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오늘의 잡담

오늘의 잡담 - 재미없는 이야기

좀좀이 2017. 7. 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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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뉴스를 보는데 수학 선행학습 이야기가 나왔다. 미적분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정작 뉴스에 예시로 나온 문제는 지수방정식 문제였다.


뉴스를 정지시키고 문제를 자세히 보았다. 지수방정식 문제가 맞기는 하나, 중학교 과정에서 못 풀 문제는 아니었다.


뉴스에 나온 중학교 2학년 시험 문제는



이거였다. 이것만 덜렁 나왔다. 미적분과 관련된 문제는 따로 나온 게 없었다. 저걸 어떻게 미적분으로 푸는지 기자가 설명해줬으면 참 좋겠다. 저거 미지수 k가 지수에 있으니 지수방정식 맞기는 한데, (5+1)을 (4+2)로 바꾸고 양변에 (4-2)를 곱해주면 그냥 풀리는 문제다. 맨 앞 (5+1)을 6으로 놓고 풀라고 하니 감도 못 잡고 헤매기 일쑤인 문제이고, 푸는 과정에서 자꾸 괄호 안 숫자들을 계산해버리려고 해서 문제인 거다. 식 전개가 다 될 때까지 절대 계산하려 들지 말고 얌전히 전개만 해나가는 것이 이 문제 푸는 포인트. 중학교 과정 문제 맞다. '문레기' 소리는 기자들이 다 만들어주는 듯. 기자들도 제발 생각 좀 해라. 그래도 학창시절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일텐데 아주 밥 날로 먹네.


댓글을 보니 역시나였다. 전국민이 미적분 알레르기에 걸린 것 같았다. 일단 '미적분', '선행학습'이라는 말만 나오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뉴스는 보지도 않고 말이다. 뭐 인터넷상 글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나는 고등학교때 문과였고, 미적분을 배웠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 과정에서 재미있는 점은 뒷부분에서 앞부분을 상당히 쉽게 풀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게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고2, 고3때 배우는 수1에 집중되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그 유명한 1부터 100까지 더하기. 이거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다. 그냥 더하면 된다. 단지 엄청 귀찮고 시간 걸릴 뿐. 그런데 매우 빨리 푸는 방법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수1에서 배웠던 등차수열 합 구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암산으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바뀐다.


미적분 또한 마찬가지. 미적분 개념 따위 필요 없고 'x 위에 있는 작은 숫자를 x 앞에 있는 큰 숫자에 곱해준 후, 1을 빼주시면 되요' 라는 초간단한 방법 하나만 알면 중학교 애들 2차함수 단원에서는 수학의 신, 수학의 깡패로 군림할 수 있다. 애들 막 땀 삐질거리고 인상 벅벅 쓸 때 이거 써서 암산으로 후다닥 풀어버리면 애들이 진짜 하느님 예수님 사도 무함마드 부처님 우러러보듯 우러러본다. 농담 아니라 진짜다. 학원에서 애들 수학도 많이 봐줬거든.


공통수학에서 접선 구하는 방법 배웠는데 참 복잡했다. 그런데 미분 배운 후? 누가 공통수학에서 배운 방법으로 푸나. 다 미분해서 후다닥 풀어제끼지.


사실 이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교육 쪽에서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흔해 빠지고 진부하고 식상한 이야기. 즉 일종의 꼼수이자 요령이다. 1부터 100까지 더하기 일화 꽤 유명한데 그거 설명한다고 시그마 쓰고 등차수열 설명하고 그러지는 않잖아? 그냥 그 간단한 방법만 알려줄 뿐이지.


분명히 이런 꼼수 및 요령과 선행학습 문제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중학생에게 제대로 고교 수학을 가르친다면 선행학습이지만, 훨씬 쉬운 기술 몇 개 간단히 알려주는 건 그냥 요령이자 꼼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둘을 항상 구분 안 하는지 못하는지 할 의욕 자체가 없는지...


그리고 이렇게 길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것이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


02. 우리 사회에 남은 상처


문과에서 배우는 미적분 사실 별 거 없다. 현재 고교 수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학원을 떠난 것이 2015년이니까. 그 당시에 미적분은 내가 미적분 배울 때보다도 훨씬 쉬웠다. 그래프 뒤집고 돌려대싸는 것들이 안 보였다.


7차 교육과정 초기에 문과에서 미분과 적분이 사라진 일이 있었다. 당시 그 뉴스를 보고 어떻게 미분과 적분을 안 배우냐고, 특히 경제학과 쪽에서 심하게 붕붕거렸다. 


당시 나는 그 뉴스들을 보며 앞으로 고교에서 문과를 택할 아이들이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위에서 말했다. 문과에서의 미분은 매우 쉽지만, 미분과 적분을 알게 되면 마술 몽둥이 하나 획득한 것 같았으니까. 안 배운다고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영원히 그래프 꼭지점 찾고 접선 찾을 때 귀찮고 성가신 방법을 써야한다는 것 뿐. 나중에 이 당시 고교 문과였던 사람들이 내가 미분으로 2차함수 문제들 암산으로 풀어제끼는 거 보자 놀라기는 하더라. 미분이 2차함수에서는 신이자 깡패이고, 어려울 게 아무 것도 없는 몇 개 방법만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건데...


절대 내 자랑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다. 그만큼 문과에서 배운 간단한 미분 방법이 2차함수 및 접선 찾을 때에는 초강력 그 자체라는 거다.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참 쓸모 없는 단원이 미분, 적분이기도 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딱히 고교시절 배웠던 수학을 일일이 기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예전에야 등비수열의 합 구하는 방법을 알아야 은행 복리 이자 계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네이버에 '이자계산기' 검색해서 나오는 창에 원금, 이율, 기간만 입력하면 알아서 계산 다 해준다. 극한? 계산법은 다 잊어버린지 오래다. 단지 '수렴', '발산'의 기본개념만 기억할 뿐. 그래도 '수렴', '발산'이라는 개념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니까. 확률과 통계는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정작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하나도 안 중요한 파트라서 공식 몇 개 외우고 근성으로 때워도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미분, 적분은 내가 생각해도 내 인생에 뭔가 의미를 준 것 같지는 않다. 중학교 애들 앞에서 수학의 신 놀이하기 도구 정도? 이동거리를 미분하면 속도가 되고,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되기는 하는데 이거 써먹을 일이 있을 건가? 운전면허도 없고, 있다 해도 딱히 그걸 함수로 만들고 미분, 적분해가며 계산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이것이 꼭 내게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고교 과정에서 배운 수학, 졸업하고나서 써먹을 일이 있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보면 꼭 등장하는 것이 미분이었다. 물론 이과라면 거품물겠지만, 문과에서는 이거 사실이기는 하다. 경제학과 같은 곳이라면 모르겠다만, 그 외의 일에서는 미분, 적분 쓸 일이 없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적분이 문과 수학에서 빠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큰 충격을 주었다. 언제나 요즘 애들은 기초 학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곤 했지만, 이 당시 '미적분을 안 배운 애들'이라는 말은 그 뉘앙스가 이전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애들'과는 사회적으로 많이 달랐다. '얘들은 진짜로 못 배운 애들' 이라는 느낌이랄까?


인터넷상에서만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도 저런 말과 저런 반응을 상당히 많이 접했다. '미적분도 안 배우는 애들'은 최후의 보루조차 무너졌다는 표현처럼 사용되곤 했다. 왜 미적분이 최후의 보루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당시 엉터리로 돌아가던 교육정책에 대한 표현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미적분도 안 배우는 애들


하여간 반발이 어마어마했다. 결국 2007년 개정에서 문과 수학에 미적분이 다시 복귀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미적분'은 고등학교 수학을 상징하는 단어처럼 쭈욱 쓰이고 있다. 특히 이런 선행학습 같은 기사를 쓸 때는 '미적분'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잘 사용한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어디를 가나 '요즘 대학생들은 미적분 안 배운 애들이라지?' 라는 말을 쉽게 듣곤 했다.


그래서 이런 뉴스를 보면 과거 문과 수학에서 미적분 삭제로 인한 충격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고 느낀다. 딱 그 시절 대학교를 다니며 사방팔방에서 '요즘 대학생들은 미적분도 안 배운 애들이라지?'라는 말을 들었을 사람들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


03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친구와 카톡으로 이야기하는데 친구가 공부가 참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며칠간 아무 생각 말고 그 환경에서 벗어나 조금 쉬라고 조언하며 회사 생활에 비유해줬다. 친구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봤다. 해봤으니까 알지.


대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 직업을 4종류 가져봤다. 하나하나 전부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심지어는 지역들조차 다 많이 달랐다. 아예 모든 게 바뀌었고, 그때마다 나도 크게 변했다. 나중에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몸은 몸대로 아파서 다 때려치고 일단 쉬자고 결심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쉬면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오늘 모처럼 '오늘의 잡담'을 쓴 원래 이유는 갑자기 이유없이 바로 저 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히 적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앞의 내용을 적다보니 귀찮아졌다. 나중에 글로 쓰고 싶으면 쓰든가 아니면 말든가.


대학교 입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내가 몇 번 크게 바뀌었을까? 하도 많아서 메모장에 기록해가며 세어보았다. 세어보고 내가 놀랐다. 웃었다. 지금까지도 참 격정적으로 살고 있네.


아침 공기가 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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