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흔할 것 같은데 정말 찾기 어려운 식당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음식점.
남아시아 음식점은 거의 다 인도, 네팔 식당이라고 이름을 붙여요. 주방장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인이고, 파는 음식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음식이라 해도 식당 소개 및 간판과 이름을 보면 인도 식당, 네팔 식당이라고 해요.
이것에 대한 이유는 잘 몰라요. 인도는 우리나라에서 카레가 인도 것으로 굳어진데다 인도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네팔의 경우, 네팔 음식이 맛있고 네팔인들이 요리를 잘 한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동대문에 있는 네팔 식당인 에베레스트가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가게이다보니 '네팔 음식점'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러다보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식당을 찾는 것이 꽤 어려워요. 물론 자기들끼리 자기들 음식이 서로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무턱대고 들어가서 '여기 파키스탄 식당이에요? 여기 방글라데시 식당이에요?'라고 물어본다고 정확히 알 수 있는 문제도 아니거든요. 저 역시 이것을 안 해본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인도 음식, 파키스탄 음식, 방글라데시 음식 다 같아요' 라는 대답이었어요.
스리랑카 식당은 이수역에 있는 세녹 카페에서 맛보았어요.
서울 이수역 맛집 - 스리랑카 식당 세녹 http://zomzom.tistory.com/1698
이번에 가본 식당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팍 인디아 Pak India 라는 식당이에요. 여기는 '파키스탄 식당'이라고 간판에 딱 걸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어서 간 곳이에요.
가는 방법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간 후 모스크까지 올라간 후, 길을 따라 더 가면 되요. 정확히는 우사단로 10길인데, 3번 출구 나와서 모스크까지 올라간 후 더 갈 수 있는 길이 실상 우사단로 10길밖에 없어요. 검색포털에서 '팍 인디아'라고 검색하면 지도가 나와요.
사진을 자세히 보면 'Pakistan Restaurant' 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어요.
입구에는 저렇게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어요.
이것은 식당 카운터 및 주방 입구에요. 여기는 계산을 카드로 할 수 있어요.
참고로 매장은 작아요. 가게 크기는 작은 김밥천국 정도 크기로, 4명 앉을 수 있는 탁자가 5개 있었어요.
가게 들어가니 TV에서 파키스탄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우르두어는 모르지만, 방송에 나오는 글자를 보며 TV에서 나오고 있는 방송이 파키스탄 방송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어요. 모르는 사람 눈에는 다 같은 꼬부랑 선과 점이겠지만 아는 사람 눈에는 다르거든요. 우르두어는 공식적인 전달매체에서도 유독 손으로 흘겨쓴 것 같은 글자체를 사용해요.
저는 여기에서 Mutton Karahi, Chicken Karahi, Mutton Biryani, Tandoori Chicken Salad 를 주문했어요. 둘이 먹을 거라 이것저것 시켰어요. 두 명이 먹는 것이라 카라히 (카레) 2종류 주문하고, 밥을 먹기 위해 비르야니 하나 주문하고, 탄두리 치킨 맛은 어떤지 알아보려고 탄두리 치킨 샐러드를 시켰어요.
제가 주문한 메뉴 가격은 다음과 같아요.
Mutton Karahi 18000
Chicken Karahi 13000
Mutton Biryani 12000
Tandoori Chicken Salad 6000
이것은 탄두리 치킨 샐러드 Tandoori Chicken Salad 에요. 이 메뉴의 장점은 탄두리 치킨 맛을 보고 싶은데 다른 음식을 시켜서 양이 부담스러울 때 하나 시켜서 나누어먹으면 딱 좋다는 것이었어요. 탄두리 치킨 4조각이 나왔는데, 맛은 살짝 매콤한 직화구이 닭고기였어요.
이것은 양고기 볶음밥인 양고기 비르야니 Mutton Biryani 에요. 가격에 걸맞게 양을 매우 수북히 주었어요. 저 쌀이 한국인들이 뒤돌아서면 배고프다고 하는 인디카 계열 쌀인데, 어쨌든 양이 상당히 많았어요. 혼자 먹기에는 어쨌든 많은 양이었어요. 향신료 향이 조금 났고, 살짝 매콤했어요. 그리고 양고기가 매우 부드러웠어요.
이것은 닭고기 카레인 Chicken Karahi 에요. 가격에 걸맞게 고기 위주의 카레였어요. 잘잘한 고기 몇 조각에 소스 가득인 카레가 아니라 고기덩어리 위에 카레를 뿌린 것 같은 카레였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덩어리가 모두 닭고기에요.
이것도 맛이 매우 괜찮았어요.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었어요. 매콤하면서 새콤했고, 양파로 단 맛을 내었어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달지 않구요. 딱 양파가 단맛을 내는 선에서 더 벗어나지 않았어요. 살도 매우 부드러웠어요. 파키스탄인이 우리나라 닭도리탕을 만들면 이런 식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무난하고 좋은 맛이었어요.
이것이 진짜 맛있는 메뉴!
위의 Chicken Karahi 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바로 이 양고기 카레인 Mutton Karahi 부터 나와서 이것을 먹던 중에 치킨 카라히를 먹었기 때문이었어요.
가격이 18000원이라 저렴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괜히 메뉴판에 '추천'이라고 붙여놓은 것이 아니었어요. 정말로 돈값하는 맛과 양이었어요.
이것 역시 고기덩어리가 대부분이었어요. 양고기 덩어리에 소스로 카레를 뿌려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이것은 누구에게나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양고기 요리였어요. 고기를 매우 부드럽게 잘 요리한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양고기 냄새를 확실히 잡았다는 것이었어요. 이렇게까지 양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냄새 확실하게 잡은 가게는 아직 본 적이 없었어요. 양고기 못 먹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여기에서는 먹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없었어요. 양고기 고유의 맛은 잘 살아 있으면서 그 역한 누린내는 하나도 없어서 매우 좋았어요.
이 카레는 맛이 매콤했어요. 그리고 안 달았어요. 단 맛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정말로 추천하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작게 자른 고수 이파리가 몇 개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어쩌다 고수 이파리가 한 번 씹히는 정도였어요.
Mutton Karahi 는 요약하면 양고기 맛은 잘 살렸고, 양고기 누린내는 확실히 잡았고, 고기를 부드럽게 잘 요리했고, 매콤하고 달지 않은 맛이었어요. 요리 잘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바로 딱 들게 만드는 맛이었어요.
음식맛은 전반적으로 매콤한 맛이 특징이었어요. 불닭처럼 혀에 불나게 매운 것은 아니고, 적당히 매콤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그리고 달지 않았어요. 얼핏 보면 참 조그맣고 스쳐지나가기 딱 좋게 생긴 식당인데 맛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앞으로 남아시아 카레가 먹고 싶을 때 달콤한 맛 카레를 먹고 싶다면 동대문 에베레스트 식당으로, 달지 않은 맛 카레를 먹고 싶다면 이태원 팍 인디아로 갈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