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 중국 양꼬치

좀좀이 2012. 8. 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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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앙아시아를 여행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여행 전에 한국에서 양꼬치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래요.


양꼬치가 맛있다면 중앙아시아 여행 중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을 확률이 높고, 양꼬치가 입에 안 맞다면 중앙아시아 여행 중 현지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을 확률이 크거든요. 제가 가 본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현재 제가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주로 양고기를 먹어요. 쇠고기도 있기는 한데 일단 질겨요. 심이 으직으직 씹히는 느낌이 들어요. 냄새도 한국 쇠고기보다 많이 나구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양꼬치를 즐겨 먹었어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양꼬치는 대부분이 중국식 양꼬치이고 (정확히 어느 지역 방식은 양꼬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즈벡 식당에 가면 우즈베키스탄식 양꼬치를 먹을 수 있죠. 제가 주로 가던 곳은 딱 두 곳이었어요. 둘 다 동대문에 있는데, 중국식 양꼬치는 동북화과왕에서, 우즈베키스탄식 양꼬치는 사마르칸트에서 먹었어요.


처음 동북화과왕 갔을 때 양꼬치 굽는 법을 식당 아주머니께 배웠어요. 그날 서비스가 건두부 무침이 나왔구요. 그래서 항상 거기만 갔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건두부 무침은 정말 드물게 나오는 서비스더군요. 보통 마파두부 주더라구요. 양꼬치에 건두부 무침 나오면 구운 고기를 파지 (파채)와 같이 먹는 것처럼 먹을 수 있어서 좋은데요.


중국식 양꼬치 굽기



먼저 이렇게 부채살 모양으로 잡아주세요. 1인분이 10개 나오는데 3~5개씩 묶어 굽는 게 편하답니다. 저는 보통 10개를 구울 때 한 번에 5개씩 잡아요. 이래야 10개를 한 번에 구울 때 여유가 있거든요.


불 위에 10개를 올리자마자 계속 뒤집어줍니다. 양꼬치에 끼인 고기가 작고 양념이 되어 있는데다 숯의 화력이 초기에는 매우 좋기 때문에 빨리 빨리 뒤집어주지 않으면 정신이 없죠. 3-3-4로 만들면 진짜 뒤집느라 정신 없답니다. 그래도 이야기도 하면서 구우려면 5-5 이렇게 만들어서 계속 뒤집어주는 게 좋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 고기 굽듯 천천히 뒤집으면 바로 타버려요. 계속 돌려주며 구워야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중국 양꼬치를 먹는 방법은 한 줄을 양념 위에 죽 빼서 양념을 잘 뭍혀요. 그 다음 입에 생마늘 하나 뭅니다. 그리고 양념을 잘 묻힌 양꼬치 한 줄을 입에 다 넣고 생마늘과 같이 씹어 먹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구운 마늘은 안 좋아하고 생마늘은 매우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먹으면 양고기 냄새를 거의 못 느껴요. 단, 생마늘이 엄청 매워서 눈물 찔끔 날 수도 있어요. 동북화과왕 마늘은 정말 매운 놈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 다음 우즈베키스탄식 양꼬치 (샤슬릭)


우즈베키스탄 양꼬치의 특징은 보통 한 꼬치에 5알을 끼워주는데 고기-비계-고기-비계-고기 이렇게 끼워줍니다. 이렇게 고기-비계-고기-비계-고기로 끼워주는 양꼬치를 '자즈'라고 해요. 우즈베키스탄 여행 오시면 웬만해서는 자즈만 드시는 것을 추천해요. 자즈가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고기 질은 가장 좋아요. 그리고 그 외 - 현지인들은 갈아서 한 덩어리를 만든 양꼬치도 많이 먹는데 이건 냄새가 무지 심해요. 위의 양꼬치 테스트에서 합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조차도 이것은 냄새 나서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답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자즈가 제일 많이 나가요. 초르수 바자르에서는 자즈만 파는 것을 거부할 때도 있어요. 게다가 우즈베키스탄도 마찬가지로 갈아놓은 고기의 질은 덩어리 고기의 질보다 안 좋아요. 불필요하게 '뭐가 맛있나요?'라고 물어볼 필요 없어요.


미리 구워놓은, 또는 굽고 있는 샤슬릭이 있다면 가서 금방 먹을 수 있으나, 만약 없다면 굽는데 약 30분 걸려요. 그리고 이것도 잘 굽는 집이 따로 있답니다. 잘 굽는 집은 비계가 아주 맛있는데 고기도 잘 익어 있어요. 비계 싫어하신다고 무조건 안 먹고 인상쓰시지 말고 일단 비계도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래요. 잘 하는 집 샤슬릭은 정말 비계가 달고 고소하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사르르 녹죠. 그 물컹물컹한 비계가 아니에요.


우즈베키스탄식 양꼬치는 개인이 직접 구워먹는 건 아니므로 굽는 방법은 생략할게요. 30분간 서서히 구워요. 부지런히 뒤집지도 않구요. 만약 양꼬치를 굽기 시작했는데 이게 거의 30분 걸린다? 그러면 맛있는 양꼬치가 나온다고 생각하셔도 되요. 빨리 나올 수록 대체적으로 맛이 떨어집니다. 물론 미리 굽기 시작한 게 있는데 나이스 타이밍으로 맞추어 간 경우는 예외이지만요. 이 경우는 하나 굽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가 없죠.


우즈베키스탄에서 양꼬치를 시키면 기본으로 식초를 친 생양파를 주어요. 식초의 산성이 강해요. 우리나라에서 중국집에서 양파에 뿌리는 식초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우즈벡식 양꼬치는 크기가 작아요. 다 구워서 나온 거 보면 한 조각이 SD 메모리 카드 크기랑 비슷해요. SD 메모리 카드보다 살짝 큰데 한 입에 쏙 들어갑니다. 크게 굽는 것도 있는데 그건 카프카스식 샤슬릭이라고 해요. 카프카스식 샤슬릭을 거리에서 파는 건 아직까지 못 보았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샤슬릭 먹다 우즈베키스탄 오신 분들은 '이것도 양꼬치야?'라고 하죠. 귀엽다고 하는 사람까지 보았네요. 현지인들은 종종 식사로 논 (우즈베키스탄식 빵)과 차와 같이 먹어요.


재미있는 것은 포장도 해준답니다! 이렇게요.



주문하기에 따라, 가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그 차이라고 해봐야 논 2개를 쓰느냐, 논 1개를 반으로 잘라 쓰느냐 정도에요.


논 위에 샤슬릭을 올려놓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만큼 올려요. 2개 주문하면 2개, 3개 주문하면 3개 올리죠. 그리고 그 위를 논으로 덮고 쇠꼬챙이만 쑥 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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