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대한민국 10원 동전 주화 - 구리값과 장난으로 수난당한 한국은행법 주화훼손 범죄의 피해자

좀좀이 2021. 6. 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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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던 중이었어요. 눈길을 끄는 뉴스가 하나 보였어요.

 

 

'구리값 뛰니까 또 10원 동전이 난리나나?'

 

요즘 국제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이슈에요. 통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징조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나오고 있고,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거라 예측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국 정부 및 연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고 그렇게 강하고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거듭 밝히고 있어요.

 

현재 인플레이션 징조에 대해서 앞으로 발생할 인플레이션이 어떤 종류의 인플레이션인지에 대한 의견도 여럿이에요. 지난해 사실상 마비된 세계 경제가 백신 접종과 경제활동 재개로 인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반면, 이것은 단순히 미국의 달러 가치 폭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매우 안 좋은 인플레이션 - 정확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거라는 주장도 있어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헷지 역할을 할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되어 있어요. 여기에 사실상 영구 분실되고 있는 비트코인 양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화폐 가치가 하락한 만큼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해야겠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다고 단정짓기 매우 어려워요.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정말 가치있는 자산이라고 받아들여야 그런 기능이 생기는데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보다는 오히려 '세계 탐욕 지수', '세계 투기 지수'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는 게 현재로써는 더 맞아요.

 

인플레이션 징조가 나타나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날뛰고 있어요. 경기 과열 단계로 접어들면 원자재 수요가 급증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요. 여기에 이런 현상을 이용해 인플레이션 헷지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고 시세가 날뛰자 이를 이용해 시세 차익 벌어보려는 투기꾼들까지 달려들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리값도 많이 상승했어요. 그리고 구리값이 크게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이와 맞물려 나타나는 범죄가 있어요. 바로 10원 동전을 녹여서 황동괴로 만들어 차익을 얻는 범죄에요. 예전 10원 동전은 원재료 비용이 10원보다 훨씬 비싸서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구 10원 동전을 모아 녹여서 황동괴로 만들어 차익을 노리는 범죄가 발생하곤 해요.

 

기사를 쭉 읽었어요. 역시나 제목 보고 예상했던 내용이었어요. 국제 구리 가격이 급등하자 10원 동전 주화훼손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기사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찾았어요. 1966년부터 1970년 7월 전까지 발행된 10원 주화는 구리 비율이 88%, 아연 비율이 12%였어요. 1970년 7월부터 2006년 12월 이전까지 발행된 10원 주화는 구리 비율이 65%, 아연 비율 35%였어요. 이후 구리 값과 아연 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오르고 주화를 녹여서 황동괴로 만들어 되파는 범죄가 반복되자 한국은행은 2006년 10월에 10원 주화 제조 방식을 바꿨고, 2006년 12월 18일부터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10원 무게는 4.06g이었지만 이때 무게를 1.12g으로 줄였고, 아연 대신 저렴한 알루미늄에 구리를 도금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이게 바로 현재 사용하는 매우 작은 10원 동전이에요. 이 10원 동전의 구리 비율은 48%에요.

 

이왕 기사 본 김에 희귀 10원 동전 발행년도를 검색해봤어요. 10원 동전의 발행 희귀년도는 1966년과 1970년이라고 해요. 특히 1970년 10원은 붉은빛을 띄는 주화와 노란 빛을 띄는 주화로 나뉘어 발행되었어요. 이 중 붉은 10원 동전은 1970년 초에만 발행되었다고 해요.

 

"예전 어머니 말씀 진짜였네?"

 

아주 예전에 어머니와 뉴스를 보던 중이었어요. 10원 모아서 황동괴 만들어서 판매한 차익을 노리는 범죄 관련 뉴스가 보도중이었어요. 그때 어머니께 발행년도에 따라 희귀한 동전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어머니께서 오래 전에 구리 뽑아낸다고 1960년대 10원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1970년 10원 동전은 주조 과정에서 실수로 구리가 더 많이 들어갔다면서 1970년 10원을 회수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 말씀이 진짜였어요. 실제로 1960년대에 발행된 10원은 구리 함량이 1970년대에 발행된 10원에 비해 구리 함량이 상당히 높았어요. 여기에 1970년 10원 동전은 붉은빛 띄는 10원과 노란빛 띄는 10원이 있었어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1970년 10원이 정말로 유독 붉었대요.

 

아주 오래 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희소성 높은 붉은 1970년 10원 동전 같은 건 적당히 둘러대면서 미리 모아놓은 사람들이 있었을 거에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어요. 예를 들면 공중전화카드 중 제주도 지역카드로 발행된 성산일출봉, 외돌개 전화카드는 우표상에서 아이들한테 3천원~5천원 준다고 하며 많이 사갔어요. 이 중 외돌개 공중전화카드는 나중에 사용제가 한 장에 10만원까지 치솟았어요. 그런 식으로 희귀한 동전, 우표 등을 모으는 장삿꾼이 꽤 있었어요. 만약 1970년 붉은 10원 동전을 그 당시에 11원 줄 테니 팔라고 하면 누가 안 팔았겠어요. 가만히 갖고 있어봐야 그저 10원에 불과한데요. 특히 일상에서 그냥 사용하는 10원이니 더욱 그랬을 거에요.

 

주화 훼손 범죄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유구한 전통을 가진 범죄에요. 인류가 금화와 은화를 사용하던 시절에 가장 큰 범죄 중 하나가 바로 동전 깎기 범죄였어요. 주조 기술이 좋지 않아서 동전 모양이 삐뚤빼뚤하니까 모서리를 살살 잘라서 금과 은을 추가로 획득하는 범죄가 극성이었어요. 이와 더불어 동전을 녹여서 금속으로 만들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구요.

 

어떻게 보면 10원 동전을 녹여서 황동괴로 만들어 차익을 남기는 범죄는 전세계 인류의 유구한 전통 범죄를 계승하고 있는 범죄라 할 수 있어요. 매우 뼈대 있고 족보 있는 범죄에요.

 

우리나라 동전을 보면 주화훼손 범죄에서 그나마 자유로웠던 동전은 50원 정도일 거에요.

 

10원 동전에 가해진 주화 훼손 범죄는 일일이 다 나열하기도 어려워요. 이건 아래에서 따로 다루도록 할께요.

 

100원 동전은 주로 촉법소년들의 경제사범 사례가 많아요. 동전에 구멍 뚫어서 실로 묶은 후 뽑기 기계 같은 곳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돈 넣은 것처럼 기계를 속인 경우요.

 

500원 동전은 가장 비싼 동전이다보니 해외진출했어요. 과거 일본 500엔과 한국 500원이 크기와 무게가 거의 비슷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때는 일본 자판기에 500원을 집어넣으면 500엔으로 인식했어요. 500원과 500엔은 가치 비율이 무려 1:7~1:8에 달했어요. 그래서 일본 여행 어둠의 꿀팁으로 500원을 들고 가서 자판기에서 500엔으로 바꾸라는 말도 있었고, 아주 조직적으로 한국에서 500원을 쓸어와서 일본에서 자판기 등에서 500엔으로 바꾸는 일도 있었어요. 이후 일본에서 500엔 중량을 조금 손대자 이번에는 정말 어둠의 조직들이 한국 500원을 살짝 갈아서 자판기 등에서 500엔으로 바꿔버리는 범죄를 계속 저질렀어요. 그 결과 일본은 500엔 동전을 아예 바꿔버렸어요.

 

 

한국 10원 동전 주화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범죄에서부터 일반인들의 화풀이, 심심풀이 대상 주화 훼손까지 엄청나게 많은 수난을 겪은 동전이에요.

 

왜 유독 10원만 그렇게 독보적으로 많이 시달렸을까?

 

보통 10원이 가장 가치가 낮다고 간단히 생각할 거에요.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요. 10원 동전은 다른 동전들 - 50원, 100원, 500원과 달리 누런 빛 도는 황동 재질의 동전이에요. 그래서 혼자 유독 튀어요. 이는 어린이들이 10원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해요.

 

과거에는 교통카드가 아니라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탔어요. 이 당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장 많이 하는 기초 생활 사기 범죄는 여럿이 버스비를 모아서 한 번에 내는 거였어요. 이때 동전 몇 개 빼고 100원 대신 50원 섞는 식으로 기사의 눈을 속이곤 했어요. 그런데 이때 10원은 영 쓸 일이 없었어요. 10원은 바로 눈에 딱 들어오니까요. 10원은 이래서 돈이 별로 없는 청소년들에게도 가치가 유독 떨어졌어요.

 

1990년대 중반 들어가면 청소년들이 1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었어요. 오락실도 한 판에 100원이었으니까요. 그나마 버스비로 사용하거나 10원 몇 개 모아서 문방구 불량식품 하나 사먹는 수준이었어요. 그 불량식품도 쫀드기, 발두렁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제일 저렴한 사탕 포장된 젤리 1개 사먹는 수준이었어요. 그거 아니면 공중전화 걸 때나 사용하구요. 그나마도 공중전화카드가 널리 보급되면서 10원의 쓸모는 더욱 없어졌어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학교에서 할 것 없어서 온갖 잡다한 것이 놀이였어요. 때 되면 등장하는 놀이가 있었어요. 바로 10원을 갈아서 밋밋하게 만드는 거였어요. 한 명이 쓸 데 없이 10원을 갈기 시작하면 다른 학생들도 따라서 10원을 갈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자습 시간에 할 건 없고 심심하니까 괜히 책에 10원 동전을 끼우고 칼로 동전을 밀며 구멍 뚫구요.

 

간혹 진짜 10원을 갈고 갈아서 하트 모양 만드는 학생이 있었어요. 이런 경우는 전교적으로 찾아봐도 몇 없었어요. 이건 손재주 뿐만 아니라 엄청난 근성도 필요했어요. 10원을 밋밋하게 갈고 테두리를 또 갈고 칼로 긁고 해서 만드는 거라 보통 근성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어요. 대부분은 조금 갈아보다가 공중전화 쓸 일 있을 때 사용해서 버려버렸어요. 아니면 10원에 동전 두 개 뚫고 실에 꿰어서 실을 감았다 펼쳤다 하며 노는 윙윙이로 만들어 몇 번 갖고 놀다가 버리든가요.

 

10원은 학생들의 유희거리로만 학대당하지 않았어요. 과학시간에 화학 실험 중 도금을 해보는 실험을 하게 되면 그 대상은 반드시 10원이었어요. 10원에 은색 도금을 하고 이걸 다시 환원시키는 화학실험의 실험도구로도 쓰였어요.

 

그나마 10원을 써먹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가끔 돈이 애매하게 남아 있는 공중전화기가 보일 때였어요. 공중전화기에 돈이 애매하게 남아 있으면 10원을 몇 개 넣어서 100원으로 만들어서 끊으면 100원 동전이 나왔어요. 그러나 그런 건 정말 어쩌다 한 번 할까 말까 한 짓이었어요.

 

군대에서는 10원으로 동전 반지를 만드는 놀이가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해보거나 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군대 있을 때는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시절이 아니었어요. PX 물가가 폭등했고, 보급품이라고는 선인장 비누, 도루코 1회용 면도기, 페리오 치약 줄 때였어요. 샴푸, 바디워시를 사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였어요. 규정대로라면 정말로 선인장 비누로 머리 감고 샤워하고 면도해야 했어요. 샴푸가 언제 대중화되었는데 비누로 머리 감아요. 여기에 PX 물가가 폭등해서 도저히 병사 월급으로는 군 생활 할 수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거의 모두가 집에서 용돈 타서 군 생활하던 시절이었고, 실제로 이게 워낙 사회 문제 되어서 뉴스 같은 데에도 종종 보도되곤 했었어요. 오죽하면 군인들이 구리 선, 고철 모아서 몰래 고철장수한테 팔아서 내무비로 사용할 지경이었어요. 그러니 모두가 경제난에 허덕여 10원 훼손할 여유가 없었어요.

 

여기에 이런 동전으로 뭔가 만드는 짓은 누군가 하고 방법을 알려줘야 붐이 일어요. 그런데 제가 있던 부대에는 그런 거 하는 고참들이 없었어요. 사실 그런 거 할 줄 아는 고참이 있다 하더라도 아마 자판기 커피 뽑아먹는 데에 10원 다 써서 10원 없었겠지만요.

 

물가가 상승하면서 10원의 가치는 더 나빠졌어요. 나중에는 노숙자조차 10원 받으면 화내는 시대가 되어버렸어요. 10원 주화의 훼손은 대놓고 녹여서 황동괴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이걸 어떻게 갈고 밀고 세공해서 장식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후 현재도 발행중인 신형 10원 동전이 등장하자 10원 동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더 나빠졌어요. 과거 10원 동전은 자판기를 이용해서라도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신형 10원 동전은 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하기는 하는데 자판기, 공중전화에서조차 사용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내구성도 약해서 구리 코팅이 벗겨지는 일도 발생했어요. 똑같은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이라 해도 구형 10원은 그래도 형태가 온전한 편인데 신형 10원은 사람들 발에 몇 번 밟히면 몰골이 걸레짝이 되었어요.

 

구형 10원 동전은 자판기에서라도 써먹는데 신형 10원 동전은 말 그대로 쓸 일 하나도 없는 사람 귀찮게만 만드는 신세가 되었어요. 내구성도 구형 10원보다 훨씬 약하구요. 여기에 갈 수록 사람들이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신형 10원 동전은 미움의 대상에서 아예 무관심의 영역으로 사라져가고 있어요.

 

 

대한민국 10원 동전의 수난사를 보면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경제사범들부터 단순히 화풀이, 유희용으로 훼손하는 사회풍기문란죄까지 아주 다양해요. 10원 동전만큼 다양한 이유로 여러 방법으로 수난당하고 시달리고 훼손된 동전도 없을 거에요. 10원 동전의 수난사만 잘 정리해도 아마 대한민국 서민들의 삶을 다룬 상당히 재미있는 역사책 한 권 나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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