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뚜 타패를 넘어서 걸어가자 서점이 나왔어요.
서점에 들어가보았어요. 딱히 인상적인 책이 보이지 않았어요. 간단히 둘러본 후 바로 밖으로 나와서 다음 절인 왓 마하완으로 갔어요.
"여기가 왓 마하완인가?'
일단 절 이름부터 찾아보았어요.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절을 다녀온 건지 여행기 쓸 때 엄청나게 햇갈리거든요. 오늘 절을 한두 곳 간 것도 아니고 매우 많은 절을 돌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무조건 절 이름부터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했어요. 지금 피곤한 것은 잠깐이나, 나중에 여기가 어느 절인지 찾아보려고 하면 그때는 몇 시간, 심할 때는 며칠간 고생하거든요.
"왓 마하완 맞네."
글자를 모두 바로 알아볼 수는 없었어요. 저렇게 둥글둥글하게 써놓은 글자는 아직 잘 읽을 수 없었거든요. 맨 앞의 글자가 뭔자 알 수 없었지만, 여기가 절이니 저것은 분명히 태국어 글자 วั였어요. 그렇다면 여섯 번째 글자 또한 같은 글자니까 wa 였어요. 두 번째 글짜까지 합쳐서 태국어로 절인 왓 วัด 이고, 그 뒤의 글자는 m 인 ม 였어요. า 는 a, น 는 n 이니 왓 마하완이 맞았어요.
왓 마하완 Wat Mahawan วัดมหาวัน 은 란나 양식과 버마 양식이 공존하는 절이라고 해요. 버마 양식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어요. 미얀마는 간접적으로 접해본 적조차 거의 없었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까지 미얀마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고, 주변에 미얀마를 다녀온 사람도 없었어요. 태국 절도 정확히 태국 절이라는 것을 알고 본 것이 아니라 계속 보아가면서 '이런 것이 태국 절의 특징이구나' 감을 잡아가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버마 양식을 바로 알아내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어요.
"여기 위한은 나가 뱀 장식이 아니라 왠 사자가 있네?"
아주 나중에야 알았어요. 저 사자가 버마 양식의 특징이에요. 저 사자를 미얀마어로 ခြင်္သေ့ '친쎄' 라고 한대요. 버마에서 절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사자 비슷하게 생긴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해요. 이 당시에는 이 절이 버마 양식과 란나 양식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그래서 저 친쎄를 보고 버마 양식을 보았다고 기뻐한 것이 아니라 '여기는 왠 사자 조각이 있네?' 라고 생각할 뿐이었어요.
더욱이 이 절이 치앙마이 주요 사찰 중 하나인데, 정작 제가 들고간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도 않았어요.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어요. 이 위한은 1865년에 란나 양식으로 세워진 건물로, 층층이 이루어진 지붕이 특징이에요.
왼쪽 하얀 건물은 우보솟이었어요. 이것 역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여기 왓 마하완 맞네!"
아까 태국어 글자를 읽고 여기가 왓 마하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벽히 잘 읽은 게 아니라 약간의 추리를 동원한 것이라 여기가 진짜 왓 마하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조금 있었어요. 절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걸어가면 절 하나 나오고, 그 절에서 또 조금 걸어가면 절이 또 나오는 식으로 절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절에서 맛사지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이 입간판에 Wat Mahaw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까 글자를 제대로 읽은 것이 맞았어요.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된 건물은 우물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버마 양식으로 세워진 쩨디에요. 사실 저 역시 버마 양식 탑과 태국 양식 탑을 구분 못해요. 단지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버마 양식 탑은 네 귀퉁이를 사자 모양 동물인 친쎄 ခြင်္သေ့ 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에요. 친쎄는 태국어로 씽 สิงห์ 이라고 해요. 그리고 버마 양식 쩨디 사진들을 보면 쩨디를 바나나 꽃송이 모양 조각으로 장식해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친쎄에요.
탑 네 면에는 이렇게 감실이 있고, 감실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었어요.
이것은 불경을 보관하는 허 뜨라이에요.
절 한켠에서는 쩨디 위에 올릴 장식을 만들고 있었어요.
왓 마하완에서 나와 걸어가자 치앙마이 도착한 첫날, 밤에 길을 걸으며 꼭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 절이 나왔어요.
어둠 속에서 보았던 그 형상이 맞았어요.
"개 없어? 이쪽에서 개 짖었을 건데."
혹시 돌아다니는 개가 있나 둘러보았어요. 개는 없었어요.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개들로부터 많이 안전했어요. 이 절이 바로 왓 부파람 Wat Bupharam วัดบุพพาราม 이었어요. 왓 부파람은 란나 왕조의 무앙 깨오 왕 통치 시기인 1497년 지어진 절이에요.
먼저 커다란 위한으로 갔어요. 이 커다란 위한은 '위한 야이'라고 해요.
나무 문과 벽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어요.
안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어요.
이 건물 또한 위한이에요. 이 건물은 위한 렉 Viharn Lek 이라고 해요. 이 위한은 16세기에 건설되었고, 1819년 개축된 것이라 해요. 이 건물은 건물 입구의 나가 뱀이 하나는 은색, 하나는 금색으로 칠해진 것이 신기했어요. 박공널과 처파, 그리고 풍판을 색유리로 장식했어요.
위한 렉 안에 모셔진 이 불상은 약 3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법당 내부에 들어가서 삼배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여기는 나름 신경써서 꾸몄네?"
절 안에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태국인 조각이 있었어요.
"저것은 마지막에 들어가봐야지."
몬돕 모양으로 세워진 건물이 있었어요. 저기가 이 절에서 가장 볼만한 곳 같았어요. 일단 이 절에서 쩨디를 보아야했기 때문에 쩨디부터 보고 저 안에 들어가서 내부를 보기로 했어요. 잠시 쉬고 싶었지만 쉴 수 없었어요. 이미 오후 5시 30분을 넘긴 시각이었거든요. 이 절까지 다 봐도 오늘 목표로 한 절이 아직 세 곳이나 남아 있었어요. 햇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어요.
일단 몬돕 모양의 건물인 대형 법당 Dhamma Hall 인 Ho Monthian Tham หอมณเฑียรธรรม 에 들어가는 것은 뒤로 미루어두고 쩨디부터 보러 갔어요.
이것도 버마 양식 쩨디에요.
이 쩨디를 보면 네 모퉁이에 친쎄가 있고, 바나나꽃 형상이 장식되어 있어요. 저 역시 이것은 여행기를 쓰는 과정에서야 깨달았어요. 버마 양식 쩨디라고 하는데 얼핏 보아서는 태국 양식 쩨디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어요. 일반적인 태국 양식 쩨디에 비해 화려하기는 했으나, 이런 것을 잘 모르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네 면에 있는 불상이 모셔져 있는 감실 뿐이었어요.
"여기 박물관도 있어?"
절 안에 '왓 부파람 박물관'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어요.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 해도 하나라도 생략할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외국 여행을 여러 번 하며 깨달았어요.
여기에 두 번 다시 올 일이 내 인생에서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고 봐도 될 거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 해서 돌아다니고 봐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볼 것이 많은데 갔던 곳을 또 가나요. 그 시간에 다른 곳을 가야죠. 돈이 화수분처럼 쏟아져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행 한 번 간다는 것이 적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안 가보았던 곳을 가요. 설령 치앙마이에 다시 오는 일이 생긴다 해도 여기를 다시 올 확률은 낮았어요. 치앙마이 구시가지의 북쪽과 서쪽을 제대로 못 보았으니 다음에 온다면 아마 거기를 집중해서 볼테니까요.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박물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운데에 배치된 금빛 불상인 Thun Jai Buddha 라는 불상이었어요.
"이게 끝이야?"
딱 저것이 전부였어요.
이제 허 문티엔 탐을 보러 갈 때가 왔어요.
위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역시나 나가 뱀이 장식되어 있었어요.
"이게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인가?"
불상이 몇 기 있었어요. 허 문티엔 탐에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 아닌가 싶었어요.
이 두 불상 중 하나가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이고, 하나가 청동으로 만든 불상인데 봐도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불상마다 일단 삼배를 드렸어요. 아까 왓 마하완에서는 법당 문이 다 잠겨 있어서 삼배를 드리지 않고 왔는데, 여기서는 삼배를 참 많이 했어요.
아래로 내려왔어요.
"내가 다 본 거 맞겠지?"
분명히 다 보기는 했어요. 단지 어느 불상이 태국에서 가장 큰 티크 목재로 만든 불상인지 잘 모를 뿐이었어요.
"법당 또 있네..."
불상 앞으로 갔어요.
"무슨 삼배를 이렇게 많이 드려야 해! 돌아다니는 것보다 삼배 드리는 게 더 힘드네!"
절에 왔으니 불단 앞에 가면 삼배를 드리는데, 여기는 그런 불단이 한두 곳이 아니었어요. 불단마다 삼배를 드리니 여기에서만 삼배를 여러 번 했어요. 지금까지 법당 문이 잠겨서 삼배를 드리지 않고 나온 절에서 드려야했던 횟수를 여기 와서 다 채우고 있었어요. 이것이 무슨 인생은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합치면 결국 0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길인지 아까 삼배를 생략하고 아껴둔 체력을 여기서 다 쏟아내버리고 말았어요. 오히려 한 절에서 삼배를 여러 번 드려서 더 힘들었어요. 부처님께서 이자까지 제대로 받아가셨어요.
휘청거리며 절 밖으로 나왔어요. 왓 부파람을 다 둘러보니 저녁 6시 5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