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24시간 카페를 열심히 돌아다닐 때였어요.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다보면 프랜차이즈 카페를 어쩔 수 없이 매우 많이 가게 되요.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카페들이 거의 다 프렌차이즈 카페거든요.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엔제리너스를 제외하고 24시간 카페를 가려고 하면 정말 몇 지역, 몇 곳 남는 게 없어요.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24시간 카페를 가려면 결국 저런 프랜차이즈 카페를 애용할 수 밖에 없어요.
작년 11월에 할리스 커피에서 정해진 음료 갯수를 채우면 다이어리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어요. 24시간 카페를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던 때라서 할리스커피 다이어리를 받는 것은 솔직히 일도 아니었어요. 어차피 가야할 할리스커피 매장들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이 이벤트는 무조건 잔 수로 채우는 이벤트였어요. 작정하고 채우려하면 너무나 쉽게 채울 수 있었어요. 할리스커피측에서는 고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그랬다고 하는데, 정말 부담이 하나도 되지 않는 이벤트였어요. 진짜 다이어리를 뿌리려고 작정한 것 같았어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받아갔고, 인기 디자인은 순식간에 동났어요.
할리스커피 다이어리 중 정말 갖고 싶은 디자인이 있었기 때문에 24시간 카페를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어차피 가기로 마음먹었던 곳, 조금 부지런히 가면 될 뿐이었어요. 처음에는 이거 뭔 수로 채워 했지만 24시간 카페 조금 돌아다니니 아주 쉽게 채웠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싶었던 디자인으로 골라 가질 수 있었어요.
할리스커피 다이어리를 넘겨보던 중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할리스커피 시그니처 메뉴를 설명한 것이었어요.
"고구마 라떼가 할리스커피 시그니처 메뉴였어?"
2005년에 출시된 고구마 라떼가 할리스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래요. 고구마 라떼가 그렇게 오래된 메뉴라는 점에서 한 번 놀랐고, 그게 시그니처 메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어요.
고구마 라떼 그거 허기 지우려고 마시는 거 아니었어?
고구마는 구황작물. 고구마 맛있기는 해요. 하지만 구황작물. 솔직히 고구마 라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제가 고구마 라떼를 좋아하는 결정적 이유는 그 맛이 아니라 바로 '구황작물'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물론 맛있어요. 구수하고 달아요. 거부감들지 않는 단맛. 군고구마 같은 느낌도 있구요. 그렇지만 고구마 라떼의 최대 장점은 바로...
허기를 지워준다.
허기가 져서 속이 허하거나 아프다는 느낌이 들 때, 고구마 라떼를 마시면 속이 참 편해져요. 허기 지우는 데에는 고구마 라떼가 참 좋아요. 속이 안 좋아서 커피 마시기 불편할 때 고구마 라떼 한 잔 마시면 참 좋아요. 카페에서 커피를 피하려 할 때 좋은 선택지임은 분명해요. 그런데 이게 시그니처 메뉴였다고?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할리스커피 갈 때마다 고구마 라떼 시키는 사람은 보지 못했거든요. 물론 제가 거의 심야시간에 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할리스커피 다이어리에 고구마 라떼가 시그니처 메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니 할리스커피 고구마 라떼를 마셔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 마신 할리스커피 음료는 고구마 라떼에요.
고구마 라떼를 차갑게 마실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제게 일종의 수프 같은 거라서요.
할리스커피 고구마 라떼는 작은 사이즈 가격이 5500원, 큰 사이즈 가격이 6000원이에요.
역시 고구마는 구황작물.
마시면서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고구마는 구황작물. 간식으로 인기 좋지만 근본은 구황작물.
군고구마 비슷한 향이 느껴졌어요. 고구마향이 참 좋았어요.
단맛은 절대 약하지 않은 편. 그러나 설탕이 만드는 날카로운 단맛보다 훨씬 부드러웠어요. 고구마 자체의 그 순하고 부드러운 단맛과 고구마향, 우유가 날카로운 단맛을 상당히 무디고 부드럽게 깎아내고 있었어요. 마시기 참 편한 맛이었어요.
할리스커피 고구마 라떼는 참 맛있어요. 허기가 질 때 마시면 정말 좋아요. 왠지 아침에 가면 이거 많이 팔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해장용으로 마셔도 꽤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