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이 있다 (2019)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지하철 3호선 홍제역 달동네 호박골 마을

좀좀이 2019. 5. 2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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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서대문07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홍제역으로 돌아왔어요. 역시나 홍제동은 교통이 난리였어요. 홍제역(중) 정류장에서 홍제역 1번 출구 정류장까지 가는 

속도는 걸어가는 속도와 다를 게 전혀 없었어요. 홍제역 1번 출구 정류장에서 내린 후, 다음 달동네인 홍은동 달동네로 가기 위해 마을 버스를 기다렸어요.


홍제동, 홍은동.


때는 올해 4월 중순이었어요. 부동산에 관심 많은 친구가 제게 물어보았어요.


"홍제 어떻게 생각해?"

"홍제?"


서울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주변은 아주 옛날에 가봤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가본 곳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특별한 감상은 없는 동네였어요.


"거기 뭐 별 거 없는데?"

"거기 요즘 엄청 핫한 곳이야."

"거기가?"


홍제동, 홍은동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곳이지.


홍제역을 중심으로 홍제동, 홍은동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곳이에요. 이게 비하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진짜 거기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요.


부동산 세계에서 직접 돌아다녀보고 관찰하는 것을 '임장'이라고 부른대요. 왜 '임장'이라고 하는지 몰라요. 하여간 그쪽 세계 용어에요. 만약 임장의 필요성을 알고 싶다면 저는 홍제역을 중심으로 한 홍은동과 홍제동을 한 번 다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거기는 정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곳이거든요.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위성사진만으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거기 차 미어터지고 사람도 미어터지는 동네야.


홍제역 주변은 10년 전에 왔을 때나 이때 갔을 때다 차도는 차가 미어터지고 인도는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것이 여전했어요. 


홍제역을 중심으로 홍은동, 홍제동은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위성사진으로 보면 꽤 좋은 자리처럼 보여요. 먼저 홍제역은 지하철 3호선 지하철역이에요. 홍제역에서 서울 도심에 있는 지하철역인 종로3가역까지는 10분 걸려요. 그리고 서울의 신도심이라 할 수 있는 강남권역에 있는 압구정역까지 22분, 7호선 및 9호선 환승 지하철역인 고속터미널역까지는 29분 걸려요. 직장이 강남에 있든 종로에 있든 지하철로 아주 쾌적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요.


게다가 홍제역 앞 큰 도로는 중앙에 버스 전용차로가 있고, 버스 전용차로를 제외하고 3-4차선 구조에요. 총 9차선이고, 이 중 버스 전용차로 제외하면 7차선인 매우 큰 도로에요. 버스 전용차로가 있으니 버스를 타도 꽤 빨리 갈 수 있어요. 버스 전용차로의 유무가 버스 이동시간에서 큰 차이를 야기하거든요.


또한 홍은동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포방터 시장이 있어요. 홍제천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구요. 게다가 홍제동은 인왕산, 홍은동은 북한산과 가까워요. 산 가깝고, 하천 산책로 가깝고 종로, 강남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는 지하철역 있고, 버스 전용차로도 있어요. 요즘 인기 있는 주변 환경을 매우 잘 갖춘 동네에요. 지도, 지하철 노선도, 위성사진으로 보면요.


그러나 실제 가보면 그 넓은 홍제역 앞 도로도 꽉꽉 막히고, 비좁은 인도에는 사람이 미어터져요. 물론 일산은 애초에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고 은평구보다 더 좋은 입지이기는 한데, 길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미어터진다는 점은 고려해봐야할 점이에요. 게다가 출퇴근시간 3호선이 쾌적한 환경일지도 생각해봐야 하구요. 북쪽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울 은평구에서 사람 꽉꽉 채워와서 절망의 지하철을 타야하는지도 확인해봐야 해요. 사실 출퇴근시간 이 동네 3호선 상황은 저도 안 타봐서 몰라요.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인 것은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의정부에서 살고 있어서 이 문제와 유사한 경우를 잘 알고 있거든요. 지하철 1호선, 4호선, 7호선이요. 특히 이 중 1호선과 7호선요. 노원구 지도만 보면 중랑천을 기준으로 동쪽은 지하철 7호선, 서쪽은 지하철 1호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꽤 좋을 거 같아요. 문제는 이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은 양주, 의정부 사람들을 싹 실은 채 노원에 들어온다는 점이에요. 1호선은 양주시, 의정부시를 관통하니 당연하고, 지하철 7호선은 양주, 의정부 사람들이 7호선의 실질적인 종점인 도봉산역에서 우루루 타기 때문에 노원구 주민들에게 7호선 앉을 기회를 별로 주지 않아요. 지하철이 들어가니 이동시간은 많이 절약될 수 있지만, 매일 지하철에 시달려야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건 단순히 지도, 지하철 노선도, 위성사진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이건 실제 가서 좀 겪어봐야 계산이 서는 문제에요.


사실 서대문구 달동네를 찾아서 가보고 싶은 마음은 원래 별로 없었어요. 개미마을이 너무 벽화마을, 출사지로 잘 알려져서 딱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요즘 홍제 부동산이 핫하다고 해서 거기 대체 뭐가 어떻게 바뀌었길래 그러나 궁금해서 가보고 싶어졌어요. 이때 전까지 10년 전에 가본 게 전부였거든요.


'바뀐 거 하나도 없네.'


마을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10년 전에 이 동네 들렸을 때와 바뀐 게 하나도 없어 보였어요.


홍제천


버스에서 내려 홍제천 옆에 있는 조그만 공원으로 갔어요. 여기 도착했을 때는 2019년 5월 4일 18시 42분이었어요. 여기에서 '호박골'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어요.


이날 달동네를 어떻게 돌아다닐지 계획을 짤 때였어요. 아침에 출발해서 관악구에 있는 달동네 2곳 둘러본 후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을 둘러보는 것까지는 쉽게 정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울 것 같았어요. 더욱이 홍제동 개미마을은 친구가 홍제 부동산이 요즘 핫하다는 말을 듣고 대체 그 동네 뭐가 변했나 궁금해서 가보는 것이었구요. 이왕 가서 그 동네 둘러보는 김에 뭐라도 하나 더 볼까 하고 지도와 위성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홍은동에도 달동네 있었네?'


홍은동에도 달동네가 있었어요. 그 달동네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단지 위성사진으로 홍은동에도 달동네가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어요. 홍은동 달동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다 홍제동 달동네로 모여가서요.


그래서 홍은동 달동네 이름은 뭔지 매우 궁금하던 차에 '호박골'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어요. 마침 정자에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어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여쭈어보았어요.


"할아버지, 이 동네 이름 호박골 맞나요?"

"그건 예전에 여기 호박을 많이 키웠다고 그렇게 불렀다는데, 지금은 그냥 홍제1동이야."


할아버지께서는 예전에 그렇게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홍제1동이라고 대답하셨어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언덕 중턱까지 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어요.


홍은동


여기도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요즘 낙후된 동네 가보면 벽화 몇 개는 다 그려져 있는 것 같아요.


홍은동 벽화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호박등이 나왔어요.


홍은동 호박골 호박등


동네 여기저기에 호박등이 장식되어 있었어요.


서대문구 홍은동


서울 달동네


계속 위로 올라갔어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특징이 있는 동네는 아니었어요. 서울의 흔한 동네 중 하나였어요. 사실 서울에서 달동네라 불리는 곳 대부분이 이런 모습이에요. 판자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어요. 그런 판자집은 옛날에 다 밀렸고, 지금은 단독주택 및 빌라, 원룸 건물이 들어차 있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달동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독주택 및 빌라, 원룸 건물촌으로 바뀐 경우도 있고, 단독주택 및 빌라와 원룸이 밀집된 경사 있는 곳에 생긴 동네가 시간이 흐르며 낙후되어감에 따라 달동네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어요.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인상적인 것은 이 동네가 호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곳곳에 호박등이 달려 있었고, 호박을 그린 벽화도 있었어요. 이건 할로윈 장식이 여태 매달려 있는 거라 볼 수 없었어요. 할로윈을 기념하는 곳이라고 해봐야 흥청망청 노는 지역 몇 곳 정도고, 할로윈은 억지로 마케팅 상품화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이런 동네에서 할로윈 장식으로 호박등을 동네 곳곳에 매달아놓을 리 없었어요.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어요.



슈퍼마켓 앞 풍경을 일단 한 장 촬영했어요.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어요. 목이 말랐기 때문에 콜라캔 하나를 구입했어요. 그리고 아주머니께 여쭈어보았어요.


"여기 동네 이름 호박골인가요?"

"예, 여기 호박골이에요."

"원래 이름이 호박골이었어요?"

"예. 원래 이름이 호박골이었고 지금도 호박골이에요."

"이 동네 언제 생긴 동네에요?"

"아마 60년 정도 되었을 거에요."


콜라를 마시며 아주머니와 대화했어요.


"오늘 무지 덥네요."


저는 여기 올라오면서 땀을 잔뜩 흘렸어요. 달동네 세 곳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더웠어요. 날이 덥기도 했지만 달동네 돌아다니는 것이 힘든 일이라 더 더웠어요. 오르막, 내리막, 계단을 계속 다녀야 하거든요. 홍은동 호박골도 경사가 만만한 동네는 아니었어요. 당연히 몸에 열이 나고 있었어요.


"이제 추워질 거에요."

"예? 추워져요?"


아주머니께서는 여기가 지대가 높아서 밤에 춥다고 하셨어요. 아주 더운 여름에도 밤이 되면 서늘한 동네라고 알려주셨어요.


아주머니께 가게 안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여쭈어보았어요. 아주머니께서는 허락해 주셨어요.




가게 밖으로 나왔어요.


"이거 찍어야겠다!"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된 가게인지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어요. 바로 저 공중전화 표시와 '맛나'라는 상표요.



가게까지 올라오는 길에 본 무당집을 사진 한 장 찍은 후 다시 위로 올라갔어요.



"저기 있는 계단 이따 올라가야 하는 거 아냐?"


가파른 계단이 보였어요. 보기만 해도 숨이 찰 거 같았어요.



호박등과 벽화가 매우 잘 어울렸어요.



그림 속 소녀는 호박등을 따러 가나 봐요.







새빨간 집들과 멀리 보이는 초록색 산이 대비 같기도 하고 조화 같기도 했어요.



위로 올라가자 쓰레기 쌓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거의 꼭대기까지 다 올라왔어요. 허름한 집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어요.


홍은동 호박골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지하철 3호선 홍제역 달동네 호박골 마을


홍은동 호박골 마을


'빨리 돌아다녀야겠다.'


이제 호박골에 어둠이 조금씩 깔리고 있었어요. 호박골 마을을 다 둘러보려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어요. 사진 한 장 한 장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어요. 지금 사진 한 장에 신경쓰다가는 앞으로 깜깜해져서 몇 장을 못 찍을 지 몰랐거든요.





화분과 대문을 그려놓은 벽화가 있었어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호박골 마을 벽화


이 벽화는 특히 수채화 느낌이라 예뻤어요.




길은 계속 이어졌어요. 아직 제가 카카오맵 위성사진으로 찾은 판자촌 형태가 남아 있는 곳까지는 못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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