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롯데마트 한판 훈제 오리

좀좀이 2020. 5. 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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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카카오톡 메세지로 사진을 보내왔어요. 무슨 사진인지 대충 봤어요. 호로요이 복숭아 사진이었어요.


"이건 왜? 너 사게?"

"아니. 너 이거 좋아하잖아."


친구가 제게 호로요이 복숭아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얼마 전 제가 호로요이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글을 쓴 것을 보고 사진을 보낸 거였어요. 호로요이 복숭아는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일본 술이기 때문에 신기할 것이 없었어요.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친구가 이 사진을 대체 왜 보여주나 싶었어요. 친구가 제 글을 보고 자기도 호로요이 복숭아를 마셔보기로 결심한 건가 싶었어요.


"그거 어디서든 팔잖아. 비싸서 그렇지."

"여기 호로요이 2600원이야."

"어? 호로요이 2600원?"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다시 잘 들여다봤어요. 호로요이 한 캔 가격은 2600원이었어요.


'저 가격이면 그래도 마실 만한 가격인데?'


호로요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현지 가격이 매우 많이 차이나는 술이에요. 일본에서는 160엔 정도에 판매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대형 마트에서 3000원, 편의점에서는 3200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아무리 술에 세금이 많이 붙는다고 해도 한 캔에 3천원은 감당하기 힘들어요. 일본 에비스 맥주 500ml 짜리 캔맥주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3500원 정도에 판매중인데요. 호로요이 한 캔은 350ml 인가 그래요. 호로요이 가격은 단순히 3천원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아니라 다른 일본 맥주와 비교해봐도 솔직히 너무 비싼 편이에요.


그런데 2600원? 이거는 감안하고 마실 만 한데?


계산기를 튕겨봤어요. 머리 속에서 계산기를 튕긴 게 아니라 컴퓨터에서 계산기를 실행해 계산해봤어요. 컴퓨터로 계산하면 되지, 그걸 일일이 암산할 필요는 없죠. 160엔을 현재 엔화 환율로 계산해보면 대충 1800원 정도에요. 2600원이라면 일본 현지보다 현재는 800원 정도 비싼 가격이었어요. 일본 현지보다 800원 비싼 건 감안하고 마실 만 했어요. 수입 과정에서 운송료도 있을 거고, 술이라 세금도 비싸게 붙겠죠. 업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구요. 그런 거 감안하면 2600원이면 마실 만한 가격이었어요.


"야, 에비스도 판다."

"에비스?"


친구가 사진을 또 보내줬어요. 아름다운 황금빛을 자랑하는 에비스 맥주였어요. 500ml 짜리 캔이었어요. 가격을 봤어요. 3000원이었어요.


"에비스 3천원이네?"

"어. 여기 에비스도 싸다."


에비스 맥주 500ml 가격이 3000원이면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그거 유통기한 언제까지?"


친구가 캔 밑바닥을 보여줬어요. 올해 수입된 제품이었어요.


"아, 가서 사야겠다!"

"몇 개 사놨다가 다음에 너 만날 때 줘?"

"어딘데?"

"롯데마트."

"아...괜찮아. 내가 알아볼께."


친구는 제게 자기가 사놨다가 저를 만나면 갖다주냐고 했어요. 괜찮다고 했어요. 캔은 무거워서 들고 오는 사람이나 들고 가는 사람이나 엄청 부담되거든요. 롯데마트는 여기저기 있으니 제가 전화해보고 판매하는 롯데마트 매장을 찾는 게 훨씬 나았어요.


'롯데마트 가서 에비스 맥주랑 호로요이 잔뜩 사와야겠다.'


롯데마트도 당연히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없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대형마트 불모지거든요. 날이 싹싹 더워지기 전에 대형마트 가서 잔뜩 사와서 집에 쟁여놓는 것은 제게 있어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본격적으로 날 더워진 후에 캔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 메고 집으로 돌아오려면 엄청난 고역이니까요. 그래서 여름 대비 차원에서 호로요이와 에비스 맥주를 잔뜩 사오기로 마음먹었어요.


제가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롯데마트에 전화해봤어요. 호로요이, 에비스 맥주 둘 다 판매한다고 했어요.


'이따 밤 되면 가야지.'


백팩에 술을 가득 담아올 거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시원해진 후에 가기로 했어요. 밤이 되었어요. 그제서야 집에서 나왔어요. 롯데마트에 도착하자마자 호로요이와 에비스 맥주를 카트에 잔뜩 담았어요. 계산하러 가는 길에 조리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 있었어요. 이제 마트 문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 할인중이었어요.


"어? 오리 왜 이렇게 싸냐?"


마지막 할인 시간. 훈제 오리 가격이 매우 저렴했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한 판 집어들었어요.


집에 와서 롯데마트에서 구입한 훈제 오리를 꺼냈어요.


롯데마트 한판 훈제 오리


오랜만에 먹는 훈제 오리였어요.


롯데마트 오리


원래 가격은 10980원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할인할 때 집어왔기 때문에 8235원에 구입했어요. 양이 적어 보이는 이유는 가방에 세워서 넣고 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오리 고기가 한쪽으로 다 쏠렸어요.


롯데마트 오리 고기


이거 8235원이면 완전 횡재인데?


훈제 오리 고기가 한쪽으로 쏠려서 적어 보였지만 양이 적지 않았어요. 안주나 밥 반찬으로 먹는다면 두 명이서 먹을 양이었어요. 저 혼자서는 밥 없이 한 끼 식사로 먹기 괜찮은 양이었구요. 포만감이 마구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직 오리만 먹다 보니 한 끼 식사로 이거 한 판이면 딱 괜찮았어요. '그만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마지막 조각을 집어들어서 입에 집어넣었거든요.


저는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그냥 먹었어요. 당연히 완전히 식은 고기였어요. 마트 진열대에 한침 방치되어 있던 것을 집어왔어요. 그걸 그냥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맛있게 잘 먹었어요. 오히려 이렇게 먹으니 덜 느끼했어요. 오리는 기름이 매우 많은데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상자 아래에 굳어 있었거든요. 전자레인지에 돌렸다면 그 기름이 녹아서 보다 더 느끼해졌을 거에요.


롯데마트 한판 훈제 오리는 고소하고 잡내가 없었어요. 소스 양도 괜찮았어요. 팍팍 찍어먹으니 고기 양과 딱 맞아떨어졌어요. 소스도 깔끔히 다 먹어치울 수 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오리 고기를 먹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한 끼 식사로 오리 고기만 먹었지만 충분했어요. 혼자 밥 대신 먹기 딱 좋은 양이었고, 물리지 않고 깔끔히 끝낼 수 있는 양이었어요. 맛도 너무 느끼하거나 잡내나지 않고 고소해서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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