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12 베트남 후에 티엔무 사원 Chùa Thiên Mụ

좀좀이 2018. 4. 11. 12:47
728x90

"티엔무 사원 관람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거에요."


가이드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점심 시간을 알려주었어요. 차가 출발했어요. 얼마 간 것 같지도 않은데 차가 주차했어요. 가이드는 사람들에게 티엔무 사원 도착했으니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어요.


'벌써 도착했어?'


시계를 보니 11시 조금 넘었어요. 티엔무 사원에 도착했다고 해서 차에서 내렸어요. 가깝다고 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차로 가니 금방이었어요. 체감상으로는 걸어서도 얼마 안 걸릴 바로 옆 동네 같았지만, 실제 걸어갔다면 꽤 걸렸을 거에요. 차가 신나게 달렸으니까요. 차에서 내리자 기념품점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어요.



작은 기념품점 몇 곳 있는 정도가 아니라 조그마한 시장급으로 모여 있었어요. 가이드가 앞서서 티엔무 사원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걸어올라가고 있었어요.


'저기 기념품점들 구경하고 싶은데...'


후에 여행자 거리에서 본 기념품 말고 새로운 것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가격도 매우 궁금했구요. 하지만 느긋하게 그 기념품점들을 구경할 여유는 없었어요. 가이드가 차에서 사람들이 다 내린 것을 보자마자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었거든요. 기념품점을 뒤로 하고 일단 가이드를 따라 오르막을 올라갔어요.


가이드를 쫓아 티엔무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나무에 매달아놓은 제단이 보였어요.


베트남 제단


여기는 왜 이렇게 제단이 많지? 사회주의 국가라 하면 종교 탄압 많이 하지 않나?


불교와 관련된 관광지라 장식용으로 만든 제단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낡았으니까요. 제단 위에 있는 향로에 있는 향이 계속 타들어가고 있었어요. 베트남 통일 과정에서 불교가 베트콩 활동과 많은 연관이 있기는 했지만, 통일 이후 불교가 탄압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회주의 안에 여러 갈래가 있고, 그 중 하나가 불교 사회주의이기는 해요. 그러나 베트남은 불교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에요. 이 정도는 베트남 오기 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종교 색채가 강한 것을 느끼기는 힘들 거라 상상했어요. 그래서 이런 제단을 볼 때마다 참 신기했어요.


"탑 보인다!"


훼 티엔무 사원 입구


탑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여기 한자 써 있네?"


저것이 정확히 한자인지 쯔놈인지 잘 몰라요. 왜냐하면 쯔놈은 한자를 변형해 만든 글자거든요. 모든 한자를 다 변형시킨 것이 아니다보니 한자 그대로인 것도 있고, 처음보는 괴상한 한자도 있어요. 어쨌든 입구에 적혀 있는 것은 한자와 관련이 있는 문자였어요. 글자가 닳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몇 글자 있었어요. 그래도 十, 方 같은 한자는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런 한자는 기초 중에 기초이니까요.


'진짜 중국 문화 영향 크게 받았나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베트남을 집어넣는 것을 보고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베트남은 엄연한 동남아시아인데 왜 베트남을 한국, 일본, 중국과 묶어서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집어넣지?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그러나 동아시아 문화권에 집어넣는 것이 맞는 것 같았어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탑은 우리가 동남아시아 사진에서 보는 그 탑 모양이 아니었어요. 중국 유적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탑과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경내로 들어가자 안에 비석이 있는 단층 건물이 하나 나왔어요.



"여러분, 귀신 무서워하세요?"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며 던진 말은 바로 귀신 무서워하냐는 말이었어요. 귀신? 무슨 해괴한 귀신이 여기 자꾸 출몰해서 그 귀신 달래려고 탑을 세운 건가?


우리나라에는 산에 절이 참 많아요. 산에 절이 많은 이유는 평지에 있던 많은 절이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폐사되고 여러 전란으로 소실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산은 음기가 강하기 때문에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산에 절을 많이 세웠다고 해요. 이거도 그런 건가? 그러고보니 여기는 언덕이었어요. 게다가 지척에 강도 있었어요. 물귀신, 산귀신 집단 만남의 장소였던 거야?


저의 추측은 틀렸어요. 여기가 귀신들 집단 출몰 장소라 절을 세운 것이 아니었어요. 이 절은 응우옌 왕조 첫 번째 왕인 Nguyễn Hoàng 이 1601년 지은 절이에요. 여기에 절을 지은 전설은 다음과 같아요. 응우옌 호앙 왕이 이 주변을 여행할 때 이 지역 전설을 하나 들었대요. 그 전설에 의하면 붉은색과 파란색 옷을 입은 천상의 할머니가 왕이 여기를 방문할 것이고, 왕이 이 언덕 꼭대기에 왕국의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탑을 지을 거라고 예언하고 사라졌대요. 이 전설을 들은 왕은 이 언덕 꼭대기에 탑을 만들게 했고, 그 탑 및 그 탑을 둘러싸고 생긴 절이 바로 티엔무 사원이라고 해요. 티엔무 사원은 베트남어로 Chùa Thiên Mụ 라고 해요. 여기에서 Thiên Mụ 는 한자 및 쯔놈으로 天姥 에요. '하늘의 할머니'라는 뜻이에요.


베트남 후에 고찰


노란 칠 위에 검게 이끼가 가득 낀 벽이 보였어요. 가이드가 탑에 대해 설명해주었어요.


베트남 불탑


이 탑은 Phước Duyên 탑이에요. 탑이 세워졌을 때 이름은 Từ Nhân 이었다고 해요. Thiệu Trị 이 1844년에 세웠어요. 이 탑은 21m 높이의 8각 7층 전탑이에요. 각 층은 부처님의 일곱 걸음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 탑은 현재 비공식적으로 후에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또한 티엔무 사원에는 한때 스님이 750명이나 거처하고 있었다고 해요.


베트남 전탑


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봐도 내가 상상하던 그 동남아시아 절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정확히는 티엔무 사원에 오기 전까지 베트남 절이라 하면 태국, 라오스, 미얀마 절과 느낌이 많이 비슷할 거라 상상했어요. 전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 절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렇지만 사진으로 본 중국 절과는 꽤 비슷한 구석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던 결정적 이유는 당장 탑에서부터 이 탑은 전탑이라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전탑이라고 하면 그나마 유사한 것이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만든 분황사 모전 석탑이 있어요. 진짜 전탑은 전탑 자체가 우리나라에 10기 채 안 남아 있고, 경상도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이 절과 우리나라 절의 느낌이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그 정도 차이가 있다 해서 이 절이 사진으로만 봤던 태국, 라오스, 미얀마의 절과 비슷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어요. 그 동남아시아 절들보다는 우리나라 절과 훨씬 더 많이 닮았어요. 지금 동남아시아에 와 있는 것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너는 고민해라. 나는 흐르련다.


흐엉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어요.




안에 종이 있는 종탑으로 갔어요.


베트남 범종


이 종은 1710년에 만들어진 종으로, 무게가 3285kg 이라고 해요. 이 종을 치면 그 소리를 10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해요.



이제 본당을 볼 차례.


베트남 향


경내에 커다란 향로가 있었어요.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향이 연기를 피워올리며 타고 있었어요.



아...이럴 때만은 PL 필터가 참 필요한데...


카메라에 필터 대신 광각 컨버터를 달고 필터처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렌즈 보호용으로 달아놓는 UV필터조차 달아놓지 않고 있었어요. 당연히 편광 필터를 구입했을 리가 없었어요.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구해 사진을 찍었을 때는 필터도 이것저것 참 많이 모았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사진 찍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고, 카메라를 바꾸며 과거 구입했던 필터는 구경이 안 맞아 쓸 수 없게 되었어요. 당연히 HS10 카메라에 맞는 편광필터가 없었어요. 편광 필터만 있다면 저 유리에 비친 상을 없애고 저 동상 사진을 깔끔히 찍을 수 있었어요. 필터가 평소에는 쓸 일이 없는데 이렇게 가끔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어요.



너무나 친숙한 분위기. 우리나라에 있는 조금 특색있고 화려한 절이라 해도 믿을 거 같았어요. 나중에야 알았어요. 베트남은 단순히 사찰의 건축 양식만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불교 자체가 대승불교였어요. 그러니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베트남 대승불교


절에 왔기 때문에 절을 드렸어요. 절을 하면서 그저 무사히 여행 잘 끝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여행 중에는 그게 최고더라구요. 소매치기도 당해보고 절도도 당해보고 하마터면 팔 잘릴 뻔한 적도 있고 여행하며 별별 일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로또 당첨 같은 되도 않는 소원 빌기보다 현실적으로 정말 필요한 것을 빌었어요. 그리고 하나 더. 제발 날씨가 좋기를 빌었어요. 제가 베트남 여행할 때 하필이면 일기예보가 온통 비로 도배되어 있었거든요. 당장 이날도 하늘이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하늘이었어요. 날이 흐리니 셔터스피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진 찍기 참 고약했어요. 무사히 여행 끝내기, 여기에 조금만 더 욕심을 내어서 비구름 좀 제 머리 위에서 싹 다 사라져주기를 빌었어요.


"스님이다!"


베트남 스님


한국에서 베트남 스님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어요. 조계사 가면 가끔 베트남 스님이 보이더라구요. 베트남어는 들어보면 중국어와 확실히 달라요. 베트남어는 ng 발음 때문에 앵앵거리는 소리가 있고, 딱딱 끊기는 느낌이 있거든요. 베트남에 스님이 계시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계시겠어 생각했어요. 베트남 통일 이후 불교 억압 정책이 펼쳐졌거든요.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참고로 이 절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 응오딘지엠 정부의 불교 탄압 정책에 항의해 1963년 6월 11일 소신공양한 틱광둑 스님도 머무르셨었다고 해요.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당시 남베트남 응오딘지엠 대통령의 제수였던 쩐레쑤언이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망언을 큰소리로 웃으며 당당히 말했고, 이로 인해 미국이 응오딘지엠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어요. 이것이 남베트남 붕괴에 어마어마하게 큰 영향을 끼쳤어요. 미국이 응오딘지엠에게 등을 돌리고 군부 쿠데타를 지지해서 응오딘지엠은 쿠데타 과정에서 사살당했어요. 그나마 남베트남에서 민족 지도자라 할 만한 사람이 응오딘지엠 밖에 없던 상황에서 이 사람이 죽어버리니 남베트남은 내부에서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봐도 달마대사 같았어요.


법당 내부를 둘러본 후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가이드가 말한 차로 돌아와야하는 시간이 거의 다 되었거든요.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내려왔어요. 아직 다른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기념품 상점들이나 구경해야겠다.'


바로 내려올 것 같지 않았어요. 시간에 맞추어서 온 것이 오히려 남들에 비해 일찍 내려온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차에서 기다릴 바에는 아까 올라갈 때 제대로 보지 못했던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나 구경하다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베트남 관광 기념품


"여기 관광기념품 많네!"


후에 여행자 거리보다 관광 기념품 종류가 훨씬 더 많았어요. 게다가 여기는 베트남. '중국제'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곳이었어요. 다른 나라 여행할 때 기념품을 사려고 하면 꼭 중국제인지 확인해봐요. 불량품을 사더라도 그 나라 현지에서 생산된 것을 사고 싶지 엄한 나라에서 중국제를 사고 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베트남은 그런 중국제 피하기가 쉬운 나라. 기념품을 하나씩 살펴보았어요. 확실히 우리나라 관광 기념품보다는 나았어요. 딱 봐도 중국, 베트남 것이라는 게 티 팍팍 나는 것을 수입해서 관광기념품이랍시고 판매하는 우리나라. 그에 비해 여기는 베트남 관광기념품으로 베트남 것이라는 것이 팍팍 티나는 것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관광 기념품을 구입하고 차를 탔어요. 잠시 후, 와야 할 사람이 모두 왔어요. 차가 출발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