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신동 가봐야지.'


2019년 5월 6일 월요일. 날이 매우 좋았어요. 집에만 있기에는 매우 아까운 날씨였어요. 게다가 이날은 밖에 나가야할 일이 하나 있었어요. 저녁에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이왕 서울 가는 거 일찍 가서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컴퓨터 하드디스크 어떻게 하지?'


하드디스크 용량은 이미 부족한 상황.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에 있는 사진을 다 옮겨담을 수 없었어요. 부지런히 글을 써서 올리고 사진을 지워서 하드디스크 용량을 확보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마음먹은대로 글이 쏟아져나오지 않았어요.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 때문에 그냥 나중에 갈까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밖에 나갔다와야 하는 날이니 그냥 나갔다 오기로 했어요.


의정부역으로 갔어요. 지하철을 탔어요. 지하철은 처음에 순조롭게 잘 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방송이 나오면서 지하철이 멎었어요. 지하철 신호체계가 고장났으니 급히 가야 하는 사람은 내려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방송이었어요.


"이 거지 같은 지하철 1호선!"


영혼 없는 죄송하다는 소리만 계속 나왔어요. 지하철 고장 때문에 내리라고 한다면 교통비를 물어주든가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당연히 있을 리 없었어요. 그냥 영혼없고 성의없는 죄송하다는 소리만 계속 나올 뿐이었어요. 지하철 1호선을 잘 이용하는 사람 중 지하철 1호선을 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사실 다른 지하철 노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매우 놀랐겠지만 지하철 1호선이었기 때문에 짜증만 날 뿐 놀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서울 지하철 1호선이니까요. 사람 안 죽고 다쳤으면 괜찮아요. 지하철 1호선 타고 가다 제가 탄 지하철 차량에 어떤 인간이 역에서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제가 가야 하는 동대문역까지는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린다고 해도 답이 없었어요. 의정부로 돌아가기에도 애매하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 타고 가면 시간이 엄청 걸릴 거였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어요.


방송에서는 계속 제발 좀 내려달라고 애원하듯이 급한 사람은 다른 교통수단 이용해달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서울 도심으로 갈 사람들은 그냥 다 지하철에 앉아 있었어요. 오히려 지하철을 타는 사람도 있었어요. 한참 기다리자 지하철이 찔끔 움직여서 몇 정거장 앞으로 갔어요. 그리고 또 한참 기다리자 찔끔 움직여서 몇 정거장 앞으로 갔어요. 그 이후 맞은편 전철이 먼저 가니 거기로 옮겨타라는 방송이 나왔어요. 전철을 옮겨탔어요. 전철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놈의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어떻게 된 것이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크린도어 설치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어요.


동대문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반이 넘어 있었어요. 30분 넘게 지연되었어요. 바로 동대문성곽공원쪽으로 갔어요.


동대문성곽공원


하늘이 정말 새파랬어요. 중국 미세먼지 때문에 이렇게 새파란 하늘 보기 참 어려워요.


서울 종로 공원


서울 종로구 충신동 달동네는 동대문성곽공원 옆쪽이었어요. 어디인지 위치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 동네 안을 돌아다녀본 적은 없었어요. 그 근처를 지나가기는 많이 지나갔지만 그 동네에 갈 일 자체는 아예 없었거든요.


종로구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한옥 집이 나왔어요.


한옥


CD로 벽을 장식한 집도 있었어요.


종로


동대문성곽공원쪽으로 올라오자 오래된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종로 한옥


예전에 종로에 있는 한옥 집 대부분이 보급형으로 지은 개량 한옥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위성사진으로 보면 종로구에는 똑같이 생긴 한옥이 다닥다닥 붙어서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회동, 북촌, 익선동 등지에 많이 있어요.


현재 북촌한옥마을로 유명한 가회동 한옥 밀집 지역은 1930년대 전후 주택건설업체 중 하나인 건양사에서 대단위 한옥 단지를 지어 분양해 생긴 곳이에요. 이 당시 서민 주택난 해소를 위해 중대형 필지를 분할해 구획형 개발이 이루어졌고, 도시형 근대 한옥인 개량 한옥이 이때 등장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북촌한옥마을의 한옥은 다른 곳에 있는 한옥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요. 가장 큰 특징은 '규격화'라고 해요.


가회동에 있는 한옥 말고 종로구에 있는 다른 한옥들도 이런 식으로 생겨난 건지, 아니면 정말 오래된 원래 있던 한옥인지, 한국전쟁 이후 지은 한옥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갔어요. 이렇게 동대문 성곽공원을 따라 쭉 올라가면 충신동을 지나 이화동까지 갈 수 있어요.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과 더불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동 벽화마을요. 이화동 벽화마을은 나름 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벽화 제작을 통해 달동네 이미지가 개선된 사례이기도 하지만, 벽화 제작을 통한 관광지화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발생한 동네거든요.







서울 종로구 충신동 달동네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달동네와는 조금 다른 달동네였어요.


'달동네'라고 하면 보통 판자촌 형태가 살아 있는 달동네를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좁고 낡은 슬레이트 지붕 단층집이 몰려 있는 장면을 떠올려요. 그러나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니었어요.


충신동


당연히 주택들은 매우 낡고 허름했어요. 그러나 좁고 낡은 슬레이트 지붕 단층집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저층 다세대 주택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동네였어요.







경사가 꽤 심한 편이었어요. 여기는 낙산 자락에 위치해서 그랬어요. 골목 너비도 매우 좁았어요. 미로 같은 곳이었어요.












이화동은 벽화로 꾸며놓았지만 여기는 크게 꾸며놓은 것이 없었어요.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니 충신 어르신 행복충전소가 나왔어요. 충신 어르신 행복충전소는 서울시가 한양도성 성곽마을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충신윗마을에 2018년 2월 6일 개소한 곳이라고 해요.



충신어르신행복충전소 주소는 서울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65-11이에요. 지번 주소는 서울 종로구 충신동 1-223 이구요. 서울 종로구 충신동 달동네 충신윗마을을 찾는다면 충신어르신행복충전소를 찾으면 되요. 위치를 보면 아마 '아, 이화동 벽화마을 갈 때 지나갔던 거기!'라고 하실 분들 꽤 많을 거에요.




면적은 사실 넓은 공간이 아니었어요. 길이 크게 어려운 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상당히 정신없었어요. 일단 여기 밀집된 주택들은 사람 키의 몇 배는 되는 높이였어요. 아무리 저층 다세대주택이라 해도 2층이 넘어가는 건물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골목이 한 사람 지나가기 딱 좋을 너비로 곳곳에 퍼져 있었어요. 달동네답게 계단은 당연히 많았어요. 일반적인 달동네는 아무리 골목이 좁아도 건물 자체가 낮기 때문에 고저차를 이용해 멀리 보이는 것을 보며 방향을 가늠하기 쉬워요. 그러나 여기는 건물이 단층 건물들이 아니라 그렇게 방향잡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미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서울 종로구 충신동 달동네


계속 충신동 달동네 안을 돌아다녔어요.





서울 종로구 충신동 달동네는 골목을 돌아다니는 재미만큼은 확실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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