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링글스에서 참담한 결과를 얻었어요.
맛만 없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이건 금전적인 타격도 컸어요. 10000숨이면 대체 솜사가 몇 개야...솜사 1개가 600숨이니까 16개! 한 끼에 많이 먹으면 4개 정도 먹으니까 한 방에 4끼를 날려버렸어요.
집에 먹을 것은 떨어졌고, 더워서 나가기는 싫고, 적당히 사먹자니 돈 들고 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와! 포도다!
그런데 이거 언제 사왔더라? 지난 번 솜사 사올 때 사온 건 아니고...언제 사온 포도인지 계산을 해 보았어요. 솜사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장 간 게 언제더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지난주에는 안 갔어요. 집에 당장 먹어치워야 할 게 넘쳐나서 복숭아만 사왔어요. 포도는 그 이전에 사온 것. 그러면 지지난주인데?
냉장고에서 2주 굴러다닌 포도. 이거 먹어도 되나?
그런데 멀쩡했어요. 맛이 조금 줄어들은 거 말고는 처음 사왔을 때와 똑같았어요. 심지어는 포도가 마르지도 않았어요. 탱글탱글하고 수분 많은 것까지 사왔을 때와 똑같았어요.
이놈들 포도에 뭔 짓을 해놓은 거야? 우리집 냉장고가 좋은 건가? 그건 아니에요. 분명히 복숭아는 냉장고에 넣어도 잘만 썩었어요. 멜론도 마찬가지. 잘라서 냉장고에 두면 이틀을 못 가요. 요즘은 멜론이 조금 물려서 안 먹는데 예전에 마구 먹어댈 때 반통 먹고 냉장고에 반 통 썰어 놓으면 딱 그 다음날까지만 멀쩡했어요. 이놈들이 방부제를 발라놓았을 리는 없고...이거 완전 좀비 포도 아니야? 무슨 포도가 2주일이나 되었는데 멀쩡해? 말라 비틀어지거나 하면 말을 안 해요. 진짜 사왔을 때 그대로였어요.
오래 놔두는 건 안 좋을 거 같아서 씻어서 오늘 밥 대신 다 먹기로 했어요.
생각해보니 나 잠자느라 오늘 점심 안 먹었네? 이걸로 두 끼 때워야지!
한 송이 먹고 물렸어요. 그런데 한 송이 먹었는데 줄어든 티가 조금 났어요.
"으아아아!"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도 대체 왜 이러냐...포도가 줄어들지를 않네...
이렇게 된 이상...
입에 우겨넣는다!
포도 송이 잡고 입에 마구 알을 집어넣고 대충 씹어 삼키기! 포도 한 알 당 한 번만 씹고 다시 넣고 한 번 씹고 그러다 입에 꽉 차면 대충 씹어서 후딱 삼키기! 빨리 먹어서 포만감 느끼기 전에 다 먹어치울거야!
사실 이 글 쓰면서도 포도 계속 먹고 있었어요. 입에 마구 집어넣은 후 우물거리며 조금 쓰다가 다시 포도 우겨넣기의 반복. 왜 그렇게 멍청하게 먹냐고 한다면...뭐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음식 버리기 싫어서 그래요...
나 다시는 포도 안 사! 원래 크게 좋아하는 과일도 아닌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런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무슨 포도 많이 먹기 대회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그냥 우걱우걱
결국 다 먹어치웠어요. 입에서 포도 냄새 진동하네요. 진짜 솔직하고 양심적으로 먹기 시작할 때 글 쓰기 시작해서 다 먹고 이 문장을 쓰고 있어요.
어제 오늘 대체 뭐 하는 짓이야...다시는 포도 안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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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좀좀이님 요리좀 공부하셔야 겠네요..영양실조 걸리겠어요..그리고 포도는 다른과일보다 오래간답니다^^;
2012.08.23 0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포도가 다른 과일보다 훨씬 오래가는 것이었군요! 요리책은 있는데 요리는 정말 안 하게 되더라구요.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구요^^;
2012.08.23 02:03 신고 [ ADDR : EDIT/ DEL ]좀좀이님 ㅎㅎㅎ^^ 재밌는 일상글이시네요~그런데...개인적으로 저 포도를 굉장히 좋아하는 1인입니당^^(저도 좀 먹고 싶네용~~) 식사는 하시고 과일을 드시지 그러셨어요^^;;;그래도 좀좀이님의 투정섞인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당~^^
2012.08.23 07:06 [ ADDR : EDIT/ DEL : REPLY ]귀찮아서 안 먹다 보면 하루 한 끼 내지 두 끼 먹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먹을 때 최대한 잘! 이렇게 생각하며 먹는데 하필 포도가 감당도 못하게 남아서요 ㅠㅠ 저것도 씻으며 먹을 만큼 먹고 남은 거랍니다. ㅋㅋ;; 프린키패스님, 종종 놀러오세요^^
2012.08.23 23:20 신고 [ ADDR : EDIT/ DEL ]저는 일반포도는 안먹는데 씨없는 포도는 많이먹게되어라구요^^
2012.08.23 11: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껍질도 안벗겨도 되고! 편하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보내세요~!
저는 여기 포도들 다 씨까지 씹어먹어요 ㅎㅎ 대충 씹으면 씹는 맛이 있는데 아작아작 씹으면 떫은 맛이 난답니다.
2012.08.23 23:27 신고 [ ADDR : EDIT/ DEL ]방문 감사합니다^^
오늘은 포도를 폭식(??)하셨네요 ㅋㅋ
2012.08.23 11:59 [ ADDR : EDIT/ DEL : REPLY ]전 포도 넘 조아하는데..
저 우주벡가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 많아서 잘 살것 같아요 ㅋㅋㅋ
근데 40도 넘는 더위는 어쩔꺼야~~~~~^^
40도 넘는다고 해도 견딜만 해요^^ 다 요령이 있거든요. 당연히 40도 넘는 더위와 맞서 싸우려 들면 100% 지죠. 잘 피하는 게 여기 여름을 보내는 요령이랍니다 ㅎㅎㅎ
2012.08.23 23:31 신고 [ ADDR : EDIT/ DEL ]여기가 불편한 것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답니다^^
좀비 포도 ~ 이름 잘 지으셨네요^^*&
2012.08.23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2주 지난 게 떠오르는 순간 딱 떠오르더라구요 ㅎㅎ
2012.08.24 00:09 신고 [ ADDR : EDIT/ DEL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아 하는 과일도 우걱우걱 먹기 힘든데 ㅋ 사진을 보니 제가 좋아 하는 포도 종류군요
2012.08.23 15: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나저나 2주동안 더운 날씨에 버틴 포도라니 뭔가 정말 미묘한 비밀이 느껴지는 군요..ㅋ
오늘 시장 가서 과일 사려는데 포도를 보자마자 바로 발걸음을 돌렸어요.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구요. 어제 저거 먹어치우느라 힘들었잖아! 하면서요 ㅋㅋ 저도 깜짝 놀랐어요^^;
2012.08.24 00:11 신고 [ ADDR : EDIT/ DEL ]특히나 이 포도는 기간이 좀 긴거 같아요. 한참뒤에봐도 살짝 쪼그라든거말곤 별차이가 없어서..
2012.08.24 10: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이포도는 씨가 없어서 정말 좋아하는 포도종류중의 하나예요 ㅎㅎ 달달하기도하구...
저거는 안에 씨 있어요;; 씹어먹어도 되기는 하지만요^^;;달기는 많이 달더라구요.
2012.08.24 12:18 신고 [ ADDR : EDIT/ DEL ]음.. 맞아요. 씨까지 먹을 수 있는 포도라서.. 씨가 없다고 표현한게 제 실수..ㅜ
2012.08.24 13:01 신고 [ ADDR : EDIT/ DEL ]근데 저 포도 많이 못 먹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