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좀좀이 2013. 1.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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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대학교 4학년 수업시간때 들은 말이다. 아마 인지언어학 관련해서 들었던 것 같다. 졸업학점은 채워야 하는데 듣고 싶은 수업은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관심가는 것을 선택한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다. 그 수업과 관련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오직 저 말 한 마디다.


저 말 속에 또 다른 의미란 없다. 저 말 그대로 보면 된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단어란 없다.


이 말을 알아두면 외국어를 배울 때, 가르칠 때 모두 큰 도움이 된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진지'.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은 '밥'과 '진지'를 쉽게 구분해서 쓴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완벽히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밥'과 '진지'는 동의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한국인도 '밥'과 '진지'를 햇갈려하며 뒤죽박죽 섞어쓰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단어를 언제 사용해야 할 지 명확히 구분해낸다. '밥'은 모든 사람에게 쓸 수 있는 것이고, '진지'는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먹는 것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섞어쓸 일이 없다. 그러나 '진지'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외국인에게 '진지는 '밥'이라는 뜻이야'라고만 알려준다면? 100% 외국인은 '진지'라는 단어와 '밥'이라는 단어를 마구 섞어쓸 것이다. 그러면 '동생이 진지를 먹었어'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밥'과 '진지'야 그 차이가 매우 확실한 편이니 그렇다 치지만, 이런 차이가 확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알려줄 때 한 가지 요령이라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 것. 자꾸 생각하면 둘 다 맞는 거 같다. 아니, 둘 다 맞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분명 하나는 어색한 표현이다.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생각하다보면 문법적으로, 또는 문맥적으로 이상할 게 없기 때문에 맞다고 느끼게 된다.


외국인이 아무리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해도 가끔 무언가 심히 어색한 표현이 들릴 때가 있다. 분명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하는데 어색한 표현들. 그래서 외국어를 배울 때, 가르쳐줄 때 모두 비슷한 두 개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하나만 쓰이는지 짚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두 개가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 하나만 쓰이느냐가 비슷한 두 개의 결정적 차이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잘 할수록 현지인처럼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현지인들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요즘 온라인에서 우즈벡어를 물어볼 방법을 찾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더 이상 우즈벡어를 물어볼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이 올린 질문을 보게 되었다.


'드디어'와 '마침내'는 어떻게 다른가요?


음...


네이버 국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실상 그놈이 그놈이었다. 설명을 보니 의미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 한데, 예문에서 두 단어를 서로 바꾸어보고, 직접 예문을 만들어보며 두 단어의 차이점을 찾으려 해보았지만 차이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대체 '드디어'만 되고 '마침내'는 안 되는 경우, 또는 '마침내'만 되고 '드디어'는 안 되는 경우, 또는 '마침내'와 '드디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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