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34 마케도니아 스코페

좀좀이 2012. 1. 1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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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 올라와서 또 걷다 벤치가 보이자 앉아서 쉬었어요.



전혀 급하게, 그리고 무리해서 걸을 필요가 없었어요. 지금은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벤치에 앉아서 푹 쉬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요.



다른 쪽에서 보면 이래요.



동상 근처에서 햄버거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어요. 전에 니슈에서 먹은 것과 똑같은 크기에 비슷하게 생긴 햄버거를 팔고 있어서 식사 대신 하나씩 먹기로 했어요. 햄버거를 구입해 벤치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어요.



멀리 보이는 스코페 성과 바로 앞의 동상을 감상하며 열심히 먹었어요. 먹고 또 앉아서 쉬었어요. 바람만 없다면 정말 좋은 날씨였는데 바람 때문에 벤치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와 쌀쌀하다고 느껴졌어요.


바람 때문에 일어나 또 걸었어요.



목 없는 조각상들은 진짜 유적지에서 가져온 건가? 설마 일부러 머리를 안 만들었을 리는 없구요.



마케도니아 국기가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중요한 곳 같았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또 걸었어요.



분수가 나왔고



어떤 사람의 석상이 나왔어요. 뒤에 보이는 것은 스타디움. 이번에는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했어요.


정말 숙소에서 딱 한 번만 씻고 나와서 이렇게 돌아다닌다면 너무나 행복한 하루일텐데 씻지 못한 것이 불만이었어요. 벤치에 앉아서 또 느긋하게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전에 왔을 때 오지 못한 곳이어서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적당히 카페에 앉아서 시간 좀 때우고 싶었지만 카페는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걷다가 어느 교회 앞에 왔어요.



왠지 특이하게 생긴 교회였어요.



교회 앞은 이렇게 공원이었어요. 정말 한적했어요.



교회 입구. 특별히 입장료를 받거나 그런 것은 없었어요.



교회 내부. 평범한 동방 정교 교회였어요. 유리창에 검게 낀 것이 먼지인지 그을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언가 매우 특별한 곳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그런 곳은 아닌 것 같았어요.


교회를 보고 나왔는데 후배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고 했어요. 그래서 후배에게 그러면 버스 터미널에서 조금 쉬고 있으라고 했어요. 후배가 알았다고 해서 다시 버스 터미널 앞 횡단보도까지 간 후, 후배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하고 혼자 다시 시내를 향해 걸었어요.


가만히 버스 터미널에 있는 게 싫어서 후배에게 혼자 들어가라고 하고 나왔는데 저도 다리가 아프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벤치가 보이자 벤치에 앉았어요. 따사로운 봄볕이 제 머리 위에 쏟아졌어요. 모자를 벗고 벤치에 기대고 싶었지만 머리를 못 감았기 때문에 모자를 벗을 수 없었어요. 머리를 못 감고 발을 못 씻어서 왠지 기분이 찝찝했어요. 봄볕은 할 일 없이 시간을 때워야 하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제 어깨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요. 어깨 위로 떨어진 봄볕이 제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가만히 있으니 도저히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자면 안 된다는 걸 머리는 알고 있는데 몸은 그까짓 거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카메라 가방을 품에 꼬옥 껴안고 두 눈을 감았어요.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한 시간 벤치에서 봄볕을 쬐며 자니 피로가 많이 풀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갔어요.


끊임없이 달라붙는 택시 기사들을 뚫고 버스 터미널에 들어가 후배를 찾았어요. 후배는 화가 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어요.


"데려다 주려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든가...횡단보도에서 버리고 가요?"


후배는 택시기사들이 자꾸 자기한테 달라붙는데 정말 무서웠다고 했어요.


'아...맞다! 후배는 여기 말 한 마디도 못하지!'


생각해보니 후배는 여기 말을 한 마디도 몰랐어요. 택시기사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하며 자꾸 옷자락을 꽉 잡아댔을테니 꽤 무서웠을 거에요. 게다가 후배에게는 현지화가 하나도 없었어요. 돈이라도 조금 쥐어주고 터미널에서 쉬라고 해야 했는데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어요. 후배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후배의 기분이 전혀 풀리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일단 후배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미안해요. 아까는 저도 정신이 없어서 그거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됐거든요?"


순간 후배가 아이스크림을 매우 좋아한다는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반강제로 후배 손에 들려주었어요. 그러자 후배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았어요.


후배와 함께 마지막으로 스코페 시내를 다시 가 보기로 했어요. 가는 길에 길가에 있는 평범한 길로 들어갔어요. 혼자서 가볼까 했지만 왠지 위험할 것 같아서 못 갔던 길이었어요.



길은 조용했어요.



길가에 빨래를 널어놓고 말리고 있었어요.



여기는 깨끗한 길.



드디어 봄이 왔네요!



다시 시내로 갔어요. 이번에는 신시가지로 갔어요. 신시가지에 가서 서점에 갔어요. 서점에서 구입한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마케도니아어판과 마케도니아어-영어 사전이었어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마케도니아어판을 산 이유는 제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영어로 된 소설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기 때문에 언젠가 마케도니아어를 공부하게 되면 마케도니아어판으로 읽어볼 생각이었어요. 내용을 크게 사랑해서 구입했다기 보다는 제가 처음으로 끝까지 다 읽은 외국어로 된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었어요.


책을 구입하고 버스 터미널로 다시 돌아왔어요. 짐을 찾고 의자에 앉아 쉬다가 드디어 티라나행 버스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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