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수 식당인 낭만국수에요.
낮이었어요. 제주도에 있는 친구가 제게 사진을 보내왔어요. 카페 같았어요.
"어디?"
"애월에 있는 싱가폴 식당."
친구는 자기가 주문한 음식을 자랑했어요. 맛있게 생겼어요.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어요.
저녁 6시 즈음. 서울에 사는 친구가 제게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친구는 제게 혹시 시간 되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어요. 친구에게 이제 씻고 준비하면 8시나 되어야 만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친구는 괜찮다고 했어요. 어디에서 만날지 서로 이야기했어요. 중간 지점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중간 지점이라 하면 대충 세 곳 있었어요. 종로, 대학로, 동대문, 강남이요.
"오랜만에 강남에서 만날까?"
"그러면 좋지."
친구와 일단 강남쪽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만날 곳은 논현역으로 대충 정했어요. 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는 멀지 않지만, 전철로 가려고 하면 환승을 해야 해요. 논현역이라면 저는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한 후 쭉 내려가면 되지만, 강남역이라면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야 해요. 그래서 대충 논현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이제 중요한 문제가 남았어요.
"우리 만나서 뭐 먹지?"
"글쎄...오면서 생각해봐. 나도 가면서 생각해볼께."
무한리필 말고 다른 것 좀 먹자.
무한리필 말고 다른 것을 먹고 싶었어요. 원래 이 친구한테서 연락이 안 왔다면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을 생각이었어요. 무한리필 말고 다른 곳 가고 싶은데 계속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라면과 제주도 있는 친구가 싱가폴 음식 먹는다고 자랑했던 것이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강남에 동남아 식당 없나?'
강남에 동남아시아 음식 파는 식당이 없는지 검색해 보았어요.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어요.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 음식은 이상하게 비싸. 특히 태국 음식은 이해 안 되게 비싸.
제가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 음식을 즐겨먹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 이해할 수 없게 너무 비싸다는 점 때문이에요. 특히 태국 음식은 그게 엄청나게 심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태국 음식 파는 식당 중 제가 진짜 굉장하다고 인정한 식당은 딱 한 곳이에요. 의정부에 있는 어바웃 타이 식당이요. 여기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매우 뛰어나요. 의정부 어바웃 타이보다 맛없는 태국 식당이 지천인데 가격은 희안하게 어바웃타이보다 다 비싸요.
의정부 태국 식당 어바웃 타이 : https://zomzom.tistory.com/2184
하여간 어바웃 타이를 제외하면 태국 음식과 엮이는 순간 가격이 이상하게 비싸지는 희안한 현상이 있어요. 태국 식당에서 베트남 음식, 인도네시아 음식도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이미 저가에 대중화된 베트남 쌀국수 가격도 하늘 높이 솟구쳐요.
제주도 사는 친구가 싱가폴 음식을 먹었다고 했다는 말 때문에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식당을 찾아보았어요.
"어? 여기 괜찮아 보이는데?"
가격을 보니 낭만이면은 7000원이고 낭만탕면은 9000원이었어요. 일단 이 가격이면 제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오히려 맛집일 확률이 높았어요. 가격이 합리적이었거든요. 메뉴도 괜찮았어요. 국수류가 메인이었고, 국수류가 전부나 마찬가지였어요. 더 놀라운 것은 인도네시아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나시 고렝도 없었어요. 오직 국수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가게였어요.
메뉴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이거 완전 꿀이잖아?"
2인세트와 1인세트가 있었어요. 1인 세트 구성 메뉴를 잘 살펴보았어요. 세트 구성이 꽤 괜찮았어요. 세트 1번은 낭만이면, 바소튀김 2개, 낭만두 10개, 음료 1개인데 12000원이었어요. 낭만이면 가격이 7천원이니까 세트에서 7천원 빼면 5천원이었어요. 5천원에 바소튀김 2개에 낭만두 10개에 음료 1개면 꿀이었어요. 다른 동남아시아 음식 파는 식당에서 이렇게 주문하려면 이것보다 무조건 가격이 더 나올 게 뻔했어요. 한국에 있는 동남아시아 식당에 잘 가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만나거나 여자친구와 만날 때 식당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가격을 많이 봤거든요.
여기는 무조건 세트메뉴로 가는 게 이득이었어요. 가격을 보니 여기도 어바웃 타이처럼 꽤 머리를 쓰고 노력한 식당 같았어요.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한국의 동남아시아 식당 음식 시세에 비해 이 가격을 만들어내려면 머리 안 쓰고 노력 안 해서는 안 되거든요.
친구에게 여기 가자고 했어요. 친구도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강남구 압구정역 낭만국수로 갔어요.
낭만국수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식당 내부는 매우 아담했어요. 탁자 2개와 벽 보고 먹는 좌석이 전부였어요.
주문은 무인 기계로 해야 했어요.
저는 집에서 봐놓은 메뉴를 주문했어요. 세트 1번인 낭만이면, 바소튀김 2개, 낭만두 10개, 음료 1개이요. 12000원이었어요.
반찬은 단순했어요.
피클은 직접 담가 만든 것 같았어요. 과도하게 시거나 짜지 않고 오이가 아삭거렸어요.
제가 주문한 세트 메뉴 중 낭만이면이 먼저 나왔어요.
"어? 이거 인도네시아 국수랑 비슷한데?"
모양이 비슷했어요. 끄루푹 올려준 것도 생략되지 않고 있었어요.
인도네시아 여행기 : https://zomzom.tistory.com/1139
그리고 바로 바소튀김 2개, 낭만두 10개가 담긴 접시가 나왔어요. 낭만두는 작고 앙증맞은 만두였어요.
내 예상대로야! 맛있어!
낭만이면은 절제된 단맛과 여러 맛이 섞여 있었어요. 살짝 고소하고 살짝 매콤하고 기름이 들어간 느낌이 났고, 이것들 속에서 절제된 단맛이 숨쉬고 있었어요. 간은 강하지 않았어요. 싱겁지도 짜지도 않았어요. 간이 딱 맞았어요.
처음 먹을 때는 맵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고소한 맛과 절제된 단맛이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맛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어요. 면발은 튀긴 면이라 불지 않았어요. 대신 면발이 약간 뻣뻣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양념을 섞으려면 조금 신경을 써야 했어요. 면발 길이도 먹기 좋았어요. 면발에 약간 뻣뻣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았지만, 면을 먹을 때 가볍고 하늘하늘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국수 안에는 바소 튀김이 하나 들어가 있었어요. 바소 튀김은 어묵 비슷한 맛이었어요.
그런데 먹다 보니 머리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어요. 속에서 열이 머리로 올라왔어요. 입은 그렇게 맵다고 하지 않는데 몸 속에서 열이 확확 올라왔어요.
세트로 같이 나온 낭만두와 바소 튀김을 낭만이면과 같이 먹었어요. 정말 잘 어울렸어요. 낭만이면에 숨어 있는 매운맛이 낭만두와 바소 튀김의 기름진 맛을 확실히 잡아주었어요.
은색 통에 들어가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 고추장인 삼발 소스였어요. 삼발 소스만 맛봤어요. '오직 매운맛'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참고로 낭만이면은 매운 맛이 조금 늦게 올라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삼발 소스 발라서 먹으면 매운맛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어요.
처음에 안 매워서 삼발 소스 조금 넣어볼까 하고 삼발 소스를 먼저 맛봤어요. 그래도 일단 조금은 그냥 먹고 먹다가 넣기로 했는데 그 후 국수를 몇 입 먹고 나서부터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낭만이면 매운맛은 입이 맵다기 보다는 속이 뜨거운 매운맛이었어요. 그렇다고 입이 영 심심한 것은 아니었어요. 입에서 느끼는 매운 정도보다 속에서 열 올라오는 게 훨씬 강했다는 거에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낭만탕면 세트를 주문한 친구도 매우 맛있다고 했어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맛에 대한 기억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맛은 거의 다 비슷했어요. 단지 생선 비린내 비슷한 냄새만 낭만이면에는 빠져 있었어요. 낭만이면 세트는 매우 맛있었어요. 친구 반응을 보니 낭만탕면 세트도 꽤 맛있었던 것 같았어요. 친구 말로는 낭만탕면은 안 맵다고 했어요.
정말 매우 오랜만에 매우 괜찮은 동남아시아 식당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