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이삭 토스트가 매우 인기라고 해요. 인기있는 이유는 이 토스트가 적당히 달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면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를 여럿 돌아다녀보고 살아보았는데 샌드위치를 달게 만들어 먹는 경우는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이삭토스트도 말이 좋아 토스트지, 샌드위치로 봐야 하죠. 토스트된 빵에 샌드위치에 잼을 바르거나 바나나를 넣어서 달게 만들어먹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샌드위치 자체를 달게 만들어서 먹지는 않아요.
이것이 이상할 것도 없는 게, 우리도 평소에 밥에 설탕 쳐서 먹지는 않죠.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일수록 업종 분화가 상당히 철저한 편이에요. 식사로 먹는 빵이 있고, 디저트로 먹는 빵이 있어요. 이 둘의 중간 지점에 있는 빵은 별로 없어요. 식사로 먹는 빵은 우리의 밥처럼 상당히 담백하고, 디저트로 먹는 빵은 우리의 약밥처럼 달아요. 우리나라는 뭉뚱그려서 빵이라고 해서 케이크도 빵이고 식빵도 빵이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빵을 식사로도 먹지만 간식으로도 먹기 때문에 식빵조차도 단 맛이 좀 있게 만드는 편이에요. 그래서 빵을 주식으로 먹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식빵도 달다고 해요.
아주 이른 아침. 홍대 입구에서 273번 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가서 오랜만에 인사동의 아침 풍경을 구경한 후, 어디로 갈까 고민되었어요.
'이제 아침이니 서울의 특별한 모습 볼 수 있는 시간은 끝나버렸네.'
정처없이 걸으면서 간 곳은 남대문 시장. 그 이후 자연스럽게 명동으로 흘러갔어요.
"저기는 뭔데 사람들이 줄서서 먹고 있냐?"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서서 뭔가를 사먹고 있었어요.
"명동에 저렇게 아침부터 줄 서서 먹을 곳이 있었나?"
대체 무슨 가게인지 궁금해서 다가갔어요. 이삭 토스트였어요. 사람들이 줄서서 이삭토스트를 사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 토스트를 먹고 있었어요.
'아침에 숙소에서 밥 안 줘서 다 토스트 먹으러 나왔나?'
이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었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조식은 대체로 상당히 부실해요. 기본적으로 토스트용 식빵, 우유, 씨리얼을 내놓고, 여기에 잼과 주스, 버터 등이 추가될 수도 있어요. 어쨌든 서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에 조식으로 내놓는 것은 식빵, 씨리얼 뿐이라 봐도 무방하고, 계란만 나와도 정말 아침 잘 준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 그거 먹기 싫어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일단 염두에 두어야 했어요.
오후 되어서 다시 명동에 있는 그 이삭토스트로 가보았어요. 역시나 외국인들이 이삭토스트 앞에 줄서서 토스트를 사먹고 있었어요.
"여기는 뭐 금이라도 발라놨어? 왜 이렇게 줄서서 먹어?"
사람들이 줄 서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가만히 보니 타이완 사람들이 뭘 먹을지 고민하며 주문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이삭토스트 명동점 앞으로 갔어요.
"여기 아침에 보니까 외국인들 막 줄서서 먹던데요?"
"그거 줄어든 건데...이번에 처음이에요?"
"예."
"어디 사시는데요?"
"의정부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당연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먹는 것을 먹을 생각이었거든요. 이삭토스트야 대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후다닥 달려가서 하나 사먹던 것이라 그 맛은 아직도 대충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딱히 또 먹어볼 필요가 없었어요. 여기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외국인이 많이 사먹는 이삭토스트'를 먹어보기 위해 온 거였어요.
"외국인들 여기서 어떤 토스트 잘 사먹어요?"
"불갈비랑 불고기 잘 사먹어요."
1번은 불갈비, 2번은 불고기. 밤에 치킨 먹고 불고기는 비싸니까 토스트로 때우는 건가? 아니면 뭔지 잘 모르니까 닥치고 1,2번을 찍는 건가? 어쨌든 1번 불갈비와 2번 불고기가 많이 나간다고 해서 뭘로 할까 잠시 고민하다 불갈비 토스트를 주문했어요. 불갈비 토스트는 3200원이었어요.
"사진 찍어도 되나요?"
"예. 찍어요."
아주머니께 허락을 받고 느긋하게 사진을 찍었어요.
돈을 만원짜리 지폐로 내자 한 손으로 능숙하게 거스름돈을 집어서 주셨어요. 그 후 토스트를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토스트는 금방 완성되었고, 받아들고 자리를 비켰어요.
예전 대학교 다닐 때는 어떻게 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여기는 티슈로 토스트 절반을 감싼 후, 이렇게 봉지에 넣어주었어요.
딱히 특별할 것은 없는데...
맛 역시 무난한 토스트. 이삭토스트답게 달았어요. 양배추 썰어놓은 거 들어 있었고, 패티는 쇠고기 패티였어요. 뭔가 경천동지할 맛이 있을 줄 알았지만 제가 예전에 먹었던 그 이삭토스트와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했어요.
"이번에는 불고기 토스트 먹어야지."
불갈비 토스트와 더불어 불고기 토스트가 유명하다고 하니 불고기 토스트도 먹어보기 위해 다시 이삭토스트 명동점으로 갔어요.
"헉! 이거 뭐냐?"
그 사이에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침에 세웠던 가설은 이 장면으로 폐기. 게스트하우스 조식이 워낙 형편없어서, 또는 한국 음식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이라 이삭 토스트가 인기라는 주장은 모두 잘못된 주장이었어요. 이것은 그런 주장들로 설명이 되지 않는 장면이었어요. 게다가 이삭토스트가 해외진출도 한다고 하던데 그것은 이런 주장들로는 더더욱 설명이 불가능하구요.
이건 그냥 외국인들 사이에서 정말로 인기가 좋은 거다.
예전부터 한국에서 아침에 파는 토스트가 양배추 잘라서 풍성히 넣어주고 거기에 케찹 치고 설탕까지 뿌려주기 때문에 인기라고 여러 번 들어보았는데, 이것도 토스트를 달게 만들어서 인기가 좋은 것 아닌가 싶었어요. 어쨌든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먹어보아야 할 것'으로 유명한 것은 맞는데, 어떤 맛에 반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맛' 밖에 없었거든요. 위에서 말했지만 달게 만드는 토스트 샌드위치 자체가 외국에서는 그리 흔하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에게 어떨지 몰라도 이건 외국인들 대상으로는 맛집으로 인정해주어야만 했어요. 외국인들이 좋다고 줄서서 사먹고 있으니까요. 요새 명동 여기저기를 잘 돌아다니고 있는데 돌아다닐 때마다 저 토스트 들고 있는 외국인들이 흔히 보이구요. 이삭토스트 명동점이 다른 이삭토스트에 비해 특별히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것은 분명했어요. 명동 자체가 역사가 오래된 관광지라 유독 몰리는 것도 있겠지만요.
명동 및 그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토스트 사먹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맨날 외국인들에게 피클에 불과한 김치 못 먹여서 안달내지 말고 이제 한국 음식이 된 부대찌개, 한국식 토스트, 양념치킨을 우리나라 음식으로 제대로 인정하고 이런 것을 외국인들에게 알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