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우즈베키스탄 전래동화 - 가난한 탁발승과 거만한 판관

좀좀이 2013. 9.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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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이슬람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할 단어 중 하나가 데르비쉬랍니다. 무슬림 탁발승으로 거지처럼 돌아다니며 고행을 하면서 신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이슬람을 전파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그리고 전래동화 및 민담에도 종종 등장해요.


이번에 소개할 전래동화는 왠지 꽤 낯익은 듯한 이야기랍니다.





가난한 탁발승과 거만한 판관


옛날옛적에 한 대판관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슬람 율법학자들과 부자들에게 모이라고 명령했습니다.


대판관의 저택에 부자들과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모였고, 오래된 옷을 걸친 한 가난한 탁발승도 회의에 들어왔습니다. 이 가난한 탁발승은 이슬람 율법학자들 자리에 앉았습니다.


판관은 탁발승이 물라와 부자들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화났습니다.


"너는 왜 높은 사람들 사이에 앉았느냐! 자신의 지위를 모르느냐?즉시 일어나 아랫자리에 앉든가 나가든가 해라!"


판관은 물라와 부자들 사이에 앉은 탁발승을 크게 꾸짖고, 시종에게 탁발승을 문 옆에 앉게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시종은 탁발승의 어깨를 움켜쥐고 탁발승을 문쪽으로 끌고가려고 했습니다.


"너는 율법학자와 부자들 회의에 참여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야!"


판관과 시종의 말에 탁발승은 매우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래로 내려가 앉았습니다.


율법학자와 부자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서로 논쟁을 했습니다. 논쟁은 금새 거칠어져서, 결국 두 쪽으로 나뉘어 추할 정도로 싸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탁발승은 그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역시 이 추한 꼴을 계속 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싸우는 율법학자와 부자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모든 문제는 증거와 근거를 토대로 해결된다. 정의를 보호하는 명예로운 물라들이여, 너희들 중 누구도 법적 근거에 기초하여 말하지 않고 있소. 그 근거는 보시오, 바로 여기에 있소!"


탁발승은 가슴에서 법들이 적힌 책을 꺼내 읽어주었습니다.


율법학자와 부자들은 놀랐습니다. 가난한 탁발승의 말은 너무나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탁발승은 율법학자와 부자들이 싸워가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거만한 판관도 탁발승의 지혜에 만족했고, 자신의 비단으로 된 외투를, 그리고 망토를 시종 손에 넘겨주고, 그것들을 탁발승에게 입힐 것을 명령했습니다.


"탁발승이여, 당신의 고귀한 능력을 제가 몰랐습니다. 이 외투를 입고, 망토를 휘감고, 맨 위로 가서 앉으십시오."


시종은 탁발승에게 경의를 표하고, 망토와 외투를 입히려 했습니다. 그러나 탁발승은 그것을 곁에 가까이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지혜는 옷에 있지 않다, 머리에 있다. 외관을 보지 말고, 말을 봐라' 라는 말이 있소. 의복을 보고가 아니라, 말을, 예절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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