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억을 되짚어 (2014)

기억을 되짚어 04 - 진주시 진주성, 촉석루, 꿀빵

좀좀이 2014. 9. 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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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읍내로 돌아와서 할 것은 일단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점심을 먹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남은 일정을 확정짓는 것이었어요.


"점심 먹어야지."

"벌써? 시장 좀 구경하다 먹자."


밥을 먹자고 하자 친구가 시장을 둘러보다가 점심을 먹자고 했어요. 버스를 타고 오던 길에 '남해사투리사전'을 파는 서점이 보여서 일단 그곳에 갔다가 시장을 둘러보고 밥을 먹기로 했어요. 분명 버스를 타고 갈 때에는 서점 문이 열려 있었는데, 막상 남해군청에서 내려서 서점으로 걸어가보니 서점은 그새 문을 닫아버렸어요. 시장을 둘러보며 친구와 남은 일정을 어떻게 할 지 논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 금산 갈까, 아니면 통영 갈까?"

"글쎄...?"

"너 산 안 좋아하잖아."

"응."


친구는 산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해 금산은 보리암까지 올라가며 뒤돌아서서 바다를 감상하는 것이 제맛. 보리암까지 올라갈 때 뒤돌아보면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의 비경을 볼 수 있거든요. 금산은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 내부에 있는 유일한 산이자,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을 조망하기 좋은 곳. 남해까지 왔는데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을 조망하고 가지 않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었어요. 물론 저야 예전에 한 번 보았고, 자연환경이 그때와 지금 크게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요. 중요한 것은 이미 버스 시간에서 한 번 당했다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왔을 때, 금산에서 읍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쳐서 결국 히치하이킹해서 읍내로 들어왔었어요. 이번에는 다행히 그때처럼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고 버스가 어쨌든 오전중에 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금산 가서 또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남해군에 갇혀버릴 수도 있었어요. 남해군에 갇혀버리는 것까지는 좋았어요.


오늘 또 목욕탕에서 자고 싶지는 않아!


남해군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대로 잘 돌아보려면 1박2일 정도는 필요했어요. 주요 관광지가 전부 바로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 보고 읍내 돌아와서 또 다른 하나 가야하는 식이었거든요. 그렇다고 버스가 무슨 10분에 한 대씩 있는 것도아니었구요. 금산 갔다가 타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다 끊겨버리면 여기에서 숙소를 잡고 다음날까지 남해군을 구경하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전날 숙소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숙소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어요. 물론 일찍부터 숙소를 잡으러 돌아다니니 숙소를 잡을 확률이 높기는 했지만 숙소 자체가 많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숙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어요.


"남해군 여행은 이 정도로 하고 통영으로 넘어갈까?"


친구에게 통영을 가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보았어요. 친구는 통영으로 가자고 하자 자기 고향이라과 하며 좋다고 바로 동의했어요. 친구 반응을 보니 내심 순천보다는 통영에 가고 싶어했던 것 같았어요.


"그러면 밥 먹고 바로 진주로 넘어가자."


이제 점심은 무엇을 먹지? 친구는 남해군은 멸치회가 유명하다고 했어요. 그러나 멸치회는 크게 당기지 않았어요. 멸치회를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고향에서 어렸을 때 여름철만 되면 날생선은 절대 무조건 조심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이었어요. 이것은 친구도 마찬가지. 친구도 멸치회가 유명하니 멸치회를 먹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적 조건 때문에 반드시 먹고 싶다는 것은 아닌 듯 했어요.


"돼지국밥 먹자."

"돼지국밥?"

"응. 서울에서 돼지국밥 먹기 힘들단 말이야. 제대로 맛있게 하는 집을 못 봤어."


친구에게 멸치회에 대한 미련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제가 남도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부터 계속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고 한 것도 있고, 자기자신도 여름철에는 회를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였어요. 제가 옆에서 계속 돼지국밥 노래를 부르자 친구도 돼지국밥 먹고 통영으로 넘어가자고 했어요.


시장 한쪽에 있는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가서 돼지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어요.



그래, 이 맛이야.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부추를 많이 넣고, 소금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을 몇 수저 떠먹다 밥을 말아서 먹었어요.


"좋아?"

"응, 좋아."


친구가 멸치회를 못 먹고 떠나는 것이 살짝 아쉬운지 제게 좋냐고 물어보았어요. 당연히 좋았어요. 나는 이 맛을 위해 경남으로 온 건데!


밥을 먹고 남해군 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 남해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는 5700원이었어요. 시간도 좌석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냥 오는 대로 먼저 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식이었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붙였어요.



얼마만에 오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이야!


마지막으로 왔던 것은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 지리산에 갔다 서울로 돌아올 때였어요. 당일치기로 천왕봉을 올라갈 때였는데, 심야버스로 함양으로 가서 올라간 후, 진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었어요. 그때가 2011년.


'그러고보니 여기는 거의 와본 적이 없구나.'


대학교를 다닐 때, 1년에 2번씩은 진주에서 학교 다니는 친구집에 놀러갔어요. 그래서 진주는 여러 번 갔던 도시였는데, 여기는 정말 잘 오지 않았어요. 이유는 친구가 진주시 개양에서 살아서 개양에 있는 작은 버스 정차장을 주로 이용했거든요. 진주 내려올 때마다 친구는 진주 터미널까지 가지 말고 개양에서 내리라고 했고, 친구 말대로 항상 개양에서 내렸어요. 진주에 오면 진주시내로 나가서 놀기 보다는 경상대 및 그 주변에서 놀거나 다른 도시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 터미널이 반가운 이유는 친구집에 놀러가던 기억보다는 지리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던 추억 때문이었어요.


진주시.


알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도시.


진주는 역사가 깊고 옛날부터 큰 도시였어요. 여기는 일단 국사책에 별표 다섯 개 그리고 밑줄 쫙 긋고 형광펜 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대목에서 두 번이나 나오는 도시에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와 의기 논개 이야기가 나와서 밑줄 그어야 하고, 진주민란 부분은 위에서 말한 '별표 다섯 개 그리고 밑줄 쫙 긋고 형광펜 칠하기'로도 모자라서 페이지를 접기까지 해야 하죠. 지금은 '진주민란'이라고 배우지 않고 '임술농민봉기'로 배워요. 이 정도면 국사책에서 '전국구 스타 도시'급이에요. 분명히 여기는 역사가 깊고 옛날부터 큰 도시인데...


왜 유적지가 진주성 밖에 없냐?


진주하면 촉석루, 촉석루하면 논개. 진주를 가면 촉석루는 꼭 보아야하죠. 그런데 이 촉석루는 진주성 안에 있어요. 진주성을 남강쪽 (시내쪽)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2층 정자가 보이는데 그것이 촉석루이고, 촉석루 옆에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논개가 왜놈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 (毛谷村六助)를 껴안고 산화한 의암이 있어요. 즉, 진주성 하나 돌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촉석루, 그리고 의암까지 다 볼 수 있어요. 게다가 영남포정사도 유명하긴 한데 이 또한 진주성 안에 있어요.


그런데 진주성을 제외하면 큰 유적이 없어요. 관광지라고 해야 진주성에 진양호 정도.


과거 진주 사람들은 낮에도, 밤에도 진주성으로 놀러 갔던 것인가...?


진주는 역사적으로 그냥 큰 도시가 아니라 한때 경상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해요. 그런데 희안하게 진주성 외에는 크게 손꼽히는 유적이 없어요. 다양한 뛰어난 문화 축제가 있는 도시이지만 이것은 시기를 잘 맞추어 가야 하는 것이고, 시기를 못 맞추면 진주 여행은 진주성으로 시작해서 진주성으로 끝나요. 분명 부유하고 큰 도시라면 여러 유적과 건축 문화재가 있기 마련인데 진주는 희안하게 진주성 제외하면 딱히 알려진 것이 없어요. 진주성 외에 또 유명한 것을 꼽는다면 진주향교 정도에요. 진짜 옛날 진주 사람들은 낮에도 밤에도 놀러 진주성으로 모여들었나?


두 번째로 진주는 2등의 도시.


진주도 유명한 것들이 많아요. 그러나 왠지 모르겠지만 전부 다른 것에 밀려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먼저 도시 규모. 진주는 인구 3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서부 경남 교통의 요지에요. 하지만 남동임해공업지역에 포함되는 도시이기도 한데 (진주는 농기계, 견직공업) 다른 도시들에 비해 대도시라는 생각이 확 떠오르지 않아요. 이것은 아무래도 사회 시간에 외우는 '남동임해공업지역 - 포항의 제철, 울산의 정유와 자동차, 마산의 수출자유지역, 창원의 기계, 거제의 조선, 광양의 제철, 여수의 화학, 부산 항구'에서 빠져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경남의 대도시'라고 하면 요즘은 보통 창원을 떠올리죠.


두 번째로 진주 역시 분지 지역이라서 여름에 무지무지 더워요. 하지만 밀양, 대구와 같은 기라성 같은 더위 스타 도시들에 밀려서 진주가 분지이고 여름에 덥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세 번째로 음식 역시 유명한 것들이 많지만 전부 인지도에서 밀려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잘 알려진 지역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대표적인 것이 비빔밥. 진주 비빔밥은 전주 비빔밥과 더불어 우리나라 2대 비빔밥인데 전주 비빔밥만 많이 유명하지요. 냉면 또한 유명하지만, 평양 냉면과 함흥 냉면의 유명세에 완벽히 밀려서 타지역에서 '진주 냉면'이라고 간판을 붙인 냉면 가게를 찾기란 극도로 어려운 일이에요. 꿀빵 또한 마찬가지로 대부분 통영 꿀빵만 알지, 진주 꿀빵은 잘 몰라요.


진주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할 만한 것은 진주성, 소싸움, 유등축제 등이에요. 위에서 언급한 것들과 달리 문화 행사 및 축제쪽으로는 많이 유명한데, 이것들은 1년 365일 내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기 및 시간을 잘 맞추어 가야 하지요. 그래서 경남 지역 여행을 할 때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하면 '진주'란 '즐길 것 많은 환승지'에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성 및 중앙시장이 가깝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서 진주성 구경하고, 중앙시장 가서 진주 비빔밥 먹은 후 후식으로 꿀빵 사서 먹으며 터미널로 돌아가면 딱이지요.


"여기서 저녁 먹고 통영 갈까? 여기 비빔밥 유명해."

"지금 저녁 먹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냐? 여기 뭐가 유명해?"

"꿀빵하고 비빔밥이랑 냉면."

"일단 진주성 구경하고 생각하자."


친구는 비빔밥이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냐고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어요. 게다가 자기는 전주 가서 전주 비빔밥을 먹어보았기 때문에 비빔밥은 별로라고 했어요.


아...덥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서 진주성을 향해 걸어가는데 매우 더웠어요. 햇볕도 강했어요. 걸어가는데 살이 타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진주성에 도착했어요. 입장료는 2천원. 예전에 왔을 때에는 무료였는데...하긴, 그때부터 벌써 10년도 넘게 지나갔구나! 진주에 와서 진주성에 들어갔던 것은 2002년 초여름. 그때 딱 한 번 들어갔다 왔어요. 그 후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문화재 관람료 2천원을 내도록 바뀌었어요. 단, 진주시민은 무료. 아...내가 제주도에서 제주목관아 들어갈 때에는 제주시민이라 공짜였는데!


진주성은 진주에서 볼 것들이 싹 다 모여있는 곳이라 2천원을 내는 것이 절대 안 아까운 곳. 촉석루도 있고, 의암도 있고, 영남포정사도 있고 진주시를 조망해볼 수도 있고 좋아요. 게다가 규모도 커서 문화재 관람하는 데에 드는 시간 싹 제외하고 돌아도 2천원어치 시간은 걸려요.




이것이 진주 촉석루.



이것이 의암.



의암 반대편으로 바라본 남강이에요.


성은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었어요. 사진을 찍을만한 풍경도 곳곳에 있었지만 더워서 사진을 찍기 귀찮았어요. 잔디밭을 지나 계속 올라가자 조선시대 화포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 나왔어요. 높은 곳에 올라오니 진주시 지세를 조망할 수 있었어요. 진주시는 수박 쟁반 같은 분지였어요. 진주시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산들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거든요.


"절도 있다!"


제가 절을 보고 싶어하자 친구는 교황님도 오셨는데 왜 절을 가냐고 말했었어요. 그래서 절은 이번 여행에서 절대 안 갈 줄 알았는데, 진주성 안에도 절이 있었어요. 이 절 이름은 호국사.



너무 덥고 햇볕이 강해서 성 안에 있는 박물관 구경도 하지 않고 빨리 성을 한 바퀴 뺑 돌아서 빠져나왔어요. 이제 갈 곳은 진주. 친구는 꿀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꿀빵을 먹자고 노래를 불렀어요. 진주 꿀빵을 중앙시장에서 먹었던 것이 생각나서 중앙시장으로 갔어요.


"식혜 먹자!"


친구는 식혜를 마시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식혜 이전에 목이 말라서 뭐든지 하나 사서 마시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생과일 주스를 파는 가게가 보였어요. 가게에 가서 복숭아 주스를 샀어요. 믹서기에 복숭아와 얼음, 설탕을 넣고 바로 갈아서 만들어 주었어요.


"여기 꿀빵 어디가 맛있어요?"


진주 들어오며 예전에 진주에서 살던 친구에게 물어보았을 때, 진주에서 맛있는 간식거리로 팥을 찍어먹는 찐빵을 소개해 주었어요. 예전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꿀빵은 어떻냐고 물어보자 꿀빵은 통영이 더 유명하다고 했구요. 친구의 조언대로 팥을 찍어먹는 찐빵부터 먹고 싶었지만 지금 이 친구는 찐빵에는 흥미가 없고 오로지 꿀빵만 먹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꿀빵은 덕인당이 맛있어요."


가게 의자에 앉아서 복숭아 주스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주머니께서는 통영에 놀러가셨을 때 유명하다는 집에서 충무김밥을 드셨는데 맛이 정말 별로였다고 말씀하셨어요.


"와...경상도 사람이 맛 없다고 하면 진짜 맛없는 건데! 하긴, 나도 전에 가서 먹어보니까 맛이 다 바뀌어서 내가 옛날에 먹던 맛이 아니더라."


아주머니 말씀에 친구가 그러면 진짜 맛없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진주에서 먹을 만한 간식 물어보다 통영이 꿀빵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통영 가서 충무김밥을 꼭 먹어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통영 꿀빵이 유명하다는 것과 아주머니와 친구의 말에 통영 가면 충무김밥을 먹어볼 것이 아니라 꿀빵을 먹어보아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덕인당으로 갔어요. 가게 앞에는 꿀빵이 나열되어 있었고, 가게 사람들은 꿀빵을 포장하고 있었어요.


"이거 얼마에요?"

"10개에 5천원."

"이거 여기서 먹을 수 있죠?"

"예. 들어오세요."


얼핏 보아서는 안에서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안에서 먹을 수 있냐고 여쭈어보자 안에 탁자가 있으니 들어와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진주 꿀빵은 크기가 자두 정도이기 때문에 한 사람당 5개라고 해봐야 양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눈이 빛나는 친구.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진주 꿀빵은 6년 만에 다시 먹어보는 것. 랩을 뜯는데 아저씨께서 물과 포크를 주셨어요.


"물이 맛있네!"


친구가 물을 마셔보더니 물이 맛있다고 좋아했어요.


"그 물, 좋은 거 다 넣은 거에요."


아저씨께서 주신 물은 생수는 아니고 보리차 비슷하게 생긴 물이었는데 확실히 물맛이 좋았어요. 일단 최소한 '물이 맛있는 덕인당'은 확정.



진주 꿀빵은 시럽이 아니라 엿을 발라놓은 것처럼 겉이 매우 딱딱해요. 사진을 보면 겉이 딱딱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어요. 꿀빵에 붙여놓은 깨가 뾰족하게 뭉쳐있고, 랩으로 쌌는데 그 뾰족하게 뭉친 깨가 뭉개지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있어요. 당연히 아무 곳이나 포크가 들어가지 않아요. 꿀빵을 여기 저기 잘 돌려보면 틈이 있는데, 이 틈에 포크를 꽂아야 포크가 들어가요. 사실 굳이 포크를 쓸 필요도 없어요. 이건 표면이 아예 딱딱하게 굳어있기 때문에 손에 설탕시럽이 잘 묻지 않거든요.


와사삭


한 입 베어물자 껍질이 부서지고 고소한 빵과 풍성하게 들어 있는 팥앙금의 달콤함이 짠 하고 나타났어요.


"이거 진짜 맛있어!"

"맛있지? 좋아?"

"응! 꿀빵 완전 맛있네!"


친구와 꿀빵을 계속 먹는 것을 아저씨께서 보시더니 옆에 오셔서 말씀하셨어요.


"꿀빵 무지 잘 드시네요. 안 달아요? 저는 그거 계속 먹으면 달아서 몇 개 못 먹겠던데...먹다 남은 건 싸가세요."

"너무 맛있는데요."


진주 꿀빵이 어느 정도 달콤하냐 하면 일단 꿀꽈배기보다는 달아요. 시중에 파는 과자들보다는 확실히 달고, 대충 이태원에서 파는 터키 전통 과자 (바클라바) 가운데 한국식으로 된 것 - 즉 단 맛이 많이 순화된 것 정도의 단 맛을 자랑해요. 이태원에서 바클라바를 드셔본 분들은 어느 정도 단 맛인지 바로 감이 오실 거에요. 참을 수 없는 단 맛까지는 아니고, 무지무지 단맛이에요. 꿀 빨아먹는 맛 정도 생각하시면 되요.


친구는 4개 먹고 더 못 먹겠다고 했어요. 친구가 4개 먹는 동안 저는 5개를 먹었고, 그냥 맛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친구가 남긴 한 개마저 다 먹었어요.


솔직히 혼자 한 자리에서 10개는 못 먹겠다.


맛 때문에 못 먹는 것은 아니었어요. 진주 꿀빵은 겉이 상당히 딱딱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입안이 헐어요. 깨 뭉친 것이 입안을 긁거든요. 한두 개 먹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6개째 먹자 입안이 살짝 헐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진주 꿀빵은 단 것 잘 먹는 사람이라면 한 자리에서 5개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았어요. 혼자 한 자리에서 10개를 먹으면 분명히 입 안 헐어요.


"식혜 먹고 싶어."


얘가 갑자기 왜 식혜에 꽂혔지?


예전에는 제가 식혜를 많이 마시고 이 친구는 식혜를 많이 마시지 않았어요. 제가 식혜를 많이 마신 이유는 밥알이 있는 음료라서 밥알을 먹기 위해서였어요. 이 친구는 제가 열심히 캔식혜를 마셔댈 때 항상 다른 음료수를 마셨는데, 요즘 들어서 뭐 때문인지 식혜에 완전 꽂혀서 목이 조금만 마르다 싶으면 식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결국 친구는 시장을 뒤져서 끝끝내 식혜를 파는 곳을 찾아내었고, 식혜를 사서 마셨어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통영행 버스를 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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