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스타벅스 신메뉴는 레몬진저 차이 티에요.
어느덧 10월도 끝나가고 있어요. 올해는 좋은 건 다 폭락하고 나쁜 건 다 폭등하는 한 해였어요. 이것은 아마 올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거 같아요. 아직 연말 분위기가 나려면 멀었지만, 1년 마무리를 슬슬 준비해야 될 때가 된 건 사실이에요.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지나가면 그 다음부터는 크리스마스 및 신년 마케팅이 시작될 거에요. 그러면 거리 도처가 크리스마스 캐롤 및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되겠죠.
"스타벅스 신메뉴 나온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친구가 제게 스타벅스 신메뉴가 나온다고 알려주었어요.
"무슨 신메뉴가 또 나와?"
스타벅스에서 신메뉴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할로윈 맞이 신메뉴 나온 게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이건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저도 그때 하나 마셨거든요. 제가 마신 것은 뱀파이어 프라푸치노였어요. 이걸 마신 후 스타벅스 좋아하는 친구가 이때 같이 나온 몬스터 카푸치노를 마시고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도 보여주었어요. 제가 마신 것이 덜 웃기고 정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몬스터 카푸치노는 그림 그려주는 직원의 능력에 따라 아주 천차만별 재미있더라구요.
어쨌든 스타벅스에서 신메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신메뉴가 나온다고 하자 궁금해졌어요.
"할로윈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나와?"
"스타벅스 다이어리 시작하잖아."
아, 다이어리 이벤트!
프랜차이즈 카페는 연말에 음료 몇 잔 마시면 플래너를 주는 이벤트를 해요. 대표적인 곳이 스타벅스와 할리스커피. 저는 작년에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할리스 커피 플래너를 받아 지금도 잘 쓰고 있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속지로 쓸 수 있는 아이디어 수첩을 구입해서 속지를 바꿔 해와 관계없이 계속 쓸 수 있게 만들었어요.
스타벅스 플래너 이벤트는 받기 꽤 어려운 걸로 알고 있어요. 작년 할리스커피는 거의 거저 받는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스타벅스 플래너는 매해 '노력'없이는 받기 어렵다는 악평이 자자하거든요. 적당히 드문드문 가서는 받기 어렵다고들 하더라구요. 그에 비해 작년 할리스커피는 프랜차이즈 카페 가서 커피 마시는 사람이라면 못 받는 게 이상할 수준으로 매우 쉬웠구요.
어쨌든 이번에 나오는 신메뉴는 그 플래너 주는 이벤트인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이벤트와 관련된 음료였어요.
'그냥 한 번 마셔볼까?'
메뉴를 보았어요. 토피넛 라떼, 홀리데이 밀크 초콜릿, 레몬진저 차이 티였어요.
"레몬진저 차이 티다!"
보자마자 깔깔거리며 레몬진저 차이 티를 마셔보기로 결정했어요.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이벤트는 미션 음료 세 잔 포함 17잔을 마셔야 플래너를 받을 수 있어요. 여기에서 미션 음료는 리저브 음료 전체, 토피 넛 라떼, 토피 넛 프라푸치노, 레몬진저 차이 티, 홀리데이 밀크 초콜릿, 11월 29일 출시될 신규 크리스마스 음료래요.
커피는 안 좋아하지만 스타벅스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레몬진저 차이 티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추가한 거 같았어요. 레몬진저 차이 티는 왠지 인기가 가장 없을 거 같았어요. 뭔가 더 웃기려면 이번 신메뉴 종류별로 다 마시고 17잔이었어야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생강차 마셔야 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거까지는 아니었어요. 어쨌든 이거 모으고는 싶고, 커피는 별로인 사람들은 밀크 초콜릿과 레몬진저 차이 티를 마셔야하긴 할 거에요. 리ㅈ브 음료 전체라 함은 몇 곳 안 되는 리저브 매장을 의미하는 거니까요.
이번에 나온 음료 중 제일 인기없을 거 같은 건 딱 봐도 레몬진저 차이 티. 이름은 거창하나 이건 딱 봐도 생강차. 이걸 마시기로 했어요.
스타벅스에 갔어요. 레몬진저 차이 티를 주문했어요.
"음료 투명한 컵에 주세요."
"저희 매장은 투명한 컵은 차가운 음료만 가능해요."
스타벅스는 전부 직영점 아닌가?
광고 사진에는 투명한 컵에 차를 담아서 사진 찍어놓고 매장에서는 속을 볼 수 없는 불투명한 컵에 음료를 담아주었어요. 가맹점이라면 모르겠어요. 그런데 스타벅스는 전부 직영점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투명한 컵에 담아서 주지 못할 거라면 왜 광고 사진은 투명한 컵에 찍어서 주는지 이해불가에요. 음료 제작과 광고 사진은 투명한 컵에 담아서 시각적 효과까지 노려 만들고 정작 매장에서 주는 건 속 안 보이는 불투명한 컵에 담아주는 건 뭘 주장하는 걸까요. 이럴 거면 사진이나 처음부터 불투명한 컵에 붓고 찍어서 광고하든가요. 컵을 감상하러 온 게 아니라 음료를 보고 마시러 온 건데 사진과 달리 불투명한 컵에 음료를 받으니 기분이 절대 좋을 수 없었어요. 포장도 잘 되어 있는 제품이라고 광고한 신제품을 매장에서 구입했더니 매장에서는 이것을 포장 하나도 없고 검은 비닐봉다리에 쑥 집어넣어서 건네주는 것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신메뉴 중 하나인 레몬진저 차이 티는 이렇게 생겼어요.
직원이 티백은 5분 우리고 꺼내라고 알려주었어요.
저는 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지만 속을 알 수가 없었어요. 광고 사진에 따르면, 아래에 레몬 조각이 가라앉아 있대요. 음료 모습도 보고 음료도 마시러 왔는데 엉뚱한 컵만 감상하고 있어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레몬진저 차이 티에 대해 '추운 겨울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세련된 맛을 느낄 수 있는 레몬진저 차이 티로 따뜻하게 힐링할 수 있는 티 음료'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레몬과 생강이 결혼하면 돌연변이가 태어난다.
저는 레몬을 좋아해요. 생강도 싫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레몬진저 차이 티를 마시기 전, 이것이 제 취향에서 벗어날 확률은 정말 적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생강이 들어간 차이니 생강향이 확 날 거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경험적으로 '진저', '생강'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음료는 십중팔구 강렬한 생강향을 자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생강 자체가 향이 참 강한 식물이라서요. 그래서 일식집에서 생선 비린내를 입에서 지우기 위해 초생강을 집어먹죠.
레몬도 좋아하고 생강도 싫어하지 않으니 제 취향일 거라 상상했어요.
그러나 이 둘이 섞이면 어떤 맛일지, 그 본질적 문제에 대해 상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음식을 접할 때 조심해야할 점 중 하나. 이 재료도 좋아하고 저 재료도 좋아하니 이 둘을 같이 먹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해요. 초콜렛 좋아하고 볶음밥 좋아한다고 초콜렛 볶음밥 만들어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저지르는 실수에요.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으니 둘을 섞으면 더 맛있는 맛이 나올 거야! 둘을 섞는 것과 둘을 따로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에요. 단순히 둘 다 좋아하는 것이니 둘을 섞으면 맛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 둘을 따로따로 생각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먹는 것을 상상한 거에요.
엄마, 이 생강차 쉰 거 같아!
왠지 이 말을 외치고 싶어졌다.
생강차에서 시큼한 맛이 느껴졌어요. 레몬향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어요. 레몬향은 솔직히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었어요. 한 모금 마시면 끝맛에 귤 먹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입냄새 같은 향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래, 올해 좋은 것은 다 폭락하잖아.
올해 여름부터 가보기 시작한 스타벅스. 초반에 먹은 음료들은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초콜릿 바나나 블렌디드와 자색 군고구마 라떼, 리저브 음료인 라벤더 카페 브레베와 라임 플로터 리저브비 스코티 다 정말 대만족했어요. 이것들 마시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스타벅스 가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 뱀파이어 프라푸치노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요. 비록 맛은 조금 밍밍한 딸기우유 같았지만 시각적 효과가 매우 좋았거든요. 그리고 오늘 이것. 레몬진저 차이 티...
올해 겨울 매우 추울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