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광교회, 이태원 모스크, 한남동 달동네

좀좀이 2019. 5. 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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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한광교회 가야지."


경치를 보았어요. 멀리 제2롯데월드가 보였어요. 제2롯데월드는 이제 남산타워와 더불어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태원 꼭대기라고 할 수 있는 이태원 모스크에서도 제2롯데월드가 보여요. 여기는 아직 이태원 모스크까지는 한참 더 올라가야 하는 지점이었어요.


이태원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이제 부지런히 한광교회를 거쳐 모스크로 가야 했어요. 라마단 이프타르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이태원 달동네


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계속 낡은 집이 나왔어요. 이태원 모스크 너머 이태원역까지 낡은 집은 계속 나올 것이었어요.


한남동 달동네


한남동 달동네는 오늘날 이태원의 경관을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에요.


한남동 달동네는 매우 오래된 마을이에요. 한남3구역으로 더 유명한 한남동 달동네에는 한남동 부군당이 있어요. 여기는 상당히 오래된 부군당으로 알고 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여기에 마을이 존재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용산구 판자촌


용산구 한남동에 판자촌이 형성되고 판자촌이 달동네가 된 과정은 달동네 형성 과정으로 따른 달동네 분류 중 자연발생적 달동네라고 봐야 해요. 인위적인 달동네는 당연히 아니고, 자연발생적 달동네 중 기원을 따져보면 원래부터 달동네였던 곳으로 봐야 해요. 슬럼화되어서 달동네로 전락한 것이 아니라요.


이렇게 한남동 달동네를 자연발생적 달동네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이태원 근처에 꽤 오랫동안 주한미군 기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덜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주한미군기지는 혐오시설로 간주되었어요. 특히 이태원은 주한미군이 사고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우리나라 반미감정의 큰 뿌리는 5.18 로 시작된 운동권의 미국에 대한 배신감이지만, 일반인 차원에서는 주한미군이 사고치는 것도 단단히 한몫했어요.


용산구


그러니 이태원 및 한남동은 제대로 개발이 될 리가 없었어요. 이태원 자체가 상당히 질 나쁜 동네로 악명 높았어요. 오죽하면 과거 서울에서 남자들이 자기가 강함을 과시할 때 사용하는 말이 이태원 가서 옷을 마음껏 만져보고 골라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거짓말이 아닌 것이 이 당시 이태원 길거리 노점상 - 특히 짝퉁, 의류 판매하는 노점상 상인들은 상대가 만만해보이면 강매를 많이 했어요. 물건 살까 만져보고 고르다 그냥 가는 손님한테 욕하고 협박하는 일이 횡행했어요. 짝퉁 판매 같은 경우는 지하로 끌고가 사실상 감금한 후 강매 협박을 하기도 했구요. 이건 하도 심해서 뉴스에도 보도된 적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태원 가면 노점상 물건은 건드리지도 말고 만약 짝퉁 구하러 갈 거라면 돈을 아예 들고 가지 말고 물건을 먼저 보라고 할 지경이었어요.


이태원 슬럼가


그러다 이태원에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외국인 노동자가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주민들은 무슬림 노동자들이 술 먹고 사고도 안 치고 조용히 지내서 주한미군보다 훨씬 더 좋아했대요. 게다가 이태원에는 당시 서울에 유일한 모스크가 있었어요. 무슬림들이 이태원으로 모이게 된 이유에는 모스크도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유학, 이민 가면 개신교를 믿든 안 믿든 한인교회를 잘 가요. 왜냐하면 한인교회가 한국인들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하거든요. 모스크도 마찬가지에요.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는 서울에 있는 무슬림 외국인들에게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했어요. 아랍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 등등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 거에요.


서울 이태원


주한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한 후, 주한미군의 빈자리를 무슬림들이 빠르게 채워나갔어요. 여기에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사람들도 더해졌고, 그 외 다른 외국인들도 더해졌구요.


서울 용산구


이 외에 동성애자, 퀴어 등 일반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하는 무리들도 이태원으로 많이 들어왔어요. 이런 점이 홍대 번화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에요.


홍대 번화가 및 유흥가는 한국 일반 사회 어디에 있어도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그냥 번화가, 유흥가에 있으면 딱히 문제될 것이 없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그러나 이태원 번화가 및 유흥가는 한국 일반 사회에서 배척하는 것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일반인들 기준으로 도저히 같이 섞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모아놓는 곳이 이태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에요. 이태원은 '문화적인 게토'라 봐도 되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과거 '주한미군부대'라는 혐오시설과 매우 가까운 동네라 일종의 기피지역이었기 때문에 주류사회에서 도저히 못 받아들일 것들이 이쪽으로 모이게 되었고, 지금은 주한미군부대는 그 자리에서 없어졌지만 그때 형성된 공간 이용 방식은 계속 남아 있다고 봐도 되요. 최근에는 단순한 '격리시키는 공간'에서 '아주 특이한 것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구요.


이 특징은 이태원을 지나가는 버스 노선에서도 확인 가능해요. 이태원 명성과 유동인구에 걸맞지 않게 이태원을 지나가는 버스 노선이 거의 없어요. 마을 버스와 공항버스를 제외하면 110A, 110B, 400, 405, 421번 버스만 있어요. 이 중 종각 및 종로 대로로 들어가는 노선은 단 하나도 없어요. 과거에는 종각까지 가는 노선이 있었지만 노선 변경으로 인해 현재는 없어요.


한광교회


한광교회에 도착했어요.


이태원 한광교회


한남동 이태원 한광교회는 한남동 달동네 및 이태원의 랜드마크 같은 존재에요. 한강에서 한남동을 바라보았을 때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교회가 바로 한광교회거든요. 그 한광교회 너머서가 바로 이태원이구요.


서울


한광교회는 서울 풍경을 보기 좋은 장소 중 하나에요. 한광교회, 이태원 모스크인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둘 다 서울 풍경을 보기 좋은 자리에요.


용산구 달동네


이제 이태원 모스크로 갈 차례였어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광교회, 이태원 모스크


오른쪽에는 예수님 석상, 왼쪽에는 모스크 미나렛이 보였어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광교회, 이태원 모스크, 한남동 달동네


이태원 모스크와 한남동 달동네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오늘날 서울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보면 되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모스크 가서 아랍인 보는 것이 정말 쉬웠어요. 아랍인과 터키인이 많이 보였어요.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서 파키스탄인들이 이쪽에서 엄청나게 많이 보였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무슬림 및 인도네시아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말레이시아 무슬림, 인도네시아인들이 매우 많이 보여요.


이는 이태원 식당 분포 변화에서도 드러나요. 한때는 온통 터키 케밥집으로 도배되다시피한 적도 있어요. 거기에 남아시아인들이 운영하는 인도 음식점이 몇 곳 섞여 있었구요. 요즘은 이쪽에 할랄 한식당도 들어섰어요. 이 동네가 무슬림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네가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무슬림 관광객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바로 말레이시아 무슬림 관광객들이구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2000년대 중반에 비해 이태원에서 파키스탄인들이 덜 보이는 이유는 파키스탄인들이 하도 많아서 각자의 모스크를 만들며 꼭 이쪽으로 모이지 않아도 되게 된 것 때문 아닐까 해요. 인도네시아인들이 모이는 모스크, 방글라데시인들이 모이는 모스크, 파키스탄인들이 모이는 모스크는 수도권에 몇 곳 있거든요. 모스크가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되어서 자체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담당하는 모스크를 추가로 만든다면 꼭 이태원으로 몰려와야 할 필요가 없어요.


반면 말레이시아인 무슬림들은 한국에 체류하며 일하는 수는 그리 많지 않고 관광객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이태원에서 요즘 말레이시아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혹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인들도 무슬림인데 그들은 왜 이태원으로 모이지 않냐구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인들이 여기로 집결하지 않는 이유는 구소련권 사람들이 주로 동대문으로 집결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국가 식당들이 다 이태원에 있는데 유독 몽골 식당이 안 보이는 것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구소련권, 몽골 사람들은 동대문에 몰려 있어요. 몽골 사람들은 불교 국가인데다 구소련권과 같이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태원으로 올 이유가 없는 거에요.


모스크에 도착했어요. 다행히 이프타르 시간에 늦지 않았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 마그리브 예배 및 이프타르 만찬을 볼 수 있었어요.


라마단


이슬람 라마단 이프타르 기도


Islam in Seoul


라마단 첫 마그리브 예배가 끝나고 이프타르가 시작되었어요.


이태원 모스크


이렇게 2019년 5월 6일 달동네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마무리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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