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2 태국 치앙마이 하루에 절 14곳 돌기 04 - 왓 뿌악삐아, 왓 폰 소이

좀좀이 2017. 3. 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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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실버 템플'이라는 곳을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 또 보였어요. 또 얼마 걸어가자 무슨 승려들 학교 같은 사진과 절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있다는 표지판이 나왔어요. 지도를 보니 일단 길은 맞게 잘 찾아가고 있었어요. 지도를 보니 제가 가고 있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보면 왓 씨 핑 무앙 Wat Si Ping Muang วัดศรีปิงเมือง 이라는 절이 있다고 나왔어요. 표지판에 길을 따라 내려가면 실버 템플이 있다고 했어요. 실버 템플은 관광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절이었고, 이정표에 'Silver temple' 라는 말과 태국어로 무언가 적혀 있을 뿐이었어요. 사진은 없었어요.


'실버 템플이 대체 뭐길래 이정표가 이렇게 붙어 있지?'


왓 씨 핑 무앙이 어떤 절인지도 몰랐지만, 실버 템플은 더욱 더 어떤 절인지 몰랐어요. 치앙마이에 '실버 템플'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이날 치앙마이 성 남쪽을 돌아다니다 이정표를 보고 알게 된 것이었거든요. 지도에도 딱히 나와 있지 않은 절이라 실버 템플과 왓 씨 핑 무앙이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태국어로 실버 템플의 정식 명칭이 뭔지도 몰랐고, 태국어로 은이 뭔지도 몰랐거든요.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절 하나가 나왔어요.



"이건 태국어로 뭐라고 적어놓은 거야?"


영어로 표기된 표지판이 없나 주변을 돌아다녀보았어요.



이 절의 이름은 왓 뿌악삐아 wat puakpia วัดพวกเปีย 였어요.



왓 뿌악삐아 입구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공사중이에요."



건물들 전부 문이 잠겨 있었고, 공사중이었어요. 크게 볼 것이 없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절 - 왓 뿌악삐아 wat puakpia วัดพวกเปีย


이제 저런 건물은 하도 많이 봐서 신기하지도 않았어요. '아, 태국식 절이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이 건물의 특징이라면 용마루에 용마루 장식인 왓 차뜨라 ยอดฉัตร 가 여러 개 달려 있다는 것 뿐이었어요. 딱 봐도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왓 차뜨라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그렇게 큰 특징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치미와 망와에 해당하는 처파 ช่อฟ้า 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어요.


"부지런히 가야겠다. 시간 벌써 이렇게 되었네."


공사중인 절에서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었어요. 벌써 오후 3시 10분이었거든요. 이런 곳에서 시간을 소비하다가는 정작 치앙마이 성 서문인 빠뚜 타패 너머에 있는 절들을 못 볼 수 있었어요. 빠뚜 타패 너머에 있는 절들을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했고, 더워서 무턱대고 빨리 걸을 수도 없었거든요. 비록 낮이 1년 중 가장 길다는 하지 근처인 2015년 6월 18일이라 해도 3시를 넘어가자 햇볕 속 노란 빛이 점점 진해지고 있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거리


"여기에서 한참 걸어가야하나?"


이정표에서 실버 템플은 멀지 않다고 했는데 왓 뿌악삐아를 넘어 계속 걸어가는데 절은 고사하고 태국어 글자 วั 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분명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어요. 유명한 절로 가는 길이 이 길이 맞다면 분명히 그 절에 대한 이정표가 계속 나와야 하는데 그 이정표 자체가 사라져버렸어요. 친구 스마트폰을 이용해 목적지 절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해보았어요.


1km 가야 한다고?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해보니 편도 1km 를 더 가라고 나왔다. 편도 1km 니까 왕복이면 2km다. 이런 초행길이라면 2km 가는데 1시간 걸린다. 게다가 이 2km는 빠뚜 타패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딱 빠뚜 쌘풍까지의 거리였다. 빠뚜 쌘풍에서 또 빠뚜 타패까지 걸어가야 했다. 왜냐하면 이 사이에 왓 폰 소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걸을 수록 점점 지쳐서 이동 속도는 더 떨어질 것이었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일단 왓 씨 핑 무앙까지 순전히 다녀오는 데에만 1시간이니 4시 조금 넘을 거고, 여기에 관람시간까지 더하면 4시 반. 이러면 오늘 마지막 방문 예정지인 왓 껫까람까지 달려다니며 이동하고 절을 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단순히 이동 거리를 달려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절 안에서도 법당 사이를 뛰어다니며 보아야했다.


무리입니다. 이것은 절대 무리입니다.


일몰까지 남은 시간 및 체력과 허리 통증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이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왓 씨 핑 무앙을 보러 다녀오든가, 빠뚜 타패 너머에 있는 절들을 보러 다녀오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였어요. 이것은 절 1곳 대 5곳을 놓고 고르는 문제였어요. 빠뚜 타패 너머에 있는 왓 깻까람은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는 절이었고, 그 이전에 빠뚜 타패 너머에 있는 절 중 제가 가서 보고 싶었던 절이 하나 있었어요.


"돌아가자. 왓 씨 핑 무앙 가면 오늘 딱 그거 하나 보고 일정 끝나버리겠다."


이 상황에서 왓 씨 핑 무앙을 가는 것은 무리였어요. 원래 오늘 목표는 하루에 절 15곳을 돌아보는 것이었지만, 왓 씨 핑 무앙을 포기해서 이제 목표 절은 14곳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14곳 중 아직 무려 6곳이나 남은 상황. 하루에 절 15곳을 돌아본다는 것은 아무리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본 것이라 해도 상당히 대단한 일인데, 여기에서 한 곳 빠진 절 14곳을 하루에 돌아본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어요. 그러나 무리해서 왓 씨 핑 무앙을 갔다가 절 5곳을 못 본다면 하루에 절 10곳을 가는 것이었어요.


지금까지 왔던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 여행기를 쓸 때에야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왓 푸악피아에서 실버 템플은 그렇게 멀지 않았어요. 단지 길을 조금 정신차려서 찾아가야 했어요. 실버템플은 왓 씨 핑 무앙도 아니었어요. 실버 템플의 정식 명칭은 왓 스리수판 Wat Srisuphan วัดศรีสุพรรณ 이고, 이곳은 빠뚜 쌘풍에서 나와서 쭉 가서 가는 절이 아니었어요. 왓 뿌악삐아에서 가깝기는 하나 왓 뿌악삐아가 있는 길에 있는 절은 아니었던 것이었어요. 왓 씨 핑 무앙 Wat Si Ping Muang วัดศรีปิงเมือง 과는 아예 다른 절이었어요. 제가 여행할 때에만 해도 '치앙마이 실버 템플'로 검색하면 검색되는 결과가 별 거 없었어요. 그래서 찾아갈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 절을 검색해보면 절에 대한 여러 정보와 지도상의 위치까지 다 나와요. 왓 스리수판은 치앙마이 올드시티 성벽 남쪽 바깥에 있는 치앙마이 토요일 야시장 주변에 있어요. 가이드북에서 찾아볼 때 치앙마이 토요일 야시장을 찾아서 가면 되요.


'왓 폰 소이는 별 거 있을 건가? 그냥 건너 뛰어?'


빠뚜 쌘풍 앞에 도착하자 정말 힘들었어요. 차가 씽씽 달렸고, 그때마다 매연과 먼지가 풀풀 일어났어요. 덥고 찐득거리고 허리는 아프고 만사 힘들고 귀찮았어요.


'뚝뚝 타고 빠뚜 타패로 갈까?'


왓 폰 소이는 포기하고 그냥 뚝뚝 타고 빠뚜 타패로 확 가버릴까? 어차피 별로 중요한 절도 아닌데 건너뛰어도 상관은 없었어요. 왓 폰 소이 대신 빠뚜 따패 너머에 있는 절을 하나 더 가면 어쨌든 수는 똑같아요. 절이 득시글한 이 땅에서 새로운 절 하나 또 못 찾을까? 장담컨데 마음만 먹고 눈에 힘 좀 주면 분명히 절이 또 반갑다고 인사하며 튀어나올 것이었어요.


뚝뚝을 세워서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빠뚜 타패까지 120바트라고 했어요.


이건 진짜 아니다. 장난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은 바가지야. 도이수텝 갈 때 썽테우 한 대 빌려서 500바트에 왕복 20km 넘는 길을 다녀왔어. 단순히 타고 간 것이 아니라 그 썽테우는 도이수텝 사원 구경하는 동안 도이수텝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120바트면 500바트의 약 1/4인데, 그러면 거리로는 약 5km가 나와야 해. 그러나 빠뚜 쌘풍에서 빠뚜 타패까지 거리는 1km 조금 넘을까 말까한 거리. 게다가 이건 나를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썽테우보다 훨씬 저렴한 뚝뚝.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50바트를 불렀어요. 그러자 뚝뚝 기사는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당연히 저는 안 탄다고 하고 그냥 왓 폰 소이를 향해 걸어갔어요. 그런데 뚝뚝 기사가 떠나가는 저를 잡지 않았어요. 이것도 이해가 어려운 일. 바가지라면 떠나가는 손님을 불러서 잡기 마련인데, 이 기사는 무슨 배짱인지 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왓 폰 소이를 향해 걸어갔어요.


왓 폰 소이를 향해 걸어가는 길에 시장이 있었어요.


"여기서는 태국 전통 의상 입은 인형들 팔까?"



태국 시장 반찬


태국 음식


태국 치앙마이 재래시장


태국 치앙마이 시장 식료품 가게



제가 찾는 그 인형은 이 시장에 없었어요. 시장에서 잡화 같은 것도 팔고 있었지만 그 인형은 보이지 않았어요.


'태국 도처에서 보이던데 왜 정작 그 인형을 파는 곳은 없는 거야?'


이제 태국을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태국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불단에 놓인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을 여태까지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 인형들을 꼭 구입하고 싶었지만 파는 곳이 없으니 살 방법이 없었어요. 오늘 절 많이 드렸으니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인형을 발견하게 해줄 줄 알았으나 그런 건 없었어요. 오히려 저를 실버 템플로 잠시 혼돈과 번뇌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시장 구경을 대충 마치고 왓 폰 소이 Wat Fon Soi วัดฟ่อนสร้อย 로 갔어요.



시계를 보니 15시 46분이었어요.


Wat Fon Soi วัดฟ่อนสร้อย in Chiang Mai


란나 왕조 역사에 따르면 왓 폰 소이는 1562년부터 1601년까지 종교지도자였던 고승 프라 테라에 봉헌된 절이라고 해요.



"이 스님은 양산 쓰고 있네."


아까 동자승 조각은 아무 것도 쓰지 않고 뙤약볕을 그대로 다 맞고 있었어요. 이 스님 동상은 양산을 쓰고 있었어요. 동자승은 아직 수행이 부족해서 뙤약볕을 맞는 고행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 스님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양산을 쓰고 편히 쉬어도 된다는 건가?




크게 볼 것은 없는 절이라 금방 보고 나왔어요.


하교 시간이라서인지 길에서 스카우트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왓 폰 소이를 둘러본 후 빠뚜 타패로 갔어요.


치앙마이 빠뚜 타패


빠뚜 타패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이었어요. 빠뚜 타패 근처에서는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어요.





다시 한 번 시장을 잘 둘러보았어요. 혹시 그 인형을 파는 곳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제가 찾는 인형을 파는 가게는 보이지 않았어요.


먹거리 시장도 이제 장사를 개시하고 있었어요.







"지금 저녁을 먹고 갈까?"


지금 음식을 먹는다면 이제 막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어요. 갓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니 위생적으로도 괜찮고, 맛도 훨씬 나을 거에요. 마음 같아서는 밥을 먹고 좀 쉬다가 동쪽에 있는 절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밥을 먹으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그러면 해가 지기 전까지 왓 껫까람까지 다 보기 어려워졌거든요. 어차피 야시장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후딱 구경하고 동쪽 절들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이것이 중국인들이 한 사람당 한 마리씩 잡고 먹던 물고기에요.



저도 저 물고기를 먹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저건 저 혼자 먹을 양이 아니라 끝까지 눈으로 구경만 했어요.






야시장을 둘러본 후, 빠뚜 타패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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