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32 제주도 제주시 오일장 미신의 진실

좀좀이 2020. 6. 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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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박스다."


공중전화박스


공중전화박스가 있었어요. 오른쪽에 있는 공중전화기는 왼쪽에 있는 공중전화기보다 오래된 형태의 공중전화기였어요. 오른쪽에 있는 공중전화는 마그네틱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공중전화였고, 왼쪽에 있는 공중전화는 IC카드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공중전화였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마그네틱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공중전화를 잘 사용했어요.


'옛날 생각 나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다 쓴 공중전화카드를 수집했어요. 아침에 등교하면서 공중전화를 쭉 돌면서 다 쓴 공중전화카드를 주워서 모았어요. 공중전화카드에는 '지역카드'라는 것이 존재했어요. 지역카드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행된 전화카드였어요. 지역카드 중에서 제주도 지역카드는 수량이 적게 발행되어서 다른 지역 지역카드보다 가격이 높았어요. 그러나 제주도는 지역이 좁다 보니 제주도 지역 카드 줍는 것이 매우 쉬웠어요. 제주도 지역 카드 중 같은 것은 모아서 우표상에 가서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지역 지역카드를 사서 모으곤 했어요.


사람들이 다 쓴 전화카드만 공중전화 위에 올려놓고 가는 게 아니었어요. 가끔은 잔액이 엄청나게 많이 남은 공중전화카드를 놓고 가기도 했어요. 이러면 가족들에게 사용하라고 주고 다 사용한 후에 공중전화카드를 돌려받았어요.


그리고 마그네틱 전화카드는 돈을 다 써도 위에 펀치 자국이 없으면 간혹 마그네틱 부분을 컴퓨터 싸인펜으로 칠하면 잔액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어요. 가끔 친구들과 다 쓴 공중전화카드 마그네틱 부분에 컴퓨터 싸인펜으로 빽빽하게 칠해서 실험해보기도 했어요. 진짜 되는 것이 있었어요. 이런 일이 왜 발생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는지 신기해요.


삼무공원이 나왔어요.


삼무공원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어요.


제주도 아침 풍경


신제주 아침 풍경 사진


jejudo


2019년 3월 7일 아침 7시 반. 이미 길거리에는 차가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제주도 봄철 풍경


'나도 어쩔 수 없는 제주도 사람이야.'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오일장이었어요. 제주시 동지역 민속오일시장은 2와 7로 끝나는 날 열려요. 오일장을 가기 위해 여행 일정을 이렇게 짰어요. 왜냐하면 오일장은 꼭 가야하는 곳이니까요.


대체 오일장을 왜 꼭 가야 하지?


나도 몰라요. 거기는 달라질 게 없는 곳이에요. 항상 같아요.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저처럼 제주도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에게는 그 변화도 매해 반복되는 변화였어요. 오일장에 가서 특별하게 봐야 할 것은 없었어요. 오일장에 가야만 하는 이유도 없었어요. 정말 가야할 이유가 솔직히 딱히 없었어요. 안 가도 되었어요. 그러나 오일장에 가야 했어요. 이유는 몰라요. 그냥 가야했어요. 제주도 왔으니까요.


제주시 풍경 사진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많은 제주시민들이 이렇게 생각해요. 오일장이 열리면 오일장에 가요. 오일장에서 판매하는 야채, 생선 같은 것은 가격이 저렴해요. 그렇지만 꼭 야채와 생선을 사러 가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가요. 왜 가는지 모르고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타지역 사람들 중 이런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일장이 관광시장 되었다는 헛소리를 지껄이기도 해요. 그러나 제주시 동지역 민속오일시장은 관광시장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요. 진짜로 제주시민들이 가는 시장이거든요. 동문시장은 관광시장이 되었지만 오일장은 그렇지 않아요.


어쩌면 제주시 동지역 오일장은 제주도에서 5일마다 열리는 초대형 파티, 지역 행사 같은 존재일 수도 있어요. 그냥 장날 되면 가보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사람들은 이게 잘 이해 안 될 거에요. 그러나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모여서 북적이는 장면을 보기 어려워요. 제주도가 아무리 인구가 50만이 넘었다고 해도 제주도 어디를 가든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장면은 보기 진짜 힘들어요. 냉정히 말해서 아예 없다고 해도 되요. 밤에 제주시청, 제원사거리 쪽이 노는 곳이라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주도에서 많은 거에요. 서울 홍대, 강남 같은 번화가의 밤풍경 상상하면 큰 코 다쳐요.


그래서 그냥 가는 것일 거에요. 오일장만큼은 사람들이 확실히 많이 모이거든요. 간 김에 장도 볼 거 있으면 보고, 사람 구경도 하구요. 시골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날이라기 보다는 거기에 일종의 지역 행사, 초대형 파티 같은 기능이 덧붙여져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나름 행정구역 중 시 단위로 이게 이뤄지니 더 흥행하는 거구요.


이걸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면 제주도 문화에 많이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오일장날이 되면 왠지 거기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야 제주도 생활에 적응한 거에요. 열심히 사투리 배워서 구사한들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오일장날이 되면 왠지 그냥 거기 가볼까 생각이 들어야 해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가는 거에요. 그게 되면 제주도 문화에 꽤 적응한 거에요.


제주도 수석


제주도 돌


오일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돌을 파는 집이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살 때는 저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육지에서 오래 살아보니 저게 육지 사람들에게는 매우 가치있고 멋져보인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주도 건천


제주시 건천 중 하나인 흘천을 지나갔어요. 흘천은 유나이티드 아파트 너머까지 계속 이어지는 건천이에요.


제주서중학교


제주서중학교가 나왔어요. 여기는 보통 '서중'이라고 불러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제주 서중은 단순히 남녀공학이 아니라 무려 남녀합반을 하는 학교였어요. 그래서 서중 출신 애들에게는 다른 중학교 출신들과 다른 묘한 무언가가 있었어요. 서중 출신 학생들은 여학생들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더 자연스럽게 대하는 게 있었어요. 이 당시에는 남녀공학이라 해도 남녀분반이 일반적이었거든요. 남녀합반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어요. 인간이 급변하는 사춘기가 있는 중학교 3년을 남녀합반으로 보냈는지, 남녀분반, 더 나아가 남중, 여중 다녔는지에 따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해요. 이 차이가 없어지는 건 이후 상대 이성이 많은 곳에서 오래 머무를 때구요.


제주도


제주시


아침 7시 43분. 오일장에 도착했어요.


제주시 오일장


어머니께서는 오일장 가려면 아침 일찍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장날 즈음, 늦잠 자면 어머니께 꼭 듣는 소리가 있었어요. 오일장날에는 시골 할머니들이 아침 일찍 나와서 팔 거 팔고 밭으로 가기 때문에 점심때 가면 별 거 없다고 하셨어요. 수십 수백번 들었을 거에요.


이건 오직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뭔가 믿음이 있어요. 제주도에는 오일장날, 이른 새벽부터 할머니들은 장에 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내가 직접 이걸 확인하러 왔다.


절대 장이 열릴 시간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정말 궁금했어요. 제주도라면 어디서든, 누구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그 말 - 오일장은 이른 아침에 가야 한다. 이게 미신인지 뭔지 진짜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적 어머니께 하도 많이 들은 소리라서요. 그리고 이런 경험은 오직 저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이 소리를 들었고, 진짜로 할머니들은 이른 아침부터 오일장으로 달려간다고 믿고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팩트 체크다!


이것만큼은 분명히 진실을 밝혀야 했어요. 아주 심각한 문제였어요. 수많은 제주도 어린이들이 지금도 아마 이 말을 들으며 자라고 있을 거였어요. 왜 일찍 일어나야 하는가? 할머니들은 장날이 되면 새벽부터 오일장 가신다. 이 믿음이 진짜인지 단단히 밝혀서 진실을 폭로해야 했어요.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이른 아침에 장이 엄청 크게 열릴 거 같지는 않았거든요. 이른 아침에 누가 시장에 가요. 제주도 교통 사정 뻔히 아는데요. 뭐 버스라도 돌아다녀야 장에 갈 거 아니에요. 농사짓는 할머니들이 상인들에게 물건 넘기고 돌아간다고 쳐요. 버스도 제대로 안 다니는 시간에 무슨 수로 무거운 짐 들고 오일장에 오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거짓 같았어요.


오일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오일장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제주도 재래시장


제주도 잡곡


제주도 과일


제주도 상권


오일장은 이제 개장 준비중이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제주도에서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는 곰삭은 젓갈 냄새가 났어요.


south korea


시장을 쭉 둘러봤어요.


제주도 오일장


제주시 오일시장


제주도 견과류


제주도 재래시장


제주도 제주시 시장


"굼벵이다!"


제주도 굼벵이


굼벵이가 담긴 빨간 대야가 보였어요. 이건 '대야'보다는 '다라이'라고 해야 보다 와닿아요. 곤충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굼벵이 판매하는 곳에서 장수풍뎅이 유충을 찾아서 사와서 키우기도 한대요. 원래는 굼벵이 잡아서 파는 것이지만 재수없게 같이 잡혀온 장수풍뎅이 유충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장수풍뎅이 유충을 잘 키워서 팔면 이게 돈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


제주시 재래시장 상권


제주도 야채 시장


"뭘 제대로 열어!"


제주도 오일장 식당


제주도 시장


제주도 수산 시장


제주도 해산물 시장


당연히 이 시각에 장이 제대로 열려 있을 리 없었어요. 할머니들이 새벽부터 오일장 간다?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었어요. 미신이에요. 오늘도 수많은 제주도 어린이들은 장날이 되면 어머니가 할머니들은 벌써 장에 갔다는 말을 듣고 있을 거에요. 이제 이 거짓에서 제주도 아이들이 해방될 때가 되었어요. 아침 8시가 되었는데도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어요. 여전히 개장 준비중이었어요.


아침 8시면 제주도에서 학생들이 등교할 시각일 거에요. 아침 8시에 장에 제대로 설 리가 없죠. 아무리 제주도에서 가장 큰 축제 같은 오일장이라 해도요. 모든 제주도민의 미신, 잘못된 믿음, 잘못된 신념 같은 말이었어요. 아침 일찍 오일장 가면 뭐 없어요. 장이 제대로 서 있지도 않아요.


제주도 여행


제주도 제주시 여행


제주도 생선


제주도 먹거리


제주도 아이들아, 오일장날 늦잠 실컷 자고 점심에 오일장 가도 돼!

할머니들이 새벽부터 오일장 간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이것이 진실이었어요.


제주도 뻥튀기


제주도 대장간


제주도 연장


자기 자녀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바라는 제주도 부모님들은 아마 이 진실이 엄청 싫으실 거에요.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에요. 아침 8시에 무슨 장이 제대로 서요. 그 시각에 버스 타고 오일장 가는 할머니를 본 적이 없는데요.


제주도 양계업


동물 시장이 나왔어요.


제주도 동물시장


토끼가 있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는 동물 시장도 있어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토끼에요. 동물 보여주려고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일장 오는 부모님들도 꽤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5일마다 열리는 동물원이죠. 여기에서 제일 인기 좋은 동물은 토끼에요. 아이들이 토끼를 보면 매우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토끼 보여주려고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일장으로 놀러와요. 이 유입도 무시 못 할 거에요.


제주도 식당


제주도 뻥튀기


제주도 야채


제주도 야채 시장


모자반이 있었어요.


제주도 해초


모자반이 바로 몸국에 들어가는 해초에요. 이것이 설명이 안 되어서 타지역 사람들에게 몸국이 어떤 건지 설명하기 매우 어려워요.


제주도 떡


오메기떡은 팔고 있었지만 기름떡은 안 팔고 있었어요.


제주도 호떡


역시 시장에 왔으면 호떡이지.


호떡 2개를 사서 먹었어요. 이때 시각이 아침 8시 5분이었어요. 여전히 장은 제대로 열리지 않은 상태였어요. 이 호떡집도 제가 첫 번째 손님이었어요. 옆에 있는 튀김집도 이제 막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어요.


진실은 밝혀졌어요. 오일장은 아침 일찍 가면 장이 제대로 안 서 있어요. 아침 9시쯤이라면 아마 제대로 장이 서 있겠죠. 그러나 제주도 아이들이 오늘도 세뇌당하고 있는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장에 가기 때문에 오일장은 이른 아침에 가야 한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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