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근무할 때는 중학생 애들을 상대하다보니 중학생들이 쓰는 이런저런 말을 잘 알아들었어요. 중학생 애들 말을 들어보면 걔들이 쓰는 말은 쉽게 알아듣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한국어에서 또 크게 벗어난 조어법도 아니에요.
한국인은 길게 말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고 한자 사용의 영향도 있고 해서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말을 확 줄이곤 해요. 이것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뻐카충이에요. 버스 카드 충전을 줄인 말인데, 그렇다고 버카충이라고 하면 쉰내 팍팍 나고 뻐카충이라고 해야 옳게 발음하는 것이지요. 표준 발음으로는 절대 인정 안 하지만 한국인들은 어두 첫 자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현상이 있거든요.
두 번째는 외래어 및 기존 단어의 발음 변화. 예전에 '오버'라고 하던 것을 '에바'라고 하고, '찜했다'를 '띰'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세 번째는 원래 질이나 크기가 뒤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접두사 '개-'를 요즘 학생들은 '매우' 라는 뜻으로 쓴다는 것이에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다 되요. 즉 '개-' 자체에 좋고 나쁜 가치 평가의 의미는 없고 단지 '매우'라는 뜻만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개싫어', '개후져' 뿐만 아니라 '개좋아', '개예뻐' 이런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해요.
이렇게 뜬금없이 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롯데리아 감자튀김 때문이에요.
처음 시험기간에 애들이 주말에 학원 나와서 오전 자습 및 보강 시간을 보내고 점심 먹고 와서는 '감튀'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이놈들 뭐 어디서 먹고 튀었다는 건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감자튀김'의 줄인 말이었어요.
그리고 더 나중에서야 롯데리아 감자 튀김의 정식 명칭은 '포테이토'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롯데리아 감자튀김을 포테이토라고 불러본 적도 없고, 딱히 포테이토라는 말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당연히 감자 튀김이라고 했고, 알바생도 감자 튀김이라고 했거든요.
어쨌든 롯데리아 감자 튀김의 정식 명칭은 포테이토이고, 가격은 1500원이에요.
항상 그래왔듯이 트레이에 부었어요.
롯데리아는 왜 감자튀김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롯데리아 감자 튀김은 좋게 말하면 건강한 맛이고 솔직히 말하면 밋밋한 맛이에요. 집에서 감자를 튀기면 쉽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들게 만드는 맛이에요. 그리고 소금을 조금 쳐줘요. 이것은 취향에 따라 평이 제각각이니 뭐라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
그러나 롯데리아 감자 튀김은 정말로 너무 쉽게 누져버려요. 원래 그렇게 바삭하게 튀기지도 않을 뿐더러, 감자 자체가 가늘고 긴 사각기둥 형태이기 때문에 정말 쉽게 누져버려요. 오죽하면 KFC 감자튀김과 롯데리아 감자튀김 중 무엇이 그나마 더 낫냐고 논의하는 수준이에요. 예전에야 감자튀김이 거의 다 비슷했으니 별 문제 없었겠지만 지금은 패스트푸드점마다 감자튀김 맛에서 차기가 있어요.
감자 튀김을 조금 더 좋게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롯데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먹을 때마다 해왔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