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게 도계에 다시 가라는 계시인가.
"도계 갈까?"
강원도 동해시로 여행왔어요. 다음날인 5월 5일은 일기예보에서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어요. 동해시는 비가 내리면 별로 재미없는 곳이에요. 비올 때 놀기 좋은 곳은 아쉽게도 없는 지역이거든요. 동해시는 천곡황금박쥐동굴 정도 제외하면 모두 바닷가 보면서 풍경 보는 동네에요. 비 올 때 바닷가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안 좋아해요. 그리고 동해시는 맑은 날 가야 예쁘지, 비 올 때 가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요.
반면 도계는 맑은 날에 가는 것도 좋지만 우중충한 날에 가는 게 더욱 감성 풍부해지는 지역이에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한때 엄청나게 번성했지만 이제는 탄광의 폐광을 앞두고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일하게 과거 탄광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지역이면서 동시에 한국 석탄산업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해요.
단순히 도계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에요. 도계는 가보면 흐리고 습한 날에는 다른 지역과 확실히 달라요. 특히 비가 내릴 때는 더욱 달라져요. 다른 지역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먼지를 씻어나가면서 채도가 높아지고 세상이 물을 머금으며 색이 진해져요. 반면 도계는 비 내릴 때 가보면 석탄 가루 검은빛이 위로 올라와서 검은빛이 진하게 섞이며 색이 진해져요. 즉, 타지역은 채도가 높아지면서 색이 진해지지만 도계는 채도가 낮아지면서 색이 진해져요.
"운탄고도 8길 아직 스탬프 없는데..."
강원도 남부 지역에서 야심차게 만든 도보 여행 코스인 운탄고도1330. 운탄고도1330은 총 9개 코스에요. 이 중 7길이 도계역에서 끝나고, 8길이 도계역에서 시작되요. 운탄고도1330 코스 중 7길, 8길, 9길은 걸을 수는 있지만 아직 정식 개통되지 않았고, 스탬프함도 운영하지 않고 있어요. 운탄고도1330 스탬프함 중 하나는 무조건 도계역 앞에 생길 거였어요. 왜냐하면 도계역이 7길 종점이자 8길 시작점이니까요.
'아닌가? 이번에 가는 게 나은가?'
단순히 스탬프만 모을 거라면 도계는 나중에 운탄고도1330 전구간이 완성되고 스탬프함까지 전구간 운영할 때 가서 한 번에 가서 받아오는 것이 좋았어요. 그렇지만 글 쓸 걸 고려하면 도계역은 두 번에 걸쳐서 가는 게 좋았어요. 운탄고도1330 스탬프함은 보나마나 도계역 앞에 생길 거였어요. 도계역에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가 무려 3개나 있었어요. 기차역 도계역 스탬프와 지금은 폐역된 한국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 기차역인 흥전역 스탬프와 나한정역 스탬프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기차역 스탬프만 모으고 나중에 8길 스탬프함 설치했다고 하면 그때 또 가서 받아올까?"
운탄고도1330은 전구간을 완주해보고 싶은 길이에요. 3길, 8길, 9길 모두 매우 좋은 길이었어요. 9길 마지막 구간이 이상하게 해안가 따라서 소망의 탑으로 가도록 되어 있는 게 영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그거 말고는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이정표 문제 같은 것은 제가 갔을 때는 문제가 꽤 있었지만 이후 다녀온 사람들 글을 보니 꽤 좋아졌다고 했어요. 7,8,9길이 완성되고 7,8,9길 스탬프까지 추가된 운탄고도1330 패스포트가 나오면 작정하고 1길부터 9길까지 싹 다 새로 완주해볼 계획이에요. 왠지 올해 가을쯤이면 전부 완공되고 7길, 8길, 9길 스탬프함도 운영하고 패스포트도 새로 나와서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도계역 가자."
날도 안 좋은데 동해시에서 돌아다닐 곳을 억지로 찾아서 돌아다닐 바에는 도계역 가는 게 나았어요. 도계역 가서 철도역 스탬프 받아서 도계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치고 돌아오기로 했어요.
서울에서 도계역 가려고 하면 상당히 힘들어요. 서울에서 도계역 가려고 하면 무조건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가야 해요. 영월역에서 신기역까지 구간은 차로 가나 무궁화호 열차로 가나 소요시간이 거의 똑같아요. 과거 석탄산업이 호황이었을 때 철도가 부설되어서 현재도 운행중이라 경북 최고의 오지라 불리는 BYC - 봉화, 영양, 청송보다는 낫지만 험준한 산악지형에 철도를 부설했고 도로도 부설하기 어려운 곳이다보니 무궁화호 열차로 가는 시간이나 자동차로 가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에요.
하지만 동해시에서 도계역 가는 건 매우 쉬워요. 동해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도계역 가면 되거든요. 묵호역에서는 못 가요. 묵호역은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가 안 가기 때문에 동해역에서 타야 해요.
"도계 가서 철도역 스탬프 받아서 도계우체국에서 부치고 와야지."
도계는 여러 번 갔지만 애잔한 느낌이 있어서 계속 가고 싶어지는 곳이에요. 도계 자체가 지역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구요.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지역이에요. 도계 가서 스탬프도 받고 다시 또 도계를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2023년 5월 5일, 도계역으로 갔어요.
도계역 근처에는 운탄고도1330 안내판이 있었어요. 스탬프함은 역시 없었어요.
도계역 앞 조형물도 그대로 있었어요.
도계역 주변 풍경도 그대로였어요.
"여기는 맑은 날 딱 한 번 와봤어?"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여러 차례 와봤지만 맑은 날에 온 건 딱 한 번이었어요. 도계 올 때는 항상 흐리고 비가 내렸어요.
다시 도계역으로 돌아왔어요. 도계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도계역 매표소 앞에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도계역, 흥전역, 나한정역 도장이 비치되어 있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 중 하나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도계역 도장 인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준비해간 우편엽서에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 중 하나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도계역 도장을 찍었어요.
"이거 너무 도계답게 찍혔는데?"
배경도 어둡게 나왔어요.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영동선 철도를 따라 도계역을 향해 영차영차 올라가려고 준비하는 기차 모습으로 찍혔어요.
실제로 도계 와서 풍경을 보면 온통 산이에요. 밤에 보면 깜깜한 건 하늘이요, 시꺼먼 건 산이에요. 먼 훗날 도계가 유명한 자연 관광지가 되더라도 사방이 온통 산이기 때문에 이렇게 배경이 어둡게 찍힌 모습이 도계 풍경 모습다운 모습일 거였어요.
이번에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나한정역 도장을 찍을 차례였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나한정역 도장 인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건 잘 맞춰서 찍어야겠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흥전역 스탬프와 나한정역 스탬프는 크기가 같아요. 둘 다 가로 10cm, 세로 6.5cm에요. 흥전역 스탬프와 나한정역 스탬프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가장 큰 도장들이에요.
준비해간 우편 엽서에 가로로 찍으면 받는 사람 주소 쓰는 공간까지 도장이 찍힐 거였어요. 나한정역 스탬프와 흥전역 스탬프는 우편 엽서에 세로로 찍어야 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나한정역 스탬프는 우편엽서 면적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어요. 나한정역 스탬프 위에는 '나한정역-흥전역은 전국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입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흥전역 스탬프를 찍을 차례였어요. 흥전역 스탬프 인면은 이렇게 생겼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흥전역 도장을 준비해간 엽서에 나한정역 도장과 마찬가지로 세로로 찍었어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여행 도장인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흥전역 도장은 나한정역 도장과 디자인은 같았어요. 대신 위에 있는 문구가 '흥전역-나한정역은 전국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입니다.'라는 문구였어요. 나한정역 도장은 도장 맨 위 문구에서 나한정역이 먼저 나오고, 흥전역 도장은 도장 맨 위 문구에서 흥전역이 먼저 나왔어요.
도계역 도장, 흥전역 도장, 나한정역 도장 모두 도안이 매우 귀여웠어요. 동심을 자극하는 예쁜 도안이었어요.
도계역에서 나왔어요. 도계우체국으로 갔어요.
도계우체국은 도계역 기준으로 도계중앙시장을 지나 도계읍 행정복지센터 옆에 있어요. 참고로 도계읍 행정복지센터는 과거 삼척시와 삼척군이 각각 따로 존재했을 때 삼척군의 군청이었다고 해요.
도계우체국 앞에는 우체통이 있었어요. 도계역 도장, 흥전역 도장, 나한정역 도장을 찍은 우편엽서를 도계우체국 앞 우체통에 넣었어요. 이러면 나중에 도계우체국 소인까지 찍힌 엽서가 제게 도착할 거였어요.
"잘 왔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오기 참 힘든 도계역의 스탬프를 잘 수집했어요. 삼척 내륙은 이제 신기역 스탬프가 남았고, 앞으로 언젠가 운탄고도1330 8길과 9길 스탬프함이 운영된다면 운탄고도1330 8길과 9길 스탬프가 추가로 있을 거에요.