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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맛집 스리랑카 식당 세녹 SENOK - 치킨 브리야니

좀좀이 2016. 11.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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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스리랑카 음식을 파는 곳이 있을까?


밀크티를 꼴꼴꼴 마시면서 궁금해졌어요. 스리랑카 차는 우리나라에 꽤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밀크티 중에서 스리랑카 차를 이용한 것도 있구요. 대표적인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원 우바홍차 로얄밀크티에요.


스리랑카 과자도 먹어봤고, 스리랑카 차도 마셔보았지만 정작 스리랑카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나라 외국 식당을 보면 남아시아 지역 식당은 대부분 인도, 네팔 식당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요리사가 방글라데시, 피키스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인도 식당, 네팔 식당이라고 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요. 솔직히 거의 전부 다 그렇다고 해도 될 거에요. 그리고 유독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식당은 없어요. 아예 뭉뚱그려서 인도 식당이라고 하고는 남아시아 국가들 요리를 판다고 하는 식당들도 여럿 있어요.


스리랑카 국기가 그려진 인도 식당을 본 적은 있지만, '스리랑카 식당'이라고 하는 곳은 본 적이 없었어요. 과연 있기나 할까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7호선 이수역에 있는 카페인 세녹 SENOK 에서 스리랑카 음식을 판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참고로 이수역은 7호선은 이수역, 4호선은 총신대입구역인데 이 식당은 7호선 8번 출구에 있기 때문에 이수역이라고 적었어요.


의정부에서 살다보니 7호선을 타고 가는 것은 매우 편해요. 아주 높은 확률로 앉아서 갈 수 있어요. 7호선 대부분이 도봉산에서 출발하거든요. 1, 4, 7호선은 걸리는 시간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매우 적어요. 의정부역에서 1호선이야 그냥 타고 가면 되는 거고, 7호선은 도봉산역에서 갈아타면 되고, 4호선은 창동역에서 갈아타면 되요. 도봉산역이나 창동역이나 지하철로 의정부에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다른 노선들보다는 쉽게 간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러나 의정부역에서 이수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1시간 훨씬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는 것은 사실.


까짓거 돈 조금 더 내더라도 먹고 싶은 걸로 배부르게 먹고 온다!


의정부역에서 이수역까지는 대충 1시간 반 정도 잡으면 되니 왕복으로 하면 3시간. 3시간 지하철 안에 있는 것을 무릅쓰고 먹으러 가는 것인데 먹고 배고프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요. 밥 먹고 1시간 반 전철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포만감이 남아 있어야 그래도 밥 좀 잘 먹었구나 보람찬 하루였다 하지, 1시간 반 전철 타고 의정부역에서 내렸는데 소화가 다 되어버리면 내가 대체 뭔 짓을 한 거지 싶거든요.


일단 7호선 이수역 8번 출구로 갔어요.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스리랑카 식당


8번 출구에서 나와서 조금 걸어가자 바로 세녹 카페가 나왔어요. 여기는 원래 24시간 오픈 카페이지만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스리랑카 음식을 판매해요. 게다가 스리랑카 쉐프님이 직접 요리해요.


무엇을 먹을 것인가?


원래 밥을 먹으러 왔는데 밥은 전부 2인분. 1인분은 로띠 종류였어요.


얌전히 1인분인 로띠를 시킬 것인가, 2인분인 밥을 시킬 것인가?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 혼자 다니면 이게 문제에요. 이것저것 먹을 수도 없고, 먹고 싶은 것이 2인분이면 진짜 고민되요.


나 여기 지하철 90분 타고 왔다.


이런 카페에서 파는 식사, 2인분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어? 그냥 밥집도 2인분은 별 무리없이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카페에서 파는 식사이니 분명히 양이 적을 거고, 2인분은 먹어야 배부르다고 할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나 오늘 이 스리랑카 음식 먹기 위해 지하철에 180분 있어야 해. 180분 들여서 먹는 음식이다. 나에게는 3시간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 음식이어야 한다.


그래서 비록 2인분이었지만 치킨 브리야니를 주문했어요. 가격은 16000원. 둘이 나누어 먹는다면 무난한 가격이지만 혼자 감당하려니 상당히 가격이 있는 음식으로 돌변했어요. 그래도 180분 투자해서 먹는 건데 집에 가서 나는 오늘 무엇을 한 것인가 중얼거리며 김밥천국 김밥 사먹을 바에는 여기에서 돈 조금 더 내고 2인분 먹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차 두 잔 나오는데 한 잔만 드릴까요?"


아...2인분이라 무료로 제공되는 차도 2잔이구나...


한 잔만 마실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음식이 나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있었어요.


"한 잔은 지금 주시고 한 잔은 이따 음식 나올 때 주세요."


순간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일단 차 한 잔 마시면서 음식 기다리다가 음식 나오면 한 잔 더 받아서 음식과 같이 먹으면 되었어요.


총신대입구역 세녹 카페


먼저 차를 한 잔 받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식을 기다렸어요.



차를 조금씩 홀짝이며 마셨어요. 가향차였는데 향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차를 절반 이상 마셨을 때 음식이 나왔어요.


스리랑카 음식_치킨 브리야니


으악! 진짜 많다!


지금껏 카페에서 1인분이라고 나오는 음식을 먹었을 때 항상 양이 적었기 때문에 여기도 당연히 적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양 무지 많았어요.


2인분이라고 닭다리 4개 올려주는 것에 감동했어요.


지하철 7호선 남아시아 음식 맛집



저 닭다리 하나가 우리가 치킨 먹을 때 그 닭다리 1개에요. 사진으로 양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잘 표현이 되지 않았는데, 밥이 엄청 수북했어요. 이건 정직하게 2인분이었어요. 저 쌀이 후 불면 날아가는 안남미도 아니었어요.


"이거 진짜 정직하다!"


양도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맛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남아시아 및 중동 음식에 그 특유의 향을 내기 위한 향신료들과 월계수가 들어가 있었어요. 카레 향과는 다르지만, 남아시아 및 중동 음식에서 공통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이 났어요.


여기에 캐슈넛도 들어 있었어요. 이것까지만 보면 다른 비리야니들과 그렇게 크게 다를 점이 없어보여요.


결정적으로 다른 비리야니들과 이 치킨 브리야니의 차이점은 바로 '매운 맛'이었어요. 이 브리야니는 확실히 매콤했어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이라크 등의 비리야니를 먹을 때 특별히 매콤하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 브리야니는 '매콤하다'는 말이 바로 나올 정도로 매운맛이 뚜렷했어요. 강렬하고 화끈한 브리야니의 맛과 가향차의 향이 참 잘 어울렸어요.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느라 고생했지만 다행히 제가 매우 좋아하는 맛이라 다 먹을 수 있었어요. 꽤 만족스러웠어요. 다음에 또 혼자 간다면 그때도 2인분인 메뉴를 시킬지 조금 고민을 하긴 할 거에요. 솔직히 많았거든요. 거기다 매콤했어요. 차를 마시며 먹다보니 혼자 2잔을 다 마셨어요. 처음에는 브리야니 맛과 차의 향이 잘 어울려서 곁들여 먹었지만, 나중에는 양이 많다보니 먹다 배불러서 차의 힘에 의지해서 브리야니를 먹었어요. 그래도 깔끔하게 샐러드까지 전부 다 먹은 이유는 맛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스리랑카 음식을 판매하는 세녹 카페에서 치킨 브리야니는 1인분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2인분에 16000원인데, 이것을 혼자 주문하는 것은 양이 많으므로 그다지 추천하지 않고, 두 명이 저거 하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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