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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라도 다녀올까?"


예전에는 매해 한 번 정도 제주도에 내려가곤 했어요. 그런데 2년전 부모님께서 육지로 올라오시면서부터 제주도 갈 일이 없어졌어요. 제주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매해 한 번은 집에 내려가느라 갔었고, 그 이전에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제주도에서 있었으니까요. 2년간 제주도를 못 갔지만 제주도가 그리웠던 적은 없었어요. 그리울 이유 자체가 없었어요. 지금 의정부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제게 제주도 한 번 안 내려오냐고 물어보곤 했어요. 그러면 저는 거기 집도 없는데 내려가서 어디에서 자냐고 말했어요. 친구들은 자기네 집에서 재워주겠다고 했어요.


그건 휴일일 때 이야기이고.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 집에서 하룻밤 신세진다 할 수는 있어요. 문제는 이 친구가 출근할 때 저도 같이 나와야 한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주도에서 제가 놀 게 없었어요. 특별할 것도 없고 신기할 것도 없으니까요. 이른 아침부터 친구들이 퇴근할 때까지 무엇을 하며 버틸 것인가? 심심함의 극치였어요. 탐라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독서하고 나와? 그건 정말 아니었어요. 혼자 모르는 길 걸어봐? 어지간한 곳은 다 가봤어요. 궁금할 것도 궁금해야할 것도 없는 곳이 바로 제주도였어요. 왜냐하면 저는 거기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그 후 대학 진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매해 최소 한 번은 제주도에 갔거든요. 산방산도 산방굴사까지가 아니라 진짜 그 돌산 정상까지 올라가봤고, 거문오름 및 물찻오름도 탐방로 만들어지기 전에 꼭대기까지 올라가 분화구 한 바퀴 다 돌아봤어요. 한라산 백록담은 당연히 가봤구요. 뭐가 더 궁금해야 하는가? 진짜로 없었어요. 새로 택지개발된 곳 가보는 것 정도? 그런데 그런 건 하나도 안 궁금해요.


제게 서울 한복판보다 더 막막하고 흥분되지 않는 곳이 바로 제주도였어요. 내려가는 건 좋아요. 그런데 내려가서 할 게 없어요. 저를 흥분시킬 그 어떤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안 갔어요.


그러다 작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스타벅스'라는 카페를 갔어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코리아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마구 뿌려대었고, 그 중 몇 장을 받았거든요. 그 쿠폰을 쓰러 가보았어요.


'스타벅스에 아직도 제주도 한정 음료 있었어?'


저는 그게 이벤트로 한 번 판매한 것인 줄 알았어요. 2017년 2월, 제주도 갔을 때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인 제주 꿀 땅콩 라떼를 마셨거든요.


스타벅스 제주 꿀 땅콩 라떼 (제주도 한정 음료) : https://zomzom.tistory.com/1897


정작 제가 마셔보고 싶었던 제주 까망라떼가 제주도 한정 음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중에 제주도 갈 일이 있으면 스타벅스 한 번 가서 마셔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그 즈음이었어요.


"뭐? 제주도에 24시간 카페가 있다고? 그것도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곳?"


경악했어요. 제주도 제주시에 24시간 카페가 있었어요. 그것도 무려 세 곳이나 있었어요. 제주시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마스터해보고 싶었어요. 저 멀리 천안에 있는 24시간 카페, 춘천에 있는 24시간 카페도 갔는데 정작 제주도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못 가봤다니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러나 오직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기 위해 제주도를 갈 수는 없었어요. 비행기값이 비쌌으니까요.


'나중에 제주도 가면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음료도 마셔보고 24시간 카페도 다 돌아봐야지.'


막연한 희망사항이었어요. 이루어지든 말든 관심없지만 어쨌든 이루어지면 괜찮겠다는 정도였어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어요.


2019년 2월 중순이 되었어요. 날이 갑자기 따뜻해졌어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갈 곳이 없었어요. 어디 갈까 고민했지만 가고 싶은 곳이 아무 곳도 없었어요.


30만원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암호화폐 신규 거래소에서 자기네 암호화폐를 에어드랍하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거기에 참여해서 30만원을 벌었어요. 원래는 저축할 생각이었어요. 그렇지만 공돈 30만원을 아직 저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날이 따스해지자 이 공돈으로 여행 좀 다녀오고 싶었어요. 30만원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면 국내여행 뿐이었어요. 그러나 국내여행을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국내여행도 가보고 싶은 곳은 거의 다 가봤거든요.


'제주도나 가봐?'


제주도 안 간 지 2년이 넘었어요. 제주도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일단 친구들에게 저를 하루 재워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어요. 제주도에서 숙박비 내고 잠을 자는 건 정말로 돈이 엄청나게 아까웠거든요. 불과 2년 전까지 부모님께서 제주도에 계셨기 때문에 제주도 갈 때 숙박비를 들여야 할 일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왔기 때문에 갑자기 제주도에서 숙소를 잡고 숙박비를 내고 잠을 잔다는 것은 제게 너무 돈이 아깝게 느껴졌어요.


먼저 저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을 같이 갔던 친구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기 링크 : 복습의 시간) 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냈어요. 이하 이 친구는 '복습의시간'이라고 할 거에요.


"야, 나 하룻밤 재워줄 수 있어?"

"응. 언제?"

"글쎄...일요일 정도?"

"괜찮아."


일단 복습의시간한테는 괜찮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제 두 번째 친구. 이 친구는 저와 경상남도 진주, 남해 여행을 같이 했었어요. (경상남도 진주, 남해 여행기 링크 : 뭐라카네) 이하 이 친구는 '뭐라카네'라고 할 거에요.


"야, 나 하룻밤 재워줄 수 있어?"

"응, 괜찮아."

"고마워."


일단 2박은 해결했어요. 하루는 제주시 24시간 카페 마스터하러 밤새 돌아다닐 거니까 3박까지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러나 아직도 내려갈지 말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뭐라카네가 제게 메세지를 보내왔어요.


"나 출판사 차리려고"

"어? 출판사? 무슨 출판사?"


뭐라카네가 갑자기 제게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너 이전에 쓴 것들 좀 출판하자. 나 전자도서 코딩도 하니까."

"그거 다 뿌려져서 이제 경쟁력 0일 건데?"


이때부터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주 오래 전 이야기에요. 뭐라카네와 같이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 적이 몇 번 있어요. 같이 소설도 쓰고 글도 써서 잡지도 출판해보고 책도 내볼까 했어요. 하지만 번번이 엎어졌어요. 저 혼자도 이걸 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이건 돈이 안 되겠다 싶어서 관두었어요. 이것저것 알아본 결과, 자비로 출판해서 독립서점에 판매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게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아니었어요. 심지어 정식으로 출판사를 통해 출판한다 하더라도 초기에는 자비 얼마 들여야 하는 경우가 흔했구요.


제가 아주 예전에 썼던 소설을 뭐라카네가 ebook으로 출판한 적이 있어요. 그걸 다시 출판한다? 경쟁력이 아예 없었어요.


머리 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졌어요. 정수리가 뜨끈뜨끈해졌어요. 생각해볼 게 많아졌어요. 출판사를 차린다면 일차적으로 컨텐츠 확보가 되어야 해요. 게다가 마케팅도 생각해봐야 하구요. 인쇄물로 할 지 ebook으로 할 지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이 또 달라져요. 그쪽 업계에 종사했던 적은 없어요. 하지만 해보려다 대차게 실패해봤기 때문에 대충 무엇이 중요한지 어렴풋 알고는 있어요. 성공하는 방법은 모르지만 최소한 이렇게 하면 반드시 확실히 망한다는 것 중 몇 개는 알아요.


왜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면 답장이 없습니까.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꿈꾸었었던 것. 꿈꾸었던 것도 아니에요. '었' 하나 더 들어가 있어요. 꿈꾸었었던 것이에요. 뭐라카네는 제 글이 뭐가 그리 좋은지 제가 쓴 글을 갖고 책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제 글은 이미 다 공개되어 있어요. 이런 건 돈 받고 팔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에 있는 글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만약 뭐라카네가 제가 쓴 글로 책을 만들려 한다면 뭔가 더 특별하게 만들어야만 해요. 하지만 저는 제 글에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없어요.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는 보다 많이, 깊게 이야기해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뭐라카네와의 카카오톡 대화가 끊겼어요.


그래, 제주도 가자. 제주도 가서 이야기하고 생각해보자.


물론 이 이야기가 제주도 여행의 메인이 될 일은 죽어도 없을 거에요. 제가 친구가 출판사 차리려는 계획에 동업자로 가담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으니까요. 하지만 친구가 출판사 차리겠다고 하고 제 글을 출판해도 되냐고 물어본 순간 머리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글쓰기 바뀐 것 하나도 없음. 그냥 변한 게 없음.


2016년, 복습의 시간 여행기를 쓰며 현재 쓰고 있는 문체를 완성했어요. 그 이후, 제가 글 쓰는 것에서 변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다 그대로였어요. 그때 마침 친구가 자기가 출판사를 차릴 계획이라고 이야기한 것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것 때문에 머리가 정수리까지 시뻘겋게 달구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어요. 이게 잘 될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그걸 해볼 시도라도 해보려면 일단 여행을 가기는 해야 했어요.


제주도는 힐링하러 가는 곳입니다.


한편 복잡한 머리 속을 조금 비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의욕은 앞서는데 실제 하고 있는 건 전부 거북이 걸음이었어요.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 있었어요. 그러나 뭐부터 해야 할 지 감을 못 잡아서 갈팡질팡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어요. 그냥 머리 속을 싹 비우고 싶었어요.


제주도를 힐링 여행하러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소. 왜냐하면 집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소.


제주도로 여행을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당연한 이야기에요. 그 누구도 자기 집 주변 돌아다니면서 여행했다고 하지 않아요.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힐링 여행하러 가는 곳이겠지만, 저한테는 아니었어요. 그냥 집 가는 거였으니까요. 제주시 거리를 관광객 티내며 돌아다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렇게 다닐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편하게 나오면 되었으니까요. 제주도에서 특별히 '힐링'이라는 것을 해본 적 따위는 없어요. 거기에 제가 사는 집이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상황이 달라요. 모든 가족이 다 육지에 있어요. 제주도에 제가 잘 집이 없어요. 만약 제주도에 내려간다면 저도 관광객처럼 돌아다녀야 해요.


'뭔가 웃길 거 같은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거리, 익숙한 풍경 모두 관광객처럼 돌아다니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저도 관광객처럼 예쁜 카페 가서 느긋하게 시간도 보내고 맛집이라고 하는 곳에 가서 밥도 먹구요. 적당히 3박 4일 정도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려간 김에 스타벅스 제주 한정 음료도 맛보구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제주도 한정 음료를 계속 판매한다는 것은 분명히 재미있는 점이거든요. 이러면 3박 4일을 매우 알차게 보내고 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문제는 비행기표. 비행기표 지출은 컸어요. 이게 문제였어요. 저가 항공사의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입하려면 어쩔 수 없이 꼭두새벽 비행기표를 구입해야 했어요. 문제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의정부이고,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달리 밤새기 마땅찮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김포공항에서는 밤을 샐 수 없어요. 기껏해야 근처 영화관에서 심야영화 보고 거기에서 버티는 것 정도 뿐이었어요. 김포공항 새벽 비행기를 탈 수만 있다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어요. 문제는 그게 답이 안 보였다는 것이었어요.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첫 비행기만 탈 수 있다면 숙박은 친구집에서 신세진다고 하면 되니까 다녀올 만 했어요. 만약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첫 비행기 탑승할 방법을 못 찾아낸다면 비행기표 가격 때문에 제주도 내려갔다 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어요.


한 번 가 봐?


문득 떠오른 것 하나가 있었어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어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01 제주도로 가자, 나도 힐링하러 가보자


이것을 보지 말아야했다. 아니, 아예 떠올려서는 안 되었다.


골수 속에 잠들어 있던 좀좀혈구가 하나 둘 다시 생성되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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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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