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통영 중앙시장쪽은 차가 너무 막혔기 때문에 조금 벗어나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했어요.



시장에서는 사진을 하나도 찍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통영에서 본 해산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린 꼴뚜기를 한 장 찍었어요. 사진을 찍고 또 만원버스에 올라타서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 통영에서 진주 가는 버스는 많이 있었고, 별로 어렵지 않게 버스를 탈 수 있었어요. 친구는 버스에 타자마자 잠들었고, 저는 계속 창밖을 바라보았어요.




개양이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진주에서 대학교를 다닌 친구에게 전송해주었어요.


- 뭐냐 개양 ㅋㅋㅋ


바로 답장이 날아왔어요.


- 개양 대박이지? ㅋㅋㅋ

- 조만간에 다녀와야겠다 ㅎㅎㅎ


진주에 와서 꼭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저녁을 먹는 것. 7시 버스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진주에서 저녁을 먹고 버스에 타야 했어요.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리기는 하지만 휴게소 정차시간은 가볍게 바람 쐬고 간식 사먹을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7시 버스이기 때문에 서울 예상 도착시간은 밤 10시 30분. 여기에서 어버버거리면 집에 못 갈 수도 있었어요. 의정부 도착하면 얼추 자정 즈음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진주에서 저녁을 먹지 않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 비빔밥이랑 냉면 어디가 맛있어?

- 비빔밥은 중앙식당 안에 천황식당, 제일식당

- 냉면은 진주냉면, 하면옥

- 맞다 찐빵은 수복빵집


이왕 진주에서 먹는 저녁, 진주의 명물인 비빔밥이나 냉면 중 하나를 먹고 싶어서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친구가 바로 식당들을 추천해주었어요. 비빔밥을 먹을 것인가, 냉면을 먹을 것인가? 일단 개인적으로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 냉면도 비빔밥도 크게 즐겨먹지 않아요. 오히려 이 둘은 웬만하면 기피하는 편이에요. 이유는 이 둘은 맛을 떠나서 일단 먹고 싶으면 집에서 해먹을 수 있기 때문. 그 때문에 밖에서 사먹을 때에는 주로 돈까스를 많이 먹는 편이에요. 돈까스는 기름 소비가 많고 튀김용 후라이팬이 없으면 제대로 튀기지도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못 먹거든요. 일단 취향면에서는 둘이 비슷비슷. 비빔밥은 2002년 처음 진주 왔을 때 먹어보았고, 냉면은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요. 경험을 위해서라면 냉면이 나았어요. 비빔밥은 맛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한 번 먹어보았으니까요.


중앙시장은 안다.


둘 중 하나를 먹어야하기는 하는데, 식당을 찾아 헤매고 돌아다닐만큼의 여유는 없었어요. 시간 잘못 맞추어 가서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못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 빨리 가는 게 중요한 선택기준이었어요. 진주냉면, 하면옥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천황식당, 제일식당은 중앙시장이라고 했어요. 중앙시장은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길을 오랫동안 헤맬 확률은 지극히 낮았어요. 일단 시장에 가서 상인들께 물어보면 되니까요. 이러면 헤매어봐야 시장 안이고, 시장 안에는 상인분들이 많이 계시니 계속 물어봐가며 찾아가면 되요.


"어디?"

"진주 들어왔어."

"벌써?"


잠자고 있던 친구가 잠에서 깨어나 어디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진주라고 알려주었더니 벌써 왔냐고 놀랐어요.


"뭐 진주 시내에서 막히든가 하겠지."


개양까지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왔지만, 우리가 내려야할 곳은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진주 시내가 막히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었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40분 걸려서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헀어요.


응?


분명히 진주에서 통영 갈 때는 70분 걸렸어요. 그런데 이번에 통영에서 진주 올 때는 40분 걸렸어요. 이것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쨌든 일찍 왔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생겼어요.


"표 끊고 밥 먹자."


친구가 제것까지 예매를 했기 때문에 친구가 자동발권기에서 표를 뽑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어요.


"어? 왜 예매 안 되어 있다고 하지?"


친구가 계속 발권을 시도했지만 계속 예매가 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만 떴어요.


"한 번 예매된 거 확인해봐."


친구는 예매내역을 확인해 보았어요. 분명히 정상적으로 예매가 되어 있었어요.


"기계 고장인가보다. 매표소 가서 표 달라고 해야겠네."


매표소로 갔어요.


"이거 여기 아니에요. 이것은 진주 고속버스터미널이에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왔어요.


"야, 비빔밥이나 먹고 가자."


친구는 잠이 덜 깬데다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짜증났는지 들은 체도 안 하고 계속 걸어갔어요. 남강을 건너갔고, 슬슬 고속터미널이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저녁 어떻게 할 거야?"

"고속터미널 가서 표 끊고 주변에서 먹게."


혹시 고속터미널 근처에 먹을 만한 곳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진주냉면은 어디가 유명해?"

"하연옥."

"그건 어디 있어?"

"그게...진주성에서..."

"아, 그러면 너무 멀다. 그쪽은 그렇고...비빔밥은 어디랬지?"

"비빔밥은 천황식당이랑 제일식당. 둘 다 중앙시장 가면 돼."

"고속터미널 근처에는 먹을만한 곳 없어?"

"거기? 거기는 없는데...거기는 술 마시는 곳."


아...친구가 뭔 소리를 하든 그냥 밥부터 먹고 올 걸...


"야, 저녁 비빔밥 먹자. 냉면은 여기서 너무 멀다."

"고속터미널에서 발권하고 생각하자."

"저녁은 먹어야할 거 아니야?"

"거기 식당 없겠냐?"

"거기 식당 없대. 술 마시는 곳이래."


고속터미널까지 가서 발권을 했어요. 이때 시각은 오후 5시. 버스 출발 시각까지 2시간 남아 있었어요. 고속터미널 가는 길에 혹시 식당이 있나 보았지만 식당은 몇 군데 없었고, 그나마도 전부 문을 닫았어요.


"저녁 어떻게 할래?"

"적당히 이 근처에서 먹자."

"이 근처 식당 없대니까! 봤잖아!"

"그럼 저녁 뭐 먹을 건데?"

"진주 왔으니 비빔밥 먹고 가자. 여기 비빔밥 유명해."

"뭔 비빔밥? 비빔밥이 다 똑같지."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전주비빔밥과 더불어서 가장 유명한 진주비빔밥이라구."


친구의 태도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어딘데?"

"중앙시장."

"거기 멀잖아."

"그러니까 내가 아까 먹고 가자고 했잖아!"


이때 진심으로 짜증났어요. 친구는 계속 틱틱대고 찡찡거리고 있었어요. 이녀석 버리고 혼자 먹으러 갔다올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이 친구는 다 좋은데 배고프거나 목마르면 옆에 있는 사람 열받을 정도로 찡찡거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것을 한두 번 당해본 것도 아니고, 하도 많이 당해봐서 이 친구를 지금 그냥 놔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어요. 일단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마땅히 식사를 할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고, 친구 말대로 대충 때우고 버스타면 버스에 있는 내내 옆에서 배고프다고 징징거릴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나 배고파."

"이따 휴게소에서 내리면 간단히 요기 좀 하자."

"그러자."


이러고 조용히 그냥 가는데, 이 친구의 경우는

"나 배고파."

"이따 휴게소에서 내리면 간단히 요기 좀 하자."

"그러자."

잠시후...

"나 배고파."

"이따 휴게소에서 내리면 간단히 요기 좀 하자고 했잖아."

"그러자."

또 잠시후...

"나 배고파."

"이따 휴게소에서 내리면 간단히 요기 좀 하자고 했잖아!"

"응..."

또 잠시후...

"나 배고파."

"아, 휴게소 안 왔다구!"

"응..."

그리고 잠시후...

"나 배고파."

"나 배고파."

"나 배고파."

"나 배고파."

아, 어쩌라구!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수학 공식에 값을 대입해서 나오는 결과같은 것. 배고프면 상황 따지지 않고 대책없이 징징거리기 때문에 이녀석을 끌고 식당 가서 제대로 된 저녁을 먹는 것은 이번 여행 마지막을 좋게 끝내기 위한 최대의 관건. 자기 말로는 이제 안 그런다고 하면서 아침은 항상 안 먹으므로 아침은 안 먹어도 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미 바로 전날 다랭이마을 돌아다닐 때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아서 배고프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므로 지금도 매우 반응이 시큰둥하지만, 분명히 친구 말대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버스 타면 위에서 예시로 든 상황이 펼쳐질 것은 예측조차 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미래였어요.


"거기 너무 멀어."

"아, 뭐가 멀어! 버스 타고 가면 금방 갈 거리잖아."


이제는 멀다고 징징대는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중앙시장까지는 절대 먼 거리가 아니었어요. 먼 거리였다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걸어오지를 못했어야 했으니까요.


"시간 없다구."

"뭔 소리야? 지금 시각이 5시인데 밥알 세면서 먹을 거냐?"


머리 끝까지 짜증이 솟구친 이유는 단순히 비빔밥을 먹을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쪽에 먹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어요. 몇년 되기는 했지만 진주를 여러 번 다녀왔었고, 버스 타고 오면서 바라본 창밖풍경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이쪽은 저녁 먹기에는 썩 좋아보이지 않았어요. 게다가 시외버스터미널, 진주성, 중앙시장이 적당히 모여 있는 쪽이 뭐든 간에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이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 판단. 고속버스터미널을 급하게 와야할 이유도 사실은 없었어요.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걸어와서 이제야 5시였으니까요.


"그러면 아까 말하지..."

"아까 말했는데 네가 내 말 무시하고 그냥 막 갔잖아!"

"거기 머니까 택시타고 가."

"아 진짜!"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서 화가 나려고 하는데 친구는 정차해 있던 택시로 가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물어보았어요. 택시기사는 4천원이라고 대답했어요.


"버스타고 가자. 그런데 늦을 거 같은데..."

"야, 진짜 늦으면 내가 택시비 낸다. 되었냐?"


버스정거장에 가서 중앙시장 가는 버스는 어떤 것이냐고 여쭈어보자 버스 번호를 알려주시며 중앙시장 가는 버스는 많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바로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으로 갔어요. 친구는 진주비빔밥을 검색해보더니 가격이 8천원이라고 궁시렁대었어요.


중앙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상인 아주머니께 여쭈어보았어요.


"천황식당이랑 제일식당이랑 어디에 있어요?"

"식당?"

"예. 진주비빔밥 먹으려구요."

"그러면 천황식당 가."


아주머니께서는 천황식당을 추천해주시며 길을 알려주셨어요. 길은 찾기 어렵지 않았어요.



"여기 진주비빔밥 2개 주세요."


천황식당 진주비빔밥 가격은 불과 며칠 전 가격이 인상되었어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했을 때는 최신글에서 8천원이라고 했는데, 가격이 9천원이었어요. 이 사실에 친구 입은 더욱 튀어나왔어요. 가격이 9천원이 되었다는 것은 다행히 식당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불만을 내뱉지는 못했어요.


비빔밥을 주문한 후 친구에게 카톡을 날렸어요.


- 천황식당 왔다

- ㅋㅋㅋㅋㅋㅋ

- 시장 아주머니께서 천황이 맛나더라 하시더라구 ㅎㅎ

- 거기 많이 추천해 ㅎㅎ



"맛 어떠냐?"

"뭐라고 하고 싶은데...맛있네!"


진주비빔밥은 육회를 얹은 비빔밥으로,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비비는 맵고 짠 비빔밥을 생각한다면 전혀 예상 밖의 맛이라 놀랄 수 있어요. 육회와 고추장 때문에 처음 나왔을 때에는 짭잘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일반 가게에서 파는 비빔밥보다 싱거워요.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다 느낄 수 있는 맛인데, 강력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아요. 친구는 국도 비빔밥도 맛있다고 좋아했어요. 국은 선지국으로, 국도 매우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칠 즈음 사람들이 계속 오기 시작해서 자리가 금새 다 찼고,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자 친구는 꿀빵이 먹고 싶다고 했어요.


"가자. 어차피 시간은 널널하고 버스 타고 가면 금방 가는데."


식사를 마쳤지만 6시 채 되지 않았어요. 비빔밥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친구는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다시 덕인당으로 가서 꿀빵을 샀어요.



진주 상징 캐릭터인 논개. 디자인 자체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하필이면 의기 논개를 여기에 붙여서 보고 캐릭터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상당히 어색해요. '기녀'라는 것을 놓고 본다면 둘이 통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의로운 죽음'과 '즐거움'이 두드러지다보니 저 캐릭터가 '의기 논개'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볼 때마다 잘 만든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통영 지금 비 많이 오겠다."

"그러게."


만약 내일 오전에 떠나기로 했다면 지금 이 시각 통영에서 비내리는 하늘을 보며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친구는 버스에서 잠들었고, 저는 깜깜한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어요. 중간 휴게소에서는 둘 다 바람만 잠깐 쐬고 버스 안에 있었어요. 버스 기사 아저씨는 처음 출발 직전 길이 막혀서 4시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했었는데, 길이 막히지 않아서 10시 반에 고속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지하철역에서 친구와 헤어저 7호선을 타러 갔어요. 7호선 플랫폼에 서자마자 전철이 들어와서 바로 탔어요. 도봉산역에서 내렸어요.


'전철이 설마 빨리 오겠어.'


야심한 시각이었기 때문에 전철이 금방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느긋하게 걸어서 1호선으로 갈아타러 갔어요. 그리고 1호선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 전철은 떠나가버렸어요.


전철을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핸드폰 배터리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어요. 마침 어떤 여자가 지하철역 플러그에 충전기를 꼽는 것이 보였어요.


'저 여자 머리 좋은데?'


저도 따라서 지하철역 플러그에 충전기를 꼽았어요. 그러나 충전이 되지 않았어요. 팔짝팔짝 뛰며 지하철역 플러그에 충전기를 꼽았던 여자는 충전기를 뽑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저 여자가 꼽은 플러그도 전기가 통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맞은편 인천행 플랫폼에서는 한 남자가 지하철역 플러그에 충전기를 꼽고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었어요.


밤 11시 56분. 1호선이 들어왔어요. 망월사역, 회룡역을 지나 의정부역에서 내리니 자정이 지나가버렸어요.


2박 3일 여행이 2박 4일 여행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어요.

반응형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