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은 매우 자주 지나가는 곳이지만, 지나갈 때마다 참 적응이 안 되는 곳이에요. 요즘은 덜하지만 예전에는 해 떨어지고 청량리역 앞을 지나가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팔을 움켜쥐고 놀다 가라고 하곤 했어요. 이분들이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니라 악력이 장난이 아니었지요.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역에 가까워지면 성인 영화관 등도 있었구요.
그리고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청량리역부터 동대문까지는 매우 혼잡스러워요. 언제나 항상 혼잡스러워요. 청량리 시장, 제기동 약령시, 동묘앞 구제시장, 동대문 시장까지 쭉 이어지거든요. 게다가 서울 생활 처음 시작했을 때 버스로 이쪽을 지나갈 때 1호선 동묘앞역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그때는 차도 엄청나게 많이 막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이 있어서 외대앞에서 48번 버스를 타고 영등포로 가는데 4시간 반이 걸렸던 적이 있었어요. 4시간 반이 얼마나 긴 시간이냐하면 당시 서울에서 버스 타고 저 멀리 진주, 부산 갈 때 걸리는 시간이었어요.
청량리역 앞을 지나갈 때마다 청량리역 앞 작은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금요일 밤, 토요일이 되면 길게 줄까지 서서 복권을 사요.
왜냐하면 이곳이 바로 청량리의 로또 명당이기 때문이에요.
이곳은 접근성도 좋아요. 청량리 버스 환승센터 코앞이거든요.
개인적으로 로또 당첨 최대 행운의 주인공은 당첨자보다 당첨 로또를 판 가게 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로또 1등 당첨 이후 모든 연을 끊고 훌쩍 떠나야한다는 것이 거의 공식처럼 알려져 있는데,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온 복권 가게는 매출만 꾸준히 증가하니까요. 로또 한 장 팔 때마다 얼마씩 수익이 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하면 혹시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러면 매출도 올라가죠.
가게 위에 걸려 있는 간판 글을 보면
- 로또복권 1등 6번 당첨 판매점
- 로또 2등 당첨 판매점 1기, 2기 무진장 판매
- 로또 3등 당첨 판매점 1기, 2기 무수히 판매
- 즉석복권 1등 당첨 4번 판매점
1등 당첨이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라고 적혀 있어요.
가게 오른편을 보면 자동이 아니라 수동으로 로또 번호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 로또와 관련된 일이 하나 있어요. 이번에 중국 여행을 같이 다녀온 친구와의 일이죠. 물론 그냥 해프닝이었지만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 된 일이에요. 저는 아직도 그 토요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청량리역 지나가다 뭔가 느낌이 딱 온다면 한 번 들려서 복권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에요. 그냥 재미로 한 게임 사는 거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