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야 커피에 갔어요. 이디야 커피는 매장은 상당히 많이 보이지만 제가 가본 적은 실상 없다시피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요. 당연히 무엇을 맛보았는지 기억나는 것이 딱히 없었어요. 언제나 단 것만 골라서 마셨으니까요.
이번에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것을 마실 생각이었어요. 아메리카노는 너무 많이 마시기도 했고, 어디를 가서 마시나 제게는 거기에서 거기였거든요. 제게 있어서 식당 가서 생각하기 귀찮기 때문에 된장찌개를 고르는 것처럼 카페 가서 생각하기 귀찮아서 고르는 메뉴가 아메리카노였기 때문에 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메뉴를 고를 생각이었어요.
니트로커피를 마셔볼까, 아니면 다른 커피를 마셔볼까?
집으로 가는 길에도 이디야 커피 매장이 있어요. 그 매장 앞을 지나갈 때마다 유독 잘 보이는 것이 바로 니트로 커피. 니트로 커피가 커피에 질소 가스를 쏘아 주입하는 커피라고 하는 것까지는 알아요. 그러나 딱 거기까지. 게다가 그렇게까지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니트로 커피 말고 다른 것 중 마시고 싶은 커피가 없나 메뉴판을 잘 살펴보았어요.
"민트 모카!"
'민트 모카'라는 메뉴를 보자마자 바로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베스킨라빈스31 민트 초코릿 칩!
흔히 '민트 초코'라 부르는 베스킨라빈스31 희대의 문제작.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 국론 분열의 아이스크림. '민트 모카'를 보자마자 바로 이 배스킨라빈스31 민트 초콜릿 칩이 떠올라버렸어요.
이건 대체 얼마나 괴작일까? 얼마나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을까?
쓸 데 없이 이런 것이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어쩔 수 없었어요. 베스킨라빈스의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고 경악한 후, 그런 경험이 저만 겪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와 반대로 민트 초코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어요. 그만큼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이 준 충격이 상당했기 때문에 '민트 모카'를 보는 순간 이런 궁금증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민트 모카를 주문하기로 했어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아니요. 뜨거운 걸로 주세요."
"휘핑 올려드릴까요?"
"예, 올려주세요."
휘핑 크림을 올려달라고 하고 뜨거운 것으로 달라고 주문했어요.
이디야 커피 민트 모카 가격은 3800원이었어요. 가격이 꽤 괜찮았어요.
잠시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민트 모카가 나왔어요.
이디야 커피는 흰 통에 파란 컵홀더였어요.
컵홀더를 벗겨보았어요.
컵에는 단순하게 'EDIYA COFFEE' 라고 파란색으로 인쇄되어 있었어요.
컵뚜껑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디야 커피 홈페이지에서 민트 모카를 '상쾌한 민트향이 더해진 진한 모카와 부드러운 휘핑크림이 잘 어울리는 음료'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뚜껑을 열었어요. 이디야 커피의 민트 모카는 이렇게 생겼어요.
생크림을 커피에 잘 섞고 한 모금 마셨어요.
이건 국론 분열이 아니라 국론 화합의 맛이잖아?
솔직히 국론 분열의 맛이기를 바랬어요. 그래야 제가 분노해서 웃긴 표현이 튀어나올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이상한 맛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맛있었어요.
기본적인 맛은 아주 쓴맛이 강한 초콜렛 맛이었어요. 초콜렛으로 치자면 카카오 70% 초콜렛보다 조금 덜 쓰고 더 단 맛이었어요.
기본적인 맛에 민트향이 느껴졌어요. 민트향은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집어넣은 것 같았어요. 그렇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잡내 잡으려고 넣지야 않았겠지요. 민트향이 충분히 느껴졌지만 화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민트향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트향이었어요.
민트향은 쓴맛을 향기로운 쓴맛으로 살려주었어요. '원래 초콜렛 이파리를 씹어먹으면 이런 맛이 날까?' 싶은 맛을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맛 자체가 꽤 괜찮았어요. 절대 이상하지 않았어요. 초콜렛에 치약 발라먹는 맛이 아니었어요.
왠지 '이래야 민트 초코지!'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