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능을 쳤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수능은 매우 중요한 시험이에요. 그래서 수능 전날에 조계사에 수능 전날 야경을 보러 다녀왔어요.
국화 축제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국화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조계사 안은 한적했어요. 그러나 대웅전에서는 스님의 불경 외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었어요.
법당 안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였어요.
예전에는 수능 전날부터 조계사에 사람이 많았는데 확실히 수시가 늘어나고 정시가 줄어들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많이 줄어서인지 예전만큼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어요.
한적한 대웅전을 보며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학원 강사만 4년 반 했어요. 올해도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수능을 쳐요. 학원에서 저는 중학생만 가르쳤지만, 학원에 고등부도 있기는 했어요. 고등부는 엉터리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애초에 수능으로는 대학을 갈 수 없다면서 내신을 잡아야 한다고 하며 교과서, 기출문제 암기만 주구장창 시켜대고 있었어요. 고등부는 저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관여할 수 없었지만 제가 가르쳤던 애들이 나날이 점점 실력이 부실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참 안 좋았어요. 모의고사를 본 날은 고등부 학생들이 제게 와서 자기들이 사회는 잘 보았다고 자랑하는데 정작 고등부 영어, 수학 강사에게는 모의고사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들도 일부러 모의고사는 수능 안 볼 거니 중요하지 않다고 하며 무시했구요. 저는 수능까지 염두에 두고 애들이 중학교일때 똑바로 배우고 올라가라고 열심히 가르쳤는데 고등부에서 엉터리로 가르치는 것 보며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었어요.
물론 학원을 그만둔 이유는 단순히 저런 양심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었지만요.
어쨌든 그렇게 수시에 목을 매는 고등부를 보면서 수시야말로 돈이 있고 부모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 대웅전을 보며 참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렇게 절 한켠에는 합격 기원 초가 타오르고 있었고,
향도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대웅전 및 극락전 입구에는 수능 당일에 있을 수험생 행복 발원 특별 기도 시간표가 붙어 있었어요.
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조계사 수험생 행복발원 특별기도 시간표에 따르면
아침 8시 40분부터 10시까지는 한글 금강경 1독 -> 정근 -> 축원 (통축)
아침 10시부터 12시 10분까지는 상단불공과 시식이고
12시 10분부터 오후 1시 10분까지는 점심시간
오후 1시 10분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는 한글 금강경 1독 -> 정근
오후 2시 5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는 한글 천수경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 -> 정근 -> 축원 (통축)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올해 수능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끝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