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33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 제주시립 탐라도서관

좀좀이 2020. 6. 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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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을 먹은 후 오일장에서 나왔어요.


'복습의시간 아직 안 일어나지 않았을 건가?'


전날 복습의시간이 아침에 제게 전화하라고 했어요. 아침에 만나서 잠깐 같이 드라이브 가자고 했어요. 모처럼 제가 제주도 놀러와서 같이 놀고 싶어했지만 시간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게다가 복습의시간과 같이 시간을 보낸 여행 초반 이틀은 날씨가 무지 안 좋았어요. 첫날은 미세먼지가 범람한 날이었어요. 둘째날은 서귀포 가서 하룻밤 자고 올까 했지만 폭우가 내렸어요. 같이 시간을 보내기는 많이 보냈지만 제대로 재미있게 많이 놀지는 못했어요.


복습의시간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역시 예상대로였어요. 복습의시간은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전날 밤 늦게 학원에서 퇴근했으니 벌써 일어났을 리 없었어요.


'그럴 줄 알았다.'


전날, 복습의시간에게 진짜 아침 8시에 일어날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복습의시간은 당연히 그때 일어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복습의시간이 그 시간에 일어나 있을 거 같지 않았어요. 저도 학원 강사 일을 몇 년 해봤거든요. 학원 강사는 밤 늦게 퇴근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요. 밤 늦게 퇴근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면 아침 8시 기상은 무리였어요.


'이따 다시 전화해봐야겠다.'


지금 열심히 전화를 걸어도 소용없을 게 뻔했어요. 아직 제 일정이 모두 끝난 것도 아니었구요. 혼자서 마지막으로 탐라도서관을 가봐야 이번 여행 일정이 모두 끝났어요. 그 이후에는 딱히 생각해놓은 것이 없었어요. 탐라도서관 가서 조금 돌아보고 쉬다가 공항 갈 계획이었어요. 탐라도서관에서 다시 노형로타리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버스 타고 공항 가면 얼추 시간이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주도 아침


아침 8시 20분. 길에는 차가 매우 많았어요. 오일장 앞은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매우 많아요. 게다가 장날에는 차가 더욱 많구요. 오일장날에 이쪽은 차가 엄청 막히기로 악명 높아요. 차 타고 오일장 가는 사람들도 합류하거든요.


제주시 도로 사정


"여기는 정낭 있네?"


제주도 문화 정낭


일부러 장식 삼아서 정낭을 세워놓은 것인지 진짜 원래 목적대로 문으로 쓰는 정낭인지 궁금했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 진짜 문으로 쓰는 정낭은 없었어요. 아무리 초가집이라 해도 정낭까지 있는 집은 제가 살던 동네에 없었어요.


길을 따라 탐라도서관을 향해 걸어갔어요.


제주도 아침 사진


다리가 아파서 최단경로로 가고 싶었어요. 지도를 검색해봤어요. 제가 알던 길이 아니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오일장에서 탐라도서관 가본 적 없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오일장에서 탐라도서관까지 걸어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야 할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오일장을 가면 오일장을 가는 거고, 탐라도서관을 가는 거면 탐라도서관을 가는 거였어요. 둘 다 갈 일이 없었어요. 장 볼 준비를 해서 도서관 갈 일도 없고, 그 반대로 장 보고 바로 도서관 갈 일도 없죠. 전부 아는 길이기는 하지만 오일장에서 탐라도서관으로 직접 걸어가 본 일은 아예 없었어요.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오일장에서 노형로타리 쪽으로 걸어올라가서 거기에서 방향을 잡아서 갔을 거에요. 노형로타리에서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면 제주제일고등학교 쪽으로 가서 탐라도서관 후문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탐라도서관 다니던 길로 가려면 노형초등학교 있는 큰 길로 걸어가야 했구요. 길 자체는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걸어가면 도중에 헤맬 일이 없었어요. 대신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지도를 한 번 보니 대충 어떻게 가야할 지 알았어요. 노형로타리로 갈 필요가 없었어요. 탐라도서관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어요. 오일장 기준으로 남서쪽에 있었어요. 오일장을 등지고 섰을 때 한라산 오른편을 향해 대각선으로 걸어가면 되었어요.


제주도 돌조각


탐라민속관


탐라민속관에서 방향을 틀어 한라산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제주도 여행 사진


여전히 한라산은 보이지 않았어요.


'진짜 이럴 수도 있나?'


제주도 도착할 때, 비행기에서 한라산을 본 것이 이번 제주도 여행 와서 유일하게 한라산을 본 것이었어요. 그 외에는 단 한 번도 한라산을 보지 못했어요. 제주도에서 바다보다 더 보기 쉬운 것이 한라산이에요. 바다야 건물들로 가려져서 못 볼 수도 있지만 한라산은 중산간 지대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게 되어 있어요. 제주도에서 한라산 못 보고 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일어나고 있었어요. 제주도 땅을 밟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라산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이렇게 맑고 햇볕 쏟아지는 아침조차 한라산은 제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어요.


시골 같은 길로 들어갔어요.


제주도 제주시 시골 풍경


감귤 과수원이 나왔어요.


제주도 감귤 농사


대파가 재배되고 있는 밭 한가운데에 무덤이 있었어요.


제주도 무덤


매우 친숙한 풍경이었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런 풍경을 찾아보는 것이 너무 쉬웠어요. 지금은 제주시 동지역 어지간한 곳은 다 개발되어서 이런 장면을 보기 어려워졌어요.


제주도 봄 사진


제주도 돌담길


제주시 농업


제주도 과수원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여기는 처음 와보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알 수 있었어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탐라도서관으로 가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기는 하네.'


신제주에서는 이런 시골 풍경을 더 이상 못 볼 줄 알았어요. 여기는 정말 엉뚱한 외진 곳이 아니었어요. 충분히 개발되고도 남을 곳이었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제가 어렸을 적 흔히 보던 시골스러운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감귤 과수원도 있었고, 밭도 있었어요. 무덤도 있었구요. 제 기억 속 제주도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차 많고 중국인 바글거리는 제주도는 제 기억 속 제주도가 아니거든요. 그건 제가 서울로 올라온 후 한참 지난 뒤에 일어난 변화였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제주시 시내인문계 고등학교 중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중국인 관광객도 그렇게 많지 않았구요.


공기가 맑았어요. 풀냄새를 맡으며 걸었어요. 매우 익숙한 아침 공기였어요. 정작 제주도 와서 처음 맡은 익숙한 냄새였지만요. 이 아침 공기 냄새는 더 이상 신제주에서 익숙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닐 거에요.


제주시 아침 사진


제주시 사진


길을 따라 걷자 백록초등학교가 나왔어요.


제주도 입학식


제주시 입학식


이제 새로운 아이들이 아침 8시 46분에 잠을 자고 있는 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되겠군.


어렸을 적, 유치원에 그렇게 가고 싶었고, 초등학교에 그렇게 가고 싶었어요. 그곳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세계처럼 보였거든요. 어린이 방송을 보면 거기는 언제나 재미있는 놀이와 꿈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유치원, 초등학교 생활은 재미있었어요.


그러나 재미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어요. 위 사진을 찍었을 때 시각은 아침 8시 46분. 평일 아침 8시 46분에 잠을 자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렸는지 몰라요. 대학교 가서 1교시 없는 날에나 그 시각에 잘 수 있었으니까요.


'아니네. 그것도 아니잖아.'


대학교 1학년과 2학년 때 서울에서 통학할 때는 학교까지 갈 때 거진 2시간 걸렸어요. 1교시 없는 걸로는 아침 8시 46분까지 잘 수 없었어요. 최소 5교시에 수업이 있는 날만 아침 8시 46분에 푹 잘 수 있었어요. 평일 아침 8시 46분에 푹 잘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교 3학년 되어서 대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살 때였어요. 이때는 죽어도 1교시만큼은 안 듣겠다고 작정하고 시간표를 짰어요. 그래서 평일 아침 8시 46분에 항상 푹 잘 수 있었던 때는 군대 전역후 대학교 복학한 대학교 3학년 때가 되어서였어요.


제주도 무말랭이


누가 밖에 무채를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들고 있었어요.


'저거 이렇게 미세먼지 심한데 괜찮을 건가?'


햇볕 좋은 날이니 무채를 밖에 내놔서 햇볕에 말려 무말랭이 만드는 건 당연해요. 그렇지만 미세먼지가 심했어요.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심했어요.


건강한 유기농 미세먼지 무말랭이인가


미세먼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 거에요. 미세먼지 생각하면 절대 밖에 내놔서 무말랭이 만들 생각을 못 할 건데요. 조금 마른 상태에서 내놔서 나중에 털면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물기 가득한 무 조각이었어요.


제주시 길거리


원래 노형동사무소였던 건물까지 왔어요.


제주도 길거리 사진


사진 속 하얀 건물이 예전 노형동사무소 건물이에요. 노형동 주민센터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어요. 저 건물은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제주시 아침 사진


제주도 아침 풍경 사진


아침 9시. 탐라도서관에 도착했어요.


제주도 도서관


제주시 도서관


다시 복습의시간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복습의시간이 전화를 받았어요. 목소리에 잠이 아주 그득했어요.


"너 어떻게 할 거? 올 거냐?"

"어. 너 어디인데?"

"탐라도서관."

"거기는 왜?"

"그냥 오랜만에 둘러보려구. 너 올 거?"

"어. 갈께."

"그러면 나 계속 탐라도서관에 있는다."

"어."


복습의시간이 탐라도서관으로 오겠다고 했어요.


'이제 오면 뭐 할 거 없을 건데...'


멀리 갈 수 없었어요. 제가 공항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 했거든요. 그래도 온다고 했으니 탐라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33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 제주시립 탐라도서관


탐라도서관 정문으로 갔어요. 외관은 변한 것이 없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탐라도서관은 이렇게 생겼어요.


탐라도서관 안으로 들어갔어요.


탐라도서관 타관 도서 전용 반납기


입구에는 타관 도서 전용 반납기가 있었어요.


탐라도서관 입구


"어? 바뀌었네?"


1층 로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보다 훨씬 산뜻하고 깔끔해졌어요.


제주도 교육


제주도 출신 중 신제주에 살았던 적 있는 사람이라면 탐라도서관에 관한 추억이 다 하나씩은 있을 거에요. 탐라도서관은 신제주 사는 학생들에게 사교의 장이기도 하거든요. 신제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헤어진 친구들을 탐라도서관 가서 만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다른 학교로 진학해서 얼굴 보기 힘든 친구들도 탐라도서관 가면 쉽게 볼 수 있어요. 탐라도서관에 주로 오는 학생들은 제주제일고등학교와 남녕고등학교 학생들이에요. 그러나 그 외에 추첨운이 참 없어서 대기고등학교나 사대부고 진학한 학생들도 있어요. 시내 인문계 갈 점수가 안 되어서 한림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들도 오구요. 그냥 신제주 사는 고등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소이자 사교의 장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아직도 공부하러 왔다가 친구 만나서 놀러 가는 곳일 건가?


아마 그럴 거에요. 어떤 고등학생이든 탐라도서관 올 때는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와요. 그런데 막상 와보면 친구들이 득시글해요. 다른 학교 진학해서 얼굴 보기 어려운 친구들까지 있어요. 어떻게 지내냐 등등 안부 물어보다가 자연스럽게 책과 가방은 도서관에 버려놓고 놀러가는 거죠. 그러다 밤이 되면 책과 가방 챙겨서 집으로 가구요.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탐라도서관 가서 친구들을 매우 많이 만났어요. 공부하러 왔다가 다른 학교로 진학한 친구들과 안부 물어보고 잡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놀게 되고, 놀다 보면 집에 돌아갈 시간 되는 거죠.


탐라도서관 문헌도서관


문헌정보관 안으로 들어갔어요.


탐라도서관 내부


탐라도서관 장서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하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야간 자율학습 대신 탐라도서관을 가곤 했어요. 탐라도서관 가서 책을 매우 많이 빌려서 봤어요. 그 당시에는 탐라도서관에 재미있는 책이 매우 많았어요.


제주시립 탐라도서관


공부하러 와서 개가서고 가서 책을 읽곤 했어요. 읽다가 대출하기도 했구요. 당시 저는 제2개가서고에 가곤 했어요. 제2 개가서고에는 역사책, 문학책, 외국어 학습교재 같은 것이 있었어요. 제1개가서고는 상당히 딱딱한 책이 가득했어요. 제 흥미를 끄는 책은 거의 다 제2개가서고에 있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탐라도서관


'어? 여기 왜 이렇게 시원찮지?'


탐라도서관 역사 코너


역사 서적 코너를 보며 조금 놀랐어요. 건물 내부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역사 서적 코너로 가서 어떤 책이 있는지 보니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못해 보였어요. 냉정히 말해서 정말 시원찮아 보였어요. 가볍게 재미로 읽는 책이 대부분이었어요. 무겁고 어려운 책은 별로 안 보였어요.


이번에는 외국어 학습서적 코너로 갔어요.


제주도 외국어 학습


제주도 외국어 교육


제주도 외국어 학습 환경


이거 좋아진 거 맞아?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탐라도서관 장서 수준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것 같았어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은 확실히 더 많이 늘어났어요. 그렇지만 무게 있는 책은 엄청나게 안 보였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탐라도서관 가면 어려운 책이 매우 많았어요. 탐라도서관 장서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대학교 수준은 되어야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는 것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꽤 많았어요. 아니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될 거에요. 그러나 이번에 가보니 가벼운 책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어려운 책은 비중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많이 줄어들었어요.


요즘 서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은 좋은 책은 나날이 씨가 말라가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적만 엄청나게 늘어나는 거 같아요. 입문서적도 제대로 된 거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 투성이구요. 책이 가독성 좋아지고 흥미 생기게 바뀌어가는 것은 좋지만 요즘 책은 온통 너무 가벼운 것 투성이에 잘못된 엉터리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많아요.


쉬운 책이 도서관 장서 대부분을 차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어요. 특히 제주도라면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어요. 제주도는 진짜 열악한 곳이에요. 대형 서점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하나도 없어요. 교보문고, 알라딘 중고서점 하나가 있다는 게 얼마나 굉장하고 대단한 건지 육지 사람들은 모를 거에요.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도 책 구하는 게 어렵거든요.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살 수도 없어요. 전문서적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쓰레기 폐지 쪼가리 만도 못한 책도 엄청 많거든요.


제주도에서도 가벼운 입문서 같은 것은 서점 가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에요. 제주도와 타지역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벌려놓는 것은 전문서적이에요. 공부하고 싶어도 책을 구할 길이 없어요. 무턱대고 책을 질렀는데 그 책이 개판이면 몇 만원 그냥 날리는 거구요. 책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내용을 보고 구입해야 해요. 번역이 개판인 것까지는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헛소리 개소리를 한바닥 적어놓고 심지어는 잘못된 내용을 적어놓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걸 확인하고 구입해야만 해요. 이게 제주도에서는 엄청 어려워요. 대형서점이 없으니까요.


도서관 운영에서 많은 도민이 원하는 책을 갖다 놓는 것은 분명히 중요해요. 더욱이 탐라도서관은 시립 도서관이니 제주시민들에게 봉사해야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육지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어요.


'그래도 탐라도서관은 육지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에 큰 비중을 둬야 하지 않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에요. 제 의견이 틀렸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좋은 책은 사라지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입문서적만 엄청 늘어난 걸 보니 서울과 제주도의 격차는 예전보다 훨씬 더 벌어진 것처럼 보였어요.


도서검색대


나는 여기에서 반드시 찾아야하는 책이 있다.


도서검색대로 검색해봤어요. 일반 개가서고에는 그 책이 없다고 나왔어요.


탐라도서관 2층으로 올라갔어요.


탐라도서관 보존서고


2층에는 보존서고가 있었어요. 이 보존서고가 예전에는 개가서고였어요. 오른쪽이 제1개가서고, 왼쪽이 제2개가서고였어요.


"이 벽 너머에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그때 제 바로 뒷자리에 삼대악산이 앉아 있었어요. 하루는 삼대악산이 제가 탐라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읽는 것을 보고는 말했어요.


"거기 혹시 소돔 120일도 있어?"

"소돔 120일? 그거 뭔데?"

"사드가 지은 소설인데 그게 그렇게 굉장하대. 금서라던데?"

"그건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인터넷에서."


'금서'라는 말에 혹했어요. 그날부터 탐라도서관 가서 소돔 120일이 있는지 찾아봤어요. 도서관 장서 중에는 있었어요. 항상 대출중이었어요. 인기가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반납되자마자 바로 대출되는 책이었어요. 누구나 반납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는 책이었어요. 그때는 그 책이 왜 그렇게 유명하고 인기 좋은지 몰랐어요. 이 당시 저희 집에는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책이 뭔 책인지 아예 몰랐어요.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요. 충분히 따스해졌을 때였어요. 그날도 탐라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봤어요. 소돔120일이 있었어요. 상권, 하권 둘 다 있었어요.


"어? 빌려야지!"


소돔120일 2권을 빌렸어요. 분홍색 표지였어요. 친구가 금서라고 했기 때문에 한밤중에 몰래 읽었어요.


하아...


처음에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갈 수록 점점 막장이 되었어요. 하드코어 정도가 아니라 진짜 대놓고 막장이었어요. 1권은 그래도 다 글로 된 소설이었어요. 2권은 온갖 막장 내용이 다 모여 있었고, 그나마도 뒤에는 도대체 소설이라 볼 수 없는 메모 투성이였어요. 막장으로 가다가 아예 내용이 깨져버린 모양이었어요.


다음날 학교 가서 삼대악산에게 소돔120일을 보여줬어요. 삼대악산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삼대악산은 제게서 그 책을 하루 빌려갔어요. 다 읽고 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제게 책을 돌려줬어요.


아주 나중에야 소돔 120일이 출판되었다가 판매금지당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름 귀한 책이었어요. 2권이 왜 그렇게 엉망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소돔120일 후반부는 사드가 제대로 소설로 완성짓지 못했대요. 그래서 후반부 쓰려고 남겨놓은 메모들을 정리해서 그 책에 그대로 실어놓은 거였어요.


그때 빌렸던 소돔 120일 책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그것도 제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었거든요. 그 책을 빌렸을 때 그 흥분, 그리고 집에서 몰래 그 책을 읽으면서 이딴 걸 대체 왜 읽는 건가 했던 그 충격. 잊을 수 없는 책이었어요. 탐라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대한 기억 중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었어요. 그 책은 보존서고 안에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따로 특별히 신청해야만 볼 수 있대요. 결국 그 책은 다시 만날 수 없었어요.


탐라도서관 입구


밖으로 나왔어요.


탐라도서관 운동 기구


제주도 제주시


여러 운동 기구가 있었어요. 공부하다 졸리면 와서 운동하라고 설치해놨나 봐요.


제주도


제주시 사진


탐라도서관을 다 둘러봤어요. 이제 제가 계획한 모든 일정이 다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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