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35 태국 아유타야 보트 투어 - 왓 풋타이 싸완, 왓 차이 왓타나람

좀좀이 2015. 11.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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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얀 탑이 왓 풋타이 싸완인가?"



보트는 천천히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Wat Phutthai Sawan


오후 5시 15분. 드디어 왓 풋타이 싸완 Wat Phutthai Sawan 에 도착했어요. 역시나 관람시간은 20분이었어요.


"여기는 볼 만한 것이 뭐가 있지?"


배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저를 반긴 것은 바로...




닭 조각이었어요.


"여기는 닭을 모시는 사원이야? 왜 절 입구에 닭 조각이 이렇게 많아?"


이 절에 왜 닭 조각이 많은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닭 조각이 많다는 것은 이 절이 닭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 하지만 왜 닭 조각이 많이 있는지 설명을 찾을 수 없었어요. 가운데에 있는 인물상 5기는 태국 왕들의 동상인 것 같아 보였어요. 그러나 이 역시 그것으로 끝. 아무리 설명을 찾아보려 해도 이것과 관련된 설명을 찾아낼 수 없었어요. 일단 첫 인상은 왕 조각상 5기, 그리고 닭 조각이 많은 희안한 절.



매우 흥미로웠던 첫 인상과 달리 그렇게 크게 볼 것은 없어 보였어요. 일단 건물이 전부 새로 지은 티가 팍팍 나는 건물이었어요. 그나마도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라 정말 휑한 티가 났어요.


"와...이건 너무 심했다..."



여기도 요일별 불상이 있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제대로 만든 요일 불상이 아니라 호신불을 가져다놓은 것이었어요. 이건 날림으로 급조한 티가 팍팍 났어요. 차라리 없다면 '여기는 아직 건립중이구나' 라고 생각할텐데, 호신불로 사용하는 조그만 불상들이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었어요. 차라리 아주 작게 만들었다면 나름 인상깊었을 수도 있겠지만, 저건 아무리 봐도 갓난 아기가 빅사이즈 옷을 뒤집어쓴 모습이었어요.




설마 이것만 보라고 여기를 데려온 것은 아니겠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드디어 이 절에 대한 설명을 찾아냈어요.



아...미안해요. 저 태국어 공부 정말 거의 안 하고 왔어요. 정말 반성하고 앞으로 열심히 할께요. 그러니 제발 누군가 와서 영어로 이 절에 대해 설명해주면 안 될까요?


태국어 공부 거의 하지 않고 온 벌을 받는 기분. 절에 대한 설명이 있기는 있었어요. 문제는 영어로 된 부분이 크게 훼손되어서 태국어로 된 설명만 남아있었다는 것이었어요. 태국어로 된 설명은 너무나 깔끔하게 남아 있었어요. 태국어만 알고 있었다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었어요. 문제는 이때 당시에는 태국 글자조차 제대로 다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어요. 글자 하나하나 구분은 되는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 이상 읽을 수가 없었어요.



절 내부를 돌아다니다 출입이 금지된 곳 입구에 도달했어요. 왜 출입금지인지 읽어보니...


개방 시간은 오후 5시까지!


원래는 제가 봐왔던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본 곳은 그냥 지나치고 크메르 양식 탑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그런데 태국인 커플이 늦게 오는 바람에 여기 도착했을 때 이미 5시가 넘어버렸어요. 당연히 이곳은 개방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문을 닫아버렸고, 관람시간 20분이 너무 많은 곳이 되어버렸어요. 그렇지만 태국인 커플이 원망스럽지는 않았어요. 만약 무례한 태국인 커플이었다면 이 일까지 겹쳐서 상당히 짜증이 솟구칠 일이었지만, 매우 예의바르고 서로 배려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어요.


왓 풋타이 싸완 관람을 마치고 다시 보트에 올라탔어요.



이번에는 성당!


태국에 절이 있다는 것은 절대 놀랄 일이 아니었어요. 모스크? 있을 수 있어요. 단지 모스크가 방콕보다 북부인 아유타야에 위치했기 때문에 조금 놀란 것 뿐이었어요. 하지만 성당은 진짜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태국 남부에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말이야 여러 번 들었지만, 태국에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이 나라는 서구의 지배를 받은 나라도 아니구요.


조금 더 가자 미나렛 비슷한 것이 보였어요.



'저거 설마 모스크인가?'




"도대체 아유타야에 무슬림이 얼마나 많은 거야?"


작은 섬 주변을 보트를 타고 돌고 있는데 벌써 모스크만 두 곳을 보았어요. 섬 전체를 한 바퀴 돈 것도 아니고 일부분에 불과한 매우 작은 지역만 본 것인데요. 아유타야에 무슬림이 많이 거주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어요. 한 개야 그러려니 하지만 두 개나 있으니 꽤 놀라웠어요. 우리나라 서울에도 모스크는 불과 딱 한 곳 밖에 없는데요. 거대한 모스크는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동네 예배당급 모스크보다는 큰 건물이었어요.


배를 타고 가다보니 절이 또 하나 나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웅장한 유적이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배는 서서히 유적을 향해 다가갔어요.




오후 5시 45분. 드디어 왓 차이왓타나람 Wat Chaiwatthanaram วัดไชยวัฒนาราม 에 도착했어요.



왓 차이왓타나람은 1630년 세워진 절로, 당시 유행하던 크메르 양식으로 지어진 절이에요. 이 절에는 35미터에 달하는 크메르 양식의 쁘랑이 있고, 이 절 담벼락에는 금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진 불상 120기가 안치되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1767년 버마의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이후 이 절은 다시 복원되어 절로 사용되지 않고 계속 폐허로 남아있는 상태에요.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었겠구나..."


왓 차이왓타나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감탄이 저절로 나왔어요. 오늘 보트투어를 하며 본 절터 세 곳 중 단연코 여기가 압권이자 절정이었어요. 이 보트 투어는 바로 이곳을 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아까 보트 투어 전에 밖에서 대충 보고 나온 곳들에 비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어요. 섬 외부에 있는 유적을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던 보트 투어였는데, 여기 오자 이 절터를 보기 위한 보트 투어였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담벼락에는 파괴된 불상들이 죽 늘어서 있었어요.



이곳이 정말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렇게 탑 안에 들어가볼 수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이런 옹박에게 척추 관절 전부 꺾여야할 놈들!"




인도네시아 보르부두르 사원 불상들 머리는 네덜란드놈들이 잘라갔어요. 그건 이해해요. 네덜란드는 불교 국가가 아니라 기독교 국가니까요. 그들에게 불상은 그냥 신성한 의미가 없는 그저 비싼 값 받고 팔 수 있는 석상들로만 보였겠지요. 하지만 이곳의 불상 머리를 잘라간 놈들은 버마놈들. 그런데 버마는 불교 국가. 버마라고 다른 부처님을 모시는 게 아니라 같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것인데 불상 머리를 다 파괴해 놓았어요. 대체 왜 같은 불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만 댕강 잘라갔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어요. 이왕 떼어가려면 통째로 뜯어가든가요. 차라리 통째로 뜯어갔다면 나중에 반환받아서 제자리에 가져다놓기만 하면 되는데, 이건 목만 잘라갔으니 설령 되찾아온다 해도 시멘트로 붙여야 할 거에요. 석상 머리가 오공본드, 순간접착제로 잘 달라붙을 리는 당연히 없을 테니까요.





정말 옹박 1이 떠오르는 곳이었어요. 옹박 1에서 사건의 발단은 마을에서 모시던 불상 머리를 도난당한 사건이었어요. 이곳에 와서 유적을 둘러보며 옹박 1이 계속 떠올랐어요. 처음 옹박을 보았을 때 마을 주민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마을 주민들의 분노야 불상이 훼손된 것 자체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불상 머리만 떼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물론 마지막에 왜 불상 머리만 훔쳐갔는지 나오기는 하지만, 과연 그게 불상을 통째로 떼어가는 것보다 가치가 있는 일일까 싶었어요.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단지 그렇게 불상 머리만 떼어가는 일이 진짜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어요.


"만약 여기가 다 복원되면 아유타야 다 보는 데에 얼마나 걸릴까?"


아직 아유타야를 제대로 다 둘러본 것도 아니었지만 하루로는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폐허이기 때문에 대충 보고 넘어가는 곳도 분명 많을텐데, 제대로 보며 지나간다면 정말 끝도 없이 걸릴 것이었어요.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왓 차이 왓타나람을 뒤로 하고 다시 보트에 올라탔어요.




보트는 날이 어두워져가는 속도만큼 빠르게 왓 차이 왓타나람에서 멀어져갔어요.








이제 진짜 날이 어둑어둑해졌어요.




18시 40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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