
"왜?"
"거기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아."
경상남도 남해군은 식당이 별로 없었어요. 남해군 전체 면적에 비해 식당은 몇 동네에 몰려 있었어요. 적당히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시간 되어서 밥 먹을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어요. 식당이 별로 없는 것도 여행할 때 꽤 중요한 문제였어요. 왜냐하면 먹는 것도 여행다닐 때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먹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고, 그 이전에 먹어야 힘이 나서 또 돌아다니니까요.
남해군 여행 첫 번째 목적지는 다랭이 마을이었어요. 남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는 다랭이 마을이에요. 가천 다랭이 마을에는 식당과 카페가 여기저기 있어요. 저와 친구도 원래 계획은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밥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힐링하다가 아무 데나 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가천 다랭이 마을에 도착해서 돌아다니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밥은 다른 곳 가서 먹을까?'
꼭 경남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밥을 먹을 필요가 없어 보였어요. 드라이브하다가 다른 곳 가서 식사를 해도 될 거 같았어요. 여행하는 동안 먹는 것은 매우 잘 먹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만 식욕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와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식당이 나옴년 거기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저나 친구나 여행 계획을 아주 꼼꼼히 짜고 다니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다니는 편이라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야, 식당 없는데?"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벗어나자 시골이었어요. 식당이 안 보였어요.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창밖 풍경은 매우 한적한 농촌이었어요. 들판의 벼는 누렇게 잘 익어가고 있는데 나와 친구는 먹을 게 없어서 점심을 굶고 있었어요. 지천에 널린 게 쌀인데 쌀밥은 없었어요.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로 식당을 검색해봐도 다랭이마을에서 벗어나자 식당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나왔어요.
자존심 때문이라도 찾고 만다.
다랭이 마을로 돌아가자니 뭔가 자존심이 상했어요. 쓸 데 없이 승부근성이 발동했어요. 남해읍 번화가 돌아가기 전까지 어떻게든 맛집 같은 느낌이 드는 곳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말겠다는 오기가 발동했어요. 차는 어느새 남해 미국 마을까지 왔어요.
"여기는 식당 있겠지?"
미국 마을은 남해군에서 잘 알려진 관광지라고 알고 있었어요. 관광지인데 식당 하나 없겠냐 싶어서 미국 마을을 슥 둘러봤어요. 식당이 없었어요.
"일단 터미널 쪽으로 올라가보자."
여정이 점점 즐기는 여행에서 밥 먹기 위한 모험으로 바뀌어가고 있었어요.
"아무 데나 들어가서 한끼줍쇼 해?"
"그러다 바로 쫓겨날걸?"
서로 농담을 하며 계속 이동했어요.
"저기 식당 있다!"
화계마을회관 거의 다 왔을 때였어요. 식당 두 곳이 나타났어요. 속도를 줄이고 창밖에 보이는 식당 두 곳을 유심히 바라봤어요.
"곡포식당은 멸치쌈밥 판다. 멸치쌈밥이 여기 음식이랬지?"
"어."
경상남도 출신인 친구가 멸치쌈밥이 이쪽 음식이라고 했어요.
"곡포식당 가자. 점심은 멸치쌈밥 먹게."
친구에게 곡포식당 가서 멸치쌈밥을 먹자고 했어요. 간신히 식당 찾았는데 여기를 벗어나는 순간 진짜로 남해읍 버스터미널과 남해전통시장이 있는 읍내까지 가게 생겼어요.
"저기 왠지 맛집 같다."
친구도 저기가 왠지 맛집 같다고 했어요.
곡포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 같았어요.
"여기는 조기매운탕도 있네?"
조기 매운탕은 못 먹어봤어요. 조기 매운탕을 보는 순간 신기해서 순간 마음이 흔들렸어요.
'아니야, 여기 아니면 경남 여행 와서 멸치 쌈밥 못 먹을 수도 있어.'
경상남도 남서부 해안 여행을 와서 먹어볼 것 중 멸치쌈밥 하나 남아 있었어요. 저녁식사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저녁식사에 반드시 멸치쌈밥을 먹어야 한다고 한정지어버리면 결국 멸치쌈밥을 못 먹는 아주 실망스러운 결과와 조우할 가능성이 있었어요. 남해군은 식당이 대도시처럼 매우 많지 않았기 때문에 메뉴에 맞춰서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식당부터 찾는 것이 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멸치쌈밥 2인분 주세요."
멸치쌈밥 2인분을 주문했어요.
멸치쌈밥은 1인분에 1만원이었어요.
밑반찬이 깔렸어요. 밑반찬을 하나씩 먹어봤어요.
제일 먼저 먹어본 것은 콩나물 무침이었어요. 식당에서 콩나물 무침은 상당히 중요한 반찬이에요. 콩나물 무침 자체가 반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반찬은 아니에요.
콩나물 무침은 전체적인 간의 강도를 가늠하게 한다.
콩나물 무침은 뿌리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요. 그래서 콩나물 무침을 씹으면 뿌리에서 물이 찍 나와요. 콩나물 무침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콩나물 무침이 있다면 전체적인 음식의 간을 가늠해볼 수 있어요. 여기가 기본적으로 음식을 매우 짜게 하는 집인지 싱겁게 하는 집인지 가늠해보기 가장 좋은 반찬이 콩나물 무침이에요.
'콩나물 무침은 안 짜다.'
콩나물 무침은 오히려 싱거운 편이었어요. 다른 밑반찬도 다 간이 약한 편이었어요. 매우 맛있었어요.
상추가 매우 많이 나왔어요. 상추는 왠지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 같았어요.
대망의 멸치쌈이 나왔어요.
"이거 맛있는데?"
멸치쌈은 국물이 매콤하고 칼칼했어요. 국물이 고소했어요. 감칠맛도 좋았어요. 멸치가 들어갔기 때문에 감칠맛이 좋을 수 밖에 없었어요. 계속 떠먹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멸치는 고소했어요. 고등어 비슷한 맛이었어요. 멸치가 커다란 통멸치가 들어갔기 때문에 살짝 씁쓸한 맛이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맛이 상당히 진했어요. 그리고 간이 멸치쌈만 상당히 강하게 되어 있었어요.
"여기에 물 조금만 붓자."
친구가 멸치조림에 물을 조금 붓자고 했어요. 물을 조금 붓자 간이 약해졌어요.
'여기는 왜 멸치조림만 간이 매우 강하게 되어 있지?'
멸치조림은 매우 맛있었어요. 그러나 상당히 짰어요. 버너 위에 냄비가 올라가 있고, 냄비에 국물 자작한 멸치 조림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싱겁게 나온 것보다는 짜게 나온 게 더 좋기는 했어요. 짠 것은 물을 조금 넣어서 맛을 맞추면 되거든요.
그렇지만 조금 신기했어요. 밑반찬은 간이 싱겁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간이 약한 편이었어요. 야채 고유의 맛에 속은 게 아니라 콩나물 무침 먹었을 때도 간이 약하게 되어 있는 편이라 밑반찬 간이 약한 건 확실했어요. 밑반찬에 들어가야 할 소금이 모두 멸치 조림에 다 들어간 것 같았어요.
장 대신에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서 짜게 만든 건가?
제 추측은 이 멸치 조림이 장 대신에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짜게 만들었다는 것이었어요. 국물을 장 대신에 밥에 올려서 먹도록 만든 음식이라고 보면 간이 강한 게 이해되었어요. 장이나 젓갈 대신 조림을 밥에 올려서 먹고, 더 나아가 야채쌈을 만들어서 먹기 때문에 간을 상당히 강하게 잡은 것 같았어요.
다행인 점은 멸치 조림 맛이 매우 원색적으로 강한 편이라 물을 조금 넣고 짠맛을 약하게 만들어도 매우 맛있었어요. 물을 조금 넣고 짠맛을 조금 약하게 만들자 서울 식당에서 먹는 수준의 맛이 되었어요. 보통 짜다고 물을 조금 부으면 짠맛은 약해져셔 간이 맞지만 다른 맛도 덩달아 연해져서 맛을 버려요. 그러나 곡포식당 멸치쌈밥의 멸치조림은 다른 맛들도 원색적으로 강해서 물을 조금 부어서 맛이 조금 약해져도 매우 맛있었어요. 그리고 반찬은 하나도 안 짰구요.
시골 할머니 집밥 같은 맛.
곡포식당의 멸치쌈밥은 시골 할머니 집밥 같은 맛이었어요. 매우 맛있었어요. 멸치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고, 국물을 밥에 젓갈이나 양념장 발라먹듯 발라서 먹어도 맛있었어요. 그러나 짠맛, 원색적으로 강한 맛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 탈 수 있어요. 만약 맛이 너무 원색적이라 힘들다면 물을 조금 부어서 염도를 살짝 낮춰서 먹는 것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