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밀크티는 공차 밀크티 신메뉴인 커피 밀크티 크러쉬 펄이에요.
홍콩에는 '원앙차라는 밀크티가 있어요. 이 밀크티는 커피와 밀크티를 섞은 것이에요. 처음 원앙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세상에 뭐 이런 것이 다 있나 싶었어요. 그 둘은 절대 안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커피에 우유를 섞는 건 당연한 것. 홍차에 우유를 섞으면 밀크티. 하지만 커피에 홍차를 섞어서 마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건 상상만 해도 기괴한 조합. 비록 중간에 우유가 들어가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홍차와 커피의 조합은 아주 안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 원앙차를 마셔볼 때에는 '괴작을 마시고 웃겨주겠다'라는 목적이 강했어요. 제가 먹고 괴작스러운 맛에 분노해 글을 다다다다 써서 올려야 사람들이 웃거든요. 받아들고 긴장했어요. 이건 머리속에서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 조합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마시고나서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정말로 많이 맛있었어요. 상당히 훌륭한 조합이었어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훌륭한' 수준이었어요. 그 이후 밀크티와 커피를 섞은 조합인 원앙차를 매우 많이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 커피와 밀크티의 조합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곳은 이화여대 근처에 있는 홍콩식 카페인 '차콜'이에요. 그리고 쉽게 맛볼 수 있는 방법은 할리스커피 메뉴 중 하나인 '밀크티 크림라떼'를 마시는 거에요. 차콜의 원앙차, 할리스커피의 밀크티 크림라떼 둘 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에요.
그러던 중 공차에서 신메뉴가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와 밀크티의 조합이었어요. 공차라면 밀크티 맛을 꽤 괜찮게 만드는 곳. 상당히 기대되었어요. 공차가 아무리 프랜차이즈 체인점이라 해도 여기는 원래 주력이 밀크티에요. 여러 음료를 마셔본 것은 아니지만 밀크티만큼은 맛있게 잘 만들어요. 한때 우리나라에서 밀크티 유행이 불어서 인생밀크티네 뭐네 하는 것들 이것저것 마셔보았지만 공차만큼 맛을 내는 곳 찾기가 엄청 어려웠어요. 그만큼 공차 밀크티는 일단 믿고 마셔도 괜찮은 밀크티. 공차에서 커피와 밀크티의 조합을 만들었다고 하니 기대가 많이 되었어요.
'선택지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지.'
차콜은 이화여대에만 있으니 거기 가지나 않으면 마실 수가 없어요. 할리스커피는 제가 자주 가기는 해요. 하지만 밀크티 크림라떼 하나만 주구장창 마시고 싶지는 않았어요. 할리스커피도 매장이 많기는 해요. 특히 24시간 매장이 여러 곳이에요. 밤새 카페에서 글을 쓰기 위해 카페를 갈 때는 할리스커피를 애용하기 때문에 낮에 다른 곳을 가고 싶었어요. 밤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할리스커피에 가야 하고, 그러면 밀크티 크림라떼를 마시니까요.
그래서 공차로 가서 커피 밀크티 크러쉬 펄을 마셔보았어요.
공차 커피 밀크티 크러쉬 펄은 이렇게 생겼어요.
공차 홈페이지에서 커피 밀크티 크러쉬 펄에 대해 '향긋한 블랙 밀크 티에 진한 커피를 더해 한여름 얼음과 함께 갈아 더욱 시원하게 즐기는 시즌 한정 음료 (ONLY ICED)'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밀크티 크러쉬 펄 가격은 라지 사이즈가 4800원이에요. 열량은 361.2 kcal 이에요.
이거 그냥 커피잖아!
제가 상상하던 홍차, 커피, 우유의 삼위일체 하모니와 거리가 멀었어요. 이것은 커피와 우유의 조합이었어요. 여기에 펄이 단맛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원앙차가 아니라 펄이 들어간 밀크 커피라 봐야 했어요.
슬러쉬 형태라 꽤 시원했어요. 특징은 딱 여기까지였어요. 커피맛은 진한 편. 일반 카페에서 단맛이 강하고 우유가 들어간 커피 수준이었어요. 마시는 동안 커피 얼음과 펄을 섞어서 마시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펄이 들어가니 마시는 동안 재미는 있었어요. 일반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합이었고, 펄과 밀크 커피가 잘 어울렸거든요.
공차 밀크티 크러쉬 펄은 펄과 커피 슬러시를 같이 마시는 재미있는 음료였어요. 그러나 밀크티와 커피의 조화를 상상하고 주문하신다면 커피맛과 향만 느껴져서 실망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