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과자는 농심 포스틱이에요.
햄버거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어요. 갑자기 과자가 먹고 싶어졌어요. 비가 오면 부침개를 부쳐먹는다지만, 제 방에는 그런 것을 해먹을 도구가 아예 없거든요. 그리고 부침개도 밀가루 음식이고, 과자도 밀가루 음식.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니 과자 하나 사먹을까 고민되었어요. 이렇게 비올 때는 과자 먹으며 책 보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과자나 한 봉지 사먹어야지.'
옷을 입고 마트로 갔어요. 가는 길에 무슨 과자를 사먹을까 고민했어요. 딱히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매운 새우깡이나 한 봉지 사먹을까 생각했어요. 과자 먹고 싶을 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매운 새우깡. 매운 새우깡은 먹고 싶은 과자 없을 때 고르는 아주 무난한 선택지 중 하나였거든요. 그저 과자가 먹고 싶을 뿐이었고, 그 외에 따로 무언가 정확히 어떤 것을 콕 집어서 먹고 싶은 것이 있지는 않았어요.
마트에 도착했어요. 확 와닿는 과자가 있나 살펴보았어요.
"어? 포스틱! 이거 아직도 있어?"
농심 포스틱이 보였어요.
"이거 엄청 오래된 과자인데!"
포스틱을 처음 먹어본 것은 대학교 1학년때. 학과 엠티 갔을 때 술안주 중 하나가 포스틱이었어요. 1박 2일 엠티가 끝나고 정리하는 시간. 엠티 간다고 학과에서 준비해간 안주, 술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어요. 남은 것을 각자 분배해서 들고갈 때였어요.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들고 갈 것이 없었어요. 술, 고기, 컵라면은 자취하는 동기들이 챙겨갔어요. 저한테는 그런 것이 별 필요가 없었어요. 그때 동기들이 커다란 포스틱 봉지는 제게 챙겨가라고 했어요. 과자야 기숙사에서 먹고 싶을 때 까먹으면 되니까 좋다고 챙겨왔어요. 그렇게 엠티 끝나고 기숙사 방으로 포스틱 봉지 큰 거 하나 덜렁덜렁 들고 돌아왔어요.
밥 먹기도 귀찮던 일요일. 밥 대신 포스틱이나 까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포스틱 봉지였어요. 과자 봉지를 뜯어서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어요. 식사 대신 먹는 과자라 한 봉지 다 먹어치우는 데에 별 무리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과자 양이 상당히 많았고, 과자를 씹을 때마다 거친 가루와 조각이 입천장을 긁어대었어요. 다 먹고 나니 입천장이 따끔거렸어요. 양파링도 입천장 쓴다고 하는데, 포스틱은 그보다 훨씬 더 입천장을 쓸었어요.
이게 10년도 훨씬 전 일. 그 긴 시간, 무수히 많은 과자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동안에 포스틱은 묵묵히 계속 판매중이었어요. 포스틱을 보자 이것을 다시 먹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아직도 입청장 쓰는 것이 그대로인가 궁금했어요.
농심 포스틱은 이렇게 생겼어요.
파란색 배경에 저 길다란 과자 사진. 포장도 과거와 변한 것이 없어보였어요. 좌측 하단 저 감자 캐릭터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감자 캐릭터 말고는 과거와 똑같았어요.
농심 포스틱의 영문명은 POTATO STICK 이에요.
포스틱 봉지 뒷면을 보았어요.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보였어요.
제품명은 '포스틱', 식품 유형은 '과자(유탕처리제품)'이에요.
포스틱 성분은 다음과 같아요.
소맥분(밀;미국산), 감자(국산), 옥수수전분{옥수수:외국산(러시아, 헝가리, 세르비아 등)}, 미강유, 혼합제제(타피오카산화전분, 말토덱스트린), 감자맛조미분말{감자분말(독일산), 정제염, 젖산칼슘, 디엘-메티오닌, 효소처리스테비아}, 팜유, 양파, 감자비프맛시즈닝
재미있는 점은 감자는 국산이고, 옥수수전분은 동유럽 국가들이라는 점이었어요. 옥수수를 헝가리, 세르비아에서도 수입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포스틱은 위 사진처럼 생겼어요. 왠지 과거보다 양이 조금 적어진 것 같았어요.
옛날이랑 맛 하나도 안 변했네.
아주 거친 식감. 과자를 씹을 때마다 거친 가루와 조각이 입천장을 쓰는 것은 여전했어요.
맛은 감자깡에 비프맛시즈닝 뿌린 맛. 약간 바베큐 과자 향이 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감자깡과 비슷한 맛이었어요. 저는 한 입에 한 개씩 넣었지만 보통은 한 조각을 두 입에 먹어야 할 거에요. 그렇게 짜지 않고 바베큐 과자향이 느껴지기 때문에 술안주로 먹는다면 소주보다는 맥주 안주로 더 어울릴 거에요.
농심 포스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맛이 하나도 안 변했어요. 한 조각이 길고 씹으면 까끌까끌한 가루와 조각이 입천장을 쓴다는 것도 변함이 없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