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잡담 - 내 글은 무엇이 부족할까

좀좀이 2017. 6. 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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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웃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문체와 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문체도 많이 바뀌었다. 이 잡담에 쓰는 것이 예전 문체에 가장 가깝다. 최대한 단순하고 최대한 쉬운 문장을 쓰려고 했다. 의도적으로 짧은 문장을 선호했다. 이 문체로 쓴 여행기가 바로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다. 2006년에 쓴 여행기다. 이 문체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인 일기나 여행 기록, 소설을 쓸 때 주로 사용한다. 저 셋 다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거의 없어서 블로그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짧은 문장, '-했다' 체로 쓰니 너무 밋밋했다. 글에 효과를 주기 어려웠다. 그래서 문체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핵심은 '-했다' 체에서 '-했어요' 체로 쓰는 것. '-했어요'체로 쓰면 보다 기교, 효과를 주기 쉽다. 대신 내 블로그를 처음 본 사람들이 종종 나를 여자로 오해하곤 한다.


요즘은 문체를 개선해볼까 하고 있다. 일단 기본은 '-해요'체이지만, 다른 것들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게다가 지금 쓰고 있는 여행기는 2015년부터 쓰고 있는 여행기인데, 문체가 앞과 지금 쓰는 것이 다르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의식하고 쓰지 않으면 기존의 문체로 글을 끝까지 써버린다. 계속 의식하고 고민하며 써야 이 변화가 자연스럽게 문체에 정착될건데 그것까지 의식하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적당히 문체만 바꾸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글 전개와 구조에도 손을 대어야 한다. 그래서 글쓰다 피곤하면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서 주르르 쓰고 끝내버리는 거다.


02


나는 속 빈 칭찬을 하는 사람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속 빈 칭찬은 결국 무시의 다른 표현이다. 적당히 훌륭해요, 좋네요 하고 끝내는 것이 편하니까. 그래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정말 소중히 여긴다.


친구가 내 글을 읽고는 글이 재미있기는 한데 장황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느낌이니 너무 염두에 두지는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 의견이 정말 너무 고맙고, 곰곰히 고민하고 있다. 저런 지적을 듣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더욱이 친구는 대충 쓱 보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내 여행기를 꼼꼼히 다 읽고 이야기해준 것이었다.


나 스스로도 내 글이 장황하고 군더더기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이해를 못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글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려고 설명을 빼면 꼭 그 부분에서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한다. 당연히 알 줄 알고 빼면 딱 그 자리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글 쓰는 단계에서부터 이것을 의식하고 쓰게 되었고, 글이 장황하고 군더더기가 많아졌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중인데 이것은 참 쉽지가 않다. 여행기에 각주를 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책에 있는 각주도 잘 안 보는데 블로그에 있는 각주는 정말로 안 본다. 가독성만 떨어뜨릴 뿐. 그렇다고 무턱대고 빼버리면 정작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주는 분들이 내 글을 읽다 헤매게 될 거다.


내 글과 문체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물어보곤 한다. 부족한 것은 느껴지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03


올해 봄에 돌아다닌 24시간 카페 글을 다 올렸다. 내게 참 큰 가르침을 준 일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글을 쓰고, 한계에 다다라야 글이 늘었다. 처음에는 글 쓰기 정말 쉬웠다. 하지만 가면 갈 수록 한계에 다다라갔다. 솔직히 그 카페가 그 카페다. 카페베네가 카페베네고, 탐앤탐스가 탐앤탐스지. 표현을 쥐어짜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한계에 다다르자 다른 것들이 보이고 표현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어서 밀린 여행기들을 끝내야 하는데 정말 여행기가 안 잡힌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다 끝내야할텐데...2015년 것들 다 써야 2014년 것을 쓸텐데...


04


올해 목표 하나는 끝냈다. 너무 뿌듯했다. 그런데 그거 말고도 올해 목표가 너무 많다. 자가증식한 책들을 어서 빨리 다 봐 치워야 하는데 이게 양이 너무 많으니까 대체 뭐부터 손대야할지 감이 안 온다. 책을 보면 여행기가 진도가 안 나가고, 여행기를 쓰면 책이 그대로 있고...참 이도 저도 안 된다. 제일 좋은 것은 하나 딱 찍어서 그것만 일단 끝내는 것인데 그것이 참 안 된다. 당장 내 책상 겸 탁자 양 옆으로 쌓여 있는 책만 몇십권이니까. 아예 책을 쌓아서 침실 공간과 그 외 공간을 분리해놨다. 이 장벽을 다 읽어서 치워야하는데 장벽이 높아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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