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갔어요.
"여기는 진짜 시간이 멎어버렸나?"
아주 예전에 이문동 외대앞역을 처음 왔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여전히 거의 없어요. 모두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주변은 바뀐 게 없다고 말하곤 해요. 가게들은 조금 변했어요. 그러나 그것도 외대앞역에서 한국외대로 이어지는 길에 한정해서 조금 변한 거에요. 이 동네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외대역과 외대역 철길이에요. 예전에는 이 철길 횡단보도를 사람도 지나가고 차도 지나가고 버스도 지나갔어요. 항상 혼잡한 구간이었어요. 이것을 지하차도화해서 지금은 차량이 지나가지 않아요. 시원하게 뻥 뚫려 있던 길을 외대앞역이 가로막는 것으로 바뀐 것 말고는 다 그대로에요.
'아직도 닥터 있나?'
외대쪽에 오면 한 번은 꼭 가는 식당이 하나 있어요. 그린치킨 닥터에요. 여기 원래 이름은 닭터였어요. 그런데 이름이 바뀌었어요. 바뀌어봐야 그린치킨 닥터에요. 닭터든 닥터든 발음에서는 똑같아요. 아마 여기 사람들과 외대 학생들은 여전히 닥터라고 부르고 있을 거에요. 이 식당은 한두 해 된 식당이 아니거든요. 간판에는 2003년부터라고 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도 존재하던 가게였어요. 올해가 2019년이니까 15년이 넘은 식당이에요.
외대를 정면으로 보았을 때 오른쪽 길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골목으로 들어가니 변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어요. 고깃집인 우미정, 돌솥비빔밥이 맛있었던 은주네 돈까스와 돌솥, 돈까스가 크고 가격이 싸서 잘 갔던 자매식당도 그대로 있었어요. 통일부대찌개는 위치가 바뀌었구요.
'점심 뭐 먹지?'
약간 고민되었어요. 이문동 오면 닥터를 먹고 가곤 했어요. 저한테는 추억의 음식 같은 존재거든요. 그러나 자매식당, 은주네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이 세 식당 모두 10년은 가볍게 넘긴 식당들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세 곳 다 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건 무리였어요. 혼자 2인분까지는 먹을 수 있지만 3인분은 무리거든요. 게다가 점심을 그렇게 배터지게 먹고 싶지 않았어요.
'또 닥터인가?'
이번에도 역시나 닥터를 가기로 했어요. 이문동 외대 근처 오면 왠지 닥터를 가야 할 거 같아요. 여기는 제가 이쪽에 살 때 자주 가기도 했고, 친구들이 제가 사는 곳으로 놀러오면 데려가기도 한 식당이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게 아직도 계속 장사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린치킨 닥터 옆은 가게가 수차례 바뀌었어요. 그러나 그린치킨 닥터는 계속 그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어요.
점심으로 닥터에서 치킨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어요. 여기는 치킨 스테이크 아니면 양념 스테이크 둘 중 하나에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손님이 아무도 없었어요.
메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양념 스테이크 6천원, 치킨 스테이크 6천원이었어요. 예전에는 양념 스테이크가 치킨 스테이크보다 1000원 더 비쌌어요. 그리고 가격이 6천원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아마 대학가라 저렴한 것일 거에요. 닭고기는 브라질산을 사용한대요.
치킨 스테이크를 주문했어요. 탁자에 밑반찬이 깔렸어요.
콜라는 1회 리필 가능해요.
조금 기다리자 치킨 스테이크가 나왔어요.
그래, 이 연기야!
연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기도가 콱 막혔어요. 식초 때문에 기도가 순간적으로 탁 막히는 것 같았어요.
양념은 짭짤한 데리야끼 양념맛에 가까웠고, 여기에 식초향이 조금 섞여 있었어요. 처음에는 미디엄 정도로 구워져 나왔지만 판이 뜨거워서 조금 기다리면 속까지 잘 익었어요. 예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였어요. 맛이 하나도 안 변했어요.
가게 인테리어만 아주 옛날에 비해 바뀌었을 뿐이었어요. 가격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물가 오른 거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었어요. 맛과 양, 모양은 하나도 안 변했어요. 10년 넘도록 이렇게 하나도 안 변하기도 참 어려운데 여기는 진짜로 음식 맛과 양, 모양이 예전과 항상 똑같아요.
외대 근처에서 가장 특이하고 개성있는 음식이 아마 그린치킨 닥터 치킨 스테이크일 거에요. 만약 한국외대 및 외대역 쪽으로 가게 된다면 한 번 먹어보는 것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