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카자흐어 교과서

좀좀이 2013. 12.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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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즈베키스탄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던 때였어요.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어도 보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살던 집에는 TV가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TV 틀어놓고 살고 있었는데, 타슈켄트가 카자흐스탄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보니 카자흐스탄 방송도 TV에서 그냥 볼 수 있었어요. 화질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볼 수 있는 수준은 되었어요.


우즈베크어도 안 들리는데 카자흐어가 들릴 리는 당연히 없었어요. 게다가 카자흐어는 우즈베크어에 비해 발음이 엄청 투박했어요. 우즈베키스탄 방송 중 볼 게 정말 없으면 카자흐스탄 방송을 틀어놓았는데, 들리는 거라고는 즈즈즈 컥컥컥 그리고 딱딱딱. 터키어 공부한 사람들은 우즈베크어 듣고 무지 투박하다고 하는데, 우즈베크어를 공부하고 있던 제 귀에 카자흐어는 무지 투박하고 딱딱 거리는 소리였어요. 그리고 당연히 듣는다고 알아들을 수도 없었어요.


게다가 TV 지글거리는 소리는 덤이다.


위성 방송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흘러다니는 공중파 잡아 보는 것이다보니 툭하면 지글거리는 소리와 섞여 나왔는데 이 지글거리는 소리를 오래 들으면 머리가 아팠어요.


우즈베크인과 키르기즈인, 카자흐인들은 자기들끼리는 대충대충 알아듣는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물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처럼 '하나만 공부하면 나머지 튀르크 언어들은 다 할 수 있다' 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학원 선생님 및 안디잔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확히는 못 알아듣지만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는 안다' 라고 하더라구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다녀온 후, 카자흐어는 공부하면 그래도 수월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즈베크어를 공부하러 온 것이어서 다른 구소련권 튀르크 언어들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해도 준비해온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게다가 러시아어를 모르니 우즈베키스탄에서 학습 자료를 구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 그러던 중 카자흐어는 비슷하다고 하니 공부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께 부탁드려 카자흐스탄의 국어 교과서들을 구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를 공부했으니 카자흐어 교과서는 어렵지 않게 읽을 거라 생각했지만...


외국어는 외국어더라...


인터넷을 마음껏 펑펑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사전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여간 일에서 백까지 전부 난관.


그래서 제일 쉬운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카자흐어 교과서를 조금 보다 접었고, 구한지 1년이 넘어서야 겨우 다 읽었어요.


어쨌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카자흐스탄의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카자흐어 교과서랍니다.


본문 지문들 및 해석은 

http://turkiclibrary.tistory.com/category/카자흐어/Қазақ%20тілі%20(러시아%20학교)%20-%2001

여기 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카자흐스탄 러시아 학교 카자흐어 1학년 교과서


표지는 역시나 학생이 자신들이 그려진 교과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단, 저 여학생이 들고 있는 것처럼 책이 두껍지는 않아요. 페이지는 적은 편이 아니지만, 종이가 두껍지 않은 편이라 두께가 그렇게 두껍지도 않아요.


표지 자체는 그냥 1학년 교과서처럼 생겼지요. 무언가 특별한 특징이 있는 모습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이 사람은 저 입니다, 제 이름은 ...입니다. 저는 ...살입니다' 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러시아 학교용이기 때문에 해석들을 러시아어로 옆에 병기해준답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인 초등학교 1학년 카자흐어 교과서는 다른 구소련 튀르크어 교과서들과 구성 면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답니다. 다른 구 소련 러시아어 학교용 튀르크어 1학년 교과서들은 문법이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나와요. 예를 들어 '~하고' 가 안 나오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카자흐스탄 러시아어 초등학교 1학년 카자흐어 교과서는 전반부는 그저 따라읽고 외우는 식에 가깝답니다. 그래서 문법들이 마구 나오지요. '이런 문법이 시작하자마자 나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노래를 부르고 시를 외우고 거기에 맞추어 동작을 해보는 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것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무턱대고 혼자 독학으로 공부해나갈 때에는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지요.




그래서 뒤로 가면 오히려 지문이 앞보다 더 쉬워져 버린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교과서들과 달리, 이 교과서를 가지고 처음부터 공부하려 하면 오히려 많이 어렵답니다. 이 점 때문에 저 역시 이 책을 다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시작은 같은 큽착어에 속하는 키르기스어보다 훨씬 빨리 시작했지만, 키르기스어 교과서를 2학년까지 마친 후에야 카자흐어 교과서를 잡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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