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라떼떼의 음료는 마롱라떼에요.
처음 메뉴에 '마롱라떼'가 있는 것을 보고 무슨 마카롱 올려주는 라떼인가 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것이 불어로 '밤'이라는 뜻이었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는 '밤라떼'라고 되어 있어요.
원래 이름을 보고 대체 뭔가 해서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밤라떼. 그런데 어쨌든 밤라떼도 마셔본 적이 없었어요. '고구마맛'을 달고 나오는 것들은 참 흔하지만 '밤맛'을 달고 나오는 것은 의외로 참 없어요. 맛밤은 그게 진짜 밤이니까 제외하고, 기껏해야 떠오르는 것이 아이스크림 바밤바였어요. 제가 주문할 때 원래 의도와는 약 27도 벗어난 거 같은데,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제가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 웃기거나 불평하려고 고른 메뉴였는데 대놓고 미지의 세계 탐험이 되어 버렸어요.
저는 레귤러로 주문했어요. 마롱라떼 (홈페이지에서는 밤라떼) 레귤러 가격은 5천원이에요.
뚜껑을 열자 참 고소하고 구수한 향이 올라왔어요.
이것 역시 거품이 매우 많았어요. 라떼떼는 풍성한 거품이 특징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음료 먹고 맛 때문에 웃겨서 깔깔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지금까지 감탄하거나 욕하거나 하기만 했지, 맛 때문에 웃겨서 웃은 적은 정말로 거의 없었거든요.
뜨끈하게 데운 바밤바 맛.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맛은 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바밤바 매우 좋아하거든요. 바밤바보다 맛이 더 강한 따뜻한 바밤바 맛이었어요. 바밤바를 먹을 때에는 밤맛이네 하면서 그냥 먹었는데, 진한 바밤바맛 음료를 마시자 갑자기 어렸을 적 놀던 것들이 떠올랐어요. 버려진 전화번호부 책 주워와서 불 피워서 감자, 고구마 구워먹고, 풋대추 서리해서 먹고 조팝나무 열매 주워서 까먹고 하던 것들이요. 제게는 참 순수하고 순박한 맛으로 다가왔어요.
왠지 뜨뜻한 방바닥에 이불 뒤집어쓰고 앉아 쪽쪽 빨아마셔야 제맛일 것 같은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