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오늘의 잡담 - 여행 계획 세울 때 주의점, 그리고 격분

좀좀이 2017. 9. 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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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번주는 운이 참 좋았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이 운 때문에 큰 화를 입을 뻔한 것을 넘겼다.


02


내가 여행을 적지 않게 다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을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여행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행 다니며 온갖 일을 겪고나서 깨우쳤다. 여행중 가장 위험하고 기피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여행을 많이 다녔고 여행을 잘 한다고 자기 입으로 떠드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여행중 가장 큰 폭탄을 터뜨린다.


03


'여행'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것 자체를 상당히 싫어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일주일 동안 여행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치 일기를 한 방에 몰아쓰는 거라 아마 글이 꽤 길 거다.


04 여기서부터 일주일 간의 기록


9월 18일


고향에서 올라온 친구와 이수역에 있는 스리랑카 음식점인 세녹에 갔다. 그 전에 친구에게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역사인 동대문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를 데려갔다. 참고로 에베레스트는 이제 맛집이 아니다. 에베레스트를 맛집이라 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자 폄훼다. 에베레스트는 이제 역사이자 전설이다.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에 대해 연구할 때 네팔인과 관련하여 등장하는 역사 깊은 식당이니까. 2002년에 생겨서 지금도 계속 장사중이다. 오늘날 여기저기 인도 카레 식당이 흔히 보이는데, 그 시작이 바로 에베레스트다. 덕분에 우리나라 남아시아 식당은 거의 전부 반드시 '인도'와 '네팔'을 걸어놓고 장사한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식당을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이유.


친구와 작년 중국 여행을 같이 다녀왔다. 그때 같이 '우리 인도는 얼마나 거지같은지 한 번 가볼까?'라고 했다가 사이좋게 돈이 없어서 못 갔다. 중국 여행의 임팩트가 상당했기 때문에 종종 친구와 '우리 인도 확 가볼까?'하고 있었다. 이날도 친구와 이야기하다 인도 여행을 같이 가볼까 이야기했다. 친구가 자기 스마트폰으로 비행기표를 검색해보았다. 38만원짜리 표가 있었다.


"야, 우리 바로 가자!"

"뭐?"

"38만원짜리 표 있어! 인도 물가 안 비쌀 거 아냐? 한 달에 100만원으로 끊겠는데?"


친구가 바로 10월 5일 비행기표를 예매하려고 했다. 친구를 뜯어말렸다. 인도는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올해 추석 연휴를 생각하면 여행 준비 시간이 상당히 빠듯했다. 게다가 친구는 고향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당장 여권 자체가 없었다. 비자 준비하고 한 달 여행 준비하려면 추석 연휴를 고려해서 10월 15일 정도가 적당했다.


사실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 추석은 우리나라만 쉬지, 인도는 쉴 리가 없으니까. e비자를 신청한다면 비자 자체는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나 친구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친구는 나보다 경제적으로 더 안 좋은 상황.


어떤 여행이든 준비해간 만큼 돈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서 지하철 입구에서 공짜로 나누어주는 할렐루야 휴지라도 모아가야 현지에서 휴지 안 사니까 경비가 절약된다. 후진국으로 가면 물가 싸니까 사서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후진국은 생필품도 양극화가 극심하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은 그들 사회에서 고급이라 우리나라보다 비싼 경우가 아주 흔하고, 그들 사회에서 저렴한 것이라 함은 고급 물질 문화에 적응해 나약해져버린 한국인의 육체로 버텨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엄청나게 많다. 당장 휴지만 해도 대변을 배설한 후 항문 주위에 뭍은 큰 덩어리만 대충 닦아낼 수 있는 갱지 같은 것 (마구 구기고 비벼서 부드럽게 만들면 조금 나음), 닦을 때마다 항문 주변 피부를 긁어내서 헐게 만드는 것 등 별별 휴지가 다 있다. 당연히 나는 이것들 다 써 봄.


그까짓 휴지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 하나가 여행 중에서는 연쇄효과를 일으킨다. 특히 장기간, 후진국 여행일 수록 이런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이 연쇄효과를 일으켜서 갈 수록 더 안 좋게 만든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갈 수록 쓸 데 없는 돈이 더 많이 깨져나간다는 것.


둘 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다보니 상당히 절박한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해야 했고, 그러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게다가 추석 연휴 있고! 그래서 친구에게 당장 표 사지 말라고 뜯어말린 후, 10월 15일쯤으로 생각하고 한 번 추진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인도 여행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인 중 인도 여행을 제대로 해본 분이 있었다. 그 외에도 주변에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몇 있었다. 일단 인도 여행을 제대로 해본 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분은 힌디어를 공부했고, 인도에서 살아본 적도 있는 분. 그리고 이분 주변에는 인도인, 인도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인도 여행 매니아 등이 꽤 많이 있다.


"인도에서 기차로 서벵골에서 델리까지 간다면 얼마나 걸릴까요?"

"서벵골여? 캘커타요? 어떤 기차를 타느냐에 따라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그리고 예상 시간을 말해주시는데 '이론적'이라는 말이 붙었다.


"인도 여행은 앞뒤 하루 정도 일정을 비워두고 짜시는 게 좋아요."

"인도-방글라-인도 이렇게 한달 하고 큰 욕심 안 부리고 타지마할 아잔타 정도 다녀올 수 있을까요?"

"아잔타가 되게 멀어요. 타지마할에서 ㅋㅋㅋ"


그 후 이어진 말.


"델리에서 라즈다니를 탔는데 캘커타까지 17시간 걸렸다는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라즈다니=특급열차. 완행열차 아닙니다..."


라즈다니가 우리로 치면 KTX 같은 건가 본데, 이걸로 델리에서 콜카타까지 17시간 걸린 적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때는 나 역시 아무 것도 몰랐다. 류시화, 한비야 같은 인간들이 쓴 것 말고 진짜 다녀온 사람들이 써서 블로그에 올린 여행기를 거의 10년도 전부터 봐오기는 했지만, 인도 자체가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인지 그 지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분에게 계속 일정, 동선을 물어보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내가 바보 등신 천치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구글로 인도 지도를 찾아보았다. 분명히,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숨어 있었다.


이때 친구와 대사관서 확 트리플 엔트리를 받아서 방글라데시, 네팔을 다녀올까 고민했다.


내 바보같은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주시는 분께서 방글라데시를 왜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자기 지인 중 다 돌아다녀본 사람이 하는 말이 스리랑카는 인도의 미래고, 방글라데시는 인도의 과거라고 하시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방글라데시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왜 그런가. 게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방글라데시 다녀왔다는 글조차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중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들도 꽤 있는데, 그에 비해 기겁할 정도로 상당히 없는 편. 그 없는 글도 대부분 수도 다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캘커타까지 가는 사람은 여럿 있는데 정작 방글라데시로 넘어가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지경. 이것이 단지 '네팔'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일까. 분명히 뭔가 크게 이상했다. 찾아보는데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없었다. 이것은 정말로 이상한 거다.


인도 지도를 켜고 바라나시를 찾아보았다.


바라나시는 서울 한강 난지도 공원이 아니었다. 델리와 콜카타 중간 지점 즈음이었다.


그제서야 지인분의 이야기가 다 이해되었다.


9월 19일


인도 여행에 대해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단지 머리 속에 있는 세계 지도만 갖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묶어서 한 번 가볼까 고민하다 바라나시의 위치를 보는 순간 쌔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여행에 대한 감을 많이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작년 중국을 다녀온 후, 딱히 가고 싶은 나라가 없어서 '여행'이라는 것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원했던 것이 아니지만 여행을 계속 가다보니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버렸고, 이번에는 다시 유라시아 대륙 아래쪽으로 찔끔찔끔 다시 서쪽으로 가는 모습. 이렇게 간다면 다음에 갈 곳은 미얀마. 하지만 미얀마부터 파키스탄까지 나를 잡아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미얀마, 인도, 방글라데시 교과서는 인터넷으로 파일을 구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이 여행금지국가이다보니 덩달아 이란도 별로 끌리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이라면 가보고 싶다. 군대 있었을 때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정말 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못 갔고, 그래서 더욱 아프가니스탄을 가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여행금지국가.


그래서 여행 자체를 꿈꾸지 않았다. 혼자 타향 생활이 10년이 훨씬 넘어서 일상에서의 도피 욕구는 거의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닫으면 그 순간부터 여행에서의 일상에서의 도피와 다를 게 없어져버리니까.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목표와 의미가 필요한데, 그게 없었다. 그렇게 여행 자체에 관심을 끊어버리니 감을 많이 잊은 상태였다.


일단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인도 여행기를 최근 것부터 찾아내어 읽기 시작했다. '구걸, 사기, 연착'. 인도 여행기 필수 요소 3대장은 아직도 안녕하셨다.


기차 연착. 이것이 참 거지같은 거다. '연착'이라는 것 자체를 아주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이것이 왜 여행 일정을 짤 때 심각한 고려대상인지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서울에서 대전까지 2시간 연착되었고, 대전에서 부산까지 2시간 연착되었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을 간 사람은 총 몇 시간 연착된 것인가?


대충 보면 2시간이라고 대답할 거다. 하지만 실제로는 4시간 연착이다. 왜냐하면 대전에서 탈 사람은 제 시각에 기차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릴텐데, 이 기차가 2시간 후에 도착. 그리고 다시 부산까지 가는데 2시간이 또 추가로 들어간다. 이래서 4시간 연착.


중국은 이 문제를 '조발'로 해결한다. '조발'이란 기차 출발 시각 되지도 않았는데 기차가 출발해 버리는 것. 그래서 중국에서는 기차역에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 제 시각에 갔더니 조발해서 기차가 이미 출발해버린 상태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도는 여전히 그냥 늦으면 늦는대로 가는 중.


연착 상황은 출발점에서부터 종점까지의 연착시간이다.

중간역에서 타더라도 연착되는 시간은 출발점에서 종점까지의 연착시간과 같다.


'이건 인도 기차 노선을 찾아봐야 알겠는데?'


일단 인도 기차 노선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델리에서 출발해서 콜카타로 간다면 일단 거리가 무시할 일이 절대 아니었다.


인도 여행에 대해 계속 알아보았다. 일단 인도 여행기들을 읽으며 감을 찾는 것이 최우선. 지금까지 바라나시와 뉴델리 간의 거리를 서울 종로와 난지도 공원 정도로 생각한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인도 기차 검색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드디어 찾아내었다. 여기에서 등장한 새로운 문제.


인도는 한 도시 안에 기차역이 몇 개씩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이트들은 도시 검색이 안 됨.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만 찍고 '부산'만 찍은 후 어떤 열차가 가는지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몇 개씩 되는 역을 일일이 조합해보며 이어지는 역을 찾아야 했다. 상당히 짜증나는 일. 가뜩이나 인터넷을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더욱 귀찮은 일이었다.


콜카타 인 델리 아웃으로 비행기표를 검색해보았다. 에어아시아로 가면 43만원으로 될 것처럼 보였으나...


저가항공은 최종결제 직전에 가보아야 비행기표 진짜 가격을 알 수 있다.


수하물 20kg 들어가는 순간 50만원이 넘어버렸다. 결국은 델리 인, 델리 아웃.


9월 20일


델리-콜카타 구간만 비행기로 이동한다면 여행이 상당히 여유로워질 것이었다. 기차 이동 시간을 보니 이건 문제가 중국 여행과 비교할 문제가 아니었다.



어? 우리 55시간 탄 적 없는데?


이 친구와 중국 여행 중 기차를 쉬지 않고 55시간 탄 적이 없다. 그런데 55시간 탔다고 헛소리 함.



그리고 나는 이때 같이 안 간다고 해야 했다. 이때부터 슬슬 암 걸리는 줄 알게 되었다.



나한테 다 정하면 재미없다고 하면서 일정 확정짓지 말고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비행기는 폭우 상황 속 급강하 한 번 겪은 후 절대 타기 싫다고 이야기함.


친구가 걸은 옵션 1 등장. 비행기는 안 된다.


비행기를 제외해버리면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여행에서 시간은 돈으로 사는 거다.


여행에서 시간이 왜 중요한지 간단히 설명 가능하다. 여행에서 시간은 돈으로 사는 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비싼 KTX를 타고 가면 빨리 도착해서 그만큼 여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고, 느린 무궁화 타고 가면 늦게 도착해서 그만큼 여유 시간이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차이가 제주도 갈 때 비행기를 타고 갈지, 배를 타고 갈지 정도로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땅덩이가 훨씬 큰 나라들에서는, 또는 국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게 몇 시간에서 며칠 단위로 바뀌어버린다.


지도상 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이동수단과 도로사정이다.

지도상 직선 거리를 믿지 말라.


여행 계획 짤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 지도만 보고 가늠하다보면 크게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A에서 B까지의 구간이 있다고 하자. 하나는 고속도로고, 하나는 비포장도로다. 당연히 고속도로로 달리는 것이 더 빨리 도착하는 방법. 여기까지는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문제를 바꾸어서,


1. A에서 B까지는 잘 포장된 고속도로로 100km

2. A에서 C까지는 노면이 울퉁불퉁한 일반 도로로 60km


어떤 것이 더 빨리 도착할까?


답은 1번이다. 이동수단 및 도로 사정은 정말로 중요하다. 절대적인 거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상대적인 거리 - 즉 이동수단과 도로 사정이 훨씬 중요하다. 이것은 지도만 보아서는 잘 알기 어렵다.


그리고 지도상 보면 흔히 직선거리로 거리를 가늠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로가 직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예가 바로 서울-속초 소요시간. 내가 예전 2009년 속초를 처음 갔을 때 서울에서 속초까지 버스로 4시간 잡아야 했다. 이 당시 서울에서 진주까지 버스로 4시간 반 걸리던 시절. 하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리고 거의 직선으로 달리기 때문에 2시간 이내에 끊는다고 한다.


친구가 걸어버린 '비행기는 절대 안 된다'는 옵션은 후에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물론 친구는 자기가 이 옵션 걸어놓은 것 자체도 인식 못함.


9월 20일


친구는 여행 가자고 해놓고 아무 것도 안 알아봄. 나 혼자 계속 알아봄.


인도 e비자가 60일 체류에 2번 입국 가능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격은 51달러 정도.


한편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비자를 물어보았다. 초청장도 없고 인도에서 육로로 들어갈 계획이라 정확히 언제 들어갈지 몰라서 숙소 예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전화로 사정해보니 직원분께서 아주 친절하게 잘 대답해주셨다. 정말 잘 설명해주셔서 전화 끊을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렸다.


자기가 같이 짜보자고 해놓고 아무 것도 안 알아보고 있어서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집에 여권 보내달라는 말도 안 함.


9월 21일



참고로 둘 다 백수임.



나는 여기에서 그러면 나중에 가자고 해야 했다.


여행 경비 얼마 드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여행 경비 얼마로 계획하는 것이 좋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여행 경비 얼마들지 꼼꼼히 계산하고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여행은 그래도 쉽게 계산해볼 수 있는데, 외국 여행은 이게 꽤 고약하다. 각 항목이 서로 땡겨오고 밀어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야간이동이 들어가면 숙박비는 감소한다.

숙박비는 매우 가변적이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먹거리로 식사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에 개인의 취향을 또 반영해야 한다. 외국 여행 나가면 경비는 칼같이 딱 짠 것대로 못 쓴다. 적당히 덩어리로 묶어놓은 후 땡겨오고 밀어주고 하는 식으로 맞추어갈 뿐.


1. 한국은 변동환율제.

2. 외국은 당연히 외국돈 씀.

3. 환전시 환율이 시시각각 바뀜. 만약 외국도 변동환율제면 양쪽 다 바뀜.

4. 환전수수료 및 카드사용료, 화폐 액면에 따른 환율 차이

-> 이로 인해 원화로 짠 여행 예상 경비와 정확히 맞출래야 맞출 수가 없음.


여기에 외국 나갔으니 못 본 것들, 못 먹어본 음식 등등 이것저것 유혹거리가 많음. 종합적으로 그간 일상에서 못 누려본 문화와 경험을 즐기러 가는 것인데 제약사항을 많이 걸면 점점 여행을 간 이유가 없어져감. 더 쓰고 싶을 수도 있고, 덜 쓰고 싶을 수도 있다. 이것은 이성보다 감정과 관련된 거라 어떻게 완벽히 반영할 수가 없다. 다음주 로또 당첨 번호 뭐냐고 지금 맞추라는 것과 같은 것임.


심지어는 휴양여행조차도 마찬가지다. 호텔 방 안에서 24시간 잠만 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유흥을 안 즐기고 소박하게 여행하면 물가 저렴하다는 곳에서는 하루 3만원 정도 든다. 하루에 3만원씩 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간 이동 비용, 숙박비 같은 것을 다 포함한 총합을 말한다. 물론 특별 체험 같은 것을 포함시킬 것이라면 아무리 동남아라도 하루 3만으로는 어렵다. 비자,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 묶어서 계산하면 최소 하루 3만원 잡는 것이 좋다는 것.


물론 저것보다 덜 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네놈 입은 입이고 다른 사람 입은 주둥아리니?


여행기를 보면 '나는 얼마에 다녀왔는데, 이보다 더 싸게 다녀올 수 있어요'라는 문구를 적은 사람들이 있다. 이 문구 절대 무시해라.


작정하고 아끼려고 들면 아낄 수야 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생활수준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는 쉽지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는 끔찍하게 어렵다.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간간이 겪는 것이야 '이것도 여행의 추억'이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여행 내내 '돈 없어서 강제로' 그런 상황을 겪어야 한다면 스트레스 강도가 장난 아니게 높아진다.


나 역시 이 스트레스를 상당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여행다닐 때는 힘들게 다니더라도 남들이 물어올 때는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도록 이야기해준다. 물론 멍청한 몇몇 인간들은 내 여행 이야기만 듣고 무조건 남한테도 극한의 여행을 권할 거라고 착각하고 떠벌리고 다니지만. 


'이보다 더 싸게 다녀올 수 있어요'라는 말에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된다. 여행 경비를 계산하기 위해 그 글을 읽는 사람들 역시 맛있는 것 먹고, 편안한 곳에서 잠자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니까.


글을 꼼꼼히 읽고 마지막 경비 편에서 스스로 가감해봐야지, 무턱대고 '이보다 더 싸게 다녀올 수 있어요'라는 말만 보고 '어? 이거보다 더 싸게 갈 수 있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행기를 쭉 읽다보면 항공권 가격을 제외하고 현지에서 사용한 돈은 대체로 일정 수준에서 형성된다.


유흥비, 관람료, 체험비는 취향에 따라 가감 가능하다. 그러나 먹는 것, 자는 것, 이동수단은 거의 비슷하게 간다.


위에 1일 평균 3만으로 잡으면 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최소한의 경비이고, 여기에 유흥비, 관람료, 체험비가 더해지면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도가 아무리 싸다고 한들 모든 항목을 더한 총합은 하루에 3만은 잡아야할 것 같았다. 이것은 관람비, 체험비 등등 죄다 포함한 총합. 물론 경비를 줄이려면 방법이야 당연히 있지.


더 아래로 내릴 수도 있을 거다. 쉬운 방법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아주 저렴한 방에서 하루 종일 멍때리면서 과일만 먹으며 쉬는 거다. 사람들이 적어놓은 인도 여행 경비가 타지역 여행 경비보다 유독 적게 나오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멍때리고 쉬는 날이 많다. 그래도 어쨌든 다 해보면 항공권과 비자수수료를 제외한 총 경비를 기준으로 1일 기준 2만 아래로는 안 내려감.


친구는 비행기표 가격 포함해서 100만원을 생각했다고 했다.


'100만? 그거 진짜 안 될텐데?'


참고로 비자 수수료까지 포함된 100만원임.


방법이 없지는 않다. 돌아다니는 것을 극단적으로 포기하면 가능하기는 한 액수. 그런데 그럴 거라면 여행을 갈 이유가 없지. 내 자아는 Made in India 가 아니거든.


대체 친구가 뭔 생각으로 이런 미친 생각을 하나 진심 의문이었다. 참고로 친구는 저 100이 40일 여행 계획 비용으로 말한 것이었다.



어디서 약 팔고 있어? 내가 여행기에 다 적어놨구만.


이때 기분이 슬슬 나빠져갈까 말까하는 상황. 그래도 친한 친구니까 하고 넘어갔다. 이게 나의 결정적 실수였을까.


나한테 자기가 여행 많이 다녀봤다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지.


중국 여행기를 처음부터 읽어본 사람은 그 여행이 과연 친구 계획대로 된 여행인지 아닌지 알 거다. 친구는 그 당시 하루 100위안이면 된다고 했다. 내가 돈 더 환전해서 가겠다고 하자 뭘 더 환전하냐고 오히려 쓸모없는 짓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웬걸. 중국 살고 있는 놈이 중국 기차표 값조차 대략 얼마인지 계산을 못 해놓고 있었고, 여기에 다른 친구 하나를 시안으로 불렀다. 이것만 해도 하루 100위안? 아예 끝장난 상태.


결국 돈 문제 때문에 쿠처 천산신비대협곡과 둔황 막고굴을 포기해야 했다.


여기에 친구는 중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기념품이라고는 그 당시 옥팔찌 하나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념품 산 것이 거의 없었다.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


그 당시 나는 4430위안 썼다. 결국 환전해간 돈 모자라서 비상금으로 챙겨간 달러까지 환전해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기념품 사고 선물 사는 데에 펑펑 쓴 것도 아니었다. 가방을 작은 백팩 2개 들고 가서 선물 집어넣을 자리도 없었거든.


결정적으로 저 비용은 '20박 21일' 비용이다!!!


인도 일정 여비와 비교하려면 3/2, 즉 1.5를 곱해야 한다는 소리. 여기에 친구가 중국에 있었기 때문에 절약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절약된 경비'까지 추가해야 한다.


방글라데시가 인도보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하니, 120으로 버티려면 방글라데시에 눌러붙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일단 30일에 120으로 줄인 상태.



자꾸 중국 여행 중국 여행 거리길래 제발 그 소리 좀 그만하라고 했다.


게다가 자기가 가자고 하더만 경비까지 옵션 걸어놓고 여행 알아보지도 않음.


그럴 거면 아가리나 다물고 따가가겠다고 하든가 확실히 안 가겠다고 하든가. 같이 가자고 하면서 아무 것도 안 알아보고 자기랑 경로 안 짜는 거는 또 섭섭하다고 함.



참고로 나도 인도는 모름. 계속 꾸준히 알아보는 중. 친구는 계속 조금이라도 일찍 가자고 징징거리고 있는데 9월 21일 상황이 바로 위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면 10월 15일 출국도 힘들 지경. 당장 경비와 대략적 일정도 없는데 뭔 비행기표를 사고 비자를 신청해?


물론 비행기표 사고 비자를 신청해서 무턱대고 갈 수도 있기는 하다.


너 돈 없대메? 이게 돈 없는 놈의 자세냐?


비자랑 비행기표만 갖고 여행 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대신 그러면 현지 가서 물품을 죄다 구입해야지. 즉 여행 경비 폭증. 현지에서 여행 일정을 싹 다 짜야 하니 이 또한 문제.


9월 22일



내가 진짜 극도로 혐오하는 것 : 모순.


인간이니 모순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좀 생각 좀 하고 살자고.


친구는 계속 나한테 자기가 여행 많이 했다, 여행 잘 한다, 외국 좀 다녀왔다 이러고 있는데 아예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


여행 경비 계획 시 환율 계산은 무조건 내게 불리한 쪽으로 계산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인터넷 상에서 찾아본 루피화 환율은 1루피가 17.7루피. 얼핏 보면 17.7을 그냥 곱하면 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외환 거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해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먼저 '기준가'라는 가격이 있고, 매도가와 매수가 - 즉 구입할 때와 팔 때의 가격이 있다. 당연히 구입할 때 가격이 팔 때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기준가보다 구입할 때의 가격이 비싸고, 기준가보다 팔 때의 가격이 저렴한 것은 외환에서 상식.


그 다음 여행에서 환전시 또 환전 수수료가 붙는다. 참고로 인도 루피화는 우리나라에서 취급도 거의 안 하는 화폐. 루피화를 만족할만큼 구해가지 못하면 결국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에서 루피화로 환전해야 함. 여기서 환차손 또 발생.


카드로 인출할 경우 카드 수수료가 붙음.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1루피가 17.7원이라면 계획 단계에서 20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 이래야 실제 지출과 엇비슷해진다.


게다가 여행 경비를 계산할 때 제일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여행 경비는 절대 부족하게 계획해서는 안 된다.


가장 성공적으로 짠 여행 경비 계획은 돌아왔을 때 돈이 약간 남는 것. 여행중 돈이 부족해지는 상황만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돈을 아끼려 들다가는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 것을 먹어서 배탈이 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보안이 허술한 숙소에서 머무르다가 절도 등의 범죄를 당할 수 있고, 제일 최악은 저렴한 곳 찾아다니다 으슥한 곳 들어가서 싹 털리는 경우.


한두 푼 부족한 것은 굶주리고 아끼고 졸라매서 어떻게 만회해볼 수 있다. 그러나 목돈이 부족해지면 정말로 멘탈 깨진다. 이때부터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세상에 망하려고 망하는 사람 없다. 손절매 몰라서 못하는 것 아니고. 괜히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다고 하는 것 아니다.


더욱이 친구는 지금 자기가 쓸 수 있는 돈을 거의 한도 끝까지 땡겨서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상황. 즉, 절대로 부족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여행 좀 다녀봤다고 계속 내 앞에서 나대면서 끝까지 17.7원으로 계산함. 친한 친구라지만 이때부터 진지하게 여행 그냥 때려칠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중국 여행 같이 다녀왔으니 참자 했다.



이것이 친구가 내게 보낸 자기 나름대로 계산한 인도 여행 30일 경비. 달러화는 루피화 표시가 안 되어서 저렇게 나온 거다.


이상한 것 찾았나요?


밥값이 비용 100에 횟수가 30임 ㅋㅋ 아 미치겠다 ㅋㅋㅋ 하루 한 끼만 먹고 다녀야됨 ㅋㅋ


참고로 친구가 어떤 친구냐 하면 배고픈 거 죽어도 못 참는 친구다. 저게 절대 될 수가 없다. 식비만 놓고 봐도 벌써 6000루피 추가되어야 함.


기차? 제일 저렴이 기차가 원하는 때에 항상 표를 살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지. 인도 기차를 검색해보니 가격이 너무 화려해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 기차표마저 혼자 뇌내망상으로 인도인 개찰구 직원과 흥정해서 500루피에 구입해버림.


내가 카레 파냐? 내가 릭샤 몰아? 내가 기차표 팔아?


저거 보고 어이상실했다.



나도 시발 개쩔음. 진짜 내가 아는 친구가 맞나 이제 의문이 들 정도. 굿판이라도 벌려야하나 싶었다.


그러면서 지난 중국 여행처럼 텐트 치고 자면 경비 더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그거 기내수하물로 들고 갈 수 있나? 그거 들고 갈 수 있다 쳐도, 어디에다 텐트를 쳐?


중국 여행 다닐 때는 들개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인도 여행기를 찬찬히 살펴보고 인도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개'와 '원숭이'를 조심하라고 한다. 은어 아니다. 진짜 동물, 짐승인 그 개와 원숭이.


여기에 치안 문제를 생각해봐야 하고, 기온과 날씨 문제도 검토해봐야 한다. 중국에서는 일단 건조기후에 여름이라 필요할 때 텐트를 치고 잘 수 있었던 거고, 게다가 중국의 치안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친구가 중국어를 잘 했고 중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덕을 본 것도 있고.


텐트를 치려면 일단 번화가에서는 벗어나서 아주 한적한 곳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


친구가 방글라데시를 영 안 내켜하길래 방글라데시를 뺄까 했다. 그러면 남는 것이...


슬슬 제대로 빡치기 시작했다.


이놈이 하는 말을 보니 제대로 알아본 것도 아니었다. 건성으로 적당히 글 몇 개, 그것도 순서대로 본 것도 아니고 대충 아무 거나 띡 눌러서 보고 씨부리고 있었다.


여행 계획에 참고하려고 여행기를 볼 때는 반드시 여행기 안에 있는 실제 여행한 날을 확인해야 한다.

여행 계획에 참고할 생각이라면 여행기 한 편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보아야 한다.


여행기 업로드 날짜와 실제 여행을 다녀온 날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것이 며칠 수준일 수도 있지만, 몇 년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검색했을 때 보이는 것은 업로드 날짜. 여행 계획을 짤 때 여행기를 참고하려면 반드시 언제 다녀온 여행인지 본문을 뒤져서 찾아내야만 한다. 업로드 날짜 믿으면 큰 코 다친다!


멀리 갈 것 없다. 당장 이 티스토리만 해도 등록일을 최신으로 고칠 수 있다. 2012년에 쓴 내 여행기들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 오늘 쓴 여행기처럼 업로드 날짜를 바꿀 수 있다는 말. 그렇지만 실제 여행을 다녀온 날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죽었다 깨어나도 반드시 여행 계획에서 참고하기 위해 여행기를 읽을 거라면 여행기 본문 안에 있는 실제 여행을 다녀온 날짜를 찾아내야만 한다. 당신이 읽고 있는 여행기가 업로드 날짜가 최신이라 가장 최근에 다녀온 글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10년 전에 다녀온 여행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여행 계획에 참고할 생각이라면 여행기 한 편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보아야 한다. '흐름'에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A, B, C 라는 도시가 있다고 치자. A도시와 B도시에서는 유명한 기념품 'DD'를 판다. A도시에서 DD는 200원, B도시에서 DD는 100원이다. 반면 C도시에서는 DD를 팔지 않는다. A에 도착한 갑과 을이 있는데, 갑은 B도시로 갈 예정이고, 을은 C도시로 갈 예정이다. 갑은 당연히 DD를 A도시에서 구입할 필요가 없다. B도시에서는 더 싸게 판매하니까. 하지만 을은 DD를 구입하고 싶다면 무조건 A도시에서 구입해야만 한다.


간단히 '기념품'이라고 했지만, 여행이란 어쨌든 흐름이기 때문에 경로가 바뀌면 위에서 말한 것과 유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어디를 갈지, 어디서 푹 쉴지, 어디에서 돈을 더 쓸지 모든 것이 말이다.


그런데 친구는 계속 건성으로 대충 아무 거나 찍어서 보고 말을 틱틱 던지고, 그걸 또 맞다고 박박 우겨대었다. 논리 따위 없음. 이 새끼가 지금 여행을 가자고 하는 건지 가기 싫어서 파토내고 싶은데 차마 자기가 말하기는 그래서 내가 여행 가지 말자고 하기를 기다리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친구가 말한 것 전부 조금만 관심 갖고 인터넷 찾아보면 20분 안에 틀렸다고 증명되는 내용들.


그렇다고 딱히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가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은 아그라와 바라나시. 이것이 전부. 참고로 아그라와 바라나시는 델리에서 콜카타로 이어지는 동선 위에 있다.



아그라와 바라나시를 콱 찍어놓는 바람에 동선이 어쨌든 캘커타를 가야만 하는 상황.


참고로 파트나, 가야는 친구가 돈 없어서 입장료 내기 싫다고 게거품 물고 안 간다고 할 것이었기 때문에 선택 불가.


서부는 친구가 모스크 싫다고 징징거려대서 역시나 선택 불가.


한 달 일정에 아그라, 바라나시를 못 박아놓으면 그 다음에 갈 곳이 결국은 동부.


아예 인도 일주를 해버릴까 고민해버렸다. 친구의 얼척없는 이야기에 '이 녀석 그래도 장난치고 싶은 거지?'하며 맞장구를 쳐주기는 하는데 왠지 이야기하는 게 아무리 봐도 이놈은 장난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친구가 힌디어판 카마수트라를 사네 인도인들 입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네 하는데 이건 다 돈.


그러면서 신발도 사고 배낭도 사고 침낭도 사고 텐트도 사고 아 진짜 살 건 또 많음. 이러니 나는 영혼이 나갈 것 같음.



참고로 친구가 말한 저 100만원은 비행기, 비자 포함 총합임. 30일 여행 기준.


한편 그 동안 나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여행을 계속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인도 여행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해볼 수록 친구에게 분노. 왜냐하면 이놈이 아예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음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보고 답답하다고 생각한 사람 꽤 될 거다. 나도 이 친구와 같이 여행을 잘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으면 바로 던져버렀을 거다.


그리고 이때 드디어 친구가 미쳤다.


남인도 물가 싸다는 말 보고 남인도에 꽂힘.


아놔 내가 미쳐 ㅋㅋㅋㅋ


친구가 남인도 싸다는 말에 광적으로 꽂혀버렸다.


그래, 한 번 알아봐주마.


나는 이새끼가 그래도 좀 제대로 처 알아보고 말한 건 줄 알았다. 당연히 아니었다. 입에서 드디어 욕 튀어나오기 시작.


'그래도 친구잖냐.'


참을 인자 세 번 쓰고 이놈이 좋아할만한 코스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2인이 여행을 다닐 때 경비 계산은 1인 여행 경비 계산과 조금 달라진다.


2인이 다니면 숙박비가 1인이 다니는 것보다 저렴하다.

(싱글룸 2개 가격>더블룸 1개 가격)

숙박비의 변화로 인해, 야간 장거리 이동보다 숙박이 더 저렴한 경우가 등장한다.


'방글라데시도 차가 있었지?'


그때부터 기적적으로 둘 다 만족할만한 동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친구가 사람 많은 곳은 싫고 좀 한적하고 자연을 찾아가자고 계속 말해대었다. 이번에 올라왔을 때도 역시나 강원도 같은 곳 여행가자고 했다. 그런데 한국 여행은 내가 흥미가 하나도 없어서 안 갔다. 이 친구를 만족시켜주려면 결국 자연을 찾아가고, 사람은 적은 곳을 찾아가야 함. 안 그러면 옆에서 사람 열받게 오지게 두두거림.


방글라데시에서 치타공 동쪽에 유명한 차밭이 있고, 북쪽이 그렇게 친구가 노래부르던 자연과 차밭. 여기에서 아쌈으로 넘어가서 다즐링 들렸다 바로 델리로 돌아와서 출국하면 그렇게 친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행 완성.


방글라데시가 빠지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이 일정에 하나도 없음. 이렇게 하면 친구가 그리 가고 싶다는 아그라 타지마할과 바라나시 들어가고, 대자연 들어가고, 외곽에서 텐트치고 자는 것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방글라데시 가니 그걸로 만족.


이놈이 가고 싶어할만한 곳은 남인도가 아니라 동인도였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이따위.


참고로 나는 친구에게 너도 글도 쓰고 사진 찍은 거 올리고 하라고 꾸준히 조언해왔음. 그걸 안 들은 것은 친구지 내가 아님. 누가 보면 내가 친구에게 '내가 글 써야 하니까 너는 사진도 올리지 말고 글도 쓰지 마라'라고 한 줄 알겠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 친구에게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하는 거 어떻겠냐고 꾸준히 권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놈이 자기 돈 없다고 '물가 저렴하다'는 말에 남인도에 꽂혀버림. 여기에 남인도는 또 사람이 없대요.



참고로 바라나시는 뉴델리 오른쪽 '러크나우'라고 적힌 곳보다 더 오른쪽에 있음.



아 진짜 뭘 어쩌자는 거야? 무조건 자기 고집만 우겨대는 중. 자기 말대로 해야만 가겠다는 거야 뭐야?


준비는 하나도 안 해놓고 되도 않는 소리만 하고 있음. 미루긴 뭘 미뤄? 아예 네놈이랑 영원히 여행 같이 안 가지.


내 의사는 전적으로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다고 우기는 꼴 자체만으로도 열받는데, 그거야 뭐 친구니 했다.


문제는 저 '남인도'라는 것 자체를 병신처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싸고 사람 없다고 가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자빠졌다는 것.



소리내어 뱉으면 다 말인줄 아나.



검색창에 'india population' 이라고 입력하자마자 바로 검색됨. 고급 자료도 아님. 요즘은 중딩도 india 랑 population 단어는 알 거다.


인구

3위 방갈로르

4위 하이데라바드

6위 첸나이

참고로 마두라이도 30위 안에 들어감.



결국 내가 폭발했다.



진짜 망하는 집은 왜 망하는지 보고 있고 추락하는 것에는 왜 날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감상당하는 중.


이새끼가 조금만 알아봤다면 내 앞에서 남인도 이야기는 꺼낼 수 없었다. 일단 일정이 30일이고 델리 인아웃임. 여기에 바라나시, 아그라 가야 한다고 못박아놓음. 그런데 비행기 안 됨. 기차도 제일 싼 것으로만 골라타야 함.


즉, 이 새끼는 지금 전형적으로 망하는 집이 왜 망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물가가 싸다'만 보고 있는 것임. 이 새끼 대가리 속에 델리 인아웃이라든가 지가 걸어놓은 비행기 안 되고, 돈도 최대한 안 써야 하고, 바라나시와 아그라 가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없음. 원래 망할 때 과정이 이렇다. 절박한 것 하나만 보고 다른 건 아예 못 봄. 그래서 선택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수를 선택하게 되는 것임. 이새끼가 지금 딱 이 짝인 것임. 이새끼는 지금 '100만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남인도가 '물가가 싸다'는 말만 보고 꽂혀서 거기 가자고 지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계산기 두드려보면 물가 차이 그렇게 크게 나지도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새끼가 남인도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는 사실. 그냥 이새끼 지금 하는 짓은 병신 쓰레기임.


이 병신 새끼는 누가 '남인도는 물가 싸고 한적하다'고 써놓은 것만 보고 남인도 꽂힌 것임. 이러면 나가 죽어야 됨. 진심으로. 이 새끼 대가리 속에 왜 물가가 싸고 어디가 한적한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따위는 없음. 그러면서 남인도에 꽂혔다고 발악중임.


시비거는 거 닮아? 아니. 너가 의도했든 안 했든 나한테 제대로 시비걸은 거야.



이새끼가 진짜 망하는 집이 왜 망하는지 보여주는 이유. 문제의 핵심은 어디를 갈지 이전에 돈 때문임. 지가 터무니없이 싼 값에 30일 인도 여행 가보려고 하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는 것을 모른다. 억지로 외면하고 다른 핑계 대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임.


그리고 남인도가 왜 물가가 싼지, 어디가 물가가 싼지 이딴 거 하나도 모름. 그러면서 어디를 가는지 의견이 다르다고 씨부리고 앉았음. 면상에 구멍 뚫렸다고 아가리인줄 앎.


참고로 여행 계획 끝날 때까지 이 쓰레기 새끼는 남인도가 얼마나 물가가 저렴한지, 어디가 물가가 저렴한지 하나도 몰랐다. 남인도에서 어디를 가야 지가 만족할 여행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저런 식으로 일관되게 이야기함. 이런 놈은 그냥 인간이 아니라 벌레 새끼나 마찬가지임. 진심으로. 인간은 생각을 하기에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이니까.



친구는 지금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감도 못 잡음. 왜냐하면 여행 가자고 하고 정작 여행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았기 때문. 그래서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고 헛소리 시전중.


간단히 말하자면


이딴 새끼는 절교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진짜로 이때 이렇게 생각했다. 죽을라면 혼자 처죽던가, 엄한 사람까지 끌어다 죽으러 가자고 하고 있어?


믿던 친구가 데려간 좋은 곳이 다단계.

믿던 친구가 좋다고 투자하라고 한 주식이 멘틀 뚫고 휴지조각화 진행중.


진짜로 이랬다. 딱 저짝임. 의리고 나발이고 이건 내 생존을 위협하는 중. 내 아까운 일주일 날려먹은 것은 당연하고, 덕분에 지인분을 상당히 귀찮게 해야만 했다. 참고로 이 글에 밝힐 수 없는 이야기가 이 글 전체의 2배 더 있음.


당연히 친구의 이런 태도에 대한 반응은 나에게 그 친구와 여행 가지 말라고 뜯어말리기.


진짜 백번 양보해서 내가 가고 싶은 곳 다 포기하고 친구 말대로 남인도 가볼까? 했다. 남인도 글을 찬찬히 보며 알았다. 이새끼 남인도 가면 거기 가서 또 지랄이겠다.


남인도를 처음부터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의 모두 일단 델리를 거쳐서 오는 곳. 즉, 남인도에 대한 평이 좋은 이유는 델리에서 하도 학을 떼어서 '델리보다 낫다'는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도 뭐 조금 찾아보고 쭈욱 읽어보니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건 블로그 여럿 들어가서 카테고리 들어가보고 제목들 보면 바로 답이 나왔다.


당장 이동시간은 어떻게 할 거고, 그 경비는 또 어떻게 할 건데?


이동시간이 많이 걸릴 수록 제일 사람 많은 곳만 골라다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이 좋으면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 시간이 많을 수록 점점 외곽,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나가볼 수 있다. 전체 체류 시간 중 이동시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한 곳에서의 체류 시간은 적어지고, 이는 즉 가장 북적이는 곳에서 벗어날 시간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친구가 걸어놓은 옵션들을 보면


01. 경비는 최소한도 : 120만, 일정 한 달

02. 비행기 절대 안 됨.

03. 사람 많은 곳 싫음.

04. 자연이 좋음.

05. 모스크 싫음.

06. 배고파서는 안 됨.

07. 자유로운 여행.

08. 편안하고 쉬는 여행.

09. 유적 방문 별 관심 없음.

10. 현지 문화를 즐기는 여행.

11. 박물관 싫음.


뭐 할 말이 없다...지 주둥이로 자기 여행 많이 가봤다고 내 앞에서 나대는데 대체 무슨 여행을 다녀온 건지 심히 의심스러움. 진짜 혈압 쫙쫙 올라감. 모르면 고집이라도 쳐부리지 말던가, 지 주댕아리로 모른다고 하고 고집은 고집대로 부림. 아 미친다 진짜 ㅋㅋ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라고? 아 그거 자체가 졸라 잘못된 것임. 나는 그러면 인도 10년 살다 왔냐? 나도 이번주부터 인도 알아보기 시작한 건데?


저 옵션을 다 맞추려면 결국은 알지도 못하는 풍광 좋은 시골로 가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깨진다.


남인도? 일단 이동시간이 너무 많이 걸림. 그리고 남인도 주요도시는 인구 절대 적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몇 번 까딱거려서 검색 한 번만 해도 그냥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었음.


게다가 동선에서 타지마할, 바라나시를 못박아놓은 것은 내가 아니라 친구임.


이놈에게 우리 힌디어 아무 것도 모르지 않냐고 했을 때, 이놈은 '인도 영어 다 통해. 영어면 돼'라고 말했다. 그때 이미 싹수가 보였다. 내가 병신임. 그때 너 혼자 가라 하고 쫓아내든가 해야 했음. 되도 않는 인도인 영어 발음 흉내 내면서 이러면 통할 거라고 하는데 음...통하겠지. 싸움이 나겠지 ㅋㅋ 인도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에게 영어로 접근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확률이 차암 높음. 이건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그런데 저 따위로 말할 때 이미 눈치채고 딱 잘라서 안 간다고 해야 했다. 내 아까운 일주일만 날아감. 내가 여행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작년 중국 여행 전까지였다면 바로 꺼지라고 했겠지. 이놈의 망언 퍼레이드와 망발을 보며 여행에 대한 감이 다시 살아났다.


단지 '물가가 싸다'는 말에 남인도 꼭 가야한다고 징징거리는데 이건 도저히 봐줄 수준이 아니었다. 남인도 싸다고 하지만 친구 생각보다는 어쨌든 훨씬 비쌌다. 일단 카레가 30루피는 넘음.


남인도 가서 대체 뭘 보고 뭘 할 건데? 친구도 모름. 단지 물가가 싸고 사람 적고 힐링하기 좋다고 하는데, 어떤 근거로 이런 말을 씨부리는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아마 함피 하나 보고 이러는 거 같은데.


더욱이 그러면 캘커타까지만 같이 가고 도중에 찢어져서 따로 다니자고 하니 그러면 같이 갈 의미가 없지 않냐고 한 것 또한 친구. 고작 내놓는다는 의견이 내가 방글라 있는 동안 자기는 인도 남부를 돌고 오겠다는 것. 내가 미쳐요. 종로3가역도 무턱대고 약속잡을 때 '종로3가역'이라고 하면 결국 전화로 어디냐고 물어보기 마련인데 그 큰 인도땅에서? 진짜 이게 생각이 있는 놈인지 없는 놈인지 의문.


그냥 내게 작정하고 시비걸려고 했나 보다.


당장 친구는 모순의 총집합.


돈 없다면서 여행 준비는 안 알아봄.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프리한 여행 하재요 ㅋㅋ 모순


사람 많은 거 싫다면서 고른다는 것이 결국 사람 조올라 많은 곳들 ㅋㅋ 모순


한적한 곳 가자면서 이동경로는 또 젤 긴 것들 골라놓음 ㅋㅋㅋ 모순


배고픈 거 졸라 못 참아대면서 식비는 하루 100루피 ㅋㅋㅋㅋㅋ 모순


인도에서 사용하는 말 하나도 모르면서 현지 문화 체험을 하고 싶대요 ㅋㅋ 모순


저렴한 곳 가자고 하고서는 물가 비싼 뭄바이, 첸나이 가자고 함 ㅋㅋㅋ 모순


진짜 일에서 백까지 모순이 아닌 게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이걸 동시에 다 주장함. 아주 나한테 떼법이면 통하는 줄 앎. 내가 카레 팔고 릭샤 몰고 기차 운행하냐구 ㅋㅋㅋ 돌아버리겠네. 이 새끼는 여행 가서도 저것들 다 나한테 좀 만족시켜보라고 지랄함.


어디서 '합의'라는 말은 주워들어서 또 합의하면 같이 가겠다고 하는데 합의를 하고 싶으면 너부터 좀 똑바로 알아오고 저 모순 덩어리들부터 어떻게 해결하고 오지?


아마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내가 서울에서 부산 간 김에 쓰시마 좀 갔다가 오자고 하니

친구가 그게 싫다며 서울에서 광주 갔다가 여수 갔다가 뜬금없이 대전 갔다가 속초 갔다가 부산 가자고 한 셈


어쨌든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느끼고 친구가 꼬리를 조금 내리는 시늉 함. 물론 이새끼가 속으로 또 엉뚱한 생각하고 있을 것을 모를 내가 아니지.


여행에서 돈 없는 상황이 왜 위험한지 친구는 내게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이것을 읽고 '왜 돈 없는 상황이 위험한지 보여주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거다.


1. 친구는 여행 경비가 빠듯함.

2. 지 딴에 돈 아낄 방법을 대충 찾아봄.

3. 사람들이 물가 싸다고 한 곳을 찾음.

4. 그거에 꽂혀서 돌진.

5. 실제로는 그게 돈 조금 드는 경로가 절대 아님. 오히려 훨씬 더 많이 들음.

6. 그렇다고 그게 친구가 원하는 그런 여행도 아님. 오히려 그 정반대.

7. 그런데 돈도 시간도 쪼들리게 됨.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물가가 싸다'는 말에 남인도에 혹해버렸기 때문에 아주 나쁜 수를 선택하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지는 아예 찾아보지도 못하게 된 것임.


방글라데시가 싫은 이유? 일단 방글라데시는 비자값이 36000원. 당장 이것부터 매우 아까워보이는 것 때문. 물론 방글라데시 뉴스가 썩 좋은 뉴스들이 없는 것도 한몫 하기는 하지만, 저 비자값 36000원이 아까워서 더욱 저러는 것을 내가 모를 수가 없다. 계속 이야기해왔으니까.


나는 내가 짠 경로, 그리고 총 경비 135만원 제시했다. 싫으면 때려치라고 했다.


일정 10/15-11/15

출국 10/15 인천 20:10 도착 01:00

귀국 11/15 델리 02:30 도착 13:05


인도:델리-아그라(버스당일치기)-델리-바라나시-콜카타:10일 소요

방글라:치타공-다카-스리망갈:10일 소요

인도:아쌈-다즐링-델리: 10일 소요 (델리 귀환 후 남은 일정은 그때 다시 결정)


비용


비자 10만 (방글라 36000+인도 52달러)

비행기표 40만 (실제:433700)

경비 80만

01. 숙박 240000 (1박 8000원 : 400루피)

02. 교통비 100000 (기차, 버스, 대략적 가격, 5000루피)

- 숙박 여유분으로 교통비 부족분 상쇄

03. 총경비 - 숙박 - 교통비 = 360000, 하루 가용 예산 12000원 (1일 600루피)

04. 10만 : 여행준비, 관람비, 추가지출분, 비상금, 환차손 등. (5000루피)

sum : 130만

- 각 항목에 +,- 발생 가능

- 각 항목에서 남는 돈은 타항목 부족분 및 비행기표 실제 가격의 추가 지출로 상계.

한국에서 지출 : 50000 (침낭, 배낭 등)

Total : 135만 


친구는 일요일까지 답을 준다고 했다. 뭐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이놈은 안 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합의? 타협? 지랄하고 자빠졌네. 일단 뭐 제대로 알아보고 와야 이야기를 해보든가 하지, 대충 시늉만 하다 앞뒤 안 살피고 '어 이거 싸단다', '이거 좋댄다' 만 보고 와서 씨부리고 고집부리는데 뭔 토론이고 합의야? 무성의하게 알아봐도 바로 니가 틀렸다는 게 바로 답 나오는구만.


9월 23일


주변에서 나에게 친구와 가지 말라고 뜯어말림. 단지 친구에 대해 악의적으로 말해서? 아니. 친구의 계획과 구상을 보여주었더니 다 가지 말라고 함.


'이 새끼 혹시?'



아놔 이런 개씨발새끼


세녹에서 이놈이 38만원이라고 보여준 비행기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더니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이것은 결제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붙는다. 그래서 아시아나 항공에 직접 들어가서 검색해봤더니 가격이 세금, 유류할증료 포함 433700원.


게다가 취소시 위약금이 20만원.


그냥 허탈해서 웃었다. 이새끼는 그냥 나랑 절교하고 싶은 거야. 시원하게 시비 한 번 걸고 싸우고 싶었던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싶을 지경.


이놈이 이번 여행 계획에서 말한 것? 맞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음. 1부터 100까지 전부! 여행계획 이야기한 내용들을 보면 소 뒷걸음질치다 쥐 하나라도 잡을법한데 놀라울 정도로 단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근사치조차 없음.


까놓고 말해서 이새끼 말 듣고 여행 준비했으면 좆될 뻔 했다. 진짜로. 진지하게. 사실로 말하자면.


왜냐하면 이놈 시티은행 카드 있다고 해서 아마 거기에 경비를 대부분 넣고 출발했을 건데, 그 계좌에 돈이 부족하면 둘 다 좆되는 거다. 물론 내가 어느 정도 또 나름의 방비책을 세워놓기는 하겠지만, 두 명 감당할 거라 예상하고 돈을 또 다른 곳에 왕창 분산시켜놓지는 않지. 상식적으로 말이야.


만약 친구 계획대로 갔다면? 일단 여행 경비 초부족. 이놈이 내 경비까지 전부 짊어질 수는 없으니 방법이라면 내가 이놈 시티은행 카드에 돈을 송금해야 할 건데, 내 폰은 갤3. 우리나라에서도 빌빌거림. 뭐 하늘이 무심하시지는 않을 거고 외국에서 스마트폰으로 계좌간 송금을 안해본 것도 아니라 아주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멘탈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이 친구란 놈은 최대한 쥐어짜서 여행경비를 만드는 거라 더 심각할 거고. 안 봐도 막 그림이 그려짐. 아주 4D로 느껴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앞으로 이새끼하고는 철저하게 더치페이로 할까? 지금 나를 호구로 본 거야, 뭐야?


친구가 말한 코스로도 견적을 당연히 내 보았고, 꽤 많이 오버되었다. 거기에 비행기표까지 오버.


진짜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 이번에는 아주 지나치게 심했다. 이 새끼가 일주일간 저질러놓은 짓을 보면 친구로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이것을 별 거 아닌 계획 갖고 뭐 이러냐고 한다면 여행 많이 했다고 내 앞에서 깝을 싸댄 것은 뭐인가.

친구 말대로 했다면? 뭐 어떻게 돼? 망한 거지. 한 달 내내 사모사와 생야채만 먹으면서 기차만 졸라 타고 돌아다니라고? 비유 아님. 땅 밟는 시간보다 기차 타는 시간이 훨씬 많은 여행. 나는 그런 여행 안 한다. 그리고 친구란 놈은 그런 여행을 아예 못한다.

여행을 진짜 그래도 좀 다녀봤다면 친구말대로 했으면 피해가 작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 거다. 일단 최소 20만 깔고 들어감. 20만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나나 친구 주머니 사정에서는 저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피해임.


더욱이 나 또한 인도 여행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정신 안 차렸으면 큰일날 뻔. 방글라데시가 나를 살려주었다.


나는 시간을 날렸고, 주변사람들 귀찮게 했다.


9월 24일


예상대로 이 새끼는 안 간다고 함.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새끼가 간다고 하면 그건 더 지랄이었을테니까.


이렇게 자만하는 사람과 여행을 같이 다니면 반드시 폭탄 하나 터진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적이 한 번 있었다. '겨울강행군'이라는 여행기에서 같이 다닌 친구. 당시 나는 발칸유럽, 중부유럽 2번째였고, 그 친구는 중국 여행 다녀오고 일본 여행 다녀와서 몰타에서 같이 지내던 것이 해외 경험의 전부. 내가 그렇게 중국을 잊으라 했지만 친구는 중국 중국 거렸고, 그 결과는 혼자 기차에서 가방 털림. 같은 방에서 자는데, 나는 귀중품은 반드시 몸에 다 챙기고 자라고 했다. 7박 35일 여행에서 지갑도 털려보고 옷도 칼로 찢겨봤거든. 하지만 친구는 내 말을 안 들었다. 이때까지 계속 중국 중국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국경을 넘은 후 둘 다 자는 사이 도둑이 방에 들어왔다. 내 가방도 뒤졌지만 소득이 없었다. 왜? 나는 귀중품을 모두 몸 속에 잘 넣고 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중국 중국 거리던 친구는 가방에 넣어놓았던 전자사전이고 디카고 싹 털렸다. 몸에 지니고 자던 지갑만 안 털렸다. 심지어는 안경까지 털렸다.


아마 이번에도 갔다면 그렇게 되었겠지. 이 새끼 자꾸 중국 중국 작년 여행 들먹이는데 그거 이 새끼 기준으로 보면 완벽히 실패한 여행이다. 내 기준으로도 천산신비대협곡과 막고굴을 못 갔으니 성공이라 할 수는 없고. 이새끼는 하루 100위안이면 된다고 했지만 하루 100위안은 개뿔. 그 당시 이새끼가 공금으로 처리한 것 외에 둘 다 각자 개인 용돈으로 사먹으며 서로에게 나누어준 것도 상당히 많다. 지 딴에 꼼꼼히 작성한 공금으로 처리한 것 뿐만 아니라 원래 공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각자 용돈으로 처리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는 것. 그래서 내 여행기 마지막에 나온 총합 4430위안이 정확한 지출 액수인 거다.


이번에 같이 인도 여행 갔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도 분명 감당하기 어려운 폭탄 하나 제대로 터졌을 거다. 물론 나는 안 맞고 친구가 ㅋㅋ 자기가 여행 잘 한다고 자만하는 순간 폭탄 맞는 것임. 특히 어떤 특정 여행의 경험을 들어서 그러면 진짜로 위험하다. '같음'과 '평등'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귀차니즘이 문제가 아님. 귀찮아서 경비고 일정이고 전부 나한테 일임했다면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나름 사과라고 하는데 저런 건 관심 없다. 왜냐하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거든. 지가 뭔 인간쓰레기 진상짓을 일주일간 나한테 했는지는 전혀 인지도 못하고 있음.


아마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인도 여행 견적을 제대로 정상적으로 내어본 후 자신이 내게 어떤 짓을 했는지 이 글과 카톡으로 나눈 대화를 천천히 본다면 그때 깨닫게 될 거다. 100만원 넘게 쓰는 일을 저렇게 우습게 아는 놈이라면 솔직히 친구로서의 가치? 없다. 고의든 나발이든 같이 망하자고 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원수지.


그런데 아마 제대로 인도 여행 견적 내어보고 경로 짜보는 건 못할 거다. 저렇게 이야기할 때조차 바라나시가 대체 어디에 붙어 있고 델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지 감도 못 잡고 있었음. 그 이전에 남인도에 꽂혔다는데 그렇다고 남인도 일정을 뭐 짜온 것도 아님. 가장 큰 대도시 몇 개 아는 수준.


뭐 왜 화났는지 설명은 해줬지만 무의미한 짓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지 말 듣고 착수 들어갔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지 감이 안 올 테니까.


그냥 나만 1주일을 무의미하게 날려버렸을 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느라 주변사람들도 좀 번거롭게 했을 뿐.


그래도 지난주 내내 뭔가 운이 좋더니 다행히 이렇게 큰 거 하나 피했다. 얼핏 보면 갈등의 중심 같아보이는 방글라데시가 나를 구해주고 이새끼도 구해줌. 그거 아니었으면 바로 표 구입해버렸을 테니까. 그 후에? 대충 아 모르겠다 하고 가이드북조차 없이 (읽지도 않고) 무작정 사이좋게 인도로 갔을 거다.


이런 여행 재미있지 않냐고? 하나도 안 재미있음. 절교 여행하러 감? 친구에게 설마 인도 가서 사기꾼 놈들이랑 2:2 태그 매치 벌이는 거 아니냐고 농담했는데, 이대로 갔다가는 나와 이놈이 거리에서 서로 멱살잡고 주먹질 하는 걸 사기꾼들이 몰려와서 구경했겠지. 중국 여행 때와는 상황이 너무 많이 다르니까. 중국 여행 때는 이놈이 중국에서 살고 있을 때라 중국 계좌가 있었고, 그 속에 나와 친구 둘의 여행 경비를 메울 수 있는 충분한 위안화가 들어 있었다. 나 또한 위안화를 준비한 후, 달러를 또 추가로 들고 갔고, 해외 인출 가능 체크카드에 돈을 또 넣어서 갔다. 이번에는 그딴 거 없었음. 이대로 갔다가는 시간이 지나간 뒤에 추억? 시간이 지나가도 찢어죽일 원수 되었을 거다. 중국 여행시에는 둘이 공금 없어서 먹을 거 잘 거 아껴가며 아 족같아 족같아 하더라도 실제 진짜 돈이 없는 게 아니었다. 둘 다 돈이 충분히 있었고, 서로 적당히 사비를 털어서 공금 고갈되는 걸 막아가며 여행했다. 이번에는 그게 아니라 둘 다 여행 중간에 돈이 똑 떨어져버릴 뻔 한거고.


돈이 떨어진다고 아예 둘 다 국제 미아, 국제 거지가 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어떻게든 해결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돈이 떨어져버렸다는 상황 자체가 주는 충격은 상상보다 훨씬 강력하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이미 다 경험해본 일이니까. 더욱이 이번 여행을 위해서는 둘 다 가기 전에 쥐어짜고 돌아와서도 쥐어짜야하는 상황. 땡겨쓴다는 것 자체가 심적 부담이 상당히 큰 상태였다. 특히 친구가 더욱 심했다. 그러니 더더욱 이해불가. 이놈이 돈계산이 안 되는 놈이 아닌데 시발 대체 왜 이러지 싶었다. 그렇다고 장난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당장 표부터 사고 보자고 난리피운 건 내가 아니라 이놈.


여행 정보를 찾아보다 '유럽처럼 비싼 곳 갈 때는 철저히 준비하고 가는데 인도 올 때 그렇게 준비하는 사람 별로 없다. 그래서 똑같은 사기인데 당하는 사람이 좀체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는 글을 보았다. 참 와닿았다.



나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말은 지켜야 하니까.


둘 다 진짜로 비행기표 사고 비자 발급 받아서 가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 웃고 넘어갈 헤프닝이네 뭐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 문단 세 번 읽어보고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비행기표 먼저 후딱 사고 경로 같은 건 나중에 천천히 결정하자고 하는 걸 내가 뜯어말렸다. 이때 예상 경비가 한 달에 100만이었다. 비행기표, 비자 수수료 등 다 포함해서.


시간이 지나면 웃고 넘어갈 일? 아니. 나는 이런 일로 절대 웃지 않는다. 실수는 시간이 흐르면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태도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불쾌하니까.


정말로 화가 났고, 이것은 뭐 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총체적 난국이랄까.


p.s. 01 참고로 135만원은 지난 중국여행보다 경비를 작게 잡은 것이다. 비행기값, 비자수수료, 한국에서의 여행준비 다 포함한 총액이니까.

p.s. 02 골백번 생각해도 이건 도가 지나친 수준을 넘었다. 이렇게 목돈 쓰는 일에 단지 나와 같이 하면 될 줄 알았다? 아, 내가 비극을 막아주기는 했네. 차라리 델리에서 찌질거리며 한달간 같이 힌디어 공부하고 보따리 장사할 거나 좀 찾아보자고 했으면 훨씬 현실적이라 화나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현실성 있으니 웃으면서 함 해보자고 했을 거다.

p.s. 03 내가 가만히 있으면 주변이 이상해지는 듯.

p.s. 04 인도를 너무 무서워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 비행기표, 비자수수료 포함 100만원에 한 달 여행 다녀와보세요. 먹을 거 다 먹고 볼 거 다 봐야하구요.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인정.


05


하지만 나 역시 여행을 안 가기로 했다. 이유는 바로 인도 때문. 방글라데시를 가고 싶은 이유는 찾았다. 하지만 인도에 가고 싶은 이유를 마땅히 찾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관광 비자 받기는 까다로운 편. 초청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쉽게 받는 방법이 콜카타 가서 받는 것이라는데, 이러려면 인도 비자를 받고 인도로 들어가야 한다. 콜카타가 인도에 있으니까.


그런데 인도에 가야 할 이유를 끝까지 찾지 못했다. 나는 왜 인도로 여행을 가야 하는가?


그래서 인도를 진심으로 가고 싶어질 때까지 일단 좀 보류하기로 했다. 비행기표 싼 거 있다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여행과 아예 안 맞으니까.


설마 힌디어를 공부하면 인도에 가고 싶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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