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타코벨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중이었어요. 길을 걷고 있는데 보라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어요. 타코벨이었어요.
제가 주로 다니는 동선에 타코벨 매장이 있었을 때에는 몰랐어요. 그때는 타코벨이 엄청 흔하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인줄 알았어요. 타코벨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식당. 한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참고로 이때는 타코벨을 먹어본 적이 없었을 때였어요. 가격을 보면 행사중인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항상 '언젠가 나중에 먹어봐야지'하고 미루기만 했어요.
'나중에'는 안 하겠다는 말이다.
나중에 뭘 하겠다는 소리는 결국 안 하겠다는 소리에요. 정확히 몇 월 몇 일 몇 시에 하겠다는 확실한 계획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중에'라는 표현은 결국 안 하겠다는 소리를 똑바로 못 하니까 돌려말하는 것 뿐이에요. 거기에 '언젠가'까지 붙으면 이건 '절대 안 하겠다'는 소리와 완벽히 똑같아요. 물론 '언젠가 나중에 하겠다'와 '안 하겠다'는 뉘앙스적인 차이가 있기는 해요. 그러나 결과는 같아요. 어쨌든 똑같이 절대 안 해요.
타코벨에 대해 '언젠가 나중에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먹을 리가 없었어요. 오늘은 내일이 되고, 내일은 모레가 되고, 모레는 글피가 되고, 글피는 그글피가 되었어요. 그렇게 무한정 뒤로 밀렸어요. 이때만 해도 제가 자주 놀러 가던 이태원, 그리고 제가 서울 가기 위해 항상 가는 의정부역에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에 타코벨 매장이 있었어요. 무한정 미루어도 언젠가 로또가 당첨되듯 한 번은 가보게 될 거라 여기고 있었어요.
그러다 진짜 타코벨을 가게 되었어요. 제 예상과 꽤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른 것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회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님.
의정부 신세계 백화점 매장 안에 있는 버거킹 매장에 가던 중 깜짝 놀랐어요. 타코벨 매장이 없어졌어요. 그 자리에 회전초밥집이 들어왔어요.
'괜찮아. 이태원에 있으니까.'
이태원에 있던 타코벨도 없어졌어요. 그 자리에 다른 식당이 들어왔어요. 의정부 신세계 백화점에 있는 타코벨과 이태원에 있는 타코벨 믿고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거니까 나중에 먹어야겠다고 한없이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둘이 사라져버렸어요. 이제 그나마 제가 다니는 동선에서 타코벨 매장이 있는 곳은 광화문. 그런데 여기는 제가 진짜 지지리 안 가는 쪽이에요.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세종문화회관쪽은 갈 일이 없거든요. 횡단보도 길어서 거기로 가는 것 자체가 귀찮기도 하구요.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합니다.
억지로 광화문까지 가지 않는 한 타코벨은 먹기 정말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어요. 후회했지만 늦었어요. 저도 이렇게 타코벨이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이태원에 있는 타코벨만은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져버렸어요.
압구정 쪽에 갈 일이 생겼어요. 마침 길을 걸어가던 중, 타코벨이 보였어요.
"아, 먹어봐야지!"
마침 출출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타코벨 매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원래는 평범한 타코를 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벽에 타코치킨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타코벨 타코치킨 포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연갈색 종이에 #KOREATACOBELL 이란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어요.
포장을 풀렀어요.
왠지 느끼할 것 같아보였어요. 진짜 타코 대신 치킨을 사용했어요. 양상추와 치즈, 그리고 맨 위에는 토마토 조각이 올라가 있었어요.
'이거 kfc 징거더블다운맥스랑 맛 비슷한 거 아니야?'
kfc에는 빵 대신 치킨을 이용한 햄버거가 있어요. 바로 징거더블다운맥스. 타코벨 타코치킨을 보는 순간 kfc 징거더블다운맥스와 맛이 비슷할 것 같았어요. 둘 다 치킨으로 속재료를 감싼 것이었으니까요.
치킨까스로 샐러드 만든 맛.
치킨이 매우 얇아서 빵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치킨으로 싸놔서 느끼하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별로 안 느끼했어요. 치킨은 살짝 매운맛이 있었었어요. kfc 징거더블다운맥스는 매우 느끼한 편인데 이것은 치킨 자체가 별로 느끼하지 않았어요.
토마토, 양상추와 매우 잘 어울렸어요. 향은 치킨향+고춧가루향인데 서양 특유의 향-벌집핏자나 bbq맛 과자에서 느껴지는 그 향이 느껴졌어요.
타코벨 타코치킨은 빵 대신 치킨으로 감쌌는데 치킨맛은 그대로 살아있고 식감은 약간 빵-해쉬브라운 느낌이라 이질적이지 않아서 매우 독특하면서 괜찮게 먹을 수 있었어요. 술안주, 또는 길거리 음식으로 내놓으면 인기가 괜찮을 것 같았어요. 별로 느끼하지 않아서 아무 때나 먹어도 좋은 맛이었어요.
단, 깨끗하게 먹기는 조금 어려웠어요. 먹는 동안 토마토와 치즈가 후두둑 떨어졌거든요. 광고에서 나온 것처럼 위에서부터 베어먹으려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치킨이라 그렇게 너무나 쉽게 베어지지는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