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는 스타벅스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에요.
나는 지금까지 나 혼자 스타벅스를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제가 카페 및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를 잘 올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당연히 스타벅스에도 가봤을 거라 지레짐작하곤 해요. 물론 가봤어요. 전부 친구들이 데려가서 갔어요. 저 혼자 가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어요. 애초에 카페 자체를 혼자 가는 일이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어요. 지난해 초에 24시간 카페를 찾아 한밤중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카페를 혼자 가기 시작했어요.
스타벅스는 당연히 안 갔어요. 스타벅스를 미워해서가 아니었어요. 스타벅스는 24시간 매장이 없어요. 제가 카페를 가는 이유는 99%가 24시간 카페를 찾아서 가기 때문이에요. 그 외에는 거의 안 가요. 늦은밤에 가서 밤새도록 책을 보고 글을 쓰다 돌아올 목적으로 카페를 가거든요. 그런데 스타벅스는 24시간 매장이 없기 때문에 갈 일이 전혀 없었어요. 그 이전에는 카페 가서 책보고 공부하는 일이 아예 없었구요. 지금도 낮에는 카페에 책 보고 공부하러 잘 안 가요. 솔직히 바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에는 카페에서 공부하고 책보는 것이 그렇게 널리 퍼져 있지 않았거든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자 대학생들 중 일부가 그런 목적으로 카페를 가곤 했어요. 당연히 그런 모습을 매우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남녀노소 막론하고 꽤 많기도 했구요. 그래서 카페를 혼자 간다는 것 자체가 더욱 어색했어요.
스타벅스는 가본 일이 있기는 하나 저 혼자 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곳. 딱히 갈 생각도 없었어요. 저는 오밤중에 카페를 가는데 스타벅스는 오밤중에 문을 열고 영업하는 지점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니나 가라 스타벅스' 모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 갈 일이 생겨버렸어요.
얼마 전 후오비 코리아에서 설문조사에 응하면 선착순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했어요. 후오비가 간간이 이런 쿠폰을 잘 뿌려요. 선착순이라 너무 늦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벤트. 그런데 이날은 운좋게 공지가 올라온지 얼마 안 되어서 발견했어요.
한국인이라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걸로 마시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조상님들부터 내려온 미덕, 우리가 지켜야지요.
설문조사에 응했어요. 며칠 후. 진짜로 스타벅스 쿠폰이 날아왔어요.
'이거 어떻게 써먹지?'
쿠폰을 받기 위해 설문지에 응모할 때에는 이걸 생각하지 않았어요. 막상 받고 나자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하나 고민에 빠졌어요. 백주대낮에는 원래 카페에 가지 않고, 게다가 스타벅스는 단 한 번도 혼자서 가본 적이 없는 곳. 그냥 친구 줄까 잠시 고민했어요. 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대체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1. 친구에게 주고 생색낸다. 내 돈 한 푼도 안 쓰고 생색낼 수 있는 좋은 기회.
2. 내가 마신다.
두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다 제가 마시기로 했어요.
스타벅스 쿠폰은 써본 일이 없다. 아메리카노는 딱히 마시고 싶지 않다.
41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받기는 했지만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이 쿠폰을 대체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하다 여자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으로 다른 음료 시킬 수 있어?"
"응. 그거에 추가로 얼마 내면 돼."
오호! 바꿀 수 있나보네?
솔직히 옥고감 시켜보고 싶어.
스타벅스 전설의 메뉴 옥고감. 여자친구가 이거 이야기해줬을 때 진짜 그런 것도 파냐고 빵 터졌어요. 그런데 그게 유명하다는 거에 또 놀랐어요. 스타벅스에서 먹는 옥수수, 고구마, 감자는 대체 뭐가 다른 맛이 나는지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건 얌전히 음료를 마시기로 했어요.
'그런데 걔가 스타벅스 간다는 소리를 나한테 한 적이 없는데?'
여자친구가 스타벅스 간다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스타벅스 옥고감의 존재도 자기가 먹고 알려준 것이 아니라 그런 메뉴가 있다는 것을 어디서 발견해서 제게 보여준 것이었어요. 돌다리도 두들겨보라는 옛말이 떠올랐어요.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친구에게 지금까지 저 혼자 스타벅스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어요. 친구가 깜짝 놀랐어요. 친구가 나중에 같이 스타벅스에 가자고 했어요.
응. 나는 네가 스타벅스에 혼자 간다는 사실이 더 놀라워.
제 친구들은 스타벅스에 혼자 잘 가요. 저는 그게 엄청 신기해요. 예전 같이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저와 똑같이 스타벅스 같은 곳은 참 안 갈 거 같은 애들인데, 정작 저 빼고 다 혼자 잘 가고 있어요.
친구에게 아메리카노 쿠폰에 웃돈 얹어서 주면 다른 메뉴 주문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친구가 당연히 된다고 알려주었어요. 친구가 스타벅스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맛있다고 추천해주었어요.
나는 너를 믿는다!
아메리카노 마실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가본 적 자체를 손가락으로 꼽고, 그나마도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2017년 2월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 친구가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해서 갔었던 때였어요. 그때는 스타벅스에서 제주도에서만 파는 음료로 제주 꿀 땅콩 라떼가 있다고 해서 친구와 스타벅스에서 만난 김에 마셔보았어요. 이번은 그런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뭘 마셔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를 마시라고 추천해준 것이었어요.
스타벅스로 갔어요. 혼자 갔어요.
메뉴를 보았어요. 그린티 프라푸치노가 없었어요. 직원에게 그린티 프라푸치노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직원이 있다고 했어요. 직원에게 그린티 프라푸치노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직원에게 쿠폰을 보여주었어요. 직원은 쿠폰으로 4100원 결제할 수 있고, 잔금을 내면 된다고 했어요. 잔금 계산은 카드로 계산했어요.
이렇게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혼자 가보았어요. 그리고 제가 마신 스타벅스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는 이렇게 생겼어요.
직원이 제조하는 모습을 보니 얼음에 녹차 가루 등을 넣고 믹서기로 간 후, 위에 휘핑 크림을 올려서 만든 음료였어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스타벅스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 음료에 대해 '약간의 시럽과 우유와 얼음, 쌉싸름한 녹차가 블렌딩 되어 휘핑크림이 토핑된 음료. 라이트 프라푸치노용 시럽 선택 가능-Tall 사이즈 기준, 25% 이상 줄어든 저당(Low Sugar)으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스타벅스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 Tall 사이즈 용량은 355 ml이고, 열량은 290 kcal이에요. 알레르기 유발 요인으로는 우유가 있어요.
스타벅스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 가격은 6300원이에요.
싱싱한 녹차 아이스크림맛.
쓴맛은 거의 없었어요. 사실 쓴맛은 하나도 안 느껴졌어요. 아마스빈 하동 녹차 버블티가 어렸을 적 처음 먹어보았던 설록차의 충격을 떠올리는 맛이었다면, 이건 그린티 라떼를 처음 마셔보았을 때 느꼈던 그 단맛 가득한 맛에 가까웠어요.
단맛이 아주 강하지는 않았어요. 쓴맛은 없었어요. 대신 녹차 특유의 싱그럽고 풋풋한 향이 느껴졌어요. 이 향은 오이향과 조금 비슷했어요. 물론 오이 음료가 아니라 녹차 음료이니 오이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거에요.
휘핑 크림과 음료를 같이 빨아먹으니 더욱 아이스크림 같았어요. 딱 싱싱한 녹차 아이스크림을 빨대로 쪽쪽 빨아마시는 맛이었어요. 단맛이 막 강하지 않아서 부드럽게 마시기에 좋은 맛이었어요.
친구가 제게 추천해줄만한 음료였어요. 맛이 매니악하지 않고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어요.
그리고 이 음료는 제가 처음으로 스타벅스 혼자 가서 마신 음료로 기억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