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양수리로 놀러갔을 때였어요. 양수역에서 나와 두물머리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어요. 중간에 세한정은 유료 입장이었기 때문에 세한정을 피해서 두물머리로 가기로 했어요.
세한정을 피해서 두물머리로 가기 위해서는 양수리 전통시장 앞을 지나가야 했어요. 양수리 전통시장에 온 김에 시장을 간단히 둘러보았어요. 시장 자체는 매우 작았어요. 그렇게 오래 볼 것까지는 없었어요. 더욱이 제가 갔을 때는 오일장날도 아니었어요. 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사람이 없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길거리에 차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네 방향에서 차가 꽉 막혀 있었어요.
'여기는 무슨 주전부리 같은 거 없나?'
장날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변에 간식거리 파는 노점이 거의 없었어요. 시장 근처에는 뻥튀기 파는 노점과 호떡 파는 노점이 하나 있을 뿐이었어요.
'호떡이나 하나 사먹을까?'
호떡은 어지간해서는 실패하기 정말 어려운 메뉴에요. 설령 인심 야박하게 속에 설탕을 조금 집어넣는다 하더라도 기름에 튀긴 밀가루 반죽 맛 때문에라도 맛있어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호떡 맛은 크게 차이나기 어려워요.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요. 일단 기본적으로 어지간해서는 맛있지만, 정말 기억에 확 남을 정도로 맛있게 만들기는 어려운 게 호떡이에요.
호떡 노점에는 줄 서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차도에 차는 아주 빽빽하게 줄 서 있었지만 인도를 걷고 있는 사람은 이때 오직 저 뿐이었어요. 시장 주변이 너무 한산해서 여기가 오일장날만 문 여는 시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두물머리라면 나름 꽤 유명한 서울 근교 데이트 코스이자 출사지인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 것이 매우 신기했어요.
"호떡 1개 얼마에요?"
"1200원이에요."
호떡 파는 할머니께 호떡 1개가 얼마냐고 여쭈어보았어요. 호떡 1개 가격은 1200원이었어요.
'그냥 하나 사먹어?'
호떡은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길거리 간식. 그래서 이건 완전 길거리 간식계의 베스, 블루길이에요. 인기도 좋고, 어지간해서는 실패하지도 않으니까요. 마침 입이 심심하기도 했어요. 현금이 있나 지갑을 꺼내보았어요. 현금이 있었어요. 그래서 호떡 하나를 사먹었어요.
맛의 펀치력이 달라!
별 기대하지 않고 먹은 호떡이었어요. 그런데 엄청 맛있었어요.
호떡 안에 호두 알갱이와 아몬드 알갱이가 들어 있었어요. 빻아서 잘게 만든 게 아니라 덩어리가 그냥 들어가 있었어요. 호떡에 씨앗이나 땅콩 분태 집어넣은 건 많이 먹어보았지만 호두와 아몬드 알갱이 집어넣은 것은 처음이었어요.
호두 알갱이와 아몬드 알갱이가 씹힐 때마다 치아에 경쾌하게 씹는 맛을 전달했어요. 호두 알갱이와 아몬드 알갱이가 호떡과 잘 어울린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게다가 비율도 적당했어요. 호두 알갱이와 아몬드 알갱이가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았어요. 밀가루 반죽과 설탕맛을 해치지 않고 이것들로 부드럽게 싸서 먹는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어요. 식감과 맛 모두 균형잡혀 있었어요.
다른 호떡들이 꼬맹이들 짤짤이 주먹이라면 이건 성인 어른의 풀스윙이었어요. 다른 호떡들과 그냥 체급이 다르다는 표현 외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정말 맛있어서 하나 더 사먹었어요.
원래 1개만 사서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2개 사먹었어요. 할머니께서는 호떡 맛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계셨어요.
할머니께 허락받고 사진을 찍었어요.
여기는 두물머리 입구쪽에 있어요. 정확히는 양수리시장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 길가에 있고, 양수리 전통시장 남한강 입구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