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맛있는 것과 몸에 좋은 것에 대한 잡담

좀좀이 2013. 3.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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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 학원 선생님도 내가 우즈벡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아셨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심심하면 시장 가서 밥을 사먹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시장에서 밥을 사 먹으면 비싸지도 않은데 푸지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에 메뉴가 몇 개 없는 게 아니라 메뉴도 다양했다. 나중에는 먹던 것만 먹게 되었지만 한동안 이런 저런 음식들 사 먹는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참고로 식당에 메뉴판이 없었기 떄문에 무슨 음식들을 파는지 전부는 나 역시 모른다. 못 보던 음식이 나오면 그냥 그때그때 시켜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선생님께서 타슈켄트 음식이 맛있기는 한데 이것저것 첨가되는 게 많아서 몸에는 별로 안 좋다고 말씀하시기 시작하셨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화학 조미료 범벅을 한다는 게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 강한 맛을 내는 재료 - 예를 들면 설탕 같은 것을 팍팍 넣기 때문에 다른 지역 음식에 비해 별로 몸에 안 좋다는 것이었다. 이거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왜냐하면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같은 것에 관심이 없는 내가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이건 열량이 폭탄 수준이다'라는 게 확 와닿을 정도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주 이 말을 듣자 하루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몸에 좀 안 좋지만 맛있는 거 먹고 몸에 안 좋은 거나, 몸에 좋지만 맛없는 음식 먹고 스트레스 받아서 몸에 안 좋은 거나 같지 않나요?"


그 후, 선생님께서는 타슈켄트 음식이 몸에는 별로 안 좋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그저께 밥 짓기 귀찮아서 4인용 밥솥에 4인분 밥을 지었다. 그리고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밥통을 열었다.


"이게 뭐야?"


2층밥이 되어 있었다. 위에는 설익고, 아래는 질은 밥이었다.


어쨌든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햄을 볶았다. 그런데 햄이 타버렸다.


설익은 밥과 타버린 햄을 먹었다. 이때까지는 참을 만 했다. 문제는 저녁. 질은 밥을 퍼먹을 차례인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설익은 건 그래도 먹겠는데, 질은 밥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질은 밥은 입에 넣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데, 구역질을 참고 삼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몇 숟가락 퍼먹고는 도저히 속이 안 좋아져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맛있고 몸에 안 좋은 거 먹는 거나, 맛없고 몸에 좋은 거 먹고 스트레스 받는 거나...


그런데 이건 맛도 없고 스트레스도 받네? 속은 뒤집어질 거 같은데?


이건 내게 그냥 독이네?


그래서 싹 버렸다. 쌀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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