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바람은 남서쪽으로 (2014)

바람은 남서쪽으로 - 11 베트남 여행 - 후에 안 히엔 가든하우스 Nhà vườn An Hiên

좀좀이 2017. 7. 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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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가이드는 다음 목적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다음에 갈 곳은 아름다운 전통 가옥들이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원래 전통 가옥이 몇 채 있는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서 가장 유명한 가옥만 갈께요."


이 투어의 두 번째 일정표에서 두 번째 방문지는 'Garden House Village'라고 적혀 있었어요. 가이드는 원래 이 마을에 있는 가옥 5개를 모두 보는 코스였지만, 점심 식사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 후, 이 가옥 5채 가운데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또한 가장 아름다운 전통 가옥인 안 히엔 가든하우스를 보고 다음 목적지인 티엔무 사원으로 이동할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알았다고 대답했어요.


사실 이 코스는 이 시티투어에서 독보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코스였어요. 후에 왕궁, 티엔 무 사원, 민 망 황제릉, 카이 딘 황제릉, 뜨 득 황제릉 모두 매우 유명한 곳이었어요. 이곳들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유적들이었어요.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이 유적들은 서울의 경복궁과 덕수궁, 창덕궁에 종묘급이었어요. 과장이 아니라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고, 이 유적들은 바로 그 응우옌 왕조의 유적들이에요. 당연히 너무나 유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안 히엔 가든하우스는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서울의 서촌 한옥마을급이었어요. 솔직히 저는 이런 곳이 후에에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다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가옥 5채를 다 보면 티엔 무 사원을 볼 시간이 없어져버린다는 말에 모두 가이드의 양해해 주었어요.


버스가 출발한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멈추어섰고, 가이드는 모두에게 여기에서 내려야한다고 알려주었어요.



이끼가 검게 낀 문을 통과했어요. 가이드를 따라 걸어가자 사각형 연못이 있는 집이 한 채 나왔어요.



연못은 집 규모와 마당 넓이에 비해 상당히 컸어요. 연꽃이 핀다면 아름다워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이때는 연꽃이 피지 않았고 누런 물이 보였어요.


"여기 말라리아 소굴 아니야?"


남의 나라 좋은 유적을 보고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모기가 서식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어요.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맑은 것도 아니었고 오래된 고인 물에서 나는 그 특유의 물 비린내가 났어요. 모기 하나가 날아와서 여기에 알을 까기만 하면 순식간에 장구벌레의 쾌적한 집이 되고, 그 장구벌레가 번데기를 만들고 번데기에서 나와 모기가 되어 돌아다니며 말라리아를 옮길 것만 같았어요.



연못만 있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어요.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했어요. 12월이라 잎이 조금 시들시들하기는 했지만 들판의 집보다는 숲 속의 집에 가까웠어요.


가이드는 사람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데려갔어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불단이었어요. 불상은 살짝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었어요. 불상을 유리 상자로 특별히 보호조치한 것으로 보아 불상은 불상 나름대로의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거 너무 친숙한데?'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라 우리나라, 중국, 일본과 문화가 많이 다를 줄 알았어요. 동아시아 문화권을 이야기할 때 베트남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베트남을 동아시아 문화권에 포함시키는 것을 볼 때마다 쉽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동안 접한 베트남 사진들과 일상생활 속에서 본 베트남 사람들의 외모는 딱 봐도 동남아시아였거든요. 심지어 이 여행을 다닐 때만 해도 베트남이 대승불교를 믿는 국가라는 것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이 나라 역시 다른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들처럼 허리가 잘록하고 날씬한 불상을 모시고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 불상은 우리나라 불상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어요. 불단 모습도 마찬가지였구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지만 중국과 다른 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뭔가 어려워졌어요.


가이드가 안 히엔 가든하우스에 대해 설명해주었어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는 베트남 Duc Duc 왕의 18번째 딸의 거처였어요. 19세기 말에 이 집은 Gia Long 황제의 고문 역할을 하던 Tu Du 라는 사람의 아들인 Pham Dang Thap 의 소유가 되었어요. 20년 후인 1936년에 최종적으로 이 지역 지도자인 Nguyen Dinh Chi 의 소유가 되었구요.


Nguyen Dinh Chi 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미망인이 이 집을 상속받아 이 집을 관리했어요. 미망인의 이름은 Dao Thi Yen 였어요. Dao Thi Yen 은 1920년대 후에에서 유명한 독립운동가였고, 교사였고, 학교 교장이었대요. 또한 고위직을 수행한 의회 의원이기도 했구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의 입구는 흐엉강 옆에 있는 도로에 있어요. 아까 통과한 그 검게 이끼가 낀 건물이 바로 이 집의 입구에요.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하얗게 칠해진 벽돌로 만든 벽은 바람막이 역할을 해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는 베트남 전통 건축의 훌륭한 예로 손꼽힌다고 해요. 기와로 덮힌 지붕을 커다란 기둥들이 받치고 있고, 집을 세 공간으로 나누어요. 이렇게 실내 공간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베트남 전통 건축 양식의 특징이래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공간 중 가운데에 가족을 위한 제단을 배치한대요. 기둥 대부분은 흑단으로 만들었지만, 중앙의 기둥 4개는 잭프루츠 나무로 만든 기둥이라고 해요. 이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은 남성의 공간, 오른쪽은 여성의 공간이에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 총면적은 5000 제곱미터이고, 집 주변을 꽃과 과실수가 둘러싸고 있어요. 정원에는 자스민, 석류, 해바라기와 베트남 토종 장미 및 외래종 장미 및 그 외 여러 종류의 꽃이 심어져 있대요.


정원에는 베트남 북부, 중부,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과실수가 심어져 있어요. 북부를 대표하는 과실수는 리치, 석류, 배에요. 중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과실수는 망고스틴, 두리안, 포멜로, 잭프루트, 오렌지라고 해요.



제단을 다시 한 번 잘 본 후 옆쪽으로 갔어요.



옆쪽에는 긴 탁자가 있었어요.


"제단 사진 다시 찍을까? 이거 사진 너무 못 나온 거 같은데."


제단 사진을 한 장 더 찍었어요.



실내가 어두워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어요. 이때는 일단 시꺼멓게 나오더라도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어요. 지금이야 새까맣게 나오더라도 일단 찍은 후 대비와 밝기를 조절하면 사진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당시에는 그것 자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사진을 몇 번 찍어보려고 하다 계속 아주 까맣게 나오거나 다 흔들려서 나오자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해 버렸어요.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눈으로만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바나나 나무다!"



바나나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어요. 바나나가 열린 바나나 나무는 처음 보았기 때문에 매우 신기했어요. 고향에서 아주 예전에 바나나 농사를 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제가 아주 어릴 때 바나나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제주도의 바나나 농사는 폭삭 망했어요. 제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노형로타리에서 제주 제일고등학교로 가는 길가에 '바나나 농장'이라는 팻말이 있었다는 것 뿐이에요.




정원을 둘러보다 연못으로 돌아왔어요.


'무릎 꿇고 사진 찍으면 조금 더 잘 나올 건가?'


연못 모서리 가운데로 가서 다리를 굽히고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이건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


마지막에 찍은 것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어요.


"뭐야? 다 나 따라하잖아?"


제가 집을 바라보며 연못 뒤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는 것을 본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를 따라서 제가 사진 찍던 자리로 와서 무릎을 꿇고 가옥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이거 완전 저작권 침해 아냐? 내가 제일 먼저 발견한 건데."


가볍게 웃으며 입구를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는 진짜 유적 관리 어렵겠다.


석등을 보자마자 동남아시아에서 유적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적 관리하는 것보다 기후 특성상 훨씬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전 후에 황성에서 가이드가 베트남은 습하고 비도 잘 와서 복원 작업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고 이야기했었어요. 이 석등을 보니 그 가이드의 설명이 다시 선명히 떠올랐어요. 관리를 하고 있다는데도 이끼가 많이 껴서 돌이 부식되고 녹아버린 모양이 되어버렸어요.



석등이 숨은그림찾기가 되어버렸어요.



안 히엔 가든하우스 관람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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