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에필로그

좀좀이 2020. 6. 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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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 있었어요. 바로 디지털 카메라 문제였어요. 그동안 사용해왔던 후지필름 HS10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가운데가 뿌옇게 나왔어요. 렌즈 안에 곰팡이가 피어서 발생한 문제였어요. 그렇지만 다른 고장도 있었어요. 전원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때까지는 큰 문제 없었어요. 가끔 두세 번 전원 스위치를 돌려야하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다음 여행에 또 들고 가기에는 엄청나게 신경쓰였어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전원 스위치가 고장나면 카메라로 사진을 아예 못 찍으니까요.


'카메라 하나 새로 살까?'


제주도 여행 다니는 중에 깨달았어요. 이것은 제 HS10 디지털 카메라와의 작별 여행이었어요. 사진도 제대로 안 찍히고 전원 스위치도 고장이니 더 이상 쓸 수 없었어요. HS10 카메라를 들고 첫 외국 여행을 갔던 것은 2011년이었어요.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터키 동부 여행을 갈 때 HS10 카메라를 들고 갔어요. 그때부터 2019년 3월 제주도 여행까지 계속 함께 했어요. 이 정도면 상당히 오래 사용했어요. 사용하면서 HS10 카메라의 사진 색감에 대해 끝까지 감을 못 잡았지만요. 붉은색과 초록색이 매우 진하게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화사하고 따스하기 보다는 좀 밍밍하고 차갑게 나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정은 많이 안 줬는데 쓰기는 제일 오래 썼네.'


HS10 카메라의 색감은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 아니었어요. 제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색감의 사진을 뽑아주었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 P880 카메라였어요. 코닥 P880 의 색감은 노란빛이 살짝 끼어있고 채도가 높았어요. 그래서 사진 결과물을 보면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사진이었어요. 이 색감을 매우 좋아했어요. 반면 HS10은 그것과는 거리가 꽤 있는 색감이라 몇 년을 써도 적응도 안 되고 정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작 가장 오랜 시간 저와 함께한 디지털 카메라가 되었어요.


'디지털 카메라 하나 사야겠다.'


어떤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할지 찾아봤어요. 저는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요. 렌즈 교환식은 싫어해요. 불편하고 손 많이 가고 짐 많아지거든요. 일단 무조건 기동성에 최고로 중점을 두고 골라요. 그러다보니 화각을 엄청나게 중요하게 봐요. 망원렌즈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광각렌즈는 잘 사용하거든요. 인물 사진에는 관심없고 풍경 사진을 많이 촬영해서요.


"어? 이거다!"


캐논 파워샷 SX70 HS 가 있었어요. 광각줌이 35mm 환산 21mm 부터 65배줌이었어요.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화각을 전부 커버하고도 남았어요. 24mm 이하 화각은 있으면 좋지만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 화각이 아니에요. 광각 렌즈로 갈 수록 사진이 심심해지고 왜곡은 심해지고 사진에 쓸 데 없이 많은 것이 들어가거든요.


광각렌즈는 가까운 것은 더 크게, 먼 것은 더 작게 찍혀요. 그래서 왜곡이 상당히 크게 발생해요. 광각렌즈를 사용할 때는 왜곡을 제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다리를 숙이고 수평을 맞춰서 찍는 것과 고개를 조금 숙여서 찍는 것 차이가 광각으로 갈 수록 극단적으로 크게 차이나요. 왜곡을 아예 티나지 않게 해야할 때도 있고 왜곡을 일부러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 과도한 원근감도 고려해야 하구요.


그리고 '풍경은 광각'이라고 하지만 정작 풍경을 광각렌즈로 찍으면 사진이 엄청 심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차라리 표준렌즈나 망원렌즈 달고 찍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도 매우 많아요. 왜냐하면 광각렌즈는 화각이 넓어서 사진 한 장에 매우 넓은 풍경이 들어가거든요. 이러면 상대적으로 사물 하나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져요. 그래서 광각렌즈로 풍경을 찍으면 기본 구도 예시 같은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요. 이런 사진은 하나도 안 예뻐요. 대충 그림판에 직선 몇 개 그어놓고 면에 색 채워놓은 것과 별다를 거 없는 사진이거든요.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선 몇 개 그어놓은 기본 구도 예시 같은 사진은 심심하기 그지없어요. 찍어놓고도 이걸 대체 어디에 써먹어야하나 엄청 고민되요. 어지간히 망한 사진도 여행기 쓸 때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살릴 수 있지만 이런 기본 구도 그 자체인 사진은 솔직히 답 없어요.


여기에 광각 렌즈로 갈 수록 사진에 쓸 데 없는 것이 같이 찍히는 경우가 많아요. 사진 주변부에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이 들어가는 일이 상당히 많아요. 문제는 이런 건 사진 찍을 때 발견하기 상당히 힘들다는 거에요. 사진 찍고 집에 와서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때에서야 사진 제일 가장자리에 반쯤 잘린 사람, 이상하게 잘린 벽 같은 게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요. 그렇다고 사진 찍으니까 비키라고 할 수도 없죠. 그나마 표준렌즈 정도 되면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 보고 피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광각은 카메라를 보고도 자기가 찍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그냥 가다가 찍혀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21mm 면 아주 충분했어요. 여기에 65배 줌이니 삼각대 없이 쓸 수 있는 망원렌즈의 최대치였어요. 1200mm쯤 되면 삼각대 없이 그냥 사용하기 거의 불가능해요. 백주대낮 매우 밝은 장소에서 찍어도 당장 손떨림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건물도 벌벌 흔들리거든요. 사진에야 흔들린 사진으로 안 찍히고 선명한 사진으로 찍힐 수 있겠지만 조금만 구도가 틀어져도 영 아닌 사진이 되죠.


그래서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를 구입했어요.


캐논 파워샷 SX70 HS


"HS10 카메라 수리할까?"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 결제를 하면서 고민했어요. 몇 년을 함께 한 후지필름 HS10 카메라를 이대로 처박아놓을 것인지, 그래도 그간 고생한 점을 고려해서 기본적인 수리는 하고 보관할지요. 수리한다고 해서 또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거였어요.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를 사용할 거였으니까요. 대신 완전 폐급이 아니라 최소한 비상용 카메라로 '보관'하는 거였어요.


'그래, 수리하자.'


그래서 수리를 맡겼어요. 전원 스위치와 렌즈 곰팡이 모두 잘 해결되었어요.


디지털 카메라


위가 새로 구입한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 아래가 후지필름 HS10 카메라에요.


제주도에서 제가 제게 보낸 엽서도 잘 도착했어요.


제주도 엽서


이렇게 모든 일이 다 끝났어요.


에필로그


제주도 여행기인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은 2019년 3월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여행기에요. 원래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쓰기 시작해서 최대한 빨리 완결지을 계획이었어요. 아예 제주도 가기 전에 프롤로그와 여행 준비까지 블로그에 올려놨어요.


처음에는 순조롭게 여행기를 작성해나갔어요. 그러나 변수가 생겼어요.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를 구입하자 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싶어졌어요. 어디로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녀볼까 고민하던 중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바로 서울에 있는 달동네였어요. 이제는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서울에는 여전히 달동네가 여기저기 있어요. 사람들에게 잊혀진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런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괜찮았어요.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어요.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용량이 너무 커!


가뜩이나 제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용량이 별로 없는데 캐논 파워샷 SX70 HS 카메라로 아무리 사진 크기를 작게 설정하고 찍어도 용량이 상당히 컸어요. 한 번 나가서 달동네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하고 돌아오면 하드디스크 용량 때문에 달동네 다녀온 글부터 작성해야 했어요. 나중에는 나가서 사진 찍고 싶은 마음만 크고 글 쓰는 것은 늦어져서 디카 메모리 카드에 있는 사진을 확인도 제대로 못하게 되었어요.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이 부족해서 디카 메모리 카드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로 옮길 수 없었거든요.


이때 달동네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쓴 글이 바로 '사람이 있다' 시리즈에요. 카테고리 보면 '사람이 있다'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이것이 바로 달동네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쓴 글이에요.


간신히 '사람이 있다'를 마무리하고 또 제주도 여행기를 나름대로 부지런히 썼어요. 이번에는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일본 여행 여행기는 무조건 빨리 써야 했어요. 이것까지 밀리면 대참사였거든요. 여행 기록은 제대로 남겨놓지 않았고, 사진은 엄청 많았어요. 사진 용량 때문에 빨리 써야 했고, 여행 기억을 잊기 전에 빨리 써야 했기 때문에 이건 정말 급했어요. 그래서 이 여행기는 또 뒤로 밀렸어요.


2019년이 끝나기 전에 간신히 일본 여행기인 '예습의 시간'을 완결냈어요. 다시 이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또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제주도 비행기표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나왔거든요. 그래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 제주도 여행 다녀와서 쓴 여행기가 바로 '어둠의 소리'에요.


'어둠의 소리' 여행기를 완결낸 후에 다시 이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완결지었어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과 '어둠의 소리' 둘 다 제주도 여행기에요. 완결은 올해 다녀온 어둠의 소리부터 했어요. 그렇지만 큰 흐름을 보면 어둠의 소리가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보다 뒷이야기에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여행기를 보면 초반에 제가 갖고 있었던 한 가지 질문이 있어요. 바로 동영상에도 이제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에요. 동영상 촬영은 어떻게 할 것이고, 동영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고, 여행기에 동영상을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하지만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끝까지 그 고민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아요. 이 고민에 대해 제 나름대로 답을 낸 것이 바로 '어둠의 소리'에요. '어둠의 소리'는 그 전까지 제가 써온 여행기와 매우 달라요. 이건 처음부터 작정하고 실험해보려고 다녀온 여행, 그리고 그걸 실험적으로 써본 여행기거든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여행기를 완결내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밀린 숙제 하나는 해치웠으니까요. 아직도 밀린 여행기가 여러 개 있어요. 이것도 또 해치워가야 해요. 올해는 전염병 때문에 여기저기 마음껏 돌아다닐 상황이 아니니 밀린 여행기를 차근차근 해치워가려고 하고 있어요. 얼마나 많이 해치워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밀린 숙제도 끝내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누가 봐도 올해는 매우 답답한 한 해가 될 거에요. 마음놓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나갈 때마다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긍정적이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이 여행기를 완결낸 것처럼 그간 방치해놨던 것, 밀렸던 것들을 하나씩 해치워가는 시간으로 활용하려구요.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 위해 과거에 쌓인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으니까요.


지금까지 저의 2019년 제주도 여행기인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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