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좀비 포도

좀좀이 2012. 8. 2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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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프링글스에서 참담한 결과를 얻었어요.


맛만 없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이건 금전적인 타격도 컸어요. 10000숨이면 대체 솜사가 몇 개야...솜사 1개가 600숨이니까 16개! 한 끼에 많이 먹으면 4개 정도 먹으니까 한 방에 4끼를 날려버렸어요.


집에 먹을 것은 떨어졌고, 더워서 나가기는 싫고, 적당히 사먹자니 돈 들고 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와! 포도다!


그런데 이거 언제 사왔더라? 지난 번 솜사 사올 때 사온 건 아니고...언제 사온 포도인지 계산을 해 보았어요. 솜사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장 간 게 언제더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지난주에는 안 갔어요. 집에 당장 먹어치워야 할 게 넘쳐나서 복숭아만 사왔어요. 포도는 그 이전에 사온 것. 그러면 지지난주인데?


냉장고에서 2주 굴러다닌 포도. 이거 먹어도 되나?


그런데 멀쩡했어요. 맛이 조금 줄어들은 거 말고는 처음 사왔을 때와 똑같았어요. 심지어는 포도가 마르지도 않았어요. 탱글탱글하고 수분 많은 것까지 사왔을 때와 똑같았어요.


이놈들 포도에 뭔 짓을 해놓은 거야? 우리집 냉장고가 좋은 건가? 그건 아니에요. 분명히 복숭아는 냉장고에 넣어도 잘만 썩었어요. 멜론도 마찬가지. 잘라서 냉장고에 두면 이틀을 못 가요. 요즘은 멜론이 조금 물려서 안 먹는데 예전에 마구 먹어댈 때 반통 먹고 냉장고에 반 통 썰어 놓으면 딱 그 다음날까지만 멀쩡했어요. 이놈들이 방부제를 발라놓았을 리는 없고...이거 완전 좀비 포도 아니야? 무슨 포도가 2주일이나 되었는데 멀쩡해? 말라 비틀어지거나 하면 말을 안 해요. 진짜 사왔을 때 그대로였어요.


오래 놔두는 건 안 좋을 거 같아서 씻어서 오늘 밥 대신 다 먹기로 했어요.


생각해보니 나 잠자느라 오늘 점심 안 먹었네? 이걸로 두 끼 때워야지!


한 송이 먹고 물렸어요. 그런데 한 송이 먹었는데 줄어든 티가 조금 났어요.


"으아아아!"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도 대체 왜 이러냐...포도가 줄어들지를 않네...


이렇게 된 이상...


입에 우겨넣는다!


포도 송이 잡고 입에 마구 알을 집어넣고 대충 씹어 삼키기!  포도 한 알 당 한 번만 씹고 다시 넣고 한 번 씹고 그러다 입에 꽉 차면 대충 씹어서 후딱 삼키기! 빨리 먹어서 포만감 느끼기 전에 다 먹어치울거야!


사실 이 글 쓰면서도 포도 계속 먹고 있었어요. 입에 마구 집어넣은 후 우물거리며 조금 쓰다가 다시 포도 우겨넣기의 반복. 왜 그렇게 멍청하게 먹냐고 한다면...뭐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음식 버리기 싫어서 그래요...


나 다시는 포도 안 사! 원래 크게 좋아하는 과일도 아닌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런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무슨 포도 많이 먹기 대회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그냥 우걱우걱


결국 다 먹어치웠어요. 입에서 포도 냄새 진동하네요. 진짜 솔직하고 양심적으로 먹기 시작할 때 글 쓰기 시작해서 다 먹고 이 문장을 쓰고 있어요.


어제 오늘 대체 뭐 하는 짓이야...다시는 포도 안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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