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터미널 가야겠다."
2023년 6월 19일 5시 24분, 구의역 24시간 카페인 탐앤탐스 블랙그레이트점에서 나왔어요. 탐앤탐스 블랙그레이트점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강원도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 첫 차는 새벽 6시 5분에 있었어요. 카페에서 조금 더 머무르다 나가도 되었지만, 너무 버스 시간에 딱 맞춰서 가지 않는 게 좋았어요.
"별로 안 걸리겠지?"
구의역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것은 처음이었을 거에요. 동서울터미널 자체를 간 일이 별로 없었고, 동서울터미널에서 구의역으로 걸어가야할 일은 아예 없었어요. 아주 옛날에 속초에서 버스 타고 서울 올라왔을 때 동서울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도 동서울터미널에서 나와서 구의역으로 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거리의 도로표지판에는 동서울터미널 방향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어요. 도로표지판에 나와 있는 방향대로 길을 걸어갔어요. 설마 도로표지판이 새벽부터 사람 엄청 헤매게 만들겠냐고 생각하며 도로표지판을 믿었어요.
5시 30분, 강변역에 도착했어요.
"너무 금방 오는데?"
탐앤탐스 블랙그레이트점은 구의역에 있어요. 구의역에서 강변역까지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요. 여기에 처음 오는 길이니까 그래도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강변역에 5시 45분쯤 도착할 줄 알았는데 5시 30분에 강변역까지 왔어요. 강변역 길 건너 바로 맞은편이 동서울터미널이에요. 그러니 동서울터미널까지 다 왔어요.
왼쪽은 강변역과 강변테크노마트이고, 오른쪽이 동서울터미널이에요.
동서울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가 타고 가야 할 속초행 버스 타는 곳으로 가봤어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4번 승강장으로 가야 했어요. 동서울터미널 4번 승강장은 속초, 한계령, 오색, 양양, 낙산, 백담사, 간성, 거진, 대진, 신남, 인제, 원통, 양구, 양평, 횡성, 홍천, 현리로 가는 버스를 타는 승강장이에요.
"버스 아직 안 왔네."
아직 새벽 5시 34분밖에 안 되어서였는지 4번 승강장에는 속초행 버스 첫 차가 없었어요. 동서울터미널 안으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았어요.
"프리미엄 버스는 대체 뭐길래 이렇게 요금이 비싸?"
동서울터미널에서 새벽 6시 5분에 출발해서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프리미엄 버스였어요. 동서울발 속초행 버스 요금은 프리미엄 버스가 25,800원, 우등버스가 20,600원, 일반버스가 15,900원이었어요. 프리미엄 버스는 우등버스에 비해 무려 5200원이나 더 비쌌어요.
일반버스는 소요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니까 그렇다 쳐도 우등버스는 첫 차가 새벽 6시 50분에 있었어요. 그래도 굳이 프리미엄 버스로 첫 차를 타고 속초로 가야 했던 이유는 이날 일정이 속초 시내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라 양양도 다녀올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1시간도 소중했어요. 1시간이라도 더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동서울발 속초행 프리미엄 버스를 예매했어요.
"대체 버스가 얼마나 좋길래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
우등버스도 충분히 좋아요. 우등버스도 비행기 좌석에 비하면 엄청나게 고급진 좌석이에요. 그런데 우등버스보다 무려 5200원이나 더 비싼 프리미엄 버스가 있었어요. 프리미엄 버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탑승해본 적 없었어요. 대체 얼마나 좋은 버스이길래 저 가격을 받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궁금한 것 여부를 떠나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로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버스를 타야만 했지만요.
새벽 6시, 다시 4번 승강장으로 갔어요. 제가 타고 가야 할 금강고속 프리미엄 버스가 승차장에 들어와 있었어요.
서울 동서울터미널 - 강원도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노선 첫차 금강고속 프리미엄 버스를 탔어요.
"이거 좌석 뭐야!"
비행기 1등급 좌석 같은 좌석이 버스 안에 꽉 차 있었어요.
가장 먼저 눈에 띈 프리미엄 버스 좌석의 특징은 좌석을 마음껏 눕혀도 뒷사람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비행기, 버스에서 좌석을 뒤로 젖히면 뒷사람 공간은 좁아져요. 그리고 좌석 뒷편은 뒷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되어 있어서 음료와 먹을 것을 올려놓기도 하기 때문에 갑자기 확 젖히면 아무 것도 모르고 좌석 뒷부분을 활용하던 뒷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요.
그렇지만 프리미엄 버스 좌석은 한 좌석당 독립된 한 공간을 배정해놨어요. 사진을 보면 의자와 의자 주변 틀이 보일 거에요. 의자를 젖히면 의자 주변 틀이 젖혀지는 것이 아니라 의자만 뒤로 젖혀지는 구조였어요. 그러니 버스 안에서 의자를 세웠다 눕혔다 마음대로 해도 뒷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하나도 없었어요. 좌석 하나가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공간이었어요.
버스 좌석마다 모니터가 하나씩 달려 있었어요.
좌석간 간격은 우등버스보다 더 넓었어요. 완전히 누워서 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한 좌석당 배정된 공간은 상당히 넓었어요.
프리미엄 버스 내부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및 USB 연결 단자가 있었어요.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유선 충전 둘 다 가능했어요.
단, 노트북 컴퓨터 같은 초대용량 가전기기의 충전은 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어요.
모니터를 터치했어요.
제일 놀랐던 것은 기사님께 화장실 급하다는 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이었어요. 이 기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각 좌석마다 보고 싶은 스카이라이프 채널과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어요. 스카이라이프 채널과 라디오는 환경적인 문제로 수신 상태가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어요. 특히 라디오는 버스가 계속 빠르게 질주하면서 주파수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방송 품질 자체가 좋지는 않았어요. 스카이라이프는 라디오보다는 훨씬 양호했지만 간간이 신호가 끊기는 일이 있었어요.
프리미엄 버스 안에서는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본인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동영상,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었어요.
의자를 충분히 젖히고 발목지지대도 들어올려서 거의 누워있다시피 하며 잠을 잤어요. 매우 편했어요. 동남아시아 여행 중 탔던 슬리핑버스와는 아예 비교가 안 되었어요. 슬리핑버스는 실제 타보면 상당히 불편한데 프리미엄 버스는 매우 쾌적하고 편안했어요. 슬리핑버스와 프리미엄 버스의 차이는 길바닥과 호텔 객실급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어요.
"5천원이 안 아까운데?"
프리미엄 버스는 솔직히 2시간 거리에서는 너무 지나친 사치 같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엄청나게 편하게 잘 왔어요. 너무 근거리라면 상당히 과한 쾌적함이지만 2시간이라면 버스에서 한 시간 쯤 푹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름 괜찮았어요. 5천원에 2시간의 쾌적함을 구입한다고 보면 너무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라면 일부러 프리미엄 버스 타고 이동할 수도 있을 거 같았어요.
가격은 우등보다 더 비쌌지만 버스 좌석 품질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2시간 노선에서는 너무 과한 것 같은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버스 좌석에 앉아서 보내는 2시간이 충분히 괴로운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아침 첫차, 저녁 버스는 버스 타고 자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시간대라면 2시간 운행이라 해도 프리미엄 버스가 그렇게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