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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하바트 9

실크로드의 재현 - 중국-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 화물 철도

모처럼 투르크메니스탄 방송을 보는데 뉴스가 나왔어요. 뉴스에서 나온 내용은 올해초 개통된 중국 상하이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연결되는 화물철도 관련 내용이었어요. 방송에서는 이 철도가 실크로드의 재현이라고 하더라구요. 철도 노선을 보면 우즈베키스탄이 빠져 있어요. 만약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이 되면 우즈베키스탄쪽으로도 무언가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은 뉴스에서 나온 중국 상하이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이어지는 화물 철도 사진이랍니다. 기관차는 정말 날씬하게 생겼어요. 이렇게 뒤에 많은 화물차를 달고 달려나간답니다. 철도 노선은 직선이 아니라 상당히 돌아가는 노선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점. 분명 컴퓨터도 있고 최첨단 시설이 된 것 같은데 정작 열심히 손으로 적고 메모..

두 개의 장벽 - 18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 투르크멘바쉬 기차

기차에 타서 정해진 좌석으로 갔어요. 설마 우즈베키스탄 기차랑 비슷할 건데 침대가 세 개 있겠어? 세 개 있다면 그건 진짜 폐급 기차다. 말이 3층 침대이지 실제로는 2개만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기차 안으로 들어갔어요. 당신은 정확히 틀리셨습니다. 일단 기차가 우즈베키스탄 기차와는 비교도 안 되는 최신식 기차였어요. 내부는 꽤 깨끗했어요. 그리고 방은 정확히 침대가 3층으로 2개 있는 6인실이었어요. 꽤 재미있었던 것은 방문을 잠글 수 없게 되어 있었다는 것. 그냥 문을 잠그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이 없었어요. 아주 예전에 다녀오신 여행자분들 글을 보면 문을 잠그고 안에서 해바라기씨 까먹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문이 아예 없으므로 잠그고 나발이고 없어요. 일단 가방은 1층 침..

두 개의 장벽 - 17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교과서를 못 구했다. 잠 못 드는 밤은 아니었어요. 잠은 아주 실컷 잘 잤어요. 꽤 깊게 잘 자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어요. 오늘은 아슈하바트를 떠나는 날. 저녁 기차를 타고 투르크멘바쉬로 이동하는 날이에요.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어요. 전날 대충 세수비누로 빨아놓은 옷은 모두 잘 말라 있었어요. 짐을 하나하나 꾸리며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심란한 아침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었어요. 포기하면 쉬워. 그냥 포기해버려.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세뇌를 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제가 묵었던 다이한 호텔 방이에요. TV를 틀어 보았는데 나오는 채널도 없고,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딱 한 번 틀어보고 말았어요. 가장 열심히 사용한 건 에어컨과 냉장고. 호텔 카운터에 혹시 짐 좀 맡기고 ..

두 개의 장벽 - 16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서점에서 나왔어요.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아직도 많이 더웠어요. "어디 가지?" "설마 또 대통령궁?" 당연히 거기는 안 가지. 하지만 대통령궁은 멀지 않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그렇다고 지금 갈 필요는 없었어요. 이따 야경 보러 나와서 갈 곳이 바로 저 대통령궁과 그 주변이었으니까요. 아슈하바트에 왔는데 당연히 야경은 보고 가야죠. 어디를 갈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상하게 생긴 탑이 생각났어요. 거기 가면 위로 올라가서 아슈하바트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 그 건물 이름이 뭔지 이름을 몰랐어요. 하지만 방법은 있었어요. 아까 친구가 산 엽서를 달라고 한 후, 엽서를 하나하나 뒤져보았어요. "이거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건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 사진..

두 개의 장벽 - 15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 예정대로 서점에 가기로 했어요. 갔던 길을 돌아가는 거라 더위 속에 서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짜증은 별로 없었어요. 서점을 들어갔는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보다는 책이 있는 거 같은데?" 물론 주로 눈에 띄는 책은 정부 홍보용 책들. 일단 원래 방문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어요.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질문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저희를 쳐다보는 직원.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직원은 교과서는 안 판다고 했어요. "어디서 교과서 팔아요?" "교과서 안 팔아요. 시장이면 팔 건가?" 예상대로였어요. 여기가 아슈하바트에서 규모로는 엄청 큰 서점인데 교과서는 없다고 대답했어요. 혹시 시장에 가면 팔 수도 있지만,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더욱이 교과서는..

두 개의 장벽 - 14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부터는 서점 찾아가는 길. 사람들에게 서점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서점은 대통령궁 가는 큰 길에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우리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나?" 기차역 주변에서 이것 저것 팔고 있어서 대충 아무 거나 가볍게 사 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울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아침에 설사 한 번 한 후, 속은 다 나은 것 같았지만 식사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배고픔이 안 느껴졌어요. 평소에도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는 데다, 너무 더웠거든요. 더워서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저 물이나 마시고 시원하게 샤워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친구도 마찬가지. 먹는 것을 밝히는 친구가 아닌데다 친구도 덥고 아침에 설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가자고 했..

두 개의 장벽 - 13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대합실 안에 있는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했어요. 환율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이제 표를 사러 갈 일만 남았어요. 참고로 저 건물 안에는 대합실만 있어요. 매표소는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있어요. 저도 몰라서 계속 건물 안에서 뱅글뱅글 돌아가 경찰에게 물어 보고 나서야 매표소를 찾아갈 수 있었어요. 매표소가 건물 안에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헤매었고, 매표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40분이었어요. 아슈하바트 역에서 매표소 가는 방법은 아슈하바트 역 오른쪽 끝에 케밥 파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서 플랫폼까지 쭉 걸어나가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조그만 사무실 입구가 보여요. 거기로 들어가면 되요. "여기서 어디에 줄을 서야 하지?" 아슈하바트 역 매표소는 타슈켄트 역 ..

두 개의 장벽 - 12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아침 8시 반. 눈을 번쩍 떴어요.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주르르르 내 이럴 줄 알았어. 전날 만두를 먹으며 왠지 이건 너무 기름져서 설사 한 번 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딱 예상대로였어요. '오늘은 조금 조심해야겠다.' 크게 탈이 난 것 같지는 않고, 하루 정도 조심하면 그냥 나을 것 같았어요. 이왕 일어난 김에 씻고 나와서 친구를 깨웠어요. 친구도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오늘 우리 먹는 거 조심해야겠다." "응. 속이 안 좋아." 나갈 준비를 하며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 아슈하바트를 탈출할 기차표 확보. 여기 온 이유는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것조차 뒤로 미루어버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

두 개의 장벽 - 11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이제 아슈하바트에요." 담배를 신나게 태워대던 택시 기사는 이제부터 담배를 태워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드디어 아슈하바트인가... 멀리 '아슈하바트'라고 쓰인 문이 보였어요.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해가 져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어둠 속에서 본 아슈하바트는 큰 인상이 없었어요. 분명 그렇게 악명 높은 도시였는데, 기대와 달리 우리나라 분당이나 청주 들어가는 길 그 이상의 느낌은 없었어요. 택시 기사는 어두컴컴한 공원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제게 뒷자리로 가라고 한 후, 앞에 친구로 보이는 청년을 태웠어요. '합승인가?' 그런데 아슈하바트 다 와서 합승을 시킬 리는 없었어요. 그리고 그 청년을 앞자리에 태운 이유는 금방 밝혀졌어요. 택시 기사도 아슈하바트 잘 몰라. 택시 기사는 아슈하바트 사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