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37 코소보 프리슈티나

좀좀이 2012. 1.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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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쿨쿨 자고 싶었어요. 그러나 정말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었어요. 버스에 탄 알바니아인들이 정말 열심히 떠들어댔거든요.

"저 사람들은 졸리지도 않나."

들어올 때에는 집채만한 바위 덩어리 때문에 엄청나게 시끄러워서 잠을 다 깨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떠들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마케도니아 국경심사를 받고 마케도니아 휴게소를 지나서야 버스 안이 조용해졌어요.

"이제 잠 좀 자야지."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어요. 그러나 얼마 못 가 마케도니아 출국 및 코소보 입국 심사 때문에 또 일어나야 했어요.

여권을 차장에게 제출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마케도니아 출국 심사는 매우 간단히 통과되었어요. 이번에는 코소보 입국 심사. 역시나 내릴 필요가 없었어요. 어서 빨리 여권을 돌려주기만을 기다렸어요. 여권을 돌려받는다는 것은 국경 심사가 끝났음을 의미했고, 그때부터는 버스가 프리슈티나 도착할 때까지 전혀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었거든요. 1분 1초라도 더 자야만 했어요. 왜냐하면 오늘 일정도 절대 쉬운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프리슈티나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 간 후, 거기에서 바로 버스를 또 갈아타고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진짜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쉬고 체력 고갈을 늦추는가가 관건이었어요. 게다가 이 일정은 전부 버스 이동이었어요.

여권을 줄 때가 되었는데도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어요.

"오늘따라 국경 심사가 좀 오래 걸리네."

제발 좀 잠을 자고 싶은데 여권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계속 여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저와 후배 여권을 들고 왔어요.

"코소보 왜 가요?"
"몬테네그로로 가려구요."
"세르비아 가요?"
"아니요."

일정이 아직 미정이기는 했지만 세르비아는 거의 간다고 봐야 했어요. 그러나 순간 머리가 2배속으로 돌아갔어요. 여기서 세르비아 간다고 하면 분명 문제가 골치 아파질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왜 물어보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 세르비아 입국과 관련된 문제 같았어요.

"돈 얼마나 있어요?"

갑자기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고 해서 당황스러웠어요. 세관 검사라도 하려는 건가? 아니면 밀입국인지 확인하려고 하나? 가진 돈이 얼마나 있는지 말하기 매우 꺼려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왠지 문제가 생길 것 같았어요.

'하...머리 아프게 생겼네...'

경찰이 왜 지금 이런 것을 물어보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데 감이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기로 했어요.

"미화 ~달러 가지고 있어요."

경찰은 그제서야 여권을 펼쳐 보여주며 말했어요. 경찰이 우리에게 이것 저것 물어본 이유는 우리 여권에 모르고 코소보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기 때문이었어요. 원래는 외국인 여권이므로 도장을 안 찍어주려고 했는데 찍고 나서야 아차 싶어서 우리에게 왔던 것 같았어요. 경찰은 이 도장이 찍힌 여권을 가지고 세르비아 들어가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몬테네그로로 가면 문제가 없을테니 몬테네그로로 가라고 신신당부하고 여권을 돌려주었어요.

새벽 6시 30분. 프리슈티나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 시각을 확인했어요. 프리슈티나발 포드고리차행 버스가 아침 7시에 있었어요.

'프리슈티나에서 포드고리차 가는 버스면 여기서 제일 볼 것 없는 동네에서 볼 것 없는 동네로 가는 버스네?'

포드고리차나 프리슈티나나 정말 볼 것 없는 동네에요. 이렇게 이동한다는 것은 볼 것 아무 것도 없는 동네에서 볼 것 아무 것도 없는 동네로 가는 거에요. 그러나 이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빨리 이동하면 오늘 드디어 이 초 강행군의 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포드고리차에 점심때 도착해서 버스가 바로 이어진다면 저녁에 두브로브니크 도착할테고, 그러면 숙소를 잡고 잠을 드디어 드러누워 잘 수 있었어요. 아침 7시 버스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버스.

"버스 이미 갔어요."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7시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했어요. 하지만 뭔가 이상했어요. 아침 7시 버스가 떠날 리가 없었어요. 시계를 보니 아직 7시가 되려면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어요.

"이미 떠나다니요? 지금 7시 안 되었잖아요."
"지금 7시 30분!"

창구 직원이 시계를 가리키며 7시 30분이라고 했어요. 시계는 분명 7시 30분이었어요. 제 시계와 시차가 1시간 있었어요.

'전에 왔을 때는 시차 없었는데?'

이 동네에서 시차가 있는 곳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밖에 없었어요. 이 세 나라는 우리나라와 7시간 시차이고 나머지 전지역이 우리나라와 8시간 시차였어요.

예...일정 꼬였어요. 19시 30분 포드고리차행 버스를 타는 수밖에 없었어요.

새벽부터 나가기도 그래서 버스 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어요. 일단 가장 급한 문제인 카메라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전기를 콘센트에 꼽아 놓고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태웠어요. 가만히 앉아서 밀린 기록을 정리하다가 커피를 한 잔 더 시켰어요. 커피 한 잔만 마시며 최대한 시간을 끌며 충전하기에는 눈치가 너무 보였거든요.

적당히 시간도 보내고 충전도 대충 하루 쓸 정도는 된 것 같아서 가방을 수하물 보관소에 맡기고 밖으로 나왔어요. 전에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일정만 놓고 보면 계속 여유가 흘러 넘치고 있었어요.


시장 쪽에 별 것 없어서 버스에 올라탔는데 정말 평범한 동네에 도착했어요.


 
지각 안 하려고 참 헐레벌떡 뛰어가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네요.




정말 평범한 동네에 들어왔어요. 이상할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없었어요.

"오늘 무슨 요일이죠?"

시계를 들여다 보았어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일요일!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유로를 쓰는 동네이기 때문에 환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원래 붐비고 볼 것 많은 동네가 아니라 일요일이나 평일이나 큰 차이 없는 동네였어요. 지난 일요일 대참사에 비해면 어떻게 잘 된 행운이었어요.


정말 사람이 거의 안 보이는 동네. 어쩌다가 한 둘 보였어요. 지붕 위를 쳐다보니 개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어요.

"저기 개가 왜 있지?"

어이 없어서 웃었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다 문을 연 식당이 보이자 식당에 들어갔어요. 오늘은 일요일. 그래서 거리에 문을 연 상점도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문을 연 식당이 어디에 또 있을지 몰라 빨리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점심은 햄버거와 피자를 시켰어요. 피자에서 치즈 냄새가 너무 역하게 났어요. 그래도 아직 강행군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억지로 입에 우겨넣었어요. 점심을 다 먹고 식당 화장실에 갔어요. 여기는 다행히 공짜였어요. 식당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나왔어요. 이런 날은 화장실도 언제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다녀와야 했어요. 더욱이 여기는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어요.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보이면 바로 이용해야 해요. 아니면 화장실 이용하느라 돈이 또 나가요.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양치와 세수를 한 후 식당에서 나와 또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요.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코소보 해방군과 관련된 표지판이에요.




그리고 코소보 해방군 표지판보다 더 많이 만나는 'Bac, u kry' (바츠, 우 크뤼) 표지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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