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34 아제르바이잔 셰키 시내

좀좀이 2012. 9. 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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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 보아서 이 모스크는 셰키에서 가장 큰 중요한 모스크 아닐까 생각했어요. 항상 이런 생각이 딱 맞아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주메'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은 있는 모스크이거든요. 대박은 보장 못하지만 중박은 보장해주는 이름.




아잔이 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친구는 안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혼자서 들어갔다 올까?


예배가 잠깐 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망설여졌어요. 제대로 구경하려면 예배가 끝나야 하는데, 예배가 짧지는 않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렇다고 무슬림들 예배드리고 있는데 들어가서 사진 찍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구요.



정문 옆에는 이렇게 수돗가가 있었어요. 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모스크 건물 안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어요.




이것이 모스크 건물. 안으로 많은 무슬림들이 들어갔어요. 사람들이 안으로 다 들어가고, 아잔도 끝나자 조용히 돌아다니고 사진찍을 수 있었어요.


이 건물도 눈길을 끄는 것은 미나렛. 참 특이할 거 없는 미나렛인데 그냥 좋았어요. 이건 마치 굳이 없다고 맛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정말 아쉬운 라면 건더기 스프 같은 존재.




미나렛보다 인상적인 부분을 찾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한쪽은 공사중. 굳이 이곳까지 오지 않고 멀리서 보아도 충분한 모스크였어요.


"이러다 식당 문 닫는 거 아니야?"

"그래도 왔는데 다 보고 가자. 대충 둘러보고 가면 되잖아."


친구가 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니다 식당 문 닫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어요. 그래서 후딱 셰키 시내를 둘러보고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조금 쉬며 할와를 먹고, 밤 늦게 해가 떨어지면 그때 다시 나와서 어두워진 셰키 구시가지를 걸을 생각이었어요.



길을 건너 가던 방향으로 계속 내려갔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미나렛이 바로 방금 들어갔다 나온 모스크의 미나렛. 그 옆길이 구시가지까지 이어지는 길이에요.



바쿠의 모습과는 정말 다른 구시가지쪽 풍경. 아무리 생각해도 이 풍경은 발칸 유럽의 어느 한적하고 예쁜 마을 같았어요. 그런데 겨울에 왔다면? 겨울에도 아름다울지는 장담을 못 하겠어요. 일단 산악 지역이라 추워서 정신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시가지쪽은 소련의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눈이라도 적당히 잘 쌓여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가게가 보여서 1회용 포크를 사러 들어갔어요.


"없어."


1회용 포크는 없었어요. 진짜로 할와는 숙소 가서 먹어야겠구나...정말 지금 먹어보고 싶은데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어요.





이 공원에 앉아서 할와를 맛보면 딱인데!


하지만 포크가 없다는 것. 친구와 물을 마시며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공원은 그렇게 인상적일 것이 없었어요. 그냥 정말로 공원처럼 생긴 공원. 규모가 크지도 않고 시야를 가리는 것도 별로 없어서 앉아서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원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공원 너머에 있는 전통 가옥들. 구시가지에서 보았을 때에는 이 전통 가옥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어요. 공원 근처의 전통 가옥들은 확실히 아까 보았던 전통 가옥들보다는 덜 아름다워 보였어요. 역시 배경이 중요해. 배경이 아까는 초록빛이었기 때문에 집도 매우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고, 지금은 배경이 그냥 평범한 읍내.




정말 '읍내'라는 표현이 딱 잘 맞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확실히 바쿠의 현대적인 모습도, 바쿠의 세련된 모습도 없었어요. 만약 그 옛날, 여기에서 석유가 생산되었다면 여기의 풍경이 지금의 바쿠처럼 되었겠죠. 최소한 바쿠의 골목 정도는 되었을 거에요. 그러나 석유가 나온 곳은 바쿠. 하지만 여기에서 석유가 나왔다면 숨가이트처럼 그냥 공업 도시 정도에 불과했을 수도 있어요. 비록 여기에서는 석유가 나오지 않아서 바쿠와 같은 세련된 모습은 없지만, 여기는 그 대신 자연과 건물이 녹아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단, 이 도심 지역 말고 구시가지에요.



이 길을 쭉 걸어가면 셰키 버스 터미널이 나와요. 이 길은 바로 아까 택시로 지나갔던 길.


시내를 대충 둘러보고 다시 숙소가 있는 구시가지로 향했어요.



하천은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이거 물 불어난 거 아니야?'


'원래부터 이렇게 많은 흙탕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나?' - 이렇게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어요. 이것은 딱 보아도 상류에서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것.



설마 저 구름이 우리한테 퍼붓지는 않겠지?


진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여기는 산지. 비가 갑자기 퍼부어도 크게 이상할 것까지는 없는 곳. 하늘에 매달린 시커먼 구름 떼거지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설마 비가 올까 했어요. 그냥 지나가는 구름들이라고 생각하고 왔던 길을 다시 감상하며 걸었어요.



다시 한 번 가서 걷고 싶었지만 슬슬 밥 먹을 때가 되었어요. 이 사진 찍은 시각은 오후 7시 25분. 정말 이 나라는 해가 길어서 돌아다니다 보면 많이 걸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요. 우리나라라면 조금 많이 걷는다 싶으면 해가 지기 때문에 아주 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을 일은 없어요. 아무리 여름이라도 8시면 해가 지니까요. 그에 비해 아제르바이잔은 9시는 되어야 해가 지기 때문에 햇볕만 보며 시간을 가늠하며 걷다가는 늦게까지 걷게 되요.



정말 시골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풍경.


제가 가장 좋아하던 다리가 다시 나타났어요. 소박한 풍경과 정말 잘 어울리는 다리.



여기에서 왜 하루만 머물고 돌아가기로 했을까? 숙소비는 오히려 여기가 바쿠보다 훨씬 싼데. 뒤늦은 후회. 그렇다고 이미 돈까지 다 내었는데 하루치 숙박비 날리며 여기에서 하루 더 머물 생각은 없었어요. 이동 비용과 숙소 비용 때문에 처음에 여기에서 하루만 머물고 다시 바쿠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숙소 문제가 잘 풀리자 뒤늦게 드는 후회.




"저거 저래도 괜찮아?"



사진을 찍으며 가는데 아까 얼핏 보았던 집이 나타났어요. 건물의 절반은 다리 안쪽으로 삐져나와 있었어요. 건물 안쪽에 무거운 것을 잔뜩 쌓아놓으면 바로 무너지게 생긴 집.


"저 집 주인은 불안해서 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렇게 지어놓았는데 건물 안쪽에 들어가고 싶을까요? 저라면 저 안쪽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듯. 그냥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에 만족만 하고, 안쪽으로는 절대 안 들어갈 거에요.


아까 할와를 산 가게가 아직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어요.


"우리 저기 가서 주인 누나한테 선물로 드릴 할와 하나 사갈까?"


비록 며칠 지내지 않았지만 호스텔 누나와 할머니, 아저씨와 친하게 지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우리가 머무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우리 편의를 많이 봐 주셨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원래 절대 안 맡아주는 짐까지 맡아 주셨고, 세탁기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빨래를 직접 해주셨어요. 호의를 받았는데 빈 손으로 덜렁덜렁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던 차에 셰키 할와 하나 사가면 딱 좋을 것 같았어요. 가격도 전혀 부담 없고, 500그람 정도 사서 드리면 잘 드실 테니까요. 셰키 할와가 그분들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제르바이잔인에게 아제르바이잔 간식 선물하는 것이니 별 문제는 없을 듯 했어요. 게다가 이체리 셰헤르에서도 흔히 파는 물건들을 사서 선물로 드리기보다는 셰키에서 파는 셰키 할와를 선물로 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했구요.


할와 가게에 들어갔어요. 역시나 무뚝뚝하게 맞이하는 주인 아저씨. 아까와 똑같이 500그람을 샀어요. 그리고 주인 아저씨는 아까와 똑같이 할와를 칼로 썰어서 상자에 넣고, 종이로 포장한 후 위에 도장을 찍어서 주었어요.


선물로 드릴 할와를 하나 구입한 후 다시 숙소를 향해 걸었어요.



정말로 좋구나.


풀 뜯어먹는 소. 정말 내가 여기 쉬러 왔나 보구나. 바쿠에서 적당히 느적거리다 모처럼 아침부터 돌아다니고 다른 도시로 넘어와 쉴 새 없이 바로 돌아다녔어요. 그런데도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여기가 정말로 평화롭고 한적하다는 것일까요.


돌아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라 지루하고 피곤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카라반사라이가 너무 빨리 나타났다는 생각에 이런 풍경이 벌써 끝나버렸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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